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G 이용관 대표이사

“인간적인 매니지먼트사  운영하고 싶어”

“요즘 제대로 된 연예기획사하기 힘듭니다.”   연예기획사 KWG 이용관 대표이사는 저간의 사정을 이처럼 한마디로 표현했다. 영화면 영화, 드라마면 드라마, 오락 프로면 오락 프로 모든 분야에서 ‘별’이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을 ‘보이지 않는 큰 힘’ 때문이라고 에둘러서 말했다. 그는 10여 년 동안 연예기획사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과거 신은경, 감우성, 박상면, 서경석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연예인 30여 명이 소속됐던 윌스타 대표이사, 최근 KBS 드라마 <마왕>으로 잘 알려진 올리브나인 부사장, 박진희 소속사인 에임하이 대표이사로 SBS 드라마 <무적의 낙하산 요원(에릭, 한지민, 신성우 출연)>을 공동 제작했던 이 대표는 정확히 4개월 전 KWG의 문을 열었다.

“기본에 충실한, 인간적인 매니지먼트를 하고 싶어서 새로 출발하게 됐습니다. 재능 있는 신인들을 발굴해 키우고, 스타를 만들어 열심히 팬들을 즐겁게 하고, 그로 인한 수익을 연예인과 합리적으로 나누는, 아주 간단하고 근본적인 매니지먼트지만 요즘은 보기 힘든 매니지먼트를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최근 연예 산업 자체의 ‘파이’가 커졌고 코스닥에 우회상장하는 등 연예 산업에 돈이 몰리지만 커진 만큼 소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스타 마케팅’의 만연으로 제대로 된 연예기획사들이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고 그는 안타까워한다.

“연예계의 시스템이 언젠가부터 크게 잘못됐습니다. 과거에는 최소한의 믿음이 연예인과 기획사 사이에 있었지만 지금은 불신의 벽이 너무 두껍습니다. 오랜 시간과 돈을 투자해 신인을 발굴해서 데뷔시켜 스타로서 대우받게 되면 바로 떠납니다. 그동안 기획사의 투자비용은 한순간에 거품이 돼 버립니다. 프로축구선수들도 다른 팀으로 떠나면 이적료라도 받는데 연예인들의 소속사에는 전혀 그런 권리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계약 문제가 자꾸 불거지고 돈 많은 소속사에서는 신인을 발굴하기보다는 다른 기획사가 공들여 키워놓은 연예인들을 전속금이라는 돈으로 유혹해 빼앗아 가고….”

이 대표는 ‘스타 마케팅’의 폐해에 대해 몇몇의 스타와 스타급 작가들에게 제작비의 절반이 넘게 들어간다면 양질의 드라마나 영화는 나오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방송사들의 스타만을 선호하는 행태도 지적했다. 시청률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재능 있는 신인에게 기회를 주기보다는 출연료가 아무리 비싸도 스타만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신인 위주로 공연 사업, 드라마 제작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부터 출발할 계획입니다. 물론 중국과 일본의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홍종구 부회장

“실추된 연예기획사 이미지    바로잡을 것”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우리나라 연예기획사들이 모여서 한국의 연예 산업을 발전시키는 방안과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지난 5월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1990년대 초 그룹 ‘노이즈’의 일원이었던 홍종구 부회장은 당면한 협회의 현안에 대해 ‘대중적인 이미지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연예기획사를 사칭해 청소년들을 ‘길거리 캐스팅’해 학원비 명목으로 돈을 내라며 학원 등록을 강요한다든지, 불미스러운 일들에 연예기획사가 개입했다든지 등등.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올해 협회의 최대 목표를 연예기획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잘못된 이미지 바로잡기로 정했습니다.”

홍 부회장은 ‘기획사 매니저’라고 접근하는 경우 협회(02-517-1563~4)로 연락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청소년들이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현재 구청에 가서 신고만 하면 연예기획사로, 매니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한다는 차원에서 향후 협회에서는 철저한 매니지먼트 교육을 통해 인증서를 발급할 예정입니다.”

이 같은 이미지 개선 홍보 이외에도 협회는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은 정기적인 오디션을 실시해 진정으로 실력 있거나 재능이 엿보이는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홍 부회장은 덧붙였다.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한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현재 협회의 회원사는 50여 개. 홍 부회장은 이들 회원사들과 협의해 이르면 8월 중에 연예인과 연예기획사가 공생할 수 있는 표준 계약서 양식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표준 계약서를 만들게 되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연예인은 연예인대로 기획사는 기획사대로 법적인 최소한의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표준 계약서가 일반화할 경우 과거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됐던 신인들과의 ‘노예 계약’이나 ‘톱스타’와의 ‘11:0’ 계약(매니지먼트사는 계약금의 부가세, 10%만 받고 스타가 출연료 등 계약금을 모두 가져가는 계약)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홍 부회장은 이와 함께 “연예인과 기획사의 공정한 수익 배분을 위해 천정부지 무제한의 전속금에 대해 상한선을 책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연예인과 기획사는 한 배를 탄 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협회는 ‘클린 인터넷’운동에도 적극 참여한다. 국회의원이나 정부, 그리고 포털사이트 등과 협조해서 사진이나 동영상, UCC를 통해 훼손되는 연예인의 초상권, 성명권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것.

“성숙한 누리꾼들의 모습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악의적인 누리꾼들의 공격을 받게 될 경우에는 법적 도움을 받아야겠죠.”

비슷한 맥락에서 협회는 연예인과 기획사간 분쟁을 소송으로 비화하기 전에 중재해 감정적 소모와 불필요한 금전적 손해를 막는 데도 앞장설 것이라는 게 홍 부회장의 얘기다.

“협회를 통해 우리나라 연예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보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들겠습니다. 현재 50여 개 회원사들뿐만 아니라 모든 연예기획사들이 믿을 수 있고 참여하고 싶어 하는 공간을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