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이용료로 유선전화 대체 ‘시간문제’
가입자끼리 공짜로 통화할 수 있는 인터넷 전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 전화는 음성통화는 물론 일반 유선전화, 휴대전화와도 자유롭게 통화가 가능해 일반 사용자와 기업들에게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음성과 데이터가 결합된 차세대 통신 서비스인 인터넷 전화 서비스는 IT기반 디지털라이프의 질을 한 단계 올려 줄 핵심 서비스다. 인터넷 전화(VoIP: Voice over Internet Protocol)는 1995년 이스라엘 회사인 보컬 테크(Vocal Tech)가 PC에 접속하는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통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이후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전화는 한 마디로 인터넷망을 통해 음성신호를 실어 나르는 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말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전화할 수 있었던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가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무료라는 장점이 낮은 통화 품질과 전화를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야 하는 불편함, 그리고 걸 수만 있다는 여러 한계점을 드러내며 사용자에게 불신만 남긴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이러한 선례 때문인지 ‘인터넷 전화=공짜’ 혹은 ‘PC용 전화’ 라는 등식이 기존 다이얼패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인터넷 전화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게 사실.
하지만 발신만 가능했던 인터넷 전화가 식별번호를 부여 받음에 따라 이제는 걸 수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여기에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획기적인 부가 기능과 저렴한 통화요금, 전용 전화기, 평생번호 등의 장점을 내세워 기업들을 중심으로 통신 시장에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킬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드·소프트폰으로 나뉘어
인터넷 전화 방식은 크게 하드폰, 소프트폰의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간단히 말해 PC에 소프트웨어를 까는 방식인 소프트폰은 네이버폰, 스카이프 등의 서비스를 말하며, 별도의 전화기가 필요한 방식은 하드폰 방식이라 불린다.
소프트폰은 PC에 소프트웨어를 깔아야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전화다. 특별한 장비는 필요 없고 PC와 연결한 헤드셋을 귀에 꽂기만 하면 된다. 최근에는 PC USB포트에 꽂기만 하면 자동으로 소프트웨어가 깔려 전화가 되는 제품도 나왔다.
이에 반해 하드폰은 별도의 전용 단말기를 이용해 통화하는 방식이다. 삼성네트웍스, LG데이콤 등 대부분의 인터넷 전화 업체는 이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용 전화기는 30만원 이상의 고급 제품도 있지만 10만원 이하의 저렴한 보급형 제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 전화의 장점인 부가 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전화기를 사용하는 게 낫다. 초창기 인터넷폰이 성공하지 못했던 가장 큰 요인은 통화 품질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전화를 하기 위해 PC를 켜야만 했던 불편함이 더 컸다. 돈을 내더라도 필요할 때 곧바로 전화를 거는 것이 습관화 돼 있었기 때문에 소프트폰은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드폰이 등장하면서 초창기 소프트폰의 불편함은 상당부분 해소됐다. 일반전화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줌으로 해서 PC를 켤 필요도,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머리에 두를 필요도 없는 등 편의성 측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가져왔다.

김낙민 삼성네트웍스 텔레포니사업팀장은 “하드폰의 경우에는 PC가 없어도 전용 단말기로 통화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무선 단말기 형태의 인터넷 전화기도 출시돼 조만간 이동통신 시장에도 인터넷 전화 바람이 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인스탯이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인터넷 전화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한 분기 약 100만 명 이상이 인터넷 전화를 추가로 사용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100만 명 중 소프트폰 기반의 가입자는 전 세계에 1억90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 최대 인터넷 전화 업체인 스카이프를 제외하곤 거의 전무하다는 것.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면서 기존 유선 방식의 전화 서비스를 끊어버리는 비율은 전체의 61%로 이 중 76%가 하드폰을 쓰는 사람들이다. 하드폰 사용자가 국제 전화를 쓰는 비중은 약 6%. 국제 전화가 전체 통화 유형의 52%를 차지하는 소프트폰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통계 결과는 지금까지의 통화 습관을 쉽사리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값 싼 요금보다 기존 통화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 업계 전문가들은 “스카이프를 제외한 나머지 소프트폰 업체가 가입자 유치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값 싼 요금’만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대 경쟁력 ‘저렴한 요금’
인터넷 전화의 최대 장점은 ‘요금 경쟁력’이다. 이와 함께 기존 음성통화 위주의 서비스에 비해 전용 단말기를 통해 제공되는 여러 부가 서비스와 다양한 기능들을 무기로 시장 주도의 고삐를 단단히 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3월초 국내 전국 매장에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도입, 사업장간 무료 통화의 이점을 통해 서울 본사 및 매장간의 통신비를 대폭 절감했다. 특히 서울 및 지방 매장의 경우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맥도날드 본사와의 원활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한층 가벼워진 국제 전화료로 신속하게 진행, 업무 효율 상승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터넷 전화의 강점 중 가장 으뜸은 가격, 특히 통화료 절감 부분이다. 현재 삼성네트웍스의 ‘삼성Wyz070’의 경우, 기본료를 기존 일반전화보다 최대 61.5% 저렴한 2000원으로 설정했다. 통화요금은 1년 약정 시 시내 전화를 36원, 시외를 39원 단일 요금으로 책정해 일반전화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12분 동안 통화할 때 유선전화는 1044원(261원/3분×4)이지만, 삼성Wyz070은 156원만 부과돼, 무려 85% 이상 저렴하다. 이와 함께, 동일 사업장 간 무료 통화 등을 감안하면, 인터넷 전화가 제공하는 가격 혜택은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전국 지점 간 통화량이 많은 기업이라면 일반전화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제전화는 미국과 중국의 경우 1분에 49원, 일본·홍콩·캐나다 등 주요 8개국의 통화료는 1분에 55원(최대 유선전화의 4%에 불과)으로 파격적이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에다 시장 규모의 확대가 점차 그 속도를 더하고 있어 향후 인터넷 전화 시장의 전망을 한층 밝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전화 서비스는 각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의 확산과 맞물려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다국적 포털업체들의 참여가 주목된다.
이미 MS, 구글, 야후, AOL, 이베이 등이 소프트폰 기반의 인터넷 전화 업체들을 인수하거나 제휴를 통해 경쟁적으로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개시한 상태다. 스카이프도 기존 서비스에 영상 통화 기능을 추가해 차별화에 나섰다.
특히 전 세계 최고 IT 업체인 MS사도 인터넷 전화 사업 참여를 공식 선언해 통신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MS사는 MSN메신저에 인터넷 전화 기능을 탑재해 이메일, 음성회의, 영상 회의 등 개별적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들을 하나의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할 계획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또 소니와 델사는 자사의 노트북 컴퓨터에 ‘소프트폰’ 형태의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세계는 지금 인터넷 전화 전쟁 중
인터넷 전화는 국내외에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인터넷 전화 서비스가 기존 일반전화를 대체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예측이다. 시장조사 회사인 오범(Ovum)에 따르면 2005년 말 현재 전 세계 인터넷 전화 사용자는 약 5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2008년에는 약 2억 명이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전화 관련 매출도 2004년 약 10억달러에서 2008년 16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는 인터넷 전화 사업의 원천 기술 확보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선 인터넷 전화 사업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먼저 미국의 경우 기존 통신 사업자보다는 순수 인터넷 사업자와 케이블TV 사업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케이블TV 사업자에 의해 케이블TV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묶어 파는 트리플플레이 서비스가 인기다.
일본은 미국과 달리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인 소프트뱅크와 장거리 통신 사업자인 KDDI가 인터넷 전화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 약 200개 이상의 인터넷 전화 사업자가 있으며, 가입자가 약 830만 명에 달한다. 일본은 정책적으로 2010년까지 전화망을 인터넷망으로 전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인터넷 전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영국은 브리티시텔레콤(BT) 등 통신 사업자들이 기업 시장을 중심으로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주, 중국 등은 번호 체계, 통화 품질 이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전화 확산에 따라 각국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자국 내 인터넷 전화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합법적인 인터넷 전화 감청 기술 채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 총무성은 인터넷 전화 관련 장비 및 서비스 시장 선점을 위해 100억엔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2010년까지 가정과 기업의 유선전화를 모두 인터넷 전화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인터넷 전화 이모저모
언제, 어디서나 가능해요
미래 세상을 다룬 공상과학영화에는 최첨단 인터넷 전화가 단골로 출연한다. 뭔가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은 인터넷 전화의 가입은 어떠할까. 소프트폰의 경우 서비스 제공 회사에 가입만 하면 된다. 하드폰 또한 유선전화처럼 매우 간단하다. 기업의 경우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려면 삼성네트웍스, LG데이콤 등 주요 인터넷 전화 업체에 인터넷 전화 서비스 가입 신청만 하면 된다.
인터넷 전화의 설치도 매우 간단하다. 인터넷 접속 방식을 이용하기 위해선 전화기에 랜선과 전기 코드를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우선 인터넷의 랜선을 인터넷 전화기에 꽂고 또 다른 랜선 하나를 인터넷 전화와 컴퓨터에 있는 랜 카드에 꽂으면 된다. 인터넷 전화에 연결 포트가 2개 있어서 인터넷 전화와 컴퓨터를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 인터넷 전화 준비 끝.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곳은 어디서나 유선이나 무선 상관없이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재다능, 안 되는 게 없어요
인터넷 전화는 저렴한 가격과 함께 부가 서비스에서도 큰 장점을 가진다. 인터넷 전화가 ‘똑똑하다’는 것은 부가 서비스 기능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착신전환 서비스를 비롯해 외부 사무실 기능, 여러 개의 전화로 동시에 착신할 수 있는 기능, 한 대의 IP폰으로 여러 개의 전화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멀티 넘버'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방식인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무선랜 접속, 화상 통화, 통화 연결음 제공, 문자 메시지, 팩스, 전화번호부 등 200가지가 넘는 부가 서비스가 가능하다. 따라서 휴대전화가 제공하는 여러 기능은 물론 홈네트워크 등 소형 PC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까지도 모두 제공하는 만능박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화기의 가격과 모델에 따라 그 기능은 다소 달라지겠지만 그 진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070’ 은 ‘스팸?’
아직 인터넷 전화의 고유 식별 번호인 ‘070’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인터넷 전화의 식별번호인 ‘070’ 으로 시작하는 전화가 걸려오면 ‘060’ 이나 ‘080’ 등 광고성 전화로 생각해 수신을 꺼리거나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내전화를 걸 때도 반드시 ‘070’을 누른 다음에 전화번호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했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은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유선전화와의 번호이동성제도 실시 등 인터넷 전화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이러한 ‘우려’를 지울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번호이동성제도를 시행하면 이런 불편 없이 일반전화와 똑같이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게 된다. 업계에서도 번호이동성제도가 실시되면 인터넷 전화 사용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