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2~3층짜리 단독주택이 벽을 맞대고 죽 늘어선 모양을 ‘타운하우스’나 ‘타운홈’이라고 부른다. 여러 채의 단독주택을 이어 붙인 이러한 건축 방식은 단독주택과 콘도미니엄·아파트의 장점을 살린 주거 형태다.
타운하우스는 원래 영국 귀족들이 사는 교외주택(Country House)과 별도로 마련된 ‘도시 내 주택’을 말한다. 이런 스타일의 타운하우스는 18세기 신대륙 개척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 시애틀 등 미국 대도시 주택의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부지 선정?설계 기술 개발과 공법의 개량 기술이 합쳐져 새로운 형식의 주택으로 정착됐다. 최근에는 작은 서민용 타운하우스부터 도심 속 잘 꾸며진 공원 같은 최고급 타운하우스까지 그 규모와 종류가 다양해졌다. 미국 대도시에서는 고소득 전문직 가족들이 사는 고급 타운하우스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다. 최근 6년간 LA 외곽의 타운하우스 허가건수는 1만4000건으로 같은 기간 단독주택의 약 3배에 달한다.
남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타운하우스 건축은 단독주택의 2배 이상이다. 시애틀도 3년 전부터 타운하우스 붐이 불면서 전체 건축건수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전원주택 분위기에 가격은 저렴해
이렇게 타운하우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전원주택과 같은 느낌을 가지면서 가격은 비교적 싸기 때문이다. 좁은 땅에 세대수를 늘려 토지비용을 떨어뜨렸기 때문에 주택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타운하우스는 수요의 저변을 확대한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타운하우스의 가격대는 일반적으로 30만달러 선이다. 단독주택이 수백만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단독주택이 대지 면적을 넓게 차지하고 분양가가 비싸 타운하우스가 그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도시 교외에 살던 출퇴근족이 점점 극심해지는 교통체증을 피해 도시 내부로 진입하면서 더욱 많은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교외의 단독주택과 같은 규모의 큰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한계에 직면하자 주택의 대량 공급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로저 윌리엄스 미국건축가협회 명예회원은 “최근 10년 사이에 땅값과 집값이 급상승한 시애틀에서 새로운 주거 형태로 타운하우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타운하우스는 단독주택에 가격 부담을 느끼는 수요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운하우스는 앞마당이나 뒷마당에 개별적인 정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단독주택과 닮았다. 주로 도심과 전원의 경계에 자리 잡아 쾌적한 자연환경을 누리면서 동시에 의료·문화·쇼핑 등 도시 기반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또 단독주택의 쾌적성에다 아파트의 편리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여러 채가 붙어 있어서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공동 시설 관리로 거주의 편리성도 높다. 따라서 단독주택에 비해 생활하기가 훨씬 편리하고 건축비도 덜 드는 데다 상대적으로 싼값에 매매하거나 임대할 수 있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최근 타운하우스의 디자인 경향은 전통에서 벗어나 현대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이러한 디자인 트렌드는 주택 규모가 작아지면서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타운하우스 수천 채 모인 커뮤니티 등장
최근에는 수천 채가 모여 사는 타운하우스 커뮤니티
도 등장하고 있다. 포틀랜드 중심부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를 가면 타우하우스가 대단지를 이룬 ‘포레스트 하이츠(Forest Heights)’를 만날 수 있다. 1990년대 초 포
틀랜드 시민들의 야외 피크닉 장소로 유명한 자연공원을 복합 주택단지로 개발한 곳이다.
이곳은 수백만달러를 호가하는 고급 주택과 서민들의 타운하우스가 적절하게 혼합된 복합주택단지의 모범적인 모델로 평가된다. 총면적 2640㎢(80만 평) 중 825㎢
(25만 평)가 녹지다. 현재 1800여 세대의 주택이 들어서 있다. 최상의 자연환경에 자연친화적인 타운하우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에서는 또 다른 트렌드를 만날 수 있다. 1, 2층의 단독주택들이 2?4채씩 옆으로 이어진 기존 타운하우스가 ‘ㄷ’자 모양 등 새로운 형태로 변하고 있는 것. 한채처럼 보이는 집에 3세대가 살고 있다.
여기는 땅뿐만 아니라 공원시설과 같은 단지 내의 편의시설까지 공동 소유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모든 타운하우스 커뮤니티는 우리나라의 입주자 대표회의와 유사한 소유자 협의회(Homeowner’s Association)를 가지고 있어서 종종 커뮤니티 내의 주민행정에 중요한 결정권을 행사한다. 이곳 커뮤니티센터에도 협의회에서 붙인 갖가지 공고문이 눈에 띄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가 위치한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 시애틀. 여기서도 타운하우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시애틀 외곽에 있는 오래된 주택은 대부분 타운하우스로 재건축되고 있다. 한정된 부지에 많은 주택을 짓기 위해 타운하우스를 집어넣은 것이다. 이러한 재개발 현장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시애틀 중심가에서 차를 타고 외곽으로 15분을 가니 경사가 가파른 주택단지가 보인다. 1930년부터 1980년대 지은 주택이 들어서 있는 이곳 메디슨 밸리(Madison Valley)는 이제 타운하우스 단지로 모습이 바뀌고 있었다. 전체 2000여 세대 중 한 해 200가구 정도가 타운하우스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단독주택과 단독주택 사이의 공터나 경사진 땅을 활용해 주택의 밀집도를 높여 효율적으로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인필 하우징(Infill housing)이라고 불
리는 건축 방식은 최근 낡은 단독주택단지를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나라 도심 단독 주택단지 재개발에 활용할 만하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주택 지원 사업을 펼쳤던 레이니어 비스타(Rainier Vista) 지역도 타운하우스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지역에는 모두 800세대의 타운하우스가 들어선다. 현장의 견본주택에는 115.5~148.5㎡(35~45평)가 35만달러 선에 분양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시애틀에서 가장 큰 타운하우스 커뮤니티는 호수 맞은편으로 시애틀 도심이 바라보이는 하이 포인트(High Point)다. 이 지역의 타운하우스는 1600가구, 주민 수만 해도 5000여 명에 이르는 대단지다. 입구에 서 있는‘단 한 채만이 남았다’는 단지 내 입간판에서 타운하우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이곳도 임대 아파트 등이 들어서 있던 지역을 지난 2000년부터 중산층의 주거를 위한 타운하우스 단지로 재개발한 곳이다. 이 프로젝트는 모두 6개 주택 업체가 각 블록별로 건축을 맡아 추진했다. 이 단지에는 20만달러의 작은 타운하우스에서 75만 달러에 이르는 고급 타운하우스까지 들어서 있다. 친환경적이 요소가 가미된 것도 특징이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은 그대로 살려 둔 채 개발이 이뤄져 이 나무들이 군데군데 널찍한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총 524.7㎢(15만9000평) 중 165㎢(5000평)의 중앙공원과 82.5㎢(2만5000)평의 공용녹지를 보존하고 있다.
하이 포인트는 미국서부주택협회(PCBC)가 수여하는 베스트 플랜드 커뮤니티상(미국 서부 최고 권위 주택단지 개발 부문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미 전역에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다른 주정부나 주택 건설업자 등의 방문이 잦다고 한다. 타운하우스를 돌아보던 중 시애틀 주택국이 인솔한 한 무리의 시찰단도 만날 수 있었다. 최근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은 타운하우스는 그 소비자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앞으로 도심지 내 전용 주거지역의 개발 방안이나 고급 주택의 대안으로도 가능성을 기대해 봄 직 하다.
인터뷰

로저 윌리엄스 미국건축가협회 명예회원
“단독보다 이웃과 같이 사는 다세대 인기”
“타운하우스가 인기를 끄는 것은 주택이 밀집되면서 크기는 줄어드는 추세에 따른 것입니다. 단독주택보다 저렴하고, 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미국건축가협회 명예회원으로 타운하우스 전문가인 로저 윌리엄스씨는 한정된 부지에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방식인 타운하우스가 붐이라고 말했다. 일본건축협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타운하우스 강연 등을 위해 우리나라도 일곱 번이나 방문했다. “요즘 타운하우스는 다양한 형태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크기는 작아지고 있지만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을 적용해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최근에 개발되는 타운하우스는 친환경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며 자연을 해치지 않도록 녹지 확보나 재활용 가능한 자재선정, 물 보존, 에너지 효율 등이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친환경 건축자재와 공용녹지공간의 확보를 통한 ‘그린 커뮤니티’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개별 정원을 포기하는 대신 넓은 공용녹지를 확보해 실질적인 녹지의 혜택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단지 설계의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어요.” 그는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원을 설계한 것은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미국인들에게 일종의 모험이었다며 지금은 공동 관리 시스템이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 등이 이웃간 의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타운하우스뿐만 아니라 아파트와 콘도미니엄 같은 다세대주택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미리 보는 미국 단독주택 트렌드
럭셔리 ● 웅장함 ● 친환경 강조
패션쇼가 다음 해나 그 다음 계절에 유행할 패션 트렌드를 미리 선보인다면 ‘스트리트 오프 드림스’가 바로 고급 단독주택의 패션쇼다. 지난 7월14일부터 8월19일까지 미국 북서부 포틀랜드와 시애틀에서 열린‘스트리트 오브 드림스(Street of Dreams)’는 2~3년 후의 단독주택의 트렌드를 미리 보여 주는 전시회다. 스트리트 오브 드림스에 전시된 주택들은 200만달러 수준의 고급 주택이다. 이들 주택을 통해 전체 주택의 90%를 차지하는 단독주택의 보편적인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최신 스타일의 건축양식을 바탕으로 한 고급 주택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포틀랜드 2007 스트리트 오브 드림스가 열렸던 마크 런드 플레이스(Marklund place). 포틀랜드 시내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떨어진 숲 속에 모두 6채의 집이 지어져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6채의 집은 각각 다른 6개 업체가 건축했다. 주말이었지만 임시로 마련된 주차장은 자동차로 꽉 들어차 있었다. 매년 스트리트 오브드림스에는 3만 명 정도가 다녀간다는 말이 실감났다.
전시회 기간 중 실제 매매 이뤄져
우리나라 견본주택과는 달리 스트리트 오브 드림스는 1인당 18달러를 내야 ‘집 구경’이 가능하다. 하나하나의 주택들은 모두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특히 이곳에 전시된 주택은 전시회 기간 중 매매가 이뤄지는 ‘진짜 집’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견본주택과는 완전히 다르다. 또 6채의 집은 전시회가 끝나면 관람객들의 투표를 통해 순위가 매겨진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단독주택형 타운하우스 단지가 확산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30세대 규모의 단지에서 견본주택을 지어 운용하는 비용은 최소 30억원이다. 1세대당 1억원의 마케팅 비용이 수요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현장에서 견본주택을 건축해 이 비용을 절감하고 업체 상호간 경쟁을 유발해 상품의 질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이 놀라울 뿐이다.
전시된 단독주택 6채는 각각 특징이 있지만 기본적인 공통점은 ‘친환경’이었다. 스트리트 오브 드림스는 매년‘굉장하고 유일한 디자인’으로 유명했지만 올해는 그 위에다 ‘자연’을 얹었다. 모든 주택들은 자연에 파묻혀 그속에 부드럽게 녹아있었다. 주택 6채는 모두 앞·뒤에 정원이나 개울 등을 두고 있었다. 조그만 뜰이나 정원
을 지나야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전시된 주택들은 다양한 스타일의 건축양식을 바탕으로 넓고 심플한 거실에 웅장함을 강조했다. 고급 주택의 패션쇼라고 불릴 만하다. 앞에서 보면 2층 구조지만 집안에 들어서면 실제로는 3층인 주택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거실 천장을 높이고 여러 층 구조로 만들어 개방감과 화려함을 더했다. 또 거실과 주방은 원목과 대리석 등으로 웅장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거의 모든 주택은 1층에 들어서면 넓은 거실과 함께 식당 등 일상 생활공간을 배치하고 피트니스실, 당구대, 게임장 등을 설치해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있다. 전시된 주택 중 하나인 ‘팀버스 에지’에는 뒤쪽 베란다에 야외 스파를 갖추는 등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가족끼리 어울릴 수 있는 공간 따로 마련
시애틀 퀸스 크로싱에서 열린 ‘2007 시애틀 스트리트 오브 드림스’에서도 최근 미국 단독주택의 경향을 파악 할 수 있었다. 이곳에 전시된 주택은 모두 5채. 이곳 5채 중 2채에는 한국 교민이 건축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중앙의 넓은 마당을 중심으로 5채가 둥그렇게 모여 있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손님을 맞을 수 있는 거실과 가족끼리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두고 있었다. 특히 가족 공간으로 넓은 가족실이나 홈시어터실을 따로 마련한 것이 특징이었다. 홈시어터실에 설치된 PDP TV는 우리나라 LG전자 제품이었다. 뒤뜰 조성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작은 공원으로 꾸미기도 하고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을 설치해 집에서 야외활동을 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야외 바비큐 시설은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최근 미국 부동산 경기 침체를 보여주 듯 규모가 축소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00만달러에 가까운 주택이 전시됐지만 올해는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전시회에서 만난 찰스 슈네버그씨는 “지난해에는 바닥이 천연목재로 깔리는 등 고급스런 자재가 많이 쓰였지만 올해는 약간 저렴한 복합 소재가 눈에 많이 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차장과 식당, 침실과 세탁실 등 거주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단독?전원주택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사장은 “스트리트 오브 드림스는 향후 단독주택의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전시회”라며 “가족실이나 야외 조경 등은 한국에서도 적용 가
능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