“금년중 일산 쪽에 좋은 일 있을 것…
산하기관 임직원 연봉격차 40% 차등”

김문수(56) 경기도지사를 만난 후 소감은 ‘참, 꼼꼼한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올해 도정의 최고 목표가 뭐냐는 질문에 “7월1일 개통 예정인 수도권 환승제 실현”이라는 ‘소박하지만 구체적인’ 목표 제시가 그랬고 인터뷰 도중 말문이 막히면 007가방에서 꺼낸 빼곡한 서류 봉투를 열어 꼭 확인한 후 대답하는 모습이 그러했다.
경영학과 출신(서울대 70학번)이기 때문일까. 그는 숫자에 밝았다. 영어마을 적자가 원래 330억원인데, 130억을 줄여 200억원 적자로 막았다는 표현, 연천군은 98%, 파주시는 93%가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고 설명한 대목, 인천은 경제특구가 6333만 평에 달하는데 경기도는 제로라고 목청을 높인 부분에서 그렇게 느껴졌다.
정확하게 ‘8대2 가르마’인 그의 머리 모양처럼 성격이 똑 부러졌다. 이런 그를 지인들은 ‘칼 같다’고 표현한다. 이 때문에 경기도청 실국장급 고위 공무원들은 그를 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전임 손학규 지사가 큰 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인 일들은 대폭 위임하는 ‘대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면, 김문수 지사는 해당 업무 사무관처럼 ‘실무자형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취임 초 ‘머슴론’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잡겠다는 공약이 허언만은 아닌 셈이다.
성에 안차면 면전서 ‘질타’
김 지사는 대충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성에 차지 않으면 면전에서 질타가 쏟아진다. 3월12일 방문한 연천선사박물관 건립 사업과 관련, “누가 돌 쪼가리나 보려고 (여기까지) 오겠냐”면서 “내용(유물)은 없고 건물에만 500억원이나 쓰면 다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는 수도권 규제 철폐 문제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이 ‘불발탄’으로 끝나면서 더욱 그렇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든지, 아니면 법을 바꿔서라도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도 높게 소리쳤다. 과거 진념 전 부총리가 ‘규제 일몰제(2006년 2월호 참조)’를 강조했던 대목과도 맥이 통했다. 세상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까지 ‘손발’을 묶어놓는 정책을 쓰고 있냐는 비판에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시대착오’라고 했다.
경기도청 신관 2층에 마련된 도지사 집무실 안에도 ‘경기도 규제지도’가 눈에 띈다. 규제 강도에 따라 노랑색, 흰색, 파란색, 녹색, 황색 등으로 표시된 지도를 서울처럼 하얗게 만들고 싶다는 게 김 지사의 소망이다.
3월14일 오후 5시30분에 약속된 인터뷰 시간은 길게 늘어진 결제 행렬 때문에 30분 늦춰져 6시부터 진행됐다. 그의 화법은 당초 대변인실 귀띔과는 달리 짧고 간결했다. 미리 써놓은 답변서에는 눈길이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냥 즉석즉답식이다. 경북 영천이 고향이라 그런지 낮은 바리톤 음색인 그의 목소리는 영남 억양이 배어나왔다.
벌써 취임 9개월이 지났습니다. 도정 활동에 자평을 하신다면요.
벌써 그렇게 됐나요. (뜸을 들인 후 손가락으로 세어보며) 정확히 8개월하고 14일 지났네요. 해보니 참 다이내믹하더군요.
그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뭐던가요.
팔당이 뚫린 겁니다. 공도교(팔당댐 상부 통과도로)가 재개통된 일이죠. 교통, 많이 좋아졌습니다. (지난 2004년 10월부터 폐쇄된 공도교가 지난해 12월 재개통됐다. 이 일로 김 지사는 그동안 교통 체증과 관광객 감소로 타격을 받아온 남양주 지역민들로부터 1월19일 감사패를 전달받기도 했다. 당시 이갑주 남양주시 와부읍 이장협의회 회장은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 듯 고마워 주민들이 뜻을 모아 감사패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매년 그해의 사업 목표와 방향이 있는데요. 경기도 최고 대표자로서 올해 도정의 핵심 목표는 무엇입니까.
수도권 버스, 전철에 대해 환승할인제를 시행하는 겁니다. 7월1일부터 그렇게 될 겁니다. 그동안 시군마다 칸막이처럼 막혀있었는데, 수도권 어디를 가든 카드 하나로 다 통과되는 거죠. 인천은 조금 늦어질 것으로 보입니다만….
“손발 묶어놓고 어떻게 북경, 상해와 경쟁하나”
서울처럼 공영제를 하는 겁니까.
서울식 공영제는 아닙니다. (버스 회사에) ‘손실보전제’ 방식으로 진행시킬 겁니다. 약간의 재정적 보상을 하더라도 도민들이 편할 수 있다면요.
기업에 빗대면 지사란 자리가 어찌 보면 ‘경기도 CEO’라고 할 수 있는데요. 경영(행정)철학이 있다면요.
(그는 ‘철학’ 대신 ‘현안’을 설명했다.)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풀어나가는 시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 경제, 특히 일자리 창출 같은 문제죠. 기업인들한테 ‘사업하기 참 좋다’ 이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네요.(하하) 하이닉스만 봐도 중앙정부가 ‘도장’을 안 찍어주니 원…. 두 번째 문제는 경기도엔 대학이 절대 부족합니다. 신·증설이 어렵다면 이전이라도 받아야죠. 그래서 이화여대, 서강대를 유치한 겁니다. 현재 서울대 대학원 과정도 곧 유치될 거라고 보고요. 외국 대학, 특히 미국의 좋은 학교를 유치하고 싶지만 현행 법 때문에 금지돼 있어 답답합니다.

교육(대학)을 크게 생각하시는군요.
예를 들어볼까요. 매년 중국으로 나가는 유학생 숫자를 아십니까. 6만 명이나 됩니다. 반대로 중국서 한국으로 유학 오는 학생은 2만 명밖에 안돼요. 이거 자존심 상하는 문제 아닙니까. 상하이만 봐도 세계 유수 대학이 얼마나 많이 들어와 있습니까. 얼마 전 조선일보 보도를 보니까 2006년에 미국 부동산에 투자한 게 2005년에 비해 48배나 늘었다고 하던데요. 이게 말이 됩니까. 1년에 50배 가까이 늘다니요. 요즘은 ‘때리면(규제하면) 바로 나가는 것’입니다. 제조업체들도 툭하면 (외국으로) 나가지 않습니까. 이것만 봐도 학생이 국경을 넘어 대학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죠. 비싼 외화 낭비할 게 아니라 우리도 (대학을) 많이 유치해야 합니다. (그의 말끝엔 ‘그 놈의 규제 때문에…’란 말이 생략된 것 같았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불발 건에 대해 하실 말씀이 많으시겠죠.
새로 하이닉스 CEO로 간 김종갑 전 산업자원부 차관이 잘 하시겠지만, 일단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든지, 아니면 법을 바꾸든지 둘 중 하나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법을 바꿀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는 “여러 유관단체들과 힘을 합쳐 최대한 노력은 하겠지만 장담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답변서에는 “하이닉스 문제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잘못된 국가균형발전과 정치논리의 희생양”이라고 표현돼 있다. 그가 개정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법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수질환경보전법’, ‘환경정책기본법’ 등이다.)
“경기도 ‘분도론’은 관료적 발상”
올해 도정 계획을 보면 서울식 뉴타운 조성과 명품 신도시 추가 지정 등이 있는데요. 향후 추진 계획과 현재 거론되는 지역이 어디인지 알려주시죠.
뉴타운은 조건만 맞으면 양에 상관없이 다 해드릴 계획입니다.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고양시 원당지구, 부천시 소사·고강지구, 안양시 안양지구, 의정부시 금의지구, 광명시 광명지구, 남양주시 덕소지구, 시흥시 은행지구, 군포시 금정지구, 구리시 수택·인창지구 등 9개 시 10개 지구를 선정한 바 있다.) 명품 신도시의 경우 우리(경기도)가 일방적으로 발표할 수 없고 건설교통부와 협의 하에 진행하는 겁니다. 분명한 것은 분당, 일산보다 더 넓게 하겠다는 것, 저밀도, 친환경으로 건설해 과거 베드타운처럼 만들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경기도 명품 신도시는 500만~1000만 평 규모의 대규모 신도시로 2009년 말까지 행정절차 이행, 공사를 착수해 2012년 말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에 대해 ‘비싸다’, ‘적정이다’ 등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또 방금 말씀하신 부동산 개발 계획이 혹 부동산 값을 들썩거리게 하는 요인이 되지는 않을지, 어떻게 보십니까.
(단호하게) 절대적으로 비쌉니다. 이유는 공급 부족 때문이고요. 그린벨트다, 농업진흥지역이다, 군사보호구역이다 해서 다 묶어놓지 않았습니까. 쓸 수 있는 땅이 얼마나 많은데, 다 놀리고 있는 셈이죠. 토지 공급을 늘리고 집도 많이 늘려준다면 집값이 잡힐 수 있습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곳이 적합하냐는 질문에 “서울 강남과 인접한 과천, 송파와 연계 개발할 수 있는 하남과 성남, 그리고 구리, 남양주, 고양, 양주, 동두천, 김포, 시흥 등 좋은 땅은 얼마든지 많다”고 답했다.)
한때 경기남북도 등 ‘분도론’이 강하게 제기돼 왔는데요. 분도론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분도요? 그건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자리가 탐나는 공무원들만 좋겠죠. 저는 통일론자입니다. ‘대수도론’을 주장하는데요. 서울, 인천, 경기를 다 합치자는 생각입니다. 그래봐야 중국 북경의 70%밖에 안 됩니다. 남과 북을 합쳐도 중국 산동성 인구(9000만 명)에도 못 미치고요. 이웃나라 도시인 북경, 상해, 천진, 도쿄만 해도 모두 시 인구가 1000만 명이 넘지 않습니까. 자꾸 우리가 크다, 크다, 인구가 많다, 많다 그러는데 도대체 뭐가 많습니까. 중국이 매년 (경제가) 10%씩 성장하고 러시아도 최근 수직 상승하고 있고 일본은 ‘10년 잠’에서 완전히 깨어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쪼개고 나눠지는 게 과연 유리한 겁니까. 어제도 중국 청도 총영사가 왔다갔는데, 그 분 하는 말이 “우리나라를 다 합쳐도 중국의 한개 성도 못 된다”면서 “일개 성 대접도 못 받는 게 현실”이라고 합디다. 주한 중국대사(2001년~2005년 8월)였던 리빈의 현재 직함이 산동성 위해시 부시장입니다. 일국 대사까지 지낸 사람이 일개 시의 부시장이란 것이죠. 우리나라가 일개 성도 못되는 대접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대수도론도 그런 생각의 일환이겠죠.
그렇습니다. 일본은 1997년 3200개 시, 정, 촌을 2006년 말에 1800개로 통합했고 현재 47개 현을 향후 10개 현으로 통합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런 통합이 현대 행정의 추세입니다. 그런 마당에 분도론은 한마디로 관료적인 발상이겠죠.
아무래도 분도론이 나온 것도 따지고 보면 경기 남부에 비해 북부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일 텐데요. 그렇다면 경기 북부 지역민을 위한 발전 방안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군사보호구역만 봐도 연천은 98%, 파주는 93%, 김포는 87%에 이릅니다. 북부 전체를 놓고 봐도 44%가 군사보호구역입니다. 자기 집 화장실도 제대로 못 고치는 규제를 당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 대학이라고는 포천에 2개(대진대, 중문의대)와 고양에 있는 항공대밖에 없습니다. 고속도로도 현재 완성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교통이 안 좋으니 공업단지도 파주에 LCD단지밖에 없지 않습니까. 중앙정부나 다른 지자체들이 이런 곳도 수도권이라고 하는데, 제발 그 수도권 소리 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은 차고 넘치고 인천만 해도 경제특구가 6333만 평에 달하는데, 경기도엔 특구가 전무한 실정입니다. 5개 시군엔 아예 소방서도 한 곳 없습니다. 화성군은 서울 면적의 1.4배로 정말 넓지만 소방서도 없지만 경찰서 하나 없는 지역입니다.
그렇다면 북부 지역민에게 올해 안에 선물을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일단 늦어도 12월이면 제 2 외곽순환도로가 개통될 겁니다. 늦춰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제가 틈만 나면 조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반환되는 미군 공여지를 활용해 파주와 동두천을 중심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대학을 유치하는 데 애쓰겠습니다. (현재 경기도는 파주-양주-동두천-포천-연천을 잇는 LCD클러스터 및 산업벨트를 조성중이다. 특히 김 지사는 “과거 식민지 시대엔 경인축이, 산업화 시대에선 경부축이, 그리고 통일의 시대엔 경의축이 뜰 것”이라면서 “대학과 첨단산업기지로 (경기 북부를)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제를 돌려 외자 유치 얘기 좀 듣고 싶은데요. 지금까지 성과는 어땠습니까.
(외자 유치를) 한 사람에게 최고 2억원까지 포상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한 사람이 900만원 조금 못되게 받은 사람이 기록이고요. (민선 4기인 김문수 지사의 투자 유치 목표는 약 40억달러다. 3월14일 현재 외자 유치 실적은 11건에 3억3700만달러로 현재 달성률로만 보면 8.4% 수준이다. 외자 유치 성과급은 유치 금액의 0.1%로 상한이 2억원임.)
일각에서는 영어마을과 한류우드 등 과거 손학규 지사의 ‘사업’에 ‘손질’을 보고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영어마을은 현재 2개(파주와 안성)를 운영 중이고, 현재 한 개(양평)를 더 짓고 있습니다. 내년 초 완공될 예정이고요. 그런데 200억원 적자가 나는 겁니다. 원래는 330억원 적자인데,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130억원을 줄여 200억원 수준으로 막았습니다. 재정 자립도 목표가 49%인데, 그동안 자립도는 25%에 불과했습니다. 자립도를 높이는 한 해로 만들어야겠습니다. 그 방안중 하나가 민간에 위탁하는 겁니다. 저는 그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공직에 오래 있어온 사람들은 한마디로 ‘코스트’ 개념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 그는 최근 “영어마을 사업은 경기도 교육청이 주관부서가 되는 것이 맞다. 그게 아니라면 민간 위탁이 필요하다”는 말을 해왔다.)
공직에도 이젠 ‘칼’될 때 됐다
공직에 ‘코스트’ 개념이 없는 건 다 알고 있지만 고치기가 어려운 게 문제죠.
그래서 제가 한번 바꿔보려 합니다. 성과급제를 도입하려는 거죠. 민간기업처럼 연봉제로 확 바꾸는 것이죠. 경기도에 21개 산하기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21개 기관이 지금까지 단 한번도 ‘평가’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는 겁니다. 처음엔 ‘저항’도 만만치 않더군요. 왜 지금까지 하지 않던 걸 하려느냐, 전임 지사들 흠집 내려는 건 아니냐, 별의별 소리를 다 들었습니다. 취임 초부터 줄곧 밀어붙였더니 이제는 좀 ‘인정’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아프더라도 고칠 건 고쳐야겠다는 생각에서죠. 사실 예산 낭비되는 게 제 눈에 다 보이니 손 안 될 수 있겠습니까. 가령 박물관이나 미술관 짓는데 왜 200억~500억원이란 거금이 들어야 합니까. 많게는 1000억원대 투자가 수두룩합니다. 집만 크게 지으면 다 되는 거냐고 제가 막 뭐라고 그럽니다. 다이어트 해야 합니다.
공직에 연봉제 도입이면 언제부터 시행되는 겁니까.
당초엔 3월부터 하려고 했는데, 최종 손질중이라 4월중 시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산하 21개 기관들부터입니다. 이후 공무원 조직으로 확대할 생각입니다. 현재 산하기관별로 경영 평가를 해놓은 내부 자료가 있습니다. 우선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월급 체계부터 달리 가져가려 합니다. (21개 기관 중 어디가 가장 경영 성적표가 높게 나왔는가란 질문에 그는 “경기개발연구원이 제일 낫네요”라고 했다.)
같은 직급에 연봉 차이는 어느 정도나 나게 되나요.
현재는 시안만 나온 상태입니다. (책상 밑에 007가방을 꺼내 수두룩한 서류들 중 하나를 내놓더니) 여기 한번 보시죠. 같은 직급이라도 기본 봉급을 100으로 놓고 본다면 최고는 122, 최하는 78까지 있습니다. 그러니까 최대 40% 이상 월급차를 두겠다는 겁니다. 이는 행정자치부의 가이드라인인 20% 범위보다 훨씬 더 가파른 차이입니다. 문제는 해당 인력들이 ‘승복’을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회의를 몇 번씩 반복하면서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3% 퇴출론을 들고 나왔는데요.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성공만 한다면 굉장한 겁니다. 그런데 공무원 조직이 생각보다 ‘저항’이 강합니다. 제가 과거 공천심사위원장을 해봐서 아는데요, 그 살생부 만드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성공을 기대하고, (오 시장이) 어려운 결단을 하신 겁니다.
바쁘실 텐데, 시간 내줘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묻는다면 정치인으로서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들려주시죠.
저는 원래 정치인이 아닙니다. 소위 말하는 ‘운동권 출신’이지요. 그러다 정치를 하게 됐고…. 저는 ‘자리’보다는 어떻게 하면 국민이 잘 살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요즘 그 소리 들리나요? 중국발 경보음 말입니다. 몇몇 분들에게는 그 소리가 안 들리는 것 같은데, 저는 너무나 크게 들립니다. 10년 전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와 지난해 손학규 전 지사가 경기도와 자매성인 중국 요녕성을 방문했을 때 수행했던 사람이 그러더군요. 이 지사가 방문했을 때만 해도 가는 곳곳에서 “어떻게 하면 한국처럼 잘 살 수 있나요”, “비결이 뭡니까” 등등 쫓아다니면서 물어왔는데, 작년에 갔을 때는 묻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딱 10년 만에 (한국의 위상이) 그렇게 된 겁니다. 앞으로 10년 후면 어떻게 될까요.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오후 6시45분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까 말씀하셨던 명품 신도시 후보가 어디냐”고 다시 슬쩍 꺼내자 그는 “올해 중 일산 쪽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그는 한강 하류에서 골재를 채취하면 신도시 몇 개쯤은 거뜬하게 세울 수 있다며 이를 북한 측에 제안했으나 아직까지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돈벌이가 돼서 좋고, 우리 측은 한강 하류에 쌓인 퇴적물을 걷어내 홍수로 인한 파주 등지의 침수를 막아서 좋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마지막 악수를 나누면서도 그는 뭔가 아쉬운 듯 향후 경기도 개발에 관한 얘기를 계속 들려줬다. 그의 말 속에는 그동안 업적에 대한 자랑 늘어놓기보다는 자신이 계획한 일을 임기 중 꼭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언론을 통해 정부나 도민에게 알리고 싶은 표정이 역력했다.
집무실 밖에는 결재를 기다리는 4~5팀 간부들과 김 도지사를 만나기를 ‘학수고대’하는 10여 명이 자리란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노용수 비서실장은 “워낙 현장 방문이 많다보니 집무실에 있을 땐 하루 10여 건씩 보고 행렬이 생긴다고 들려줬다.
김문수는 누구
도루코 노조위원장→정치인→행정가로 변신
1951년 경북 영천 태생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입학 24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1970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들어갔지만 민청학련 사건으로 제적됐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중학교 때는 한·일 회담, 고등학교 때는 3선 개헌, 대학 때는 유신·민청학련·전태일이 인생을 바꾼 중요한 사건들”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현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도루코 노조위원장을 하며 만났던 당시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이던 설난영씨와 청첩장 없는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유명하다.
줄곧 노동운동에 투신해오다 1994년 노동인권회관 이사를 지낸 후 1996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국회의원에 3연속 당선됐다. ‘녹색정치인상(1996년)’, ‘국회출입기자단 선정 일 잘하는 국회의원(2006년)’ 등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중학교 때 친구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을 누르고 민선 4기 경기도지사에 올랐다.
매일 5시에 기상, 산책과 배드민턴으로 체력 관리를 한다는 그는 1녀를 뒀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의사 김남호의 전기 <하늘을 쳐다보든지, 땅을 굽어보든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