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회사 프로그래머인 최 과장(35)이 미래에셋증권 지점을 찾은 때는 작년 3월경이다.  두 살 된 자녀에다 둘째 계획도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하다 싶어서였다. 아내와 맞벌이로 월평균 소득은 500만원 정도였지만 의외로 씀씀이가 크고 특히 빚이 있어서인지 모아놓은 종자돈은 별로 없었다. 결혼 전 은행에 묵혀둔 4000만원과 아내가 2년간 적립식 투자 후 얼마 전 돌려받은 2000만원을 합한 6000만원이 금융자산의 전부였다. 물론 전세 보증금 1억원이 있었지만, 그 중 2000만원은 6% 금리의 대출금이었다.

최 과장에게 제시한 포트폴리오는 다음과 같다. 은행 빚 2000만원은 우선 상환하고, 남은 돈 4000만원을 목돈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최 과장이 30대이며, 월소득 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인 점을 감안해 공격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안했다. 적립식으로 운용되던 2000만원 부분은 국내 주식형에 거치식으로 투자하되, 나머지 2000만원은 당시 가장 관심이 높았던 중국과 인도 펀드에 각각 1000만원씩 나누어 투자할 것을 권했다. 3월말 받은 보너스 1000만원은 확정수익형의 금융공학펀드에 가입했다.

1년이 지난 현재 전체 수익률은 14.06%로 당초 계획했던 10.26%를 상회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부진했지만 중국과 인도 펀드의 수익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최 과장은 처음부터 해외펀드에 올인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토로했지만, 한 해만 보고 자산관리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분산투자를 하더라도 대개의 경우 수익이 저조한 펀드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마련인데, 그것보다는 나에게 적합한 펀드였는지의 여부가 장기적으로 보면 더 중요하다. 따라서 단순히 중국이 좋으니까 더 해보자는 식이 아니라, 불어난 원금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로 관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자산관리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시장 변화 속 불어난 원금을 사수하라

아무튼 최 과장의 경우 최근 고점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해외펀드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는가 하는 것과,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가 관건이다. 이에 네 가지 관점에서 자산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CMA통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인 CMA는 연 4.4%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지급한다. 입출금과 펀드투자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부부의 월 급여 500만원을 CMA통장으로 이체하도록 하고 매달 300만원 가량을 모아가는 전략을 세웠다.

두 번째는, 올해 3월말에 받은 성과급 1000만원을 아시아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도록 했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펀드의 경우 해외 유망한 지역의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여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추구한다. 기존 채권이나 주식과 비교하여 낮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배당수익도 가능하다. 세 번째는 해외펀드 투자 지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난 한 해 수익이 많았던 중국 펀드를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인덱스 펀드로 교체하는 전략이다. 갈아타기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최근 중국이 과잉 유동성이 가져올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긴축 의지를 내비치는 등 경계감은 단기적으로 높다고 봐야 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최근 금리를 연 0.5% 수준으로 인상한 바 있는데,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되고 있다. 글로벌인덱스펀드가 중국이나 인도, 베트남 등의 이머징마켓처럼 고수익-고위험 구조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 결정이다. 해외투자펀드는 비과세 예정이니만큼 기존 세 부담만큼 기대수익은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끝으로, 어린이펀드 가입을 권했다. 자녀 명의로 펀드를 개설해 두 자녀에게 매달 30만원씩 총 60만원을 투자하도록 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어린이펀드가 일반화 돼 있는데,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금융환경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고, 성인이 되어서는 합리적인 소비생활은 물론 학자금이나 사회 진출 시 종자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자녀 명의로 펀드를 개설해 줄 경우 10년 단위로 1500만원, 20세 이후에는 3000만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된다.

이렇게 해놓고 보니 최 과장의 포트폴리오는 지난해보다 한결 구체적이고 세련되게 변했다. 기대수익률은 낮아졌지만, CMA를 통한 급여의 효율적 운용, 그리고 국내외 분산투자를 통한 위험의 감소, 여기에 자녀 금융교육과 목돈마련을 위한 발판까지 구체적으로 마련된 셈이다. 최 과장은 포트폴리오 성과에 따라 앞으로는 DLS(파생결합증권) 등 보다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