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과장은 최근 각각 1000만원씩 불입한 국내외 주식형 펀드와 월 100만원씩 불입 중이던 펀드를 환매했다. 다행히 펀드 가입 후 글로벌 증시의 상승으로 해외펀드는 40%대의 수익을, 국내펀드도 20%의 수익을 냈지만, 생각보다 훨씬 적은 돈이 통장에 입금됐다. 세금을 제하더라도 너무 많은 액수가 빠져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펀드의 유용함은 기본적으로 은행 이자보다 더 높은 기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은행이 망할 경우 원리금 5000만원 한도에서 예금자 보호를 받지만 펀드의 경우 판매사가 망하면 운용사가, 운용사가 망하면 보관사가 원리금 모두를 보상한다는데 있다. 보관사는 국민은행 같은 굴지의 은행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내가 투자한 펀드 자금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 과장과 같은 많은 투자자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수수료와 보수를 합한 ‘펀드 비용’이다. 펀드 비용은 보수와 수수료로 나뉘는데 ‘보수’는 일정 기간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펀드에서 매일매일 차감되는 것이며, 수수료는 투자자가 1회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이다. 보수는 펀드 판매사에서 가져가는 비용인 판매보수와 운용사에서 가져가는 운용보수, 이 밖에도 수탁보수와 일반보수로 나눠지는데, 약관에 따라 연간 적용 보수율을 적용받게 된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주식형 펀드의 평균 총보수·비용 비율은 2.44%이고, 혼합주식형 펀드는 1.97%, 채권형 펀드는 0.52%이다.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최고 3%대에서 최저 0.2%대까지 차이가 난다. 고작 1~3% 차이인데 크게 다를 게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펀드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률을 좀먹는 부담이 된다. 선취 수수료는 가입 시 원금의 0.5~1% 정도를 1회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보수의 경우 문제가 다르다. 보수의 경우 원금이 아니라 펀드 평가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것이다. 즉 돈이 돈을 벌어주는 ‘복리의 마법’이 펀드 비용에 있어서는 거꾸로 적용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취 수수료가 0.5%, 보수는 1%인 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고 하자. 일단 선취 수수료로 1000만원의 0.5%인 50만원이 부과된다. 선취수수료는 한 번만 내면 되므로, 그 뒤로는 신경 쓸 일이 없다. 이후에는 보수 1%를 365일로 나눈 0.0027%의 금액을 매일 차감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원금 1000만원에 대해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 평가 금액에 따라 계산하기 때문에 펀드가 수익률을 올려 평가 금액이 커지면 보수 역시 덩달아 올라가게 된다.
또 3000만원을 각각 펀드 비용이 1%인 펀드와 2%인 펀드에 투자한다고 가정하자. 똑같이 연 10%의 수익을 올렸다고 쳤을 때, 비용별 총 금액은 얼마나 차이 날까.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년차에는 펀드 비용이 1%일 때 3267만원, 2%일 때 3234만원으로 33만원의 차이가 난다. 수익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늘어 3년이 되면 116만원이 되고, 5년을 투자한다고 했을 경우 227만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기간에 같은 수익을 올렸는데도, 펀드 비용에 따라 이 정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적립식 펀드의 경우 매달 일정액을 적립하므로 이 역시 보수를 올리게 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인덱스펀드와 인터넷전용펀드 주목
펀드 비용이 낮은 대표적인 것으로 인덱스펀드와 인터넷전용펀드를 들 수 있다. 인덱스펀드는 대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KOSPI200 등의 주가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펀드다. 펀드 운용 능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으며, 포트폴리오 교체도 많지 않아 펀드 비용이 저렴하다. 주식형 펀드의 평균 비용이 2.4%인데 비해 인덱스펀드는 1% 안팎에 불과하다. 수익률 역시 나쁘지 않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반 주식 성장형 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인덱스펀드의 한 종류인 상장지수펀드(ETF)는 일반적인 인덱스펀드보다도 비용이 더욱 저렴하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일반적인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펀드로, 비용은 0.3~0.6%선이다.
인터넷전용펀드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되기 때문에, 펀드 비용 중 특히 판매 보수가 적다. 인터넷전용펀드의 비용은 0.7~0.9% 정도.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뱅킹과 증권사 HTS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대부분 운용이 간편한 인덱스 펀드 위주로 최근 들어 성장형도 꽤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설정 규모가 100억원 미만의 소형 펀드들이 대부분.
내 입맛대로 펀드 비용을 구성하고 싶을 때는 멀티클래스펀드도 좋다. 같은 펀드라도 ‘ClassA’, ‘ClassB’처럼 뒤에 클래스명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두고 멀티클래스펀드라고 한다. 펀드 운용 방법은 똑같지만, 클래스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지난해 마련된 자산운용협회 규정에 따르면 ClassA형 펀드는 선취 수수료를 부과하는 펀드를 말한다. ClassB형 펀드는 선취 수수료는 없지만 환매 시 높은 판매 수수료가 부과되며, ClassC형은 선취 수수료와 후취 수수료가 없는 대신 보수 비용이 높다. ClassD형은 선취 수수료와 후취 수수료를 모두 부과한다.
멀티클래스펀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A형과 C형이다. 이 둘의 차이점은 결정적으로 선취 수수료가 있는 대신 보수가 싸거나, 선취 수수료는 없지만 보수가 비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