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새벽 5시. 서울 구파발의 퍼블릭 골프장 ‘원투쓰리’의 주차장은 벌써 만원이다. 비록 6홀로 라운드 후에 남는 아쉬움은 크지만 회원권이 없는 골퍼들과 소위 ‘백돌이(정규홀 기준 평균 100타 이상의 비기너 골퍼)’들에게는 위치나 가격면에서 더할 나위없는 곳이다. 뚝섬 골프장이 사라지고, 운영 문제로 오픈조차 하지 못한 난지도 골프장을 대체할 유일한 서울의 퍼블릭 골프장이기 때문이다. 또 주중·주말 가격도 2만1000~2만4000원으로 아침 운동 삼아 라운드를 즐기려는 골퍼들이 즐겨 찾고 있다. 혼자 가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조인해 라운드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CC 초대사장에 이어 양평TPC 골프장 대표이사 회장을 거쳐 지금은 일본의 페닌슐라 오너스 GC 리조트의 최문휴 대표이사도 비기너(초보자) 시절 이곳을 즐겨 찾으며 골프 실력을 닦았다.

그러나 주말 새벽 5시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여름철의 경우에는 2시간 후인 7시경에나 티업이 가능하다. 봄과 가을에도 1~2시간 뒤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퍼블릭 골프장의 본래 운영 방식이 그렇듯 티업 순서가 철저하게 도착순이기 때문이다. 사정은 서울 인근의 다른 퍼블릭 골프장도 비슷하다. 그만큼 골프 인구가 늘었다는 반증이다.

지난 한 해 국내 골프장을 이용한 인구는 1969만 명. 한 명당 1년 평균 8~10회 라운딩을 즐긴다고 가정하면 국내 골프 인구는 약 200~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극히 소수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포츠에서 점차 중산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퍼블릭 골프장들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7%대에 그친 반면 퍼블릭 골프장은 50%대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 골퍼들의 퍼블릭 골프장 이용은, 새벽 일찍 일어나 도착순에 따라 기다려야 한다는 수고 말고도 또 다른 장벽에 의해 좌절되고 만다. 값비싼 골프회원권을 구입하지 못하는 골퍼들을 위해 도입됐지만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는 골프장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편법 운영으로 부당이익을 챙기는 이른바 ‘무늬만 퍼블릭’ 골프장이 생겨나거나 주말에는 아예 회원제로 하는 기이한 형태의 퍼블릭 골프장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 이용료, ‘대중’ 눈높이

퍼블릭 골프장은 비싼 골프회원권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이나 전화로 선착순으로 예약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회원제 골프장 이용료보다 저렴하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골프장이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는 달리 중산층 골퍼가 주말에 퍼블릭 골프장을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골프장 이용률이 가장 높은 주말에는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가격 수준 또는 그 이상을 요구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아예 값싼 이용료로 편안하게 라운드할 수 있는 중국과 동남아 등지의 해외로 원정골프를 떠나는 골퍼들도 적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해외여행의 목적보다는 저렴한 라운딩 비용 때문에 비행기에 오른다는 게 한 여행사 직원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퍼블릭 골프장의 그린피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린피에 포함된 세금의 경우 회원제 골프장 이용객은 특별소비세와 국민체육진흥기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퍼블릭 그린피보다 4만8000원을 더 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린피 수준이 회원제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퍼블릭 골프장의 경우 이 같은 세제 혜택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퍼블릭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는 주중 10만8000원, 주말에는 14만8000원이다. 하지만 위치나 운영 방법에 따라 그린피는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회원제 골프장과 시설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남여주CC와 인천 스카이72의 주말 이용료(18홀 기준)는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여주CC의 주말 이용료는 7만7000원. 그러나 스카이72는 22만원으로 3배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에 인접한 대중 골프장의 수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골프장 공급 과잉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지방 골프장에 국한된 얘기다. 실제 국내 골프 인구 중 수도권 거주자가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거주지 인근의 골프장 부킹이 하늘의 별따기일 수밖에 없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전체 골프장 가운데 퍼블릭 골프장의 비율은 37.1%. 홀수로 따진다면 이보다 더 낮은 24.4%에 불과하다. 251개에 달하는 골프장 중 93개만이 퍼블릭 골프장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제주도의 ‘골프장 입장료 심의위원회’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2002년 4월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으로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골프장에 대한 중과세율이 인하되면서 입장료가 평균 3만5000원 정도 인하된 바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퍼블릭 골프장은 건설·운영 시 회원제와는 달리 세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입장료를 심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편법 운영, 문화관광부가 제동 걸어

골프 대중화를 위해 도입된 퍼블릭 골프장의 경우 신규 등록 시 취득세는 등록 대상 자산의 2%만을 일반과세로 적용받는다. 그러나 회원제 골프장은 10% 중과세를 내야 한다. 또 운영 시에도 재산세 토지분이 회원제가 4%인 반면 퍼블릭은 0.8%이며, 건물분도 회원제의 4%보다 낮은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업 초기에는 이 같은 퍼블릭 골프장 건설과 운영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고, 이후에는 회원제 골프장처럼 회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편법 운영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퍼블릭 골프장도 적지 않다. 특별주주회원 월 4회 주말 예약 보장, 그린피 할인, 가족회원 할인 혜택 등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주주회원을 모집한 퍼블릭 골프장들이다.

편법이지만 회원 모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던 이들 퍼블릭 골프장이 누렸던 가장 큰 혜택은 빠른 초기 투자자금 회수였다. 그러나 일단 회원을 모집하게 되면 퍼블릭 골프장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회원제 골프장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 골퍼들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퍼블릭 골프장과 관련한 이 같은 편법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질 않자 시정을 위해 문화관광부가 급기야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4월26일 문화관광부는 운영 형태에 따라 ‘순수 대중 골프장업’과 ‘기타 대중 골프장업’으로 사업을 분류하는 ‘체육시설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순수 대중 골프장업’은 기존 취지를 살려 불특정한 다수인이 예약이나 도착 순서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골프장만을 인정하고 그 외에는 ‘기타 대중 골프장업’이라고 규정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중 골프장업의 사업계획승인을 받았거나 등록했다면 시행령에 따라 3개월 이내에 운영 방법을 시·도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만약 운영 방법이 사실과 다르다면 현장실사 등을 거쳐 재분류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퍼블릭 골프장이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발하더라도 시정명령을 받는 수준에 그쳤다. 사업계획승인의 등록, 취소하도록 한 법규정은 무시돼 왔다. 등록 취소가 너무 가혹하다는 골프장 사업주들의 읍소에 시도 당국도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문광부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 입법 예고한 체육시설법은 현실적인 처벌 규정 등을 좀더 구체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라고 밝히고, “올해 안에는 법률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퍼블릭 얼마나 호황?

한편 골프장 컨설팅 업체인 GMI골프그룹이 지난 4월, 18홀 이상 정규홀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96개 골프장의 2006년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요 골프장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0%대로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만 하더라도 27%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2004년 23%, 2005년에는 20%를 기록하는 등 매년 3∼4%씩 떨어져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이유는 매년 20여 개의 골프장이 새로 건설되면서 내장객이 분산되는 데다 매출액의 30%에 달하는 세금 부담이 여전히 경영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퍼블릭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2005년보다 5% 상승한 53.4%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순위에서도 퍼블릭 골프장이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골프장 가운데 퍼블릭(18홀)과 회원제(18홀)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경기 가평 썬힐CC의 영업이익률은 66.3%로, 조사 대상 골프장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강원도 철원의 한탄강CC(18홀) 65%, 경기 포천의 베어크리크CC(36홀) 61%, 경기 용인의 용인CC(18홀) 46%, 전남 무안의 무안CC(36홀) 45%의 순으로 퍼블릭 골프장이 상위 5위를 휩쓸었다.

  정권별 골프장 이용객 수는? 

국내 골프 대중화에 불이 지펴진 시기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이다. 이전에는 ‘공무원의 골프 금지령’이 내려졌을 정도로 일관된 반골프 정책(?)이 유지돼 왔다. 그러나 박세리의 LPGA 제이미 파 클래식 우승을 계기로 골프 인구가 증가하면서 정부는 1999년 10월 “골프를 대중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골프 인구 증가율을 보면 노태우 정권 때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1980년대 중반 이후 3저(저금리, 저달러, 저유가) 호황에 따른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국민소득 증가와 사회 민주화 분위기도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저백서에 따르면 전두환 정권(1982~1987년) 시절 110%, 노태우 정권(1988~1992년) 시절 166.2%, 김영삼 정권(1993~1997년) 시절 66.2%가 늘어났고, 김대중 정권(1998~2002년) 시절에는 48.2%가 증가했다. 그리고 현재 노무현 정권(2003년~현재) 집권 기간 동안 1442만 명에서 올해 2150만 명이 예상되고 있어 약 49.1%의 증가율이 예상된다.

  미국, 일본 대중 골프장 운영 사례 

값싸고 편안하게 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지난달 말 정부가 경작하지 않는 한계농지에 퍼블릭 골프장을 조성하도록 정책 지원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수도권에서의 골프장 부족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도 높은 수익성 덕택에 전국적인 골프장 건설 붐이 일고 있지만 정작 중산층들이 즐길 수 있는 값싼 퍼블릭 골프장이 부족해 골프장 이용료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부킹도 어려워 해외 원정 골프 인구가 크게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 선진국에 있는 퍼블릭 골프장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미국에는 1만6000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이 중 70%가 퍼블릭 골프장으로 운영되고 있고 대부분 평지에 조성되어 있다. 미국에 있는 퍼블릭 골프장에서 캐디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고 클럽하우스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과 골프용품을 살 수 있는 매장, 창고 같은 라커룸이 전부다. 대부분의 국내 골프장에 있는 그늘집도 없어 값싸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 LA시가 운영하는 윌슨 골프장(Wilson Municipal Golf Course; 36홀)은 값싼 퍼블릭 골프장이다. 입장료는 주중에 24달러, 주말에 31달러에 불과하고 55세 이상 시니어에게는 주중에 한해 15달러만 받는다. 캐디는 없고 전동카트피가 24달러인데, 수동카트를 끌고 다닐 수도 있다. 그늘집은 없고 대신 물을 먹을 수 있는 시설과 자판기가 3~4군데 있다.

LA 근교에 위치한 모레노 밸리 랜치 골프장(Moreno Vally Ranch Golf Club; 27홀)은 암석과 잡초로 뒤덮인 황량한 사막에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하면서 지역 전체를 활성화시킨 골프장이다. 입장료는 평일에 45달러, 주말에 60달러를 받고 있다. 골프카는 2인승으로 GPS가 부착되어 있고 사용료는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다. 평일에는 골프코스 일부를 지역주민들의 결혼식장으로 제공하면서 지역 밀착 경영을 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위치한 더씨랜치 골프장(The Sea Ranch Golf Links; 18홀)은 바닷가에 위치한 골프장으로 거의 평지에 조성되어 있다. 입장료는 평일에 50달러, 주말에 70달러를 받고 있다.

한편 일본의 퍼블릭 골프장들은 골프 인구가 급감하고 골프장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장료가 크게 낮아졌고 이용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캐디가 없는 셀프플레이(self play)가 확산되고 있다. 전체 골퍼 중 셀프플레이하는 비중은 2001년 27.6%에서 2005년에는 52.6%로 크게 높아졌다. 4명이 함께 해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2인 플레이가 인기 있고 2인승 승용카트의 도입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바(千葉)현 이치하라(市原)시에 위치한 이시하라 퍼블릭 골프장(27홀)은 캐디를 선택할 수 있다. 캐디가 없는 셀프플레이의 주중 입장료(7~9월 기준)는 8500엔, 주말 1만4500엔이지만 캐디를 동반할 경우의 입장료는 주중 1만1500엔, 주말 1만7500엔으로 셀프플레이보다 3000엔 비싸다.

홋카이도 아부타군(   田郡)에 있는 니세코 히가시야마 프린스호텔 골프장(18홀)은 스키장과 호텔이 함께 조성되어 있는 리조트 골프장으로, 지방에 위치하고 있어 이용료가 싸다. 승용카트피를 포함한 입장료(6~9월 기준)가 주중 7000엔, 주말 8500엔에 불과하다.

이바라키현 코바시(古河市)에 있는 코바 골프장(18홀)은 승용카트를 타고 페어웨이에 진입할 수 있는 퍼블릭 골프장이다. 승용카트를 탈 경우 주중 입장료는 6000엔, 주말에 8000엔이고 수동카트를 끌고 다닐 경우에는 1000엔 할인된다.

반면 도쿄도 아키시마시(昭島市)에 위치한 쇼와노모리 골프장(18홀)은 도심형 퍼블릭 골프장이다. 이 때문에 입장료는 주중 1만2000엔, 주말 1만6500엔으로 비싸다. 세 종류의 연간 회원도 모집하는데 골프회원의 입회비는 6만3000엔이고 회원은 입장료를 30% 할인받을 수 있다.

이처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있는 퍼블릭 골프장들은 조성비가 아주 적게 들어가고 세금도 적기 때문에 입장료를 싸게 받더라고 운영될 수 있고 골퍼들도 큰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라운딩 시 캐디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카트도 2인승 카트를 타고 플레이하거나 걷기 위해 수동카트를 이용할 수도 있다.

골프장에 관한 한 전 세계에서 독특한 우리나라에서도 값싸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퍼블릭 골프장이 많이 조성,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골프장이 매년 30~40개소씩 늘어나고 지방 골프장들을 중심으로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멀지 않아 이용료가 크게 내려가 선진국처럼 값싸고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