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B들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역할 수행해야”
한국 기업들 M&A에 너무 소극적...증권, 생명보험 부문, 추가적인 구조조정 계속돼야
인터뷰 요지
- 공동대표 체제는 골드만삭스의 오래된 전통
- 골드만삭스의 특징은 강한 팀워크, 내부에서 ‘나’보다 ‘우리’라는 말을 사용
- 직원수 지난해보다 두 배 늘린 150여명 … 풀라인업 갖춰
- 자통법 시행되면 파이 커지고, 많은 회사들 성장할 수 있을 것
- 진짜 M&A시장은 기업이 필요 없는 사업부문을 팔고 핵심 사업부문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크로스 보더(cross border) M&A를 하는 것
- 골드만삭스는 전세계적으로 공격보다는 방어에 더 주력...공격을 가장 많이 했던 대표적인 인물 칼 아이칸의 반대편에는 항상 골드만삭스가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IB: Investment Baking)이다. 골드만삭스의 브랜드는 미국 월가나 전 세계 투자은행 업계에서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로 통한다. 자문업을 배우고 육성해 IB 전문 증권사로 도약하고자 하는 국내 증권사들이 벤치마킹 1순위로 꼽는 투자은행이기도 하다. 기업, 금융기관, 각국 정부, 고액 자산가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고객들에게 투자, 자문, 자금 조달 서비스 등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세계 어느 금융기관보다 탁월한 능력과 실적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과 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거래를 주관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역시 국내 증권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경영 원칙에서 제시하고 ‘고객’과 ‘명성’을 그 원동력으로 꼽는다. 골드만삭스의 경영 원칙은 모두 14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서 첫 번째가 바로 고객이다. ‘Our client′s interests always come first.’ 고객의 이익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뜻이다.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성공이 뒤따른다는 것을 골드만삭스는 지난 140년의 역사를 통해 경험해 왔다. 명성 역시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가 내세우고 있는 자산은 사람, 자본, 명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잃는다면, 특히 명성은 회복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회자되고 있는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모델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업무 특성상 언론과의 접촉에 일절 응하지 않았던 김종윤·허재영 골드만삭스 한국지점 IBD(Investment Baking Division: 기업금융자문) 부문 공동대표를 지난 9월13일 만났다. 리서치 부문의 경우에는 미디어를 비롯해 외부 활동이 다소 자유롭지만 두 대표는 비밀 유지가 철저할 수밖에 없는 M&A 부서라는 점에서 그동안 특히 언론과의 인터뷰를 피해왔다. 실제 공식적인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김·허 두 대표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경직된 목소리와 곧추세운 자세에서 흘러나오는 답변도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골드만삭스의 경쟁력은 물론 한국의 M&A 시장과 기업의 접근 태도에 대해 거침없는 지적과 비판을 쏟아냈다.
두 분이 공동대표로 취임한 지 5개월여가 흘렀지만 인터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간단한 소감부터 부탁드립니다.
김종윤 한국에서는 IB를 공동대표 체제로 이끄는 것이 업계에서 최초인 것 같지만, 공동대표라는 체제는 골드만삭스에서 매우 오래된 전통으로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골드만삭스 문화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본사에 두 명의 공동 부회장이 있으며 IB 등 아시아의 주요 부서들도 예전부터 두 명이 경영을 이끌어왔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스테판 프리드만(전 미 국가경제위원회 의장)과 로버트 루빈(전 미 재무장관), 그리고 행크 폴슨 (현 미 재무장관)과 존 코자인(현 뉴저지 주지사)이 골드만삭스의 공동 회장을 맡은 바 있습니다. 한국 시장도 과거에는 M&A가 많지 않았고 IB의 업무도 순수하게 발행 분야에 치중해 있었지만 이제는 할 수 있는, 또 해야 할 일들이 다양해졌습니다. 이런 일들을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이 기쁩니다.
허재영 2000년에 처음 골드만삭스 홍콩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당시인 2000년 초는 미국 주식시장과 M&A 시장이 역사상 최고점이었고 그 후 버블이 가라앉아 요즘 다시 최고점을 기록 중에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생겨 글로벌 시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미국도 한국도 지금이 주식시장이나 M&A 시장이 최고점입니다. 아울러, 한국은 향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시장을 비롯해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공동대표를 맡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업계에서 많은 존경을 받아오던 뱅커인 김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분의 역할분담은 어떻게 되십니까.
허재영 딱히 역할 분담이라고 하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저와 김 대표는 많은 점에서 상호보완적인 것 같습니다. 우선 김 대표는 해외 동포 출신이시고, 저는 토종입니다. 그리고 저는 밖에서 대외 업무라고 할 수 있는 고객과의 관계 및 거래의 수임(origination)에 치중해 왔습니다. 김 대표는 주로 저희들이 수임한 거래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일을 해오셨습니다. 흔히 엑시큐션 뱅커(Execu-tion Banker)라 하는데 M&A든, 발행이든 국내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뱅커입니다. 또한 김 대표는 골드만삭스 아시아의 일반 산업 그룹(General Industries Group)의 대표로서 한국 시장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과 업계에 대한 기회와 트렌드를 보고 있습니다.
그간 한국지점의 성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종윤 본사에서는 한국, 중국, 인도 시장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많은 우량 기업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계속해서 이런 우량 기업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며, 이것이 우리가 아시아에서 한국, 중국, 인도를 장기적인 투자와 파트너십을 위한 시장으로 보고 있는 이유입니다. 한국지점은 지난 2~3년간 연속적으로 두 배 이상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국내 외국계 IB팀 중에서 우리가 가장 큰 규모입니다. 그만큼 본사에서도 향후 한국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허재영 1970년대부터 한국에서 사업을 해온 골드만삭스는 1992년 정식으로 사무실을 개설한 이래, 현재 직원 수만도 150여 명에 달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서 두 배 증가한 숫자로, 인원을 늘리고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것은 모두 한국 시장의 성장에 대한 신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한국지점은 2006년 <파이낸스 아시아(Finance Asia)>로부터 ‘한국 최우수 외국계 투자은행(Best Foreign Investment Bank in Korea)’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또 모든 분야에서 풀 라인업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 정도의 풀 라인업을 갖춘 증권회사는 아시아에서도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 전략도 지금까지와는 좀 더 차별화돼야 할 것 같습니다.
김종윤 파이 전체가 커지게 됨에 따라 그 파이를 누가 가져가고 뺏길 것인가 하는 차원을 넘어서 결국 많은 회사들이 윈-윈(win-win)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허재영 우리가 경쟁사에 비해 차별화하는 점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시장 상황의 변화에 맞춰 시장을 먼저 읽고 그에 맞는 큰 전략을 수립하고, 또 각각의 상황에 맞게 세부적인 전략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다고 답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김 대표의 말처럼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있습니다. 일본을 보면 현지 증권회사가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회사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골드만삭스와 같은 외국계가 할 수 있는 영역과 토종 한국계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일정 정도 구분돼 있습니다. 아직은 서로 자기들만의 리그에서 활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서로 발전적으로 경쟁해 가면서 발전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김종윤 예를 들면 최근 STX팬오션을 싱가포르에 상장시켰고 현재는 한국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삼성증권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국내 IPO를 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외국 증권사도 참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윈-윈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흔히 이야기했던, 정치권에서와 같이 어느 한쪽이 이기고 어느 한쪽이 지는 제로섬 게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 미국에 글라스 스티걸(Glass-Steagall)이라는 법이 있었는데 간단하게 생각하면 증권사는 은행 업무를 못하고, 은행은 증권사 업무를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법이 폐지된 이후 은행도 발전했고 IB도 발전했습니다. 제가 봤을 때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경쟁은 심화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파이가 커지고 그 속에서 많은 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골드만삭스 한국지점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두 분의 구체적인 업무는 무엇입니까.
허재영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에쿼티 리서치, 브로커리지, 투자은행 업무와 같은 업무에서부터 최근에는 주로 고정수입(Fixed Income)의 파생상품 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은행 라이선스 그리고 자산운용(Asset Management)까지 모든 업무 분야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이중 우리 두 사람은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 업무로 M&A, 주식 발행, 채권 발행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M&A 쪽은 비밀리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말씀드리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최근 외부에 알려진 사항들로는 하나로텔레콤 매각, 한국 코카콜라 보틀링 매각 등이 있습니다. 또한 1998년 이래 10년 가까이 한국 재경부에 국가신용등급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재경부가 3개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A등급을 받아내는 성과를 올리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또 신용평가기관들의 남북 관계 이해를 돕고 한반도의 경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2007년 개성단지 방문에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성과는 한국 기업들이 국제 자본시장, 채권시장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기여한 것입니다.
김종윤 IPO의 경우에는 STX팬오션을 추진하고 있고 주로 발행과 자문 업무 등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주식 발행 부문에서는 2002년부터 골드만삭스가 한국은 물론 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6

년 한국 기업 최대 규모 IPO이었던 롯데쇼핑의 IPO를 담당한 바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를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이끈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허재영 골드만삭스의 경영 원칙(Business Principles)을 보면 첫 번째가 ‘고객의 이익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돼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그 원칙에 입각해서 모든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성공도 클라이언트의 성공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믿습니다. 직원들도 그 원칙을 철학처럼 믿고 실제 그렇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자연히 성공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명성(reputation)이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지난 140여 년간 이런 원칙이 실적으로 이어져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종윤 사실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만약 한 동네에 수십 개의 냉면집이 있고 설렁탕집이 있다고 할 때, 어떤 식당은 장사가 잘 되는데, 어떤 식당은 그렇지 못합니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식당이 냉면과 설렁탕을 만드는 법을 모르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장소, 재료, 손맛, 서비스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있을 것입니다. 결국 어느 것 하나만 잘 한다기보다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결합할 줄 알아야 하며, 이것이 ‘최고의 맛집’이라는 명성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골드만삭스의 특징은 다른 회사에 비해 강한 팀워크를 발휘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곧 개인이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내부에서 ‘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타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스타가 되지 못합니다. 저는 골드만삭스 이전에는 경쟁사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회사에도 팀워크라는 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회사와의 차이라면 지역이나 부서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적인 분위기가 하나로 형성돼 있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각각의 개인에 대한 평가도 하지만 팀으로 평가합니다. 개인의 창의성도 물론 중시하지만, 많은 경우 팀의 노력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회사와 고객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중요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국내 증권사들이 골드만삭스와 같은 IB를 꿈꾸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IB는 어떤 것입니까.
허재영 골드만삭스를 롤 모델(role model)로 보고 있다는 것인데, 그동안의 언론보도를 보면 골드만삭스를 두 가지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시장 상황에 잘 대처해 이익을 많이 남긴다는 것과 세계 최고의 IB로 평가하면서 골드만삭스를 배우겠다는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보는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시장 흐름을 남들보다 먼저 읽고 이에 대처해 고객을 위해 빨리 투자하고 이익을 많이 남긴다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요. 사실 요즘 한국판 골드만삭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명성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위해서 열심히 뛰다보면 명성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얻게 되고 그것이 지속적인 실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든 업무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업무 방식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서도 고객의 문제에 대한 보다 나은 해법을 찾아나서는 일 역시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다양한 업무 관행과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러 기관들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고 좋은 시도들을 하고 있는데 결국은 발전하리라고 봅니다. 다만 너무 눈앞의 이익이나 실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김종윤 골드만삭스는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도 계속 할 겁니다. 경쟁사에 비해 고객이 원하는 바를 먼저 구조조정을 통해 수용해 주었던 것을 주요한 성공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김종윤 골드만삭스는 고객이 바라는 총체적인 투자은행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변화해 왔습니다. IB의 경우 예전에는 자문, 주식 및 채권 발행 쪽의 일만 했지만 고객이 자금 조성(financing) 쪽의 요구를 하게 되면서 업무 영역을 넓혔고, 또한 점점 직접 투자(principalling)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직접 투자 업무도 확대하게 되었습니다. 고객들이 이 사업은 골드만삭스도 함께 투자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했고 골드만삭스는 그런 고객 요구를 빨리 읽어 내고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채권팀과 주식발행팀(Equity)의 고객이 비슷할 때 이 두 부서를 합쳐 버린다든지, 고객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의 조직을 확대하는 등 골드만삭스는 고객과 사업에 따라서 내부조직을 개편하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허재영 증권 비즈니스는 사람과 명성 두 가지를 통해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든 업무의 최적임자를 파악하고 영입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업무는 수십억달러 단위로 측정되지만 사람은 한 명, 한 명 개별적으로 선발하는 것이 원칙인데, 서비스 업종에서 최고의 인재 없이는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우수한 인재를 선별하여,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운영되는 팀에 투입합니다. 가장 똑똑해 보이는 인재들을 데려와 이들을 교육하고, 도전의식을 불어넣고, 업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보람 있는 문제에 이들의 에너지를 집중시킴으로써 리더들을 탄생시켜 왔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증권사 비즈니스라는 것이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 비스니즈잖습니까. 얼마나 내부적으로 리스크를 잘 다루느냐 하는 것은 사실 증권사 비즈니스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 같습니다. 직접 투자를 하든, 자기자본 트레이딩 비즈니스를 하든, 언더라이팅(underwriting: 인수주선업무) 비즈니스를 하든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얼마나 리스크를 잘 다루느냐 하는 이야기거든요. 여기에서 항상 마켓을 이길 수는 없는데 마켓의 방향과 반대일 때에는 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노하우도 축적이 돼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김종윤 골드만삭스가 사람 키우는 시스템은 확실히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경쟁사에서 거액의 스카우트 비용을 들여 사람을 데려간다 하더라도 내부에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그만한 성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허재영 앞서 얘기한 것처럼, 골드만삭스 한국지점의 직원은 현재 약 150명입니다. 또 외국계 증권사 중 탑(top)이라고 하는 증권사는 한국에 다 들어와 있습니다. 만약 그 같은 증권사가 10개고 한 증권사당 100명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1000명인데 이들 대부분은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은 이미 선진 금융 인력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그 효과와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증권사가 있다고 보십니까.
김종윤 잠재력을 가진 회사들은 있다고 보고, 시간이 흐르면 더 많은 증권사도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허재영 지금 상황에서 있다 없다 구분해 답하기가 곤란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들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탑 클래스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이 이미 30~40개도 넘는다고 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 기업이 3개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회사가 2개입니다. 이들 기업은 해외에 있는 기업들과 매일매일 경쟁하면서 탑 클래스에 올라섰습니다. 금융 분야는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만 경쟁을 함으로써 그만큼 발전하지 못했지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자질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처럼 외국계 증권사에서 일하고 있는 1000명의 유능한 인재들은 한국 사람입니다. 인력의 자질적인 측면에서는 머지않아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가 나오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골드만삭스와 같이 종합 IB 솔루션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증권사는 어렵지 않을까요.
김종윤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렵겠죠. 골드만삭스는 세계적으로 많은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러한 네트워크를 갖춘 것은 아닙니다. 제 생각으로는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골드만삭스와 같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 또 이를 위해 하나씩 준비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시차적으로 어떤 것이 우선순위냐 하는 것부터 정해야 하겠죠. 그리고 집중과 확대를 해나간다면 종합 솔루션 IB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국내 증권사가 종합 솔루션 IB로 성장하면 시장이 커질 겁니다. 골드만삭스가 참여할 수 있는 시장도 자연히 커지게 되겠고요.
골드만삭스의 많은 인재들이 최근 국내 증권사로 이동했습니다. 이들이 한국 IB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김종윤 기존 조직에 새로운 피가 주입됨으로써 보다 창의적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새로운 상품도 나오겠지요.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회사다보니 전 세계 시장을 보고 상품을 개발하지만, 한국의 IB들은 한국 상황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할 겁니다. 그러면 골드만삭스도 이들 상품과 관련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지 않겠습니까. 한국 IB들이 창의적으로 변한다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결국 IB 사업의 타깃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가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허재영 고객과 같이 발전해 나가면 그게 가장 좋은 방향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두산그룹 같은 경우 예전에는 주류와 식품을 주력으로 한 회사였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중공업 회사로 완전히 환골탈퇴했습니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외국계 컨설팅 회사와 오랫동안 일을 해왔고 골드만삭스와 같은 IB들과도 지속적으로 일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들과 경영진의 뛰어난 결단력이 지금의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두산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골드만삭스가 해온 많은 일들 중에서, 예를 든다면 잘 아시는 폴로의 경우, 예전에는 미국의 조그만 회사에 불과했지만 우리가 초기 단계에서부터 투자하면서 향후 각종 파이낸싱 및 성장 전략을 도와 해외로 진출시켜 점차 세계적인 회사로 커나갔습니다. 국내 IB들도 국내의 회사들을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도록 도와주고 나아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분명한 역할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 한국의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M&A에서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년부터 M&A 시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김종윤 앞으로 한국의 M&A 시장은 계속 커지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특히 2~3년 전과 달리 M&A 자체를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비즈니스의 전략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툴(tool)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거죠. 두산이 미국 잉거솔랜드의 사업 부문을 인수했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적자 회사를 매각하는 M&A 방식에서 이제는 회사의 전략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툴이라는 차원에서 M&A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해외 기업의 경영진들과의 네트워크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또한 다양한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 간의 M&A에 대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허재영 올 초 언론에서 올해는 M&A의 큰 장이 선다고 해서 대우조선이나 현대건설과 같은 매각 대상 기업들 명단을 나열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과거 채권단 산하에 들어갔던 기업들로 공적자금 회수나 채권단의 자금 회수 측면에서 시도되는 M&A들입니다. 우리의 견해로는 이 역시 중요한 거래이지만 진짜 M&A 시장은 자생적으로, 기업이 스스로 시장 상황에 따라 더 강해지기 위해 일어나는 M&A입니다. 필요 없는 사업 부문은 팔고 핵심에 집중하기 위한 사업 부문을 확대하기 위한, 아니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크로스 보더(cross border) M&A를 하는 게 정말 성숙된 시장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올해는 한국 M&A 시장에 커다란 획을 그었던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산이 해외에서 M&A를 성사시킨 것 같이 내년 혹은 후년에라도 비슷한 여러 건의 M&A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김종윤 다른 측면이지만 M&A에서 방어도 중요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적으로 공격보다는 방어에 더 주력해 왔습니다. 사실상 한국 기업들도 공격보다는 방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SK와 KT&G 사례를 통해 이미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공격을 가장 많이 했던 대표적인 인물은 칼 아이칸입니다. 칼 아이칸의 반대편에는 항상 골드만삭스가 있었습니다. 방어에는 동원할 수 있는 전략이 케이스별로 천차만별입니다. 각 회사별·상황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견해로 가장 중요한 방어 전략은 기업 가치를 계속 향상시키는 겁니다. 저평가된 회사는 언제든지 공격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제대로 평가를 받는 회사는 거의 공격을 받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M&A 성공을 위해 갖춰야 하는 전제조건은 무엇입니까.
김종윤 M&A에 대한 결정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허재영 시장 상황과 산업 사이클(industry cycle)을 잘 읽고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성공적인 M&A 사례로 미탈스틸(Mittal Steel)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최대 철강회사 중 하나로 부상한 미탈스틸이야말로 철강 산업의 사이클을 잘 읽은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확실히 시장 상황과 산업의 사이클을 잘 읽고 적절한 시점에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게 M&A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합니다.
기업들이 너무 M&A에 모든 것을 기대려 하는 것은 아닐까요.

허재영 그래도 아직 한국 기업들은 M&A에 너무 소극적입니다. 이제야 M&A에 눈을 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외국 기업과 M&A를 이야기할 때 CEO 혹은 CFO가 직접 참석합니다. 그만큼 M&A는 CEO가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M&A 아이디어를 들고 우리나라 기업을 방문하면 CEO를 직접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하나하나 발전적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김종윤 우리나라 기업들은 직접 투자(Greenfield investment)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직접 투자든, M&A든 모든 가능성에 대해 이를 놓치지 않고 도전하여 기업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M&A, 특히 적대적 M&A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지 않습니까.
허재영 한 다리를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 우리나라 특성상 적대적 M&A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M&A의 수십%가 적대적 M&A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놀랍기만 합니다.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을 보면 중공업, 반도체, 전자, 건설 등 각종 회사가 다 있고 또 대부분 어느 정도는 수익도 내고 있잖아요. M&A 없이 처음부터 미개척지(greenfield)에서 이런 회사를 만들었다는 게 놀라울 뿐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M&A 시장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합니까.
김종윤 직접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본시장통합법 자체가 한국 시장을 열어준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는 국내 시장 안에 있는 자금만 돌아갔는데 시장이 열리면서 규모가 커진 거죠. 열리기 전에 규모가 커질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굳이 M&A 시장에 대한 영향을 말한다면 증권 분야의 M&A가 가장 먼저 활성화될 겁니다. 결국 소규모 증권사와 경쟁력이 떨어진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향후 한국 M&A 시장의 규모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김종윤 그동안 한국에서의 M&A는 90% 이상이 외환위기와 관련된 M&A였습니다. 그러나 이들 M&A는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지금 질문은 향후 5년 뒤에 코스피 지수가 얼마나 오를 것 같으냐는 질문과 같습니다. 지금보다 M&A 시장 규모는 훨씬 더 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규모가 될 것이냐 하는 전망은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외환위기로 인한 인위적인 M&A가 많았습니까. 그러나 이러한 M&A는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질 수도 있고, 결국 질적으로 다른 성질의 M&A 시장이 형성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처럼 선진화되어가고 있는 시장에서 인베스트먼트 뱅킹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큰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금융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에게서도 줄곧 제기돼왔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김종윤 외환위기 이후 은행 부문은 많은 구조조정이 이뤄졌습니다. 앞으로 은행은 아시아를 비롯해 해외에 진출하는 것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증권 부문입니다. 또 생명보험 부문도 계속 구조조정을 해왔지만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계속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허재영 문제는 리스크 테이킹입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 모델을 보면 내부적으로 리스크 테이킹 모델이 있어서 그에 따른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브로커리지 수수료나 채권 그리고 내부적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후 수수료를 받는데 치중돼 있습니다. 사실 국내 증권사들도 리스크 테이킹을 한다고 하지만 최대한 리스크 없이 장사를 해왔던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수수료 장사로 살아온 겁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 비즈니스라는 게 기본적으로 자기자본의 10배 정도 레버리지를 주고 장사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리스크를 다루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점점 경쟁력을 키우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리스크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