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중인 5성급 호텔만 23개, 2009년 호텔 객실 3만5000개로 급증

인구 50만 명에 총면적(28㎢)이 서울 종로구 크기(24㎢)만한 마카오(Macau)가 경제 기적을 잇달아 만들어내는 아시아의 ‘보석’으로 뜨고 있다.

증거는 여럿이다. 먼저 지난해 마카오 내 22개 카지노의 총매출액이 72억달러로, 40개의 카지노를 거느린 미국 라스베이거스(65억달러)를 추월한데 이어, 올 들어 1분기(1~3월) 중 마카오의 도박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3.5% 늘어난 180억7000만파타카(약 2조1684억원)에 달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마카오 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 1분기의 마카오 국민총생산(GDP)이 332억파타카(약 3조95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6% 폭증, 2004년 1분기(26.2%) 이후 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1인당 GDP 홍콩 따돌려

이미 1인당 국민소득(GNI)은 작년 말 기준 2만8436달러로 아시아 최고의 국제 금융 도시인 홍콩(2만7641달러)을 따돌렸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최근 마카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음침한 범죄의 소굴 비슷한 것으로 각인돼 있던 중국 최남단의 조그만 도박 도시가 역동하는 신경제의 현장으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맥박이 가장 선명한 곳은 마카오의 양대 섬인 타이파섬과 콜로안섬 중간 바다를 메운 150만 평 규모의 매립지인 코타이(Cotai) 지역이다. 올 8월말 정식 개장을 앞둔 살굿빛의 39층짜리 베네시안호텔이 거의 마무리 공사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바로 옆에 ‘갤럭시(Galaxy) 코타이 메가리조트’ ‘시티 오브 드림스(City of Dreams)’ ‘마카오 스튜디오 시티(Studio City)’ 등의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이들은 모두 한 건당 최소 10억달러(약 9300억원)가 넘는 대형 복합 오락 시설이다.

이중 단연 ‘백미(白眉)’는 세계 최대 카지노 회사인 미국 샌즈(Sands)그룹이 32억달러(약3조원)를 들여 짓고 있는 베네시안(Venetian)호텔이다. 3000개 객실 모두가 스위트룸이고, 10만8000㎡ 규모의 부속 전시장은 국내 최대인 일산 킨텍스(5만3975㎡)의 두 배에 달한다. 입구에 운하가 흐르고,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 체육관(이벤트센터)도 있으며, 350개의 세계 최고 명품 숍이 리조트 입점을 사실상 확정했다.

샌즈그룹의 버디 램(林志成) 홍보팀장은 “샌즈그룹이 코타이 1단계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금액만 13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며 “힐튼, 쉐라톤, 포시즌, 샹그릴라, 페어몬트, 래플즈 등 7개 대형 호텔이 바로 옆에 들어설 경우 마카오는 단순 도박 도시가 아니라 컨벤션·휴양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시안리조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현장 근로자만 홍콩과 중국에서 건너온 3000여 명을 비롯해 1만5000명에 달한다. 정식 가동할 경우 총 고용 인원만 3만여 명으로 늘어 마카오에 직간접적인 부수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카오 관광청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의 호텔·여행·관광업자와 각국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이 줄이어 현장을 찾아와 ‘코타이 효과(Cotai effect)’라는 말을 벌써부터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9월 윈(Wynn)리조트를 개장한 윈그룹이 58억달러, 영국 버진그룹 30억달러, 홍콩 이선(eSun)그룹과 미국 합작 20억달러, 호주 멜코그룹 15억달러…. 미국 라스베이거스 자본을 필두로 한 다국적기업들의 ‘골드러시’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2004년 5월 문을 연 샌즈그룹 카지노(카지노 테이블 기준 세계 최대 규모)가 투자 원금(2억4000만달러)을 당초 예상했던 기간(2년)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8개월 만에 전액 회수하는 대성공을 거둔 게 신호탄이었다.

그래선지 지금 마카오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사판이나 마찬가지이다. 현재 건설공사 중인 5성급 호텔만 23개, 정부의 건축 승인을 기다리는 호텔은 33개이다. 1만2000개 남짓한 마카오 호텔 객실 수는 2009년이면 3만5000개로 세 배 정도 늘어난다.

관광객도 지난해 2200만 명을 돌파해 하루 평균 6만 명이 넘는다.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바뀐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셈이다.

연간 관광객 2200만 명 돌파

이런 폭발적인 변화의 일등공신은 2002년부터 마카오의 카지노 시장을 전면 개방한 조치이다. 1999년 포르투갈 령(領)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이후에도 당시까지 마카오의 카지노 사업은 스탠리 호(Stanley Ho)가 40년 동안 독점하고 있었는데, 그 아성을 깨부수고 서방 자본 등에 문호를 연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가 마카오 지원을 위해 관광객들의 방문을 허용한 것도 기폭제가 됐다. 2200만 명의 관광객 중 중국 본토 관광객(55%)과 홍콩인(30%)을 합하면 90%에 이른다. 테이블당 하루 판돈이 1만달러로 라스베이거스(약 2600달러)보다 훨씬 강한 중국인들의 ‘대범한’ 베팅 기질도 마카오 성장에 한몫했다.

마카오에서 비행기로 3시간 이내 거리에 20억 인구가 밀집해 있는 지경학(地經學)적 매력도 마카오의 가치를 높였다는 지적이다.

마카오대학 카지노·게임연구소의 데이비스 퐁(Fong) 교수는 “싱가포르와 대만, 일본 등이 카지노를 짓고 있거나 카지노 사업 허용을 적극 추진 중이지만,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마카오의 상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한때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도 올 들어 3%대로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올 9월부터 무상 의무교육 기간을 유치원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만 15년으로 늘린 것도 이런 호황 덕분이다.

물론 문제점도 있다. 서방 선진 자본과 돈이 쏟아지는데 비해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좁은 도로 사정 같은 인프라 부족이 최대 고민거리로 꼽힌다. 소득 증가에 비례해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일반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가 커져 사회적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1일 노동절 기념식 때는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반(反)정부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여 긴장감이 고조됐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MorganStanley)의 롭 하트(Hart) 애널리스트는 “여러 단기적인 문제점이 있지만 마카오의 장래는 밝다”며 “특히 홍콩-마카오-중국 광둥성 주하이(珠海)를 잇는 35㎞ 길이의 대교가 완공되면 홍콩-마카오 주행시간이 20분대로 줄어 마카오의 발전이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