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릿빛 윤기가 흐르는 피부와 털 하나 없이 파르스름하게 머리를 밀어버린 얼굴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은 프레드릭 아루(Fredrick Arul) 총지배인을 대면한 첫인상이었다. 얼핏 할리우드 영화배우 율 브리너가 떠올랐다. 그러나 훤칠한 키에 수영과 골프로 다져진 균형 잡힌 몸매 등 강한 카리스마로 다가온 첫인상과는 달리 말문이 열린 아루 총지배인에게서는 또 다른 향기가 풍겨져 왔다. 천진난만한 소년과 같은 웃음과 꾸미지 않는 대화 내용이 그것이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도심에 위치한 멜리아호텔 하노이(Melia Hotel in Hanoi)는 베트남 최고의 럭셔리함을 자랑하는 비즈니스호텔이다. 주변에는 하노이의 한강이라 불리는 홍강(Red River)의 물줄기가 멀리서 지나가고, 황금거북이 살고 있다는 신비한 전설이 내려오는 호안키엠호수가 맞닿아 있다. 금융 및 외교공관이 밀집해 비즈니스호텔로는 최적의 위치를 자랑한다.

멜리아호텔 하노이의 VIP 명단은 이 호텔의 진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소피아 스페인 여왕, 앤 영국 공주, 브루나이의 로열패밀리 등의 왕족은 물론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 럼스펠트 미 국방부 장관, 헨리 폴슨 미 재무부 장관,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등 최근 1~2년 사이 하노이를 방문했던 세계적인 정치 지도자들도 이 호텔을 찾았다.

아루 총지배인과 인터뷰를 하고 있던 호텔 로비의 커피숍에는 평일 오후인데도 각국 대사를 비롯한 외교관들이 앉아 이미 안면이 있는 총지배인과 수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많은 외교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경쟁 호텔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가장 간단한 마케팅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호텔은 68개의 엘레강스한 스위트룸을 포함해 304개 객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호텔의 최상급 품질과 높은 품격을 대표하게 돼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아루 총지배인은 멜리아호텔 하노이의 식음료 부문의 품질은 호텔 경쟁력의 시작이며 성공을 이끈 주요한 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식음료 부문은 아루 총지배인의 전공이라는 점에서 품질 향상을 위한 그의 노력과 오늘날의 성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유일한 아시안 총지배인

말레이시아 출신인 아루 총지배인은 20여 년 전 접시닦이로 호텔리어의 삶을 시작했다. 호텔경영을 전공하며 식음료부서에서 졸업필수과정인 인턴십을 수료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게 일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전했다. 대학 졸업 후 여러 호텔 체인들을 거쳐 5년 전부터 멜리아호텔 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특히 멜리아호텔에서 근무하며 미국 코넬대학 호텔경영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처음 호텔에 근무했을 때는 호텔에 관한 모든 것이 무조건 좋았습니다. 그러나 호텔을 알고 나서부터는 희생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무작정 덤볐던 무모함은 뒤늦게라도 언젠가는 깨닫게 되는 게 삶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이제야 호텔을 알았다는 뜻으로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호텔 산업에 종사하는 이로서 가장 큰 매력을 첫 번째가 호텔리어라는 직업이며, 두 번째가 고객들에게 정성을 다할 때라고 답한 그에게서 오히려 내공이 강해져 일정 이상의 단계에까지 오른 고수의 겸손을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지난 20여 년간 그를 힘들게 했던 시간들은 지금 그의 경영철학에 오롯이 녹아있다. 특히 처음 입사해 일을 시작할 때 저질렀던 많은 실수들이 오늘날 호텔의 CEO인 총지배인 자리에 오르기까지 커다란 밑바탕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호텔의 모델을 “고객 만족과 직원 만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고객들에게 고품격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의 생활에 열정을 제공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의 배경이 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아루 총지배인 취임 이후 멜리아호텔 하노이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1200만달러의 매출에서 지난해에는 1450만달러로 매출액이 증가했다. 이는 단일 호텔로서는 베트남 전체에서 최대 규모다.

전 세계적으로 관광 산업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중요한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트남 역시 예외는 아니다.

“베트남은 여행지와 비즈니스 중심지로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행지로서 한층 관심을 받고 있어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도 예상됩니다.”

이에 아루 총지배인은 올해도 과거와 같이 최우선 과제로 멜리아호텔 하노이의 고품격 서비스 제공을 내걸고 ‘로열 서비스 프로그램’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고품격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 제공하고 있다. 로열 서비스는 고객 특성에 따라 고객 개개인별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멜리아호텔 하노이의 모기업은 스페인에 본사를 둔 솔 멜리아(Sol Melia)호텔&리조트그룹. 아시아 지역의 7개 호텔을 비롯해 전 세계에 350개 호텔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12위 규모의 호텔그룹이다.

“아루 총지배인은 솔 멜리아그룹의 유일한 아시아인 총지배인입니다.”

말없이 옆자리에 앉아있던 딩흐 띠 뚜 홍 PR담당 매니저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녀는 솔 멜리아호텔&리조트그룹의 350개 호텔 총지배인 대부분이 유럽 출신이며 아시아 출신은 아루 총지배인 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호텔리어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과 자세를 물었다. 아루 총지배인의 답은 비단 호텔리어가 아닌 일하는 사람 모두가 갖춰야 할 자세였다.

“호텔리어가 되고자 한다면 자기가 일하는 호텔을 먼저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호텔을 먼저 사랑한다면, 나중에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