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마존의 한 정글 지역에 ‘골드러시(Gold Rush)’가 휘몰아치고 있다. 너도나도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노다지 현장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주변 지역은 하루아침에 북새통으로 변했다. 전국 각지는 물론 국경 너머에서까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환경 파괴는 물론, 전염병에 범죄, 매춘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근 도시에서는 운전수와 가정부, 심지어 부시장까지 하던 일을 팽개치고 금 캐기에 나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주민들은 벼락같이 닥친 이 ‘골드러시’가 마을에 과연 축복인지 재앙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화제의 진원지는 아마조나스주의 주도인 마나우스에서 남서쪽으로 460㎞쯤 떨어진 열대우림 지역. 인근 아푸이(Apui)시에서도 한참 더 숲 속으로 들어간 정글 지대다. 그 옆으로 주마강이 흐르고 있어 ‘엘도라도 도 주마(Eldorado do Juma)’라 불린다.
인터넷으로 소문 번져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인적이 드문 야생 밀림 지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곳곳이 구덩이다. 사방에 아름드리나무들이 베어져 넘어가 있고 강의 지류들은 흙탕물이 돼 있다. 20여년 만에 브라질 최대의 금광 러시가 몰아닥친 현장이다. 지금까지 1만 명 가까이 몰려들었다는 소식이다. 현재 8개의 대규모 탄광구는 몰려든 사람들로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다.
이곳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자면, 지금의 금 캐기 열풍은 우연히 시작됐다. 그러니까 1년도 더 전, 가난한 농부 출신의 장정 4명이 이 인근 숲 속에서 벌목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곳을 개간해 농장을 만들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행 중 한 명이 강둑 어딘가를 파헤치다가 반짝하고 빛나는 뭔가를 발견했다. 털고 닦고 해서 다시 보니 금 조각이었다. 주변 지대를 더 세밀하게 살피자 돌 틈 사이로 빛나는 조각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뜻밖의 횡재에 환호했던 네 사람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난 후 먼저 서로 간에 약속을 했다. 이 날 이곳에서 황금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다른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기로. 그리고는 몇 달 동안 남들 몰래 금맥을 파들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중 한 명이 아푸이의 한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천기누설’의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봐, 나는 얼마 안 있어 황금 속을 헤엄치고 있을 거야” 이처럼 으스대는 것을 주변 사람들은 흘려듣지 않았다. 소문이 번지면서 너도나도 현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기폭제가 된 것은 인터넷이었다. 아푸이에 사는 이바니 발렌틴 다 실바라는 수학교사가 광부들의 사진과 사연을 인터넷에 올렸고,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 지역은 다량의 황금이 매장돼 있을 거란 소문이 오래전부터 나돌았다. 지금 이곳과 비슷한 골드러시가 1980년대 초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파라주의 세하 펠라다에서도 들이닥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그 지역에는 2만 명이 넘는 ‘가링페이로(황금 채굴자)’들이 몰려들어, 열대우림을 벌집처럼 파헤쳤다. 하지만 세하 펠라다는 그때 골드러시 광풍이 지나간 후 지금은 버려지다시피 했다.
“지금까지 캐낸 황금만 1.5t 넘어”
새로운 노다지로 떠오른 엘도라도 도 주마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1.5t의 금이 나왔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이런 곳의 생산량이란 게 늘 그렇듯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추정만 될 뿐 정확한 집계치는 애당초 내놓는 곳도 없고 확인도 불가능하다. 누구는 어디서 대박을 터뜨렸다더라는 식의 희망 섞인 소문만 난무할 뿐이다.
30년째 아마존 주변에서 금 캐는 일을 해 왔다는 조아오 에안드로 데 아제도씨(70)는 “예전 세하 펠라다보다 훨씬 더 낫다.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에 최고”라고 했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지 17일 만에 약 1만9000달러어치(70온스)의 금을 캤다고 자랑했다. 하루에 17온스를 캔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몇 주째 허탕인 사람도 적지 않다.
운 좋게 금 조각이라도 찾아낸 이들은 여기서 북쪽으로 약 80㎞ 떨어진 아푸이시로 가서 수집상에게 넘긴다. 가격은 대체로 온스 당 530달러 선. 아푸이의 금방 주인 길마르 프레데본씨는 하루에 약 70온스의 금이 들어온다고 했다. 그는 이 지역에서 나오는 금의 양이 하루에 모두 200~230온스 정도 될 것으로 추산했다.
모습을 드러낸 황금은 눈이 부시도록 빛나지만 그것을 손에 넣기까지 광부들의 일상은 남루하기 짝이 없다. 삽과 곡괭이 같은 것들로 무장한 진흙투성이 사내들은 자신의 작은 땅덩이를 나뭇가지와 끈 따위로 표시해 놓고 작업에 매진한다. 강물 속으로 씻겨내려 온 금을 캐려고 뜰채 질을 하는 이들도 있다. 광부들은 날이 새자마자 작업에 들어가 해가 지고도 사방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삽질이며 펌프질을 하고 땅을 휘젓는다.
잠자리는 공업용 검은 플라스틱 판자와 마구잡이로 벤 목재로 만든 간이 숙소에서 해결한다. 이곳에 해먹을 걸친 후 그 위에서 눈을 붙인다. 위생시설이라곤 애당초 있지도 않았던 곳이라 숙소 주변에는 사람들의 배설물을 비롯한 온갖 오물 냄새로 진동을 한다. 말라리아모기도 기승이고, 열 명 중 한 명은 설사병으로 고생한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어디나 그렇듯 사람이다.
노다지를 캐러 사람이 몰려든 곳에 적용되는 불문율 중의 하나는 ‘누구라도 먼저 도착하면 임자’라는 것이다. 선착자가 우선 채굴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운 좋게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고 해서 곧장 벼락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턱대고 금을 캐내는 데 성공했다고 거기에만 눈이 어두워 신변 경계를 소홀히 했다가는 어느새 ‘총잡이(피스톨레이로)’의 희생물이 되기 십상이다. 발견 물량이 많은 곳을 차지한 사람일수록 그런 위험은 더 커진다.
그러다 보니 이들 중에는 아예 자신은 경호원을 대동한 채 작업장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채굴 작업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이들도 있다. 자신의 채굴권을 대여해 주고 대신 캐내는 수익을 광부와 나눠 갖는 식이다. 보통 캐낸 금 수익의 절반은 캐낸 사람한테 간다. 게다가 수익의 8% 정도는 이 지역 전체의 불법 광산 즉 ‘가링포’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조세 페레이라 다 실바 필료란 사람 손에 들어가게 돼 있다. 이곳 사람들은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다 실바가 자기 수익을 위해 위협과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이 지역에 대한 보호 관리비를 받는 곳일 뿐이라며 협박설을 부인한다.
애당초 채굴권을 갖지도 못했고, 남으로부터 하청을 얻지도 못한 이들은 천생 남들이 실컷 헤집다 남겨놓은 땅 주변을 뒤적거린다. 일종의 이삭줍기다. 앞선 이들이 행여 얼마간의 금 부스러기라도 놓치고 갔을까 하는 기대감에선지 이들의 작업 모습도 진지하기만 하다.
버려진 땅이 ‘금광 특수’로 들썩
채굴 현장 주변 지역에는 온갖 부대사업들이 ‘금광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일찌감치 식당과 바, 이발소, 빵집, 채굴 장비 상점, 보석상들도 들어섰다. 건물들은 대부분 나뭇가지와 타르를 칠한 방수천 따위로 지은 것들이다. 이곳에서 종사하는 요리사들이나 청소부, 짐꾼들까지 브라질 법정 최저 임금(약 170달러)의 약 6배는 벌고 있다. 정글 속 길을 안내하는 전문 가이드들이나 작은 배를 한 채라도 갖고 있는 선주들도 신이 났다. 채굴자들은 웃돈을 주고라도 이들을 구하려고 안달이다.
주마강 유역에는 새로운 공용화폐가 등장했다. 바로 황금이다. 이곳 시세로는 샌드위치 두 쪽이 1g(0.035온스)에 팔린다. 약 35헤알(17달러)어치다. 콜라 한 캔은 0.5g, 이런 식이다. 고가품도 있다. 축구화 한 켤레는 30g까지 간다. 왜냐면 바닥 밑창에 징이 박혀 있어 열대우림의 늪 지대에서는 제격이기 때문이다.
정말 떼돈을 버는 이는 따로 있다. 그 중 한 명인 안드레이아 고비씨. 그녀는 원래 아푸이에서 큰 슈퍼마켓 지배인이었다. 금광 소문을 듣고 현장에 가서 둘러본 뒤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바로 ‘여자가 있는 술집’이다. 원래 수의사인 남동생과 함께 술집을 차렸다. 인근 마나우스시에서 젊은 접대부 여성 25명도 데려갔다. 이렇게 해서 문을 연 ‘안드레이아 나이트클럽’에는 룸이 20개나 된다. 이 방에 들어가 여성과 ‘1대1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금 4g을 내야 한다.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이 나이트클럽은 종일 황금 찾기에 시달린 광부들에게 인기 있는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처음 이 지역의 골드러시 소문을 들은 연방 정부는 현지에 조사단까지 파견했다. 처음에는 이 땅이 연방 정부에 속하는 것이라 채굴을 금지했지만 밀려드는 인파에 속수무책이었다. 급기야 이 지역의 금광 채굴을 뒤늦게 ‘합법화’하기로 했다. 우선 무정부 사태로 번지는 것은 막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광부들이 자신의 안전에 책임을 지고 환경보호 규칙 등을 준수하는 경우에 한해 채굴도 제한적으로 허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100명 가까이 되는 경찰과 보건 전문가, 의사들이 엘도라도 도 주마 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최소한의 질서 유지와 전염병 확산 방지 등의 책임을 진다. 또 황금에 눈이 먼 이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쟁과 폭력으로부터 인명 피해도 방지해야 한다. 경찰은 자동화기로 무장 순찰을 시작했고, 야간 통행금지령도 내렸다. 금을 캐러 온 이들은 이제 이들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채굴권을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 파괴는 이미 위험 수위에 달했다고 인근 주민들은 말한다. 가링페이로들은 오로지 황금을 찾아 숲 속으로 계속해서 새 길을 내고 있다. 이들에 의해 벌목돼 속살을 드러낸 열대우림이 지금까지 40㎢가 넘는다. 밤새 파헤쳐진 불법 채굴 현장을 보면 정식 허가 없이 들여온 중장비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서부지역에서 온 광부 루이스 곤자카 다 콘세이카오씨(51)는 “수작업으로 캐낼 수 있는 황금은 이미 다 채굴됐다”면서 “중장비를 동원할 경우 이 지역은 전면 붕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치명적인 것은 이들이 금에서 불순물을 걸러내기 위해 쓰는 수은이다. 보통 대규모 금광에서는 보다 현대화 된 기술로 불순물인 시안화물을 제거하지만, 대부분 소규모 금광업자들은 캐낸 돌무더기 속에서 금을 골라내기 위해 수은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맨살이 수은에 노출되면서 중금속에 오염된다. 수은은 또한 강물로 흘러들어가 인근 마을의 수원도 오염시킨다. 수은 중독은 기형아 출산으로 이어진다.
브라질 정부도 ‘뒤늦은’ 채굴 합법화
정작 주마강변의 황금러시로 엄청난 변화가 불어 닥친 곳은 따로 있다. 이곳에서 80㎞쯤 떨어진 아푸이시. 무엇보다 주민들이 너도나도 금 채굴 현장으로 뛰어들면서 마을은 졸지에 공장이며 가게마다 일손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이곳에서 제일 큰 제재소인 잉코폴 목제 회사의 노동자들은 금광 소식을 듣고 줄줄이 사표를 내고 엘도라도 도 주마로 향했다. 농장 농부들도 목동들을 구할 수가 없어 발을 구른다. 공사 현장에서 벽돌을 나르던 인부, 파이프를 설치하던 배관공들까지 무더기로 사라졌다. 심지어 이 마을의 부시장까지 공무를 뒤로 하고 금 캐기 대열에 뛰어들었다. 경찰 일을 그만두고 금 캐기에 나선 안토니오 카를로스 산토스씨(48) 같은 이들은 골드러시 덕분에 마을이 활력을 찾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이 아푸이에 문을 열어주신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면서 도시가 5배는 성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노인들은 황금 특수를 기뻐하기보다는 이러다가 마을이 거덜 나게 생겼다며 장탄식이다. 그 중에서도 이 지역 교회의 평신도 설교자인 이타시르 폰타나씨와 아푸이 시장인 안토니오 로케 롱고씨의 걱정은 태산 같다. 이들은 처음부터 마을이 황금 채굴장으로 변하는 데 반대했었다. 폰타나씨는 “이미 교회 신도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며 “노인과 아이들만 교회에 예배를 보러 올 뿐 나머지는 다 금을 캐러 떠났다”고 했다. 이타시르씨는 “가는 곳마다 ‘이 곳에서 황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와전된 것’이라고 말하지만 도무지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한번은 전국으로 방송되는 라디오 채널을 통해 “모든 소문은 과장된 것”이라고도 했지만 속수무책이다.
롱고 시장은 인구 2만의 이 도시가 금광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또 지금 대대적으로 몰아치는 황금 열풍이 조만간 사그라질 것으로 예감하고 있다. 이곳에서 열심히 삽질을 해대는 채굴자들의 상당수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처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중 일부는 황금을 손에 넣고도 술과 여자로 흥청망청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부랑자로 전락해 시 행정에 짐만 되고 있을 뿐이다. 롱고 시장은 “머지않아 금을 캐던 이들이 시청 앞에 구호물자를 달라며 줄지어 설 것”이라며 “큰 걱정”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엘도라도 도 주마는 한때 떠들썩했던 열대우림 속의 잊혀진 금광으로만 기억될 뿐, 남는 것은 거대한 또 하나의 슬럼일 것이라는 게 시장의 염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