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장으로 연봉이 7000만원인 K씨(45). 5억원대 아파트가 전 재산인 K씨의 유일한 희망은 9월 만기 때 받게 될 1억원짜리 통장. 그러나 이를 굴릴만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은행에 맡기자니 한 달 이자는 고작 40만원 안팎. 부동산에 넣기엔 종자돈이 부족하고 주식 투자에 나서자니 원금을 까먹을까 무섭다. 고민 끝에 <이코노미플러스>에 의뢰한 K씨의 투자금 1억원을 창업 분야에선 어떻게 투자할 수 있을까.

사례1: 아이스크림점 개업후 본사에서 위탁관리 매달 500만원씩 입금

사례2: 맥주전문점 공동출자 후 월평균 300만원 가져가

통 재테크라 하면 우선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부동산에 대한 규제는 점점 더 심해지고 리스크가 큰 주식 투자에도 선뜻 나서기 어려워지면서, ‘투자형 창업’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투자형 창업이란 투자자는 개인 또는 공동으로 창업 비용만을 투자하고, 점포 운영은 노하우를 갖춘 전문 경영인이 맡는 형태다. 창업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은 대신 그 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철저한 전략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에 초보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투자형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창업 전문가들은 “투자형 창업은 기술과 자금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의 재테크 수단이나, 퇴직자나 주부 등 초보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창업 형태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창업 시장에 선진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위험은 줄어들고 수익 창출의 기회는 늘어났다는 점도 투자형 창업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 없는 직장인이라면 고려해 볼 만

투자형 창업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일단 투자자는 창업비용만 투자하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담당하는 ‘위탁경영형 창업’ ▲둘째 여러 명이 공동으로 창업비용을 투자하고 공동 투자자 중 하나 또는 전문 경영인이 경영을 책임지는 ‘공동 사업형 창업’ ▲셋째 한명의 점주가 동일한 프랜차이즈 매장을 2~3곳씩 운영하는‘다점포 창업’ 등이다. 특히 요즘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위탁경영 방식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추세다. 위탁경영형 창업은 투자자는 자본 투자에 주력하고, 경영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 극대화를 위한 모든 노하우와 시스템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창업자가 관련 프랜차이즈 본사에 투자를 하면 본사가 투자자로부터 경영에 대한 모든 것을 위탁받아 마케팅과 직원 관리 등 일체의 점포 운영을 도맡아 한다. 말하자

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회사와 같은 셈이다. 계약 형태는 다양한데 사업자등록상의 실제 소유주는 투자자가 되고, 본사는 점장을 파견해 위탁관리를 해주는 대신 매출액 혹은 순이익의 몇 %를 위탁관리 대행 수수료로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탁경영 창업은 전문가가 경영을 맡게 됨으로써 성공 확률을 높이고, 자기 시간을 뺏기지 않으면서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간이 없는 직장인이나 여윳돈을 굴리려는 주부들에게 알맞은 투자 형태다.

 은행 금리와 비교하면 대체적으로 기대 수익도 낮지 않은 편. 업종만 잘 선택하면 부동산이나 주식에 비해서도 위험성이 낮은 투자처이기도 하다.

미국 유학 간 윤정순씨, 매달 500만원씩 수입

젤라또 아이스크림 전문점 ‘카페 띠아모(www.ti-amo.co.kr)’ 의정부 중앙점주 윤정순씨(46). 그녀는 지난해 5월 약 1억3000만원을 들여 33㎡(10평)짜리 점포를 개업한 후 본사에 위탁관리를 맡기고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펌프기계 수입 업체를 정리하고 여성·청소년복지학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을 결심한 윤씨는 3여 년간 유학을 위한 생활비에도 보탬이 되고 유학 후 국내에 들어 와서 할 사업 밑천도 필요했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위탁경영이 가능한 아이템을 찾았다.

 그 때 주변에서 소개해 준 것이 젤라또 아이스크림카페, ‘카페 띠아모’다. 매달 조금씩이라도 수입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아이스크림, 커피, 음료, 샌드위치 등 여러 메뉴로 1년 내내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음식점과 달리 기계만 있으면 누구나 전 메뉴를 만들 수 있어 점주가 없어도 운영에 무리가 없다는 점도 좋았다.

 유일한 걸림돌이 전문 매니저 고용. 그러나 이는 본사에서 점장 교육을 받으며 슈퍼바이저 활동을 하던 전문 매니저가 매장을 맡아 해결됐다. 매니저는 본사에서 점포 관리와 인력 관리를 모두 받은 터라 초보 점주 보다 매장 운영 능력이 더 낫다. 아르바이트 인력 고용, 매출 책임 등 모든 운영 권한과 책임을 매니저가 맡고 있다.

 매니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본사에 가서 운영 사항을 보고하고, 본사는 이를 바탕으로 매월 윤씨에게 입고 영수증부터 분야별 분석표까지 작성해 미국으로 우편 발송해준다. 아이스크림은 마진율이 높아 미국에 체류중인 윤씨 통장에는 매달 평균 500만~600만원의 돈이 입금된다.

 카페형 해산물 요리주점 ‘섬마을 이야기(www.seommaul.com)’ 서울 중앙대점도 본사가 위탁관리하는 점포다. 총 창업비용 4억1000만원을 점주 두 명이 반반씩 투자했고, 본사는 점장을 비롯한 8명의 직원을 파견 관리하면서 위탁관리 조건으로 평당 관리 로열티를 4만원씩 받고 있다. 인건비 등 모든 운영비용을 제외한 월평균 순익이

2000만원 정도 돼 두 명의 투자자 통장으로 각각 1000만원씩 입금되고 있다. 이 밖에 ‘피쉬앤그릴(www.richfood.net)’, ‘가르텐비어(www.garten.co.kr)’ 등도 위탁경영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위험은 나누고 수익은 늘리고

 여러 명이 공동으로 투자해 ‘위험은 나누고 수익은 늘리는’ 공동창업도 늘고 있다. 공동창업은 자금이 부족한 소자본 창업자들이 소액을 모아 중심 상권에 대형 점포

로 진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수도 있고, 전문가가 점포를 운영함으로써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투

자자들의 위험도 분산을 위해 일정 부분을 투자하는 추세에 있다.

 세계 맥주 전문점 ‘와바(www.wa-bar.co.kr)’ 서울 여의도점은 가맹본사와 직원을 포함, 모두 다섯 명이 공동 출자해 창업한 가맹점이다. 이곳은 실평수 100평, 좌석 수 230석의 대형 매장이다. 매장 규모가 큰 만큼 창업비용은 5억원이 들었다. 대형 매장이라 창업비용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명의 투자자를 물색했다.

 여의도점은 독립법인으로 가맹본사가 지분의 40%를 갖고 나머지는 본사 직원과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금액에 따라 주식을 소유하는 형태를 띤다. 이곳의 한 달 매출은 8000만~1억원 내외. 1억원을 출자한 투자자는 월평균 300만원 정도를 가져갈 수 있다.

 와바 가맹사업 담당자는 “최근 들어 부쩍 투자 문의가 늘어나 대기 수요까지 생겼다. 주로 직장을 다니면서 부가 수입을 얻고 싶은 사람들이나 퇴직자들이 많이 몰린다”고 말했다.

 윤여경씨(41)는 여의도점 공동창업 투자자다. 윤씨가 투자형 공동창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그 동안 해오던 컴퓨터 부품 유통업의 상황이 너무 악화되자 창업을 결심하고 가게를 처분했다. 수중에 떨어진 돈은 약 6000만원. 외식업 창업을 염두에 두고 아이템을 찾아봤으나 600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안정된 아이템으로 창업하려다보니 2억원에 가까운 돈을 빌려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여러 명의 투자자들이 소자본을 투자해 대형 매장을 오픈 하는 공동창업에 대한 성공 사례를 접하고 와바 공동창업 주주로 참여하게 됐다. 소자본 투자로 배당금을 받으면서 간접 운영 경험을 쌓고,개인적으로는 창업 준비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본사의 체계적인 시스템에도 신뢰가 갔다. 여의도점의 식자재 입고, 일일 고객 수, 객단가, 매출 등 모든 재무사항은 POS(판매 시점 관리) 시스템에 입력되며, 투자자는 어느 곳에서든 ERP(전사적 경영 자원 관리) 시스템을 활용해 매장 운영 전반을 살펴볼 수 있다. 식자재 등 출입고 사항은 전부 세금계산서화하고, 주류 특성상 90% 이상이 카드라 매출 상황도 투명하게 살펴 볼 수 있다. 또 매장 내에 카메라를 6대 설치해 사각지대 없이 언제든 원하면 매장 내부를 볼 수 있어 매장 관리에 대한 불안함을 해소했다.

주총 통해 ‘매니저 관리’

 투자자들과 매니저가 매장 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은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주주총회 시간이다. 그동안 매니저는 재량껏 매장을 운영하고 주주총회에서 브리핑 형태로 업무보고를 한다. 주주들은 보고를 받고 건의 사항이나 불만 사항, 의문점을 이야기해 합의점을 찾고 있다. 윤씨는 “공동창업 시 단순히 배당금만 보고 몰려들 것이 아니라, 본인의 조건과 시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참숯 화로구이 전문점 ‘화로연(www.hwaroyeon.co.kr)’ 서울 관철동점은 7명이 총 투자금 6억원을 각각 10~20%씩 공동 투자했다. 건설업체 사장, 직장인, 주부, 그리고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투자했고, 점포 운영은 본사에서 점장 교육을 받고 파견된 베테랑 점장이 맡아서 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일체 점포 운영에 관여할 수 없고, 매월 한 번 열리는 투자자 회의에서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 점포의 특징은 투명성 보장을 위해 CCTV를 설치, 점포 밖에서도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매장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POS 시스템으로 매출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화로구이점 ‘화로연’ 관철동점의 점장 유인구씨(51)는 “경영 실적을 100% 오픈 하고, 매일 회계 상황을 공개하는 등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한 게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작년 6월에 오픈 한 이 점포의 투자자 수익률은 월평균 4% 선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한 곳 성공 뒤 다점포 투자 경우도

 한 명의 점주가 동일한 프랜차이즈 매장을 2~3곳씩 운영하는 다점포 창업도 견실한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투자형 창업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본에는 아예 프랜차이즈 가맹점 20~30여 개를 운영하는 중소기업도 있고, 미국도 한 사업자가 점포 여러 개를 운영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지 않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프랜차이즈 중에도 한 사람이 다수의 가맹점을 개설하는 사례가 많다.

 보통 1호점의 성공으로 단시간에 투자금을 회수한 뒤 점포 인근이나 연고 지역에 2호점을 오픈, 재투자를 시도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본사의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관리시스템도 잘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산화·정보화 인프라 및 직원 교육 매뉴얼을 갖추고 있어 점주가 하나의 매장에만 묶여 있지 않아도 손쉽게 매장 관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점주에게 장사가 아닌 경영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인사·재무·조직 관리등의 보수교육을 수시로 실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투자형 창업 십계명 

1. 투자형 창업 역시 일반 창업과 마찬가지로 업종 선정이 성공의 관건이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성장성과 안정성이 높은 업종을 고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2. 투자만 하는 창업이라고 해서 매장 운영, 관리에 무관심하면 안 된다. 내 점포라는 생각으로 수시로 매장 상황을 체크하고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3. 재무 상황이나 매출 추이 등 회계와 관련된 사항은 철저히 챙기도록 한다.

4. 위탁경영 시 본사 조직이나 경영 상태가 안정적이고 기존 위탁경영 사례가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선택한다. 본사의 경영 전문성과 노하우가 점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5. 구체적으로는 본사에서 전문 매니저를 양성하고 있는지, POS 등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6. 위탁관리지만 나름대로 위기관리 대책을 세워두는 게 좋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본사에만 맡겨두지 말고 투자자 본인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7. 공동 투자 시 투자자의 권리와 의무, 역할 분담에 관해 계약서나 약정서에 명확히 기록해야 한다.

8. 투자와 경영은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점포 운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게 낫다.

9. 본사가 일정 지분을 직접 투자하는 점포가 안정성이 높다.

10. 과도한 욕심을 버려라. 위험 부담이 적고, 직접 운영하지 않아도 편하게 관리해 주는 만큼 이익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

  성공 전략 및 주의점 

 투자형 창업 역시 일반 창업과 마찬가지로 업종 선정이 성공의 관건이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성장성과 안정성이 높은 업종을 고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또 프랜차이즈 본사의 운영ㆍ관리 시스템 점검은 물론, 반짝 아이템에 혹해 충동적인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위탁관리를 할 때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운영 관리 시스템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위탁관리를 해주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경영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췄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본사 역량이 부족하거나 준비 없이 뛰어들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 투자자가 수익에 대해 지나치게 욕심을 내는 경우에도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투자 조건과 입지 여건 등을 꼼꼼히 따지고 본사의 인력 구조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다음 결정해야 하며, 사전에 투자비용 대비 수익금 배분에 대한 규정도 명확하게 설정해 놓아야 한다.

 공동으로 투자할 때는 가급적 매출 규모가 큰 아이템을 택한다. 예를 들어 월매출이 2000만원에 순이익이 600만원이 난다고 해도, 세 명이 공동지분으로 투자했다면 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2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객단가가 낮은 커피전문점, 분식점 등보다는 고깃집, 호프집 등 객단가가 높은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또 공동투자의 경우 항상 분쟁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의 권리와 의무사항, 이익 분배, 역할 분담에 대한 분명한 경계 설정을 위한 계약서 작성과 사전 합의는 필수다.

 다점포 운영의 경우에는 체계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주먹구구식 점포 운영으로는 여러 개 점포를 효율적으로 가동하기 어렵다. 오히려 어설프게 두세 개 점포를 운영하는 것보다는, 한 개 점포를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것이 훨씬 낫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POS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각 점포를 일일이 찾 아가지 않아도 점포별 매입, 매출, 재고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단 지나치게 욕심이 앞서는 것은 위험하며 1호점 매출이 안정되고 영업 환경에 변수가 없어 직원에게 맡겨도 차질이 없다는 확신이 들 때 매장을 확장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