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전략자문기업 벤처리퍼블릭(Venture Republic)의 CEO인 마틴 롤(Martin Roll)은 그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자원 활용, 인재의 역량, 마인드 세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가지 요소 중 단 한 가지가 부족해도 실패한다고 덧붙인 롤 대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들에게는 특히 CEO 및 경영진의 브랜드에 대한 실제적인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마이크로는 MP3P 제품의 기능 면에 초점을 맞춘 반면 애플의 아이팟은 소비자들의 여러 다양한 니즈를 분석해 하나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 결과 아이팟은 현대 사회와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아이콘이 되는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시아 기업의 강점인 생산력, 기술력으로 성장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 및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파악해 브랜드가 어떻게 소비자들의 생활에 파고 들 수 있는지를 다루는 마케팅 전략에 CEO와 경영진들이 한층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틴 롤 대표는 아시아 브랜드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강력한 아시아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브랜딩 전략 및 경영진의 역할을 제시하는 베스트셀러 <아시아의 글로벌 브랜드>의 저자이기도 하다. 또 그는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을 대상으로 방대한 자문 경력을 쌓아오고 있다. 국제 광고 브랜딩 업계에서 15년 이상 글로벌 기업의 이사회에 자문을 제공한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독창적인 통찰력을 갖춘 전문가로,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와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등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와 학계를 넘나들며 전 세계에 포진한 고객들에게 탁월한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롤 대표는 아시아에 적을 두고 연간 약 80만km를 여행하며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의 다양한 기회와 문화에 관한 심층 지식과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브랜드 자산을 통한 가치 창출과 브랜드가 경영진 차원의 리더십과 성과를 어떻게 이끌어내는지를, 내년에 발간할 예정인 그의 저서에서 고찰할 계획도 갖고 있다.
롤 대표는 특히 한국의 글로벌 브랜드와 향후 전략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2020년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아시아에는 급속한 변화가 생길 것이고, 한국 기업이 브랜딩 노력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아질 것”이라며 “따라서 한국 브랜드가 대표적인 아시아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한국 기업 경영진의 생각과 관행이 전략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틴 롤 대표는 지난 3월초 서울 소재 다국적기업의 초청으로 브랜드 전략에 대한 강연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코노미플러스>와의 인터뷰는 지난 3월7일 PR컨설팅 회사인 에델만코리아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기업에게 브랜드는 왜 중요하며, 브랜드 전략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습니까.
브랜드는 기업 주주들의 가치 증대, 기업의 경제적 가치 등 수익 증대를 가져옵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브랜드를 광고 또는 홍보의 수단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약속’을 이행해야 합니다. 한 예로,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브랜드 약속에 있어 ‘가장 멋지게 날아가는 법(A Great way to Fly)’이라는 모토를 내걸었습니다. 브랜드 약속만 하고 불이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창업 이래로 뛰어난 품질의 기내식과 와인 등을 제공하고, 체크인 절차를 담당한 직원 및 스튜어디스를 통한 탁월한 고객 관리, 모든 사소한 접촉 포인트(Tough point)를 통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이러한 브랜딩 전략을 통해 기업은 수익을 증대시키고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일 수 있습니다. 브랜드 전략의 수행은 꼭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기업 이사회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모든 경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기업의 경쟁력과 브랜드 경쟁력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두 가지는 긴밀하게 연관돼있어 동일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은 가격, 디자인 및 제품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으로 연결되는 브랜딩이죠. 기업 경쟁력을 가져오는 사업 계획이나 모든 활동은, 기업 브랜드 및 제품 브랜드의 연결 고리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과 브랜드 경쟁력은 모두 기업의 리더십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거죠.
또한 브랜드 경쟁력은 실질적인 기업의 R&D, 생산시설 능력보다도 소비자를 비롯한 모든 이해 관계자와 채널들이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소비자들에게 내건 브랜드 약속을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가운데 기업은 통일된 메시지와 인식을 가지게 되는데, 그 자체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이죠. 이처럼 소비자에게 브랜드 경쟁력이 기업 가치의 중심이 되면서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 브랜드 또는 기업의 브랜드를 구매하게 됩니다.
브랜드 전략 자체가 매우 추상적인데, 이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조건과 방법은 무엇입니까.
우선 브랜드는 재정적 가치로 여겨져야 합니다. 싱가포르 에어라인, 나이키, 삼성 등의 브랜드는 실제적으로 만져지지 않는 것이지만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뼈대가 되며 수익을 창출하는 기반이 됩니다. 따라서 브랜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데 있어서 브랜드 자산 가치의 측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 브랜드의 가치를 1~10점의 척도로 평가해 분기마다, 또 해마다 일정하게 가치 척도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어떻게 브랜드 자산을 높이고 어떻게 벤치마킹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는 브랜드 자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죠.
브랜드는 하나의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와 실질적인 혜택 또는 합리적인 감정 또는 정서적인 감정 등 다차원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브랜드의 모든 속성들이 브랜드 자산으로 통합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브랜드 자산의 매트릭스를 세분화해서 측정,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에 대해 알고 있는지, 들어본 적이 있는지, 당신에게 중요한 브랜드 인지 등 인지도에 대한 매트릭스 구조가 있습니다. 또한 브랜드에 대해 어느 수준의 충성도를 가지고 있는지, 제품 브랜드별로 선호도는 어떻게 다른지, 구입 장소에 대한 선호도가 어떻게 다른지 등등 선호도와 구매 태도에 대한 매트릭스 구조가 있습니다.
재정적인 차원에서는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를 측정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 있어서는 ‘고객의 생애에 있어 삼성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등을 물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BMW의 고객 생애 가치는 평균적으로 14만4000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고객들이 평생 동안 그 비용을 BMW의 제품 소비에 사용한다는 얘기죠.
이처럼 브랜드 자산을 다각적인 매트릭스와 재정적 가치로 수치화시킴으로써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브랜드 전략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바로 기업의 CEO와 이사회의 브랜드 경영 능력입니다. 성공한 아시아의 글로벌 브랜드와 기업들은 ‘아래에서 위’가 아닌 ‘위에서부터 아래로 향한(Top-down)’ 브랜드 경영 방식을 통해 브랜드 전략을 수행해 기업의 가치를 높였습니다.
아시아의 기업들은 이제 경쟁력 상실, 다수의 경쟁사 등장, 제품 다양화에 따른 압력 등으로 인한 환경 변화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시아 기업들의 경영진들은 단순히 원가 우위 또는 생산 하청업체(OEM 방식)의 위상에서 탈피하고자 하며, 장기적으로 자사의 브랜드를 구축해 기업 가치를 향상시킬 방도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경영진 차원에서 브랜드가 다뤄질 때 성공적인 글로벌 브랜드가 구축돼왔고, 이를 볼 때 브랜드 경영은 리더십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공한 브랜드도 있지만 실패한 브랜드도 있습니다. 기업이 브랜드 전략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는 세 가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원 활용, 인재의 역량, 마인드 셋입니다.
첫 번째는 기업이 가진 자원(Resource)의 적절한 활용을 의미합니다. 한 소규모의 제조회사가 적절한 자원에 대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글로벌 브랜드만을 지향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어떤 기업이 2~3년 후에 무역전시회(Trade Exhibition)를 계획하고 있다며 브랜드 개발을 요청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경쟁력을 갖춘 자원, 그 기업을 대표할 만한 자원이 없었기 때문이죠. 적절한 자원 없이 브랜딩을 구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또 자원이 적절히 활용된다 하더라도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데에는 적어도 2~3년, 보통 5년 이상 소요됩니다.
두 번째로는 기업 인재들의 능력과 역량을 의미합니다. 한국 기업들을 보면, 기술적 역량을 가진 인력을 구하는데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브랜드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브랜드 담당 실무자가 해외 근무 경험 또는 글로벌 기업 경험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 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한 기업이 목표로 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은 10~20개에 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목표 해외시장의 문화 및 경제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죠. 이러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글로벌 브랜드를 성공시키는데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마인드 셋(Mind Set)입니다. 기업의 CEO 및 경영진이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을 실질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브랜드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면 글로벌 경쟁에 있어 우위에 서기는 힘들다고 봐야죠. 브랜드 자체를 기업 가치의 핵심 요소로 여기고 경영 전반에서 브랜드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체계적인 브랜드 경영 능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 세 가지 모두 글로벌 브랜드 경영에 있어 중요한 것이며 이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탁월한 인재는 있으나 적절한 자원이 부족하거나, 자원은 충분한데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가 없거나, 또 자원과 인재가 풍부하지만 경영진의 브랜드에 대한 마인드가 정립돼있지 않다면, 글로벌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것은 힘듭니다.
현재 아시아의 기업들은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브랜드 전략에 자원을 투자해 단기간에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브랜드 가치의 80%가 3년 이후에 성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아시아 기업들은 장기적인 안목과 단기적인 관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비자도 기업의 브랜드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까.
당연합니다. 소비자는 브랜드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존재하는 가운데 현대 사회에서 기업들은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의견을 브랜드에 반영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브랜드 전략을 리드해나갈 수는 없지만 충분히 영향을 끼치고 있죠.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강력한 브랜드를 살펴보면, 문화 및 사회 전반에 걸쳐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통해 특정한 문화를 창조해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아시아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글로벌 브랜드 전략가로서 저는 지난 5년 동안 아시아의 많은 변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아시아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데,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아시아 기업은 극소수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제로 2004년 인터브랜드의 조사 결과, 아시아에는 한국의 삼성, 일본의 소니, 혼다, 도요타 등 4개의 글로벌 브랜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아시아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본, 생산 능력, 기술은 탁월한데 왜 글로벌 브랜드는 극소수인가? 이 점이 저의 흥미를 일깨웠죠. 서양 기업의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관점에서 아시아 브랜드의 역할을 논할 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아시아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브랜딩을 통해 아시아 기업이 수익을 증대시키고 로열티를 상승시켜야 한다는 점이었죠.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획득해 아시아 지역의 각국 국내총생산(GDP)을 높이는데 공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이나 싱가포르 에어라인, 소니 등이 지금까지 아시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해왔는가를 보십시오. 이들 기업은 일찍부터 브랜드에 투자해왔기 때문에 그 기업이 속해있는 국가의 이미지와 경쟁력까지도 긍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본 방문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지난 1992년 후지, 소니, 노키아 광고 관련 업무로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일본에서 일을 진행하면서 서양 글로벌 브랜드는 많은데 왜 아시아 글로벌 브랜드는 거의 없는가 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죠.
동서양 기업의 브랜드 전략에서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무엇입니까.
서양 기업들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향한(Top-down)’ 브랜드 경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기업의 CEO와 경영진의 리더십 아래, 전사적으로 기업의 모든 부분들이 브랜드 비전 및 브랜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과 투자가 실행되는 것이죠. 이는 브랜드만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기업 운영의 중심축으로 간주하고, 모든 조직과 직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브랜드가 의미하는 약속을 이행하고 브랜드 가치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경영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많은 포럼에 참가하면서 아시아 기업의 중간 관리자들로부터 자기 회사의 CEO에게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았습니다. 그만큼 아시아 기업의 CEO 및 경영진들의 브랜드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서양 기업들은 마케팅 최고책임자(CMO)들이 경영진의 핵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들은 기업 CEO와 경영진이 브랜드를 이해하고 브랜드 중심의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기업의 핵심 역량들이 브랜드와 어떻게 연결돼야 할지를 파악하고 브랜드 전략을 기획합니다. 이처럼 기업의 핵심 역량들이 브랜드에 대한 방향성, 문제점 등을 자세히 파악함으로써 브랜드 전략 실행도 유기성이 보다 강화됩니다. 삼성, 도요타, HSBC 등의 기업들은 아시아 기업들 중에서 현재 마케팅 역량을 잘 활용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브랜드 전략 실행에 있어 부족한 점이 있다면 지적해 주십시오.

이제까지 아시아 기업들은 생산방식(OEM) 및 기술 분야에 있어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경영진 역시 생산 및 기술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에는 많은 투자를 해온 반면 마케팅 분야에는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엔지니어 인력을 확보하는 것만큼 마케팅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아시아 기업의 강점인 생산력, 기술력으로 성장해왔다면, 이제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 및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파악해 브랜드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생활에 파고들 수 있는지를 다루는 마케팅 전략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소비자의 정서, 성격 및 제품 구입 시, 소비자 행동 등을 분석해 그들의 니즈를 보다 더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죠. MP3P 제품에 있어 애플의 아이팟과 싱가포르 기업의 마이크로를 예로 들어보죠. 마이크로는 기능 면에 초점을 맞춘 반면, 애플의 아이팟은 소비자들의 여러 다양한 니즈를 분석해 하나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 결과 아이팟은 현대 사회와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아이콘이 되는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중국 등 아시아 기업들은 대량 생산 부문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자본 투자의 초점을 수익 극대화에 맞추지 못했던 것이죠. 한국 역시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쳐서야 서서히 브랜드에 대한 자본 투자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고려할 때 브랜드에 대한 자본 투자는 곧 글로벌화를 의미합니다.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마케팅 인력의 변화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현재 아시아 기업들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경험을 한 젊은 인력을 투입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경영대학원 등에서 여러 젊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과 행동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활용해 패러다임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시아의 기업들도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도요타와 소니라는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켰습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인도는 서비스 및 IT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한국은 삼성, LG, 현대 등 글로벌 브랜드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탁월한 기술, 혁신 역량, 인프라 구축, 경영 능력, 높은 교육수준 등을 갖추고 있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포지션을 가질만한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 기업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면서 느꼈던 것은, 기업 경영진들의 브랜드에 대한 가치관 정립이 진보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가장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한국의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 브랜드와 국가 브랜드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습니까.
기업 브랜드와 국가 브랜드는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밀라노는 패션을 떠올리게 하고, 미국은 할리우드,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영화, 만화, IT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처럼 제품 분야의 브랜드가 국가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15년 전만 해도, 소비자들은 한국산 제품의 품질에 의문을 가지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지만 삼성이라는 기업이 등장하면서는 달라졌습니다. 삼성 휴대전화가 디자인 및 품질 면에서 다른 국가의 브랜드들보다 높은 경쟁력을 보여주었고 이로 인해 한국산 제품은 전반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신뢰를 얻게 됐습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한국이 디자인과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음을 동시에 알려주는 수단이 된 거죠.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 프랑스 파리의 와인과 치즈, 덴마크의 우유 제품 등이 강한 연관을 맺고 있듯이, 한국 또한 한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만의 높은 기술 경쟁력, 튼튼한 내부구조, 혁신을 통해 한국의 국가 브랜드도 강력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면,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싱가포르 국가 브랜드 가치를 20% 이상 상승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안정된 제도 및 생활로 대표되는 싱가포르의 국가 브랜드 역시 기업 브랜드 및 경제적 측면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저는 싱가포르 에어라인이 국가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킨 것처럼, 한국의 대표적인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아시아 최대의 항공사로 또는 전 세계 3~4위 항공사로 성장한다면 국가 브랜드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항공사는 날아다니는 국가의 얼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항공사 운영에는 막대한 비용이나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어떤 국가에 대한 최초의 경험이 될 수 있는 만큼 국가 입장에서는 항공사 브랜드의 전략적인 육성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기업과 정부의 상호의존성을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한국 기업과 정부는 글로벌 브랜드 육성 전략에 함께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한국 국가 브랜드가 기업 브랜드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아시아 브랜드들 중에서도 특히 한국이라는 브랜드는 다이아몬드 원석과도 같습니다. 주변 국가들은 한국 역사를 알기 때문에 표면적인 정보를 알 수 있지만,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이라는 그림 자체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구체적인 정보가 알려지지 않아 어떤 확고한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더 많은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 시장 내에서 한류는 기대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한국 가요, 드라마 수출이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서히 한국 브랜드를 정착시킬 수 있는 범위를 넓혀가야 합니다. 제 판단으로는 한국 경제와 문화의 역동성, 제주도 및 스키 리조트 등의 관광 산업 그리고 수천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고유한 문화적 흐름 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국가 브랜드 자체는 단순히 하나의 것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복합적인 수단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이죠. 그래서 향후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팬택을 브랜드 전략 성공 사례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워크아웃으로 존립을 걱정해야 할 만큼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브랜드는 경영의 전부가 아닙니다. 다른 경영 요소들의 뒷받침이 부족할 때 기업은 재정적인 위기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팬택도 그런 케이스라고 봅니다. 다만 OEM 방식의 소규모 휴대전화 업체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발전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은 글로벌 시장으로 향한 가치관과 비전 전달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다는 증거죠. 하지만 브랜드 관리 이외에 물류, 판매 등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브랜드뿐 아니라 여러 경영 요소에 다차원적으로 브랜드 비전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가져다 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겁니다.
강력한 아시아 브랜드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로 가족 경영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국 기업 대부분이 가족 경영인데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합니까.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 반얀트리의 경우, 가족 경영에서 나올 수 있는 이점들을 잘 활용해 효과를 얻었습니다. 가족 경영, 친족 경영은 활용하면 좋은 측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 가족 경영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여러 아이디어들이 기업 경영에 빠르게 반영된다는 등의 장점이 있지만 변화, 혁신, 전문화 측면에 있어서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희 삼성 회장은 휴대전화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선포와 함께 브랜드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기업을 변화시켜 나갔습니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은 올바른 결정을 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혁신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합니다. 가족 경영의 이점과 한계점을 투명하게 파악해 경영 개선에 보다 힘을 실어주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브랜드는 역시 삼성입니다. 그러나 한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삼성은 한국 내에서는 가장 강력한 기업이긴 하지만 세계시장에 있어서는 아직도 신생 브랜드입니다. 삼성은 기업의 혁신적인 측면과 가격 대비 높은 품질, 젊은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세계시장에서 우상과 같은 브랜드(Iconic brand)는 아닙니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 개성이 필요합니다. 아직 젊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감성 등 개성적 측면에 있어 정착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앞으로는 브랜드 자체에서 나올 수 있는 감성적인 이미지를 키워 소비자들의 정서적인 생활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향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한국 기업 브랜드가 있다면 어느 기업입니까.
삼성, 현대자동차, LG는 지금도 글로벌 기업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 뒤를 잇는 글로벌 브랜드 주자로 저는 CJ와 아모레퍼시픽을 꼽고 싶습니다. 이 두 기업은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장점과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CJ는 대기업으로서 제품 품질과 R&D 역량, 경영 방식, 서비스 품질 등에서 탁월한 수준으로 성장해 있습니다. 또한 코스메틱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제주도 녹차 등 자신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문화를 전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거죠. 그러나 과제는 경영자의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가치관의 뒷받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