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를 대표하는 쟁쟁한 특급 호텔들이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본격적인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각 호텔들은 기존 레저 · 관광 수요와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비즈니스센터나 EFL(Executive Floor Lounge)을 대대적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코노미플러스>는 롯데호텔 서울과 잠실, 그랜드 하얏트, 신라호텔들이 확보한 비즈니스 시설들 가운데 부문별 베스트 스페이스를 정해봤다.

Best of Best

롯데호텔 서울 신관 14층 로비


롯데호텔 서울은 신관을 비즈니스호텔로 특화하기 위해 아예 로비를 14층으로 이전했다. 비즈니스맨들에게 조용하고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신관 로비는 특급 호텔치고는 450평 규모로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미팅룸이나 개인용 PC를 구석구석 마련해 놓아서, 이곳저곳 찾아다닐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특히 이곳은 체크인, 체크아웃을 프런트에서 해야 했던 것과는 달리, 라운지에서 다과를 즐기면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오는 이동식 리셉션 서비스가 특징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도서관을 콘셉트로 잡았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다.

사진은 로비 내에 있는 티 라운지 ‘살롱 드 떼’로 30여 종의 홍차와 허브티가 준비되어 있어, 자유롭게 간단한 회의나 담소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서는 아침 일찍 체크아웃 하는 투숙객들을 위해 빵과 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얼리 버드’ 서비스도 제공한다.

Best 미팅룸

그랜드 하얏트 비즈니스센터 미팅룸


8차에 걸친 길고 지루한 한·미 FTA 협상은 이곳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취재차 그랜드 하얏트 비즈니스센터를 찾은 바로 전날의 일이다.

그랜드 하얏트 비즈니스 & 미팅센터는 전형적인 회의실 세팅인 ‘보드룸’ 형식과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라운지’ 형식의 룸이 적절하게 구성되어 다양한 회의 형태를 진행할 수 있다. 각 미팅룸에는 전자 칠판, LCD 프로젝터, PDP의 기능을 한데 모은 신기술인 월 디스플레이(Wall Display)와 DVD, 최첨단 오디오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사진은 전체 10개의 회의실 중 가장 큰 회의실이다. 24평의 넉넉한 공간에 16명이 앉을 수 있는 공식적인 보드룸 형식의 테이블과 리셉션이 가능한 라운지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하얏트 관계자는 “이웃한 회의실과 연결할 수 있어 회의 도중 분임토의 등 다양한 스타일의 비즈니스 미팅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FTA 협상에서도 ‘회의 도중 분임토의’가 이뤄졌을까.

BEST 로비

그랜드 하얏트 비즈니스 & 미팅센터 로비와 신라호텔 ECC로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하얏트의 비즈니스 & 미팅센터 로비는 국제적 체인망을 갖춘 호텔답게 ‘쿨’하고 ‘샤프’한 분위기였으며, 신라호텔은 토종호텔답게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붉은 오크목과 밝은 대리석으로 마감한 하얏트는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존 모포드가 디자인 했다. 2개 국어 이상을 구사하는 상주 직원이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통·번역 서비스는 물론 각종 예약과 확인 등을 서비스해주고 있다. 사진에서 보듯 입구에 들어서면 책장의 책들이 고객을 맞아 ‘아 여기가 비즈니스센터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잘 나타나진 않았지만 여러 호텔의 비즈니스센터 로비 중 가장 널찍해 쾌적하다.

신라호텔은 비즈니스센터를 ECC(Executive Conference Center)라 부른다. 작년 리노베이션 후 보다 차별화하고 품격 있는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로비는 좀 좁은 편이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리셉션 데스크가 있어 직원에게 말 붙이기 편하다.

 BEST PC룸 & 소회의실
BEST PC룸 & 소회의실



신라호텔 ECC PC룸과 미팅룸

신라호텔의 PC룸은 사진 상으로만 봐도 꽤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각 이용자별로 독립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중요하고 비밀스러운 업무 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사진으론 잘 보이지 않지만 유리로 된 미닫이문도 마련되어 있다. 키보드도 영어, 한국어, 중국어, 일어까지 갖추고 있으며 개별적으로 프린터 사용도 가능하다. 전화기도 물론이며 한쪽 끝엔 2인실도 마련해 놨다. 노트북 사용자를 위해 컴퓨터 외 별도의 랜 케이블도 마련했다.

‘고풍스럽다’는 표현이 걸맞은 신라호텔의 아늑한 소회의실은 더 부드럽고 편한 비즈니스가 가능하게 만들어 줄 듯했다. 또 비즈니스센터라는 딱딱한 인상을 지우기 위해선지 로비는 물론 미팅룸 모두에도 그림이 한 폭씩 걸려있다. 담당자는 “이건희 회장이 관심이 많아 리노베이션을 마친 후 이곳을 직접 찾아와 둘러봤다”며 “그림은 홍라희 관장의 리움미술관에서 협조 받았다”고 귀띔했다. 그림들의 가격은 “알 수는 없지만 꽤 비싸지 않을까”라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BEST EFL

롯데호텔 잠실 EFL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 호텔들은 귀빈이나 글로벌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층을 따로 두고 있다. 롯데호텔은 이를 EF(Executive Floor)라 부른다. 독립적이고 비즈니스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EF엔 여기엔 머무는 고객을 위해 층별로 간단한 미팅을 갖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라운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EFL(Execu-tive Floor Lounge)이 바로 그것.

지난 2월 리노베이션을 마친 롯데호텔 잠실의 EFL엔 빔 프로젝터와 초대형 전동 스크린, 첨단 IT시설을 갖춘 2개의 회의실과 PC 등이 갖춰져 있다. 일반 고객들이 이용하는 비즈니스센터와는 별도로 말이다. 특히 매일 시간대별로 3가지의 식음료를 ‘무료’로 서비스한다.

사실 ‘귀빈층’이라곤 하지만 가격은 10% 정도 비싸다. 3~4만원정도만 더 내면 ‘귀빈’ 대접을 받으며 EFL에서 각종 시설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고, 음료와 샌드위치를 하루 종일 ‘배터지게’ 먹을 수 있다.

BEST 스모크 라운지

롯데호텔 잠실


퀴퀴한 ‘흡연실’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의 비즈니스맨과 VIP들이 폼 나게 라이터를 켜는 ‘스모크 라운지’다. 사진에서 보듯 롯데호텔 잠실 EFL 스모크 라운지는 설명이 없다면 전혀 ‘흡연실’이라 생각할 수 없다. 책장엔 책들이 꽂혀 있고 푹신한 소파와 라운드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고급 오디오 시스템과 PDP TV도 놓여있다.

안에 들어서자 가슴이 시원하다. 담배연기를 줄이기 위해 곳곳의 공기정화기가 풀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애연가라면 눈총 받지 않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동료와 함께 일부러 찾아와 볼만도 하다. 담당자는 “롯데호텔 잠실 고객 중 일본인이 꽤 많다”며 “그들 중 애연가가 많아 스모크 라운지를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꾸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