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시장 여건 조성을 통한 금리 인하 바람직”
정치권, “대부업법 개정, 이자제한법과 동조해야”

지난 3월2일 이자제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연 40%가 넘는 이자를 무효로 규정해 대출자가 고리로 돈을 빌렸다고 하더라도 40%까지만 이자를 줘도 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고금리로 인한 서민의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의 이 법은 폐지된 지 8년 만에 다시 부활된 것이다. 이자제한법의 그간 운명은 기구하고 극적이다. 이자제한법은 본래 고 박정희 대통령이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경제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1962년 금융기관과 개인, 개인과 개인 간 금전 거래 때, 약정하는 최고 이자율을 제한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로 탄생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금리시대였던 1998년 1월, 국제통화기금(IMF) 측의 요구로 폐지됐다. 그런 법률이 2000년 이후 국내 금융환경이 카드대란 등으로 다시 악화된 다음 실물경제에서 고금리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면서 정치권의 요구로 다시 부활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 이외에 이번 법안에는 40% 이상의 이자를 지급했을 경우에도 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법 시행 전(오는 6월 이후 시행될 예정)에 이미 이뤄진 대차 관계에 대해서도 시행일 이후부터 이자율을 다시 산출, 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 됐고, 그간 논란이 돼 온 유흥업 종사 여성에 대한 ‘선불금’ 피해 등도 구제 대상에 포함됐다. 고금리 피해자에게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의미가 있다.
이번 법안 통과의 정당성에 대해 제안자인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은 “헌법 제119조에 ‘국가는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음에도 현재까지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은 사금융 시장의 살인적 고금리를 감수해야 했다”며 “지금과 같은 사금융 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이자제한법이 통과된 것이 늦었지만 다행스럽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에 부활한 이자제한법의 규제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간단하게는 사인 간 거래 및 미등록 대부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등록 대부 업체와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도권 금융기관은 지난 2002년 8월 제정된 대부업법(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의 66% 이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자제한법 적용에서 제외된다.
재정경제부 김석동 제 1차관은 지난 3월초 개정 법안 통과 이후 “새로운 이자제한법 적용 대상에 금융기관과 등록 대부업자는 적용이 배제돼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도 제한적”이라며 “앞으로 서민들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무등록 사채업자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명목상으로는 대부업법에 규정된 등록 대부 업체에는 준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 인한 처벌 조항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대부업법의 이자율 상한인 66%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과 함께 대부업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계류 중인 대부업법 개정안은 모두 4건이다. 지난 2005년 6월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대표발의, 2005년 10월 당시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 대표발의, 2006년 1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대표발의, 2006년 엄호성 의원 대표발의 법안 등이 그것이다. 그중 이혜훈 의원 발의안과 심상정 의원 발의안이 각각 대부업의 이자율을 각각 30%, 40%로 제한하자는 내용이라 대부 업계의 생존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표1).

현행 대부업법상 이자율 제한은 70%이며, 실제 한계 이자율은 시행령상 66%로 규제되고 있다. 이 같은 이자율의 ‘혜택’ 때문에 음지에 있던 대부 업체들이 등록 대부 업체로 전환, 최근까지 꾸준히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자제한법의 부활과 이를 기화로 한 대부업법의 동조 개정이 조기에 실현된다면 등록 대부 업체들의 입지가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대부 업체들이 다시금 음성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부 업계의 항변이다.
대부 업체들이 모여 재정경제부 산하 등록 이익단체로 절차가 진행 중인 한국소비자금융협회 이재선 사무국장은 “현재 등록 대부 업체도 대부업법상 이자 상한선인 66% 이상 금리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설령 고금리를 받더라도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단속되는 사례가 드물다”고 말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30~40%로 이자율을 제한하는 법개정안은 무리라는 것이다. 지난 2월 협회 회장으로 추대된 양석승 회장도 “법률적으로 대부 업계의 이자율을 제한한다는 것은 등록 대부 업계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시장의 논리에 입각해서 대부 업체들 스스로 이율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고금리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를 강조한다. 이혜훈 의원은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2004년 협박 및 폭언, 제 3자에게 부당한 채무 변제 요구 등의 부당채권추심 행위로 ‘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총 386건이 접수됐다”며 “이 같은 업계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대부업법상 이자율을 제한함과 아울러 채권추심에서 드러난 각종 비인간적 행위에 대해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심상정 의원도 “법의 목적이 금융 이용자 보호와 국민생활 안정에 있는 만큼 그 목정을 새롭게 천명해야 한다”며 “이자제한법과 맞춰 대부업법상 이자율도 40%로 제한하고, 미등록 대부 업체들의 이자율도 25% 이내로 제한해야 마땅하다”고 맞서고 있다.
그럼 현재 대부 업계의 실태와 규모는 어떤가. 한마디로 ‘소경이 코끼리 더듬기’가 맞다. 애당초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에 10만원을 내고 등록만 하면 대부 업체로서 활동할 수 있게 만든 법률적 요건이 원인이다. 이들 업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시·군·구는 물론 행정자치부의 체계적인 관리와 감독이 부실할 수밖에 없었고 금융당국도 이에 대해 법률적으로 행정자치부와 재정경제부, 금감원 사이에 ‘NIMBY(Not in my back yard)'식으로 서로의 책임을 떠넘겼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대부 업계의 실체와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금감원이 대부 업체의 수를 집계한 게 고작이다(표2).

이 표에 나타난 사항을 분석해 보면, 등록 대부 업체의 수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 그간 음성적으로 이뤄진 사금융이 제도권으로 편입돼 왔다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성과를 가늠해 볼 수 있다. 2002년 대부업법이 시행된 이후 2005년 개정 대부업법의 시행으로 불법 업체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되고 대부 업체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등록 업체 의 등록 취소가 누적 등록 업체 수의 절반에 가까운 48%라는 점을 보면 양성화했던 대부 업체들이 다시 음성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미뤄 볼 수 있다. 게다가 현재 3만에서 4만 개의 소형 대부 업체가 제도권 밖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성이 있어 지금까지 양성화 성과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대부업은 크게 1) 기업 대상 어음할인 또는 담보대출 2) 건설 시행사 등에 대한 지분 투자 및 단기 금융 3) 자동차 등 비부동산 물건을 담보로 한 대출 4)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저신용 계층에 대한 후순위 부동산 담보대출 5) 소액신용대출 등 스펙이 다양하다. 대부업법상 주로 문제되는 것은 3), 4), 5)의 경우이며 특히 4)와 5)이 문제가 많다. 이처럼 대부 업계의 주된 대상인 저신용 계층에 대한 소액 대부 시장의 규모는 대형 대부 업체를 중심으로 한 협회에 따르면 1조3000억원대로 추산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세금 문제 등으로 인한 허위 자료, 음성 업체의 존재 등을 감안했을 경우 최소한 10조원 이상일 것이라는 게 금융학자들의 추론이다.
현재 등록 대부 업계가 신장세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문제는 업계 내부의 양극화 현상과 그로 인한 음성적 대부 업체로의 회귀가 그것이다. 일본과 미국, 유럽 계통의 외국계 대형 업체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큰 규모로 수익을 내고 있는 반면 중소형 업체는 자금 조달부터 경쟁력이 없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분석한 내용을 보면, 대부 업체 중 외부감사 대상(자산 규모 70억원 이상)은 2005년 말 현재 14개 업체였다. 토종 업체가 2개, 일본계가 12개로써 이들 업체는 흑자를 기록했다. 2004년에 이자 수익의 하락과 대손상각비율로 489억원의 적자에서 당해년도 130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 규모, 성장성, 비용효율 면에서 일본계 대부 업체가 토종 대부 업체를 압도했다. 업체당 대부 규모는 내국계 대형 업체가 202억원으로 일본계(688억원)의 30%에 불과했고, 성장성을 보여주는 대부 증가율은 17.6%로 일본계(30.8%)의 절반을 조금 웃돌았다. 특히 수익 능력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이자수익비율(이자수익/대부잔액)은 국내 업체가 23.9%로 일본계(33.3%)를 크게 하회했다. 반면 채무자에게 돈을 떼이는 비율인 대손상각비율은 국내 업체 7.7%에 비해 일본계 대부 업체는 3.8%에 불과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 은행연구팀 정길영 차장은 “국내 대부 업체들은 자금 조달부터 리스크 관리 능력이 대형 외국계 업체에 비해 떨어진다”며 “등록 대부 업체 본연의 기능인 소액신용대부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부 업체의 영업 범위를 명확히 하고 경영 투명성 제고, 대형화 등을 통해 제도권 편입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진단에 앞서 대부 업계의 이자제한법 도입은 물론 대부업법 개정 논의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실을 무시한 처사이며 현재 대부 업계의 문제는 저신용 대출자들의 만성 수요 초과 상황에서 정부 당국이나 정치권에서 시장의 논리에 어긋나는 정책을 만든다는 것이다. 대부업이라는 엄연한 실물 시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념화, 제도화해서 이자율을 제한한다든지 업종의 다양화를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자제한법과 거기서 비롯된 대부업법 개정안을 놓고 정치권의 입장과 업계 사이에는 평행선이 놓여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절충점은 없을까. 있기는 하다. 그것이 지난 2월 선임된 신임 양 회장의 초기 스탠스였다.
양 회장은 취임과 함께 “대부 업계의 이자율을 50%까지 내릴 것”이라며 “대형사를 중심으로 선도적으로 대부 업체의 이율을 조정해 나간다면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이자제한법 통과와 함께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 대부업법 개정 논의에 대한 방어적인 자세로 보인다. 재정경제부가 이자율제한법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견지했다가 정치권의 압박으로 떠밀려 간 현실에 대해 자칫 대부업법 개정안에까지 그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인 듯했다.
금융권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서민금융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움직임에 따라 대부 업계에 대한 개선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크게 대별하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 업계의 제도화, 활성화가 큰 줄기다. 그러나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 대부업 시장의 활성화가 대부 시장의 과도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게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대부업을 적정 수준까지 키우되 그에 대한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와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의 정찬우 박사는 “제도권 금융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저신용 평가자들을 대상으로 저축은행을 제외한, 서민금융기관들을 통괄한 중앙회 조직을 통해 소액신용대출을 위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며 “현재 실물경제 상황에서 대부 업계의 이자율을 크게 낮추게 된다면 양성화해 가는 대부 업체들을 다시 음성화의 길로 내몰 수 있으므로 금리 상한을 하향 조정하기보다는 금리 상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은행 조사국 금융산업팀 최인방 과장은 “대부업이 진정한 서민금융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총괄 전문 감리 감독 체제 강화 ▲등록 대부 업체로 유인할 수 있는 자금 조달 여건 개선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할 수 있는 신용정보 시스템의 구축 ▲금리 상한의 점진적 인하 등이 과제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대부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리 상한의 점진적 인하가 정치권과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 당국 간에는 어느 정도 합의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예를 들어 미국은 주별로 금리 상한을 규제하고 있으며 뉴욕주의 경우 주형법상 연25%, 주은행법상 연 16%로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표3).
한국은행은 하다못해 최근 불거지고 있는 대부 업체의 대부 한도도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 한도가 일본의 경우 대부 금액 50만엔 또는 연수입의 10% 상당, 미국의 경우 뉴욕주를 기준으로 봤을 때 개인은 2만5000달러, 기업은 5만달러로 명백히 규정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과잉 대부 금지’라고 하고 구체적 기준이 없어 소액 대부자들을 한정하고 사실상 과잉 대부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과 이를 통해 이자제한법의 도입 이후 대부업법상 이자 상한율을 하향 조정한다는 문제가 어느 정도 가시화하자 대부 업계는 최근 다시 입장을 강경하게 바꿨다. 이전에 양 회장이 언급한 내용을 접고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자제한법 통과와 함께 대부업법의 이자 상한율인 66%를 낮출 수는 없다는 논리적 근거를 처절하게 찾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등록 대부 업체들은 부실율이 큰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어 대부 업체 자체의 비용 구조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 ‘폭리’라는 주장은 맞지 않으며, 그에 근거한 이자제한율의 하향 조정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대부 업체가 제공한 보고서인 ‘대부 업계 주요 이슈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서 협회는 “대부업 고객의 80%가 제도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저신용자이며 이들의 부실율은 은행권 고객보다 5배 이상 높을 뿐만 아니라 등록 대부 업체의 평균 자금 조달 비용이 21%, 평균 대손상각율이 21.2%, 그 외에 인건비, 광고비 등을 합하면 원가는 최소한 연이율의 60% 이상”이라며 “현재 이자율 제한이 66%인 상황에서도 중대형 대부 업체 이외에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고 이 때문에 소형 대부 업체들의 등록률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논거를 펼쳤다.
특히 대부 업계는 이번 이자제한법 통과와 함께 불거지고 있는 대부업법 개정안의 처리에 대해 일부 저축은행과 캐피털 업체에까지 화살을 돌리고 있다.
대부업협회의 양 회장은 최근 “금리는 자금의 긴박성, 소액신용대출이라는 점을 함께 봐야한다”며 “더 큰 문제는 대부 업체들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조달하면서도 신용대출에 대해 50% 이상의 금리를 매기는 일부 상호저축은행”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협회는 자체적으로 “현대캐피탈 등은 50%의 고율에 신용대출을 일으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체 금리까지 합치면 60%를 상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왜 등록 대부 업체에게만 이자율의 ‘멍에’를 씌우려 하느냐는 얘기다.
이처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은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처럼 정치권이나 정책 당국에게 끊임없이 고민을 던진다. 주택법 개정안이 실물경제에 위배된다는 업계의 항변에 표류하는 것과 유사한 형국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특히 대선주자임을 선포한 민노당 심상정 의원 측의 강경한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는다. 이자제한법안도 냈으며 대부업법까지 손질해 서민금융의 폐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
심 의원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은행이 외면하는 서민인 ‘제도금융 배제자’가 52만 명이나 늘었으며 총 숫자는 564만 명에 달한다”며 “이는 양극화의 단초가 되고 있기 때문에 생계와 관련된 고리대금의 고리를 끊기 위해 이자제한법의 개정과 함께 대부업법상의 이자 상한율 또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말을 아낀다. “사실상 실물경제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지만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대부업법 개정의 당위성을 역설할 경우 올해 ‘선거와 정치의 해’에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금감원 또한 “대부 업계의 총체적인 관리와 감독은 엄청난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며 “현재 등록 관청인 행정차치부와의 부처 간 논의는 물론 정치권의 움직임을 먼저 살펴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앞서 언급한 금융연구원 정찬우 박사도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대부 업계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일말의 인위적인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견해를 표시한다. 정 박사는 “대부 업체 이외의 서민금융기관을 통한 소액신용대출이 활성화하면 대부 업체의 고금리 부과로 인한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이므로 금리 상한의 하향 조정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결국 가격 변수인 금리를 직접적으로 동시에 선도적으로 조정한다는 의미에서 반시장적이며 법의 준수 여부와는 관계없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박사는 “가령 이자가 40%나 그보다 더 낮게 제한되고 이 규정이 완벽하게 지켜진다고 가정 할 때, 그간 신용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40% 이상의 고금리로 피해를 본 사람은 이자제한법이나 개정 대부업법으로 혜택을 입을 것”이나 “자신의 신용도가 낮아 금리 상한 이상의 금리를 적용 받아야 하는 사람은 급전이 필요해도 조달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논리다.
이처럼 첨예한 시장과 정치적 입장의 충돌로 인해 언론계의 보도 내용도 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실물경제를 중시하는 경제지에서는 개정 이자제한법의 실효성은 물론 대부업법 개정안에 조심스러운 접근을 보이고 있는 반면 서민 위주의 논지를 보이는 중앙일간지에서는 소비자의 피해 구제를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위와 현실적 논리의 갈등이 더욱 확대 재생산돼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우리당 대변인인 서혜석 의원(정무위)이 금감원에 대부 업계의 자료를 요구했으나 회신 내용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을 뭉뚱그려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의원실 관계자는 관계 당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부업자에 대한 감독 권한은 관할 시·도에, 법령 개정 관련 권한은 재정경제부에 있음”이라는 것과 함께 “대부 업체 등록 현황을 제외한 대부업 관련 현황 자료는 보유하고 있지 않음”이라는 답이 전부였다고 아쉬워했다.
대부업법이 2002년에 시행되고 그간 개정된 지 오래인데도 불구하고 최소한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얘기는 애초에 대부업법 자체를 부실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 개정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없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그것은 아마도 정치인과 관계 당국은 물론 언론, 사회단체 등 모든 구성원의 몫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금감원의 회신 중 “현재 ‘대부업유관기관협의회’의 총괄 하에 행정자치부, 금감위와 금감원 및 지자체가 공동으로 대부업 실태 조사를 추진 중”이며 “당초 3월말 결과 보고를 계획했으나 대부 업체의 자료 제출 지연, 연락 두절 등으로 늦어지고 있음(4월 말 결과 도출 예상)”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4월말 이후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다음 새로운 논쟁의 불씨가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어쨌든 이같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여러 가지 장애 요소를 지닌 대부업법에 있어서 이번 개정이 논의될 이자율 축소 문제는, 대부 업계의 향후 진로를 가를 ‘치명적’이거나 ‘중차대한’ 법안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