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전성시대 ⑥ 메스세데스-벤츠
5000cc 이상 초대형 승용차 시장 석권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영 마인드는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를 세계적인 명차로 만든 고틀립 다임러의 창업정신이기도 하다. 1883년 10월 칼 벤츠는 독일 만하임에 ‘벤츠 앤 씨에(Benz & Cie)’라는 회사를 설립해 자동차를 발명했고, 같은 해 고틀립 다임러는 그리 멀지 않은 칸슈탄트에서 고속엔진을 발명했다. 칼 벤츠가 1886년 특허 등록한 가솔린 기관 자동차는 역사상 첫 내연기관 자동차로 오늘날 자동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후 1900년 12월22일 다임러에 의해 메르세데스가 탄생했으며, 1926년 다임러와 벤츠의 합병으로 세계 최고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가 태어났다. 1998년에는 미국 크라이슬러사와 합병해 전 세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다임러 벤츠와 크라이슬러는 합병 9년 만인 지난 5월 갈라섰다.)
다임러가 ‘육지,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최고가 되고자 했던 열망을 심벌화한 세 꼭지 별(three-pointed star) 엠블럼은 최고의 품질과 안전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것은 100여 년을 갈고 닦아온 역사와 전통의 힘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안전성과 중후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안전성과 중후함이다. 1세대 S클래스인 187모델이 처음 출시된 지난 1951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는 항상 자동차의 미래를 예측하고 선도해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 개발 역사는 가히 자동차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는 얘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00여 년 동안 최초의 정면충돌 실험 및 전복 실험을 비롯해 최초의 전 차량 에어백 기본 장착 등 자동차 역사를 만들어 왔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의 표준 사양이 된 잠김 방지 제동장치(ABS) 기능을 처음 선보인 것도 메르세데스-벤츠였다. 또 세계 최초로 운전자용 에어백과 안전벨트 조임 장치를 S클래스에 장착했던 것도 메르세데스-벤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안전에 있어서 지난 10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운전자, 탑승자의 안전은 물론 지난 2005년 선보인 8세대 The new S클래스까지 보행자의 안전까지 고려하는 자동차를 탄생시켰다.
1959년 형 111모델에서 이미 탑승석 앞뒤로 충격을 흡수하는 공간 디자인을 적용해 차량의 안전 수준을 한 차원 높이기도 했다. 1979년에 출시된 126모델 세단은 전후방 충돌 시 충격을 감소시켜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가 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87년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를 통해 10대를 판매하면서 국내에 첫 발을 디뎠다. 한국 법인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출범한 것은 2003년 초. 지난해 국내 수입차 업체 중 최대 매출(4850억원)을 올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대표적인 지한파 CEO인 이보 마울 대표가 이끌고 있다. 매주 1시간은 꼭 한국어 교육을 받는 마울 사장은 모터쇼 같은 큰 행사에서는 한국말로 연설을 해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성공 요인은 앞선 기술력이다. 이에 더해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마케팅 전략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요인으로 꼽힌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마케팅은 평범함을 거부한다. 2005년 10월 뉴 S클래스의 신차 발표회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었으며, 조수미·김동규씨 등 국내외 정상급 성악가와 S클래스 차량 18대가 무대를 장식했다.
지난해 8월 ‘뉴 제너레이션 E클래스’ 출시 행사는 김포공항 격납고에서 개최됐다. 올 3월 마이 비(My B)를 출시하면서 남경주, 최정원씨 등이 출연한 뮤지컬 공연을 펼쳐 젊은 층을 겨냥한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의 마음을 다잡고 있다. 고객들이 차량 구매에서부터 그 다음 차량으로 교체까지의 사이클에 따른 체계적이며 장기적인 고객 관리 툴인 통합 서비스 패키지(ISP)를 시행하고 있다.
잇단 악재에 최대 위기
하지만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잇단 악재로 국내 진출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 국세청 세무조사, 리콜, 피고소와 집단소송 등 호된 시련이 잇달았다.
비싼 차의 대명사인 벤츠 중 최상위 모델인 벤츠 S500과 S430 두 모델 325대에 제작 결함이 발견돼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딜러들이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며 시정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도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
준중형에서 대형까지 ‘씽씽~’
뉴 제너레이션 E220 CDI
1946년 첫 출시된 E 클래스는 부드러운 주행감과 경제적인 연비를 자랑하는 뉴 제너레이션 CDI220으로 진화했다. 출시에 앞서 약 1년간 국내 도로 및 연료 상황에 대한 테스트를 거쳤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디젤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CDI 엔진에는 3세대 커먼레일 시스템과 특수필터를 통해 미세한 입자까지 걸러주는 매연여과장치,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등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최고속도와 가속도는 휘발유 차량 수준에 버금가며, 연비는 휘발유 차량 대비 20% 이상 높고 엔진 수명도 길어졌다. 안전장치는 S 클래스에 장착되는 최신 기술들이 그대로 적용됐다.
S600L
S600L은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 중 최고로 꼽히는 S 클래스의 최상위 모델이다. 안전성, 성능, 엔터테인먼트 등에 최첨단 기술이 접목돼 명실상부한 최고의 자동차다. 기존 S 클래스의 대표적 특징으로 꼽히는 뛰어난 승차감은 물론, 민첩한 핸들링으로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이 가능하게 한다.
신형 엔진인 바이터보 V12를 탑재해 517마력의 파워와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 4.6초의 뛰어난 가속력을 자랑한다. 차 내에서 모든 무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블루투스 시스템은 운전자의 편의를 위한 첨단기술로 꼽힌다.
또 한국형 내비게이션의 장착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한층 높였으며, 뒷좌석의 최신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편안함과 함께 즐거움을 더해준다. S600L 모델의 가격은 2억6600만원.
The new M클래스
1997년 첫 선을 보인 메르세데스-벤츠 M 클래스는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모델 중 하나다. 200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The new M 클래스는 기존 M 클래스에서 입증된 안전성과 새로운 디자인 세단 수준의 안정장치와 편의장치로 무장했다.
기존 M 클래스에 차세대 CDI엔진을 탑재해 스포티, 강력함, 인상적인 면을 추가한 것이 바로 The new ML280 CDI. The new ML280 CDI 4MATIC은 세단에 적용되는 모노코크 바디 방식으로 디자인 돼 탁월한 승차감과 우수한 안전성을 확보했다. 또 SUV(Sports Utility Vehicle) 모델에는 최초로 도로의 위험 상황을 감지해 대응하고 사고 시 운전자 및 탑승자의 안전을 최대한 도모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SLK 클래스
로드스터 SLK 클래스는 새롭고 다이내믹해진 메르세데스-벤츠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SLK 클래스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에 있어 더욱 스포티해졌으며, 업그레이드된 스티어링을 통해 더욱 민첩한 드라이빙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F1 레이싱카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얻은 화살촉처럼 미끈하게 빠진 전면부의 디자인 등은 스포츠카의 전통성을 살려주고 있다. SLK 350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5.5초 만에 주파하는 놀라운 가속력을 보여준다.
CL63 AMG
최고급 럭셔리 쿠페 CL 클래스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CL63 AMG의 심장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연 흡기방식 엔진인 6.3리터급 V형 8기통 엔진이 장착돼 있다. AMG엔진은 독일에 위치한 AMG 본사에서 조립되며 한 대의 엔진을 한 명의 엔지니어가 조립의 전 과정을 작업한다. 최고속도 250km/h,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4.6초 만에 주파하는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강력한 파워가 돋보인다. AMG 자동 7단 변속기는 운전자가 상황에 맞는 3가지 변속 패턴을 직접 선택해 운전할 수 있도록 한다.
시승기 - 마이 비
작아도 고품격 명성은 그대로

마이 비는 200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비전-B(Vision B)’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5인승 소형 왜건 스타일의 차. 독일에서는 B클래스로 불린다. 마이 비(MY B)는 세계 최초로 한국 시장만을 위해 개발한 BI다. 왜건과 해치백, 미니밴의 디자인 특징을 고루 섞은 소형 콤팩트 다목적 차량이다.
마이 비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사 브랜드의 저변 확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내놓은 모델이다. 그래서 배기량 2000㏄급인 마이 비의 차량 가격도 3690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국내에서 파는 벤츠 모델 중 최저 가격이다.
SL600L 모델이 2억6000만원을 넘는 것을 비롯해 1억원을 웃도는 모델이 수두룩한 상태에서 3000만원대 벤츠를 선보이며 대중 앞에 다가서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외관은 크지도 않고, 그렇게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느낌은 스포티하다. V자형의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가운데 자리 잡은 메르세데스-벤츠 엠블럼 덕분에 역동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측면의 주름은 날렵하다.
좌석 높이를 올려 운전자가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운전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자리에 앉으면 파노라마 루프로 인해 마치 오픈카를 탄 듯하다. 실내공간은 비교적 넓은 편이다. 뒷좌석 시트를 접을 수 있어 적재공간을 1607리터까지 늘릴 수 있다.
‘벤츠 맞나’ 싶지만 성능은 명성 그대로다. 마이 비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10.2초면 도달하고 최고속도는 190㎞에 달한다. 또 직렬 4기통 가솔린엔진에 7단 무단 변속기(CVT)가 맞물려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18.9㎏·m의 힘을 낼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리자 밟는 대로 나간다.
안정성도 뛰어나다. 마이 비는 지난해 유럽 신차 평가 프로그램(NCAP)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은 바 있다. 또 슬라이딩 엔진이 58도 앞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충돌 상황에서 엔진 장치가 운전자 아래로 떨어지게 돼 있어 부상 확률을 크게 낮췄다. 코너링도 훌륭하다. 예상과 달리 코너링 시 차량이 흔들리는 느낌을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마이 비는 현재 한 달에 100대를 훌쩍 넘기는 판매고를 보여 주고 있다. 지난달에만 123대가 팔려나갔다. 내수시장에서 소형차 판매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수입 소형차들은 잘 팔리고 있는 이유를 마이 비에서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