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이 배부르면 창조적이고

            의미있는 일을 찾지 않는다”

마 아빠는 돈을 열심히 벌 테니까, 너희들은 아무 걱정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해라.”아직도 이런 말을 하는 부모가 있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오늘날 요구하는 인재는 ‘지식 엘리트’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살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인성 엘리트’를 더 원하고 있다. 그런데 돈벌이에 바쁜 대부분 부모들은 가정에서 자녀 교육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모두 돈으로 다 해결하려고 한다. 이게 오늘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다. 부자 부모는 부유 한대로, 가난한 부모는 가난한대로 자녀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부자는 있지만 존경받는 부자가 없고, 지식 엘리트는 넘쳐나지만 인성 엘리트가 없다. 제대로 된 가정교육 없이 훌륭한 인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투자의 전설’이 된 워렌 버핏은 존경받는 부자로서 모범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자녀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존경받는 부자가 자녀 교육에 성공하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버핏은 1930년 미국 중서부의 오마하에서 태어났다. 오늘날 버핏을 ‘투자가의 전설’로 있게 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 하워드 버핏이다. 식료품점을 소유한 아버지를 둔 하워드는 주식중개업을 하다 국회의원이 된 자수성가형 인물로 아들 버핏에게 주식시장에 눈을 뜨게 했다. 버핏은 아버지 사무실에서 주식시세판의 주가를 기록하는 일을 도왔는데 이때 처음 주식을 접했다.

 아버지는 버핏이 6살 때 20달러로 처음 통장 계좌를 개설해 선물로 줬는데 5년후에 20달러가 120달러가 됐다고 한다. 11살 때 그는 이 돈으로 38달러짜리 주식을 3주 살 수 있었다. 이게 그의 생애 첫 주식 투자였다. 주가가 하락하자 조바심이 난 그는 5달러 정도 수익을 올리게 되자 처분을 했다. 그런데 주식을 팔자마자 2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때 그는 ‘투자에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선물해 준 20달러 통장이야말로 오늘날 520억달러에 이르는 부를 축적할 수 있게 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부친은 그 후 정계에 입문해 공화당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13살 때 가족들은 워싱턴으로 이사를 갔다. 워싱턴에서 버핏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을 거듭하다 신문 배달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 아들이 신문 배달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는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빌게이츠는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두고 휴학하고 취직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바로 자녀의 경제적 자립심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고교에 다니는 자녀가 돈을 벌려고 하면 “이놈이 공부는 안하고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을 하려한다”며 펄쩍 뛸 것이다. 이제 우리도 어릴 때부터 자녀가 스스로 돈을 벌게 하는 등 경제적 자립심을 갖도록 이끌어주는 문화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약한 자녀를 만들고 자칫 부모가 물려준 유산마저도 쉽게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 모두 그 아버지가 변호사와 국회의원으로 사회 저명인사였지만 자녀의 돈벌이를 결코 만류하지 않았다.

 버핏은 신문 배달 수입을 모두 저축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소득을 직접 세무서에 신고했다. 버핏은 지금도 번만큼 세금을 내는 것을 신조로 여기고 있다. 그는 “세금은 불평등을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라고 역설한다.

 또한 그는 핀볼기계를 사서 이발소에 대여하는 자판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고교를 졸업할 때에는 무려 1만달러를 모을 수 있었다. 그는 이를 시드머니로 삼아 1951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25년 동안 무려 900만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1만달러는 무려 520억달러가 돼 세계 최고 갑부 반열에 오른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버핏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한 주도 사지 않았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와는 25년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친구로 지내오는 사이다. 이에 대해 버핏은 “이해할 수 있는 기술에만 투자한다는 원칙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그는 수익성과 함께 ‘장기적 전망’에 투자해 장기 보유를 원칙으로 한다. “자신이 이해할 수 있고 분석할 수 있는 기업의 주가가 내재 가치에 비해 매력적인 수준(저평가)에 있을 경우 매입을 해서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 이게 버핏식 투자 기법의 핵심이다. 

 

버핏의 투자가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인물로 벤자민 그레이엄이 꼽힌다. 버핏은 대학에서도 공부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투자 분야를 파고들었다. 이때 읽은 책이 그의 인생을 바꾸게 한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이다. 이 책을 읽고 그는 그레이엄이 있는 컬럼비아대 비즈니스 스쿨에 들어갔다.

“부자들의 ‘푸드 스탬프’가 자녀를 망친다”

 <주역>에서는 ‘적선지가 필유경사(積善之家必有慶事)’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전에는 “조상의 적선에 대한 보답으로 후손이 경사를 받는다”고 여겼다. 적선을 하는 이유는 바로 부모가 자녀에게 솔선수범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데 있다. 이웃을 위해 적선을 실천하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는 나중에 커서 그 역시 적선을 실천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또한 적선을 먼저 실천한 까닭은 자녀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이웃에게 좋은 일을 하는 자식의 아이”라는 주변의 평판을 듣고 자란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최근 등장한 ‘욘스(yawns)’는 사회적으로 기부를 활발하게 하면서도 자신의 생활은 검소하게 하는 젊은 부자들을 대변하는 말이다. 이들은 수천만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재산을 요트 등을 사는 데 쓰기 보다는 자선사업에 쓰면서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전한다. 욘스는 21세기 존경받는 부자들의 새로운 버전인 셈이다.

 현존하는 세계적 부자들 가운데 욘스의 1세대가 워렌 버핏이라고 할 수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역사상 1억달러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부자는 21명이었는데, 그 중 워런 버핏이 435억달러로 최고 액수였고, 2위가 300억달러를 기부한 빌 게이츠 부부였다. 버핏은 또 3명의 자녀들에게 전 재산의 극히 일부분만을 물려준다는 원칙 하에 2006년 6월에 전 재산의 85%를 친구인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푸드 스탬프(미국 저소득층에게 연방정부가 발행하는 식권)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가난을 악순환 시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식에겐 몇 트럭분의 돈을 남기려 하고 있다.” 버핏은 부자 부모에게 상속받은 재산을 ‘부자들의 푸드 스탬프’라고 부른다. 결국 자녀에게 푸드 스탬프를 많이 물려준다면 자녀들은 푸드 스탬프를 갖고 무기력하게 인생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배부른 상태에서는 도전정신이 나오지 않는 법이다. 창조적인 일을 하거나 의미 있는 일을 찾지 않아도 그가 사용할 수 있는 푸드 스탬프가 얼마든지 쌓여있기 때문이다.

nbsp;버핏은 “자녀들에게 결코 많은 재산을 증여하거나 상속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자식들에게 많은 돈을 남겨주는 것은 그들을 위해서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큰 돈을 물려주면 그 아이는 결코 창의적인 아이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시애틀의 은행가 집안에다 유능한 변호사 아버지를 둔 빌 게이츠는 아버지의 별다른 도움을 받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해 세계 최고 부자의 자리에 올랐다.

 장기 투자를 특징으로 하는 버핏은 그의 투자 방식대로 자녀 교육도 장기 투자의 일환으로 접근했다고 할수 있다. 그는 자신이 쌓아올린 부와 명성은 자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에 원만하게 ‘수습’될 수 있다는 점을 느꼈던 것이다. 자녀들이 자칫 자신이 이룬 재산에 눈독을 들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부(富)가 그들의 앞길에 방해물이 될 뿐이다. 그는 큰딸 수지와 두 아들인 하워드(할아버지와 이름이 같음)와 피터에게 어린시절부터 틈만 나면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할 것”이라고 주지시켰다. 재산은 어느 정도 물려주되 결코 많은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것 이라는 점을 가정교육을 통해 인식시켰던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자녀들도 큰 재산을 유산으로 받게 될 것 이라곤 생각하지 않고 인생설계를 했다고 한다. 즉 “너희들은 증여권을 갖고 있지만 최상층의 생활을 영위할 정도로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버핏의 세 자녀들은 다른 부유층 자녀들과는 확실히 대조되는 인생관을 갖고 있다. 이들은 2006년 워렌 버핏이 380억달러를 기부하자 아버지의 기부 결정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는 부모와 자녀간에 돈에 대한 원칙과 비전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버핏이 가정에서 자녀 교육을 제대로 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세대간 돈에 대한 원칙을 공유하라

 세대간 공동의 이해와 목표를 공유하지 못할 경우 자녀가 성공해도 부모 자녀 관계는 파탄나기 쉽다. 이러한 사례는 동서고금을 통해 수없이 많다. <뉴욕타임스>에 이런 기사가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MIT 교수를 지낸 존 도너번은 보스턴에서 컨설팅 업체를 경영하는 억만 장자로 케네디가를 흠모한 나머지 MIT에 1억달러에 이르는 전 재산을 기부하려 했다. 도너번의 큰아들은 하버드 법대를 나와 골드만삭스에서 중역으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큰아들 등 자녀들이 이에 반발해 재산을 둘러싸고 분란을 벌였고 급기야 아버지가 자녀로부터 청부살해를 당할 뻔했다며 자녀들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도너번은 이혼과 재혼을 반복했고 세 번째 부인과 살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부모의 본보기와 함께 세대간 원칙과 철학, 비전의 공유다. 도너번은 아버지로서의 본보기를 보여주지 못했고 당연히 가정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원칙 부재의 가정이 얼마나 참담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것이다.

 역사상 수많은 부자와 권력자가 있었지만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에는 가차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존경받는 부자는 다름 아닌 부모 자녀 세대간 돈에 대한 원칙의 공유에서 나오며, 그것은 철저한 자녀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워렌 버핏이야말로 철저한 자녀 교육을 통해 2대에 걸쳐 리세즈 오블리주(Richesse Oblige), 즉 부자로서의 사회적 의무를 실천하고 있는 존경받는 부자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돈많은 부자가 2대에 걸쳐 자선사업을 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버핏의 자녀들은 모두 평범하게 자랐다. 지금 이들은 어린이교육,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 아메리카 원주민 복지 등의 분야에서 각각 아버지를 이어 자선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장남 하워드는 아버지를 이을 후계자로 지명됐고, 큰딸 수지는 어머니를 기려 만든‘수잔 톰슨 버핏 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막내 피터는 뉴에이지 뮤지션으로 건반을 연주하는 작곡가로도 활동하며 영화 <늑대와 춤을>의 주제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자녀 교육은 가장 인내를 요구하는 장기 투자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50여 개 계열사와 21만 명 직원을 둔 대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오마하 본사의 인원은 16명의 경영진과 3명의 비서로

단출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의 생활 역시 검소하기로 유명하다. 40년 전에 3만달러를 주고 구입한 집에서 아직도 살고 있다. 20달러짜리 스테이크를 먹고 12달러짜리

이발소의 단골이다.

 워렌 버핏은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재단에 300억달러를 기부할 때 “자원은 그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야 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자신의 자녀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할수도 있었을 테지만 최고의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곳이라며 게이츠재단에 맡긴 것이다. 이야말로 세계적 인 투자가다운 접근이 아닐 수 없다. 기부 역시 투자의 하나이며 기부한 돈을 가장 잘 굴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할 때 가장 가치 있는 기부가 되기 때문이다.

 버핏은 “사회에서 얻은 부는 사회로 되돌려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그는 틈날 때마다 “선택받은 소수가 출발선에 앞서 달려 나가서는 안 되며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게 그가 자식들에게 재산과 관련해 모질게 대하는 이유다. 그는 “자녀들이 각기 자신의 길을 가며 생산적인 일을 성

취하기를 바란다. 그저 어떤 돈 많은 사람의 자식이길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버핏의 이 말이야말로 그가 돈 많은 부자로 존경받을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자녀

교 육으로 더 존경받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자녀 교육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자녀 교육이야말로 가장 인내를 요구하는 ‘장기 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 투자로 거부가 된 버핏은

자녀 교육도 주식처럼 장기 투자로 접근하여 성공한 것은 아닐까.

*최효찬 소장은 연세대(정치외교학과)및 동 대학원(비교문학 박사)을 나와 경향신문에서 17년동안 신문기자로 지냈다.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지식콘텐츠전문 1인 기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5백년 명문가의 자녀 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 교육>,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