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다니는 7성급 호텔 A380 탑승기
불안정한 기류에도 편안함과 안락함 자랑
10톤 트럭 56대와 맞먹는 중량감 탓일까.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고속으로 달리는 데도 몸이 뒤로 쏠리는 느낌이 없다. 560톤의 동체가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가속력이 필요하지만 계류장에 주기(駐機)해 있을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탑승감이다. 활주로를 달리다 이륙하는 순간에도 느낌은 비슷하다. 언제 뒷바퀴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는지 창밖을 통해서야 확인이 가능하다.
편안함과 안락함. 지난 9월6일 A380 탑승 체험 행사에 참가한 이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단어였다.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40분여가 흘렀을까. 불안정한 기류에 기체가 흔들렸다. 좌석벨트 램프에 불이 들어오고, 인터뷰를 하고 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이코노미석 맨 앞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흔들림은 여느 비행기에서 느꼈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상공에 떠있다는 불안감에 흔들림이 더해졌던 예전 경험과는 그 차이가 확연하다.
잠시 후 제주 상공으로 들어섰다는 조종사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한라산 전경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폭우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아쉽지만 인천공항으로 회항한다는 것이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파란 하늘과는 달리 비행기 아래에 깔려 있는 두터운 구름은 이날 제주도에 물폭탄을 퍼부었다.
서울에도 여전히 빗줄기가 그치질 않고 있었다. 중량감으로 인한 착륙의 충격을 예상했지만 A380은 언제 착륙했는지도 모르게 천천히 활주로를 달렸다.
A380은 객실 전체가 2층 구조로 되어 있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여객기다. 동체 길이만도 73m에 달하며 꼬리날개의 최대 높이는 24m, 양 날개의 폭은 성인 177명이 나란히 정렬한 것과 비슷한 80m에 이른다. 날개의 총 면적은 845㎡로 실내 농구 코트 면적의 2배에 해당한다. 양 날개에는 1개당 7만lbs에 달하는 막강한 추진력을 자랑하는 롤스로이스 엔진이 2개씩 달려있다. 타이어 수만도 22개다. 그러나 복합소재 사용을 통해 기체 중량을 줄이고 엔진 효율성을 높여 연료소모량을 절감했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나 줄인 친환경적 항공기로 평가받고 있다.
또 기존 항공기보다 쾌적하고 넓은 공간을 갖추고 라운지, 미니 바, 장애인 전용 화장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7성급 호텔’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일반 여객기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실내구조가 특징이다.
시범 비행을 위해 이날 투입된 A380은 최대 800명이 탑승할 수 있지만 1층에 1등석 12좌석, 이코노미 307석과 2층에 비즈니스 64석, 이코노미 136석 등 총 519석을 장착한 표준형 모델이다.
오는 2010년 A380을 도입해 운항에 들어갈 대한항공은 A380에 거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 2004년 창립 35주년을 맞아 선포한 ‘세계 항공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의 비전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주요 차세대 기종 중 하나로 A380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날 탑승 체험 행사도 향후 A380을 도입했을 때 승객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항공 서비스를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대한항공은 비전 선포 이후 지난 3년여 동안 최상의 고품격 기내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신 유니폼 도입 및 기내 인테리어 개선 등의 ‘뉴(New) CI’ 작업을 해왔으며 인체공학적 설계가 접목된 최신형 좌석 창작, 전 좌석 주문형 오디오·비디오 시스템(AVOD) 설치, 한국적 미를 강조한 그릇·접시와 같은 테이블 식기류의 고급화 등을 추진해왔다. 이어 오는 2009년 B787 차세대 항공기 도입에 이어 2010년부터 A380 차세대 항공기 5대를 장거리 노선에 투입해 고품격 전략의 주력 기종으로 전 세계적인 글로벌 노선망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A380을 북미, 유럽 등지의 주요 대도시에 집중 투입하는 한편 B787 및 B777-300ER 차세대 항공기는 남미, 아프리카, 북유럽·동유럽 등지의 잠재력이 큰 신 시장 개척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전 세계에 걸친 글로벌 네트워크를 완성할 방침이다.
INTERVIEW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수요 많은 LA·뉴욕 노선에 우선 투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두 차례의 시범비행에 모두 동승해 차세대 항공기의 도입과 변화 지향적인 노력을 통해 글로벌 명품 항공사가 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A380 도입이 경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일단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이기 때문에 경제성, 환경성 그리고 고객 배려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한항공은 A380 정원을 어느 정도 유지할 계획인가. 이 비행기는 최대 800석까지 장착할 수 있지만 우리는 ‘Excellence in Flight’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의 안락함을 고려해 800석을 다 채우지는 않을 것이다.
A380을 도입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대한항공은 미국 비자 면제 조건을 개선하려고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항공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어 도입하게 됐다.
A380과 B787을 비교해 달라. 이들 기종을 일 대 일로 단순 비교할 수 없다. A380은 대형 장거리용이고 B787은 대형 중·장거리용이다.
어느 노선에 투입할 예정인가. 장거리용이기 때문에 투입 대상은 LA, 뉴욕, 파리다. A380이 내릴 수 있는 곳도 이들 공항 정도인데 수요가 많은 뉴욕과 LA에 우선적으로 투입할 생각이다.
대한항공은 A380 제작에도 참여했던 것으로 안다. 우리는 항공운송과 함께 항공기 제작도 하고 있는데 복합소재를 설계, 제작하고 있다. A380도 복합소재를 사용해 우리가 납품하고 있다.
A380의 추가 도입 계획은 있는가. A380은 B747의 대체 기종으로 적합하다. 현재 기종 생산이 늦어지고 있지만 노선 및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B747의 대체기로 A380, B777-300을 이미 주문했다.
저가 항공 진출 계획은 어느 정도 추진됐는가. 저가 항공은 계속 연구하고 있다. 저가 항공 진출 발표 후 많은 고객의 성원이 있었다. 저가 항공은 비행기만 사서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운항이 최우선돼야 한다. 한국 시장에는 항공 전문 인력이 제한돼 있어 항공 인력을 우선 양성하고 노선에 맞는 비행기를 확보해 운영하려 한다. 우리가 운영하려는 저가 항공은 국제 노선이며 현재 10여 개 해외 저가 항공사가 국내에 취항한 상황이라 시장 방어 차원에서 진출하려고 한다.
대한항공은 명품 항공사를 지향하고 있는데 저가 항공과는 상충되는 것 아닌가. 저가 항공은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회사를 설립할 것이다. 또 저가 항공사도 양질과 저질의 저가 항공사가 있지만 우리는 양질의 저가 항공사를 만들려고 추진 중이다.
향후 대한항공이 신규 취항하는 도시는 어디인가. 남아프리카, 브라질, 중국 시안 등 취항하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항공기 보유 대수는 소형기 500대를 갖기보다는 대형기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