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골프를 통해 인내심,
원만한 성격, 겸손과
정직을 가르쳐 주었다”
석공(할아버지)에서 실패한 야구선수(아버지) 그리고 세계 최고의 골퍼(아들)….
3대만에 완벽하게 ‘가문의 버전’을 업그레이드 했다. 미국에서 흑인으로 산 이들 가족은 더 이상 흑인 대우를 받지 않는다. 부와 명성을 동시에 가져 누구나 선망하는미국인이 됐다. 400억원짜리 초호화 주택에서 백인 아내와 함께 산다. 30년 전만 해도 6살 된 아이는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백인 아이들에게 나무에 결박당한 채온갖 욕설을 들어야했고 돌멩이 세례를 받아야 했다. 그 아버지는 실패한 야구선수였다. 야구 시합을 가면 숙박도 흑인들만 묵는 호텔에 홀로 투숙해야 했다. 아버지는 아들만은 열등감을 가지고 성장하기를 결코 바라지 않았다. 아버지의 그 열등감이 아들을 세계 최고의 스포츠 선수로 키웠다. 아들은 아버지의 바람 그 이상으로 성장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고 가족의 인생을 바꾸었다. 흑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날려버렸다. 흑인으로 멸시 받던 그는 스웨덴 모델 출신 엘린 노르데그렌을 부인으로 맞았다.

그는 바로 타이거 우즈(1975년생)다. 타이거 우즈에 대해서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글로벌 스타다. 그는 두 살 때 골프채를 잡기 시작해 6살 때 홀인원을 기록했다. 8살 때 처음 우승컵을 안은 것을 시작으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80회 정도 우승했다. 그가 한 해 벌어들이는 우승 상금은 2006년의 경우 1194만달러. 골프 외 수입 1억달러등 모두 1억2000만달러(1100억원)를 벌어들여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타이거 우즈는 흑인 아버지와 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얼 우즈가 쿨티다를 만난 것은 35세 때 그가 다시 직업 군인의 길로 들어선 이후다. 얼은 이미 결혼해 2남1녀를 두고 있었고 재혼해 타이거 우즈를 얻었다.
존경받는 아버지가 돼라
부모는 누구나 자녀들이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 자신보다 준비를 잘해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고 성공한 삶을 살기를 원할 것이다. 우즈의 아버지 얼도 그랬다. 여기서 얼은 자녀가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먼저 자녀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될 것을 강조한다. 얼이 쓴 <타이거 우즈>에서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려면 먼저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라고 주문한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일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경의 주춧돌 위에 세워지는 집과 같다.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 부모가 맨 먼저 알아야 할 일은 사랑은 주는 것이지만 존경은 받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부모는 자녀가 갓난아이 때부터 그 같은 존경심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강보에 싸인 어린 것에게 ‘내가 너를 챙겨주노라. 네가 기댈 커다란 느릅나무처럼 내가 여기 너를 받쳐주고 있노라’라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 주어 야 한다.”
얼은 언제나 필요하면 지체 없이 물불 가리지 않고 너부터 돌봐 준다는 것을 보여주라고 강조한다. 그것이 아이로부터 받은 존경심을 되돌려주는 행위라고 말한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아버지의 그와 같은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얼은 부모가 도움을 주더라도 “필요할 때만 도움을 주라. 어린 자녀와 함께 웃고 울기도 하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점은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가짐으로 자녀를 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괜히 실없는 소리를 해도 아이들은 버림받은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얼이 직장 일을 제쳐두고 연습장에 간 이유는 아들을위한 일이라면 늘 아버지는 아들 곁에 있고 아들 편이라는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이는 곧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직장일도 마다하고 아들을 위해 달려오는 아버지라면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얼 우즈는 이미 아들에게는 최고의 ‘스승’이었다. 캔자스주립대 야구선수 출신에 그린베레(공수부대)로 베트남전에 두 번이나 참전한 그는 뉴욕시립대 ROTC 교관을 지낸 직업군인 출신이다. 교관으로 있을 때에는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얼은 스스로 가르치기를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가르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나 자신을 던져 남에게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나누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내가 터득한 교훈을 남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얼은 아들이 태어났을 때 두 가지를 준비했는데 그 첫째가 재즈음악이었다. 얼은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집에 온 아들에게 재즈를 들려주었고 갓난아이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얼은 아버지가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를 알려주는 첫 신호를 아들에게 보내고 싶었다고한다. 갓난아이지만 이를 전달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즈는 지금 아버지가 즐겨듣던 재즈를 좋아한다. 얼이 살아생전에는 함께 재즈를 즐겨 듣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골프였다. 얼은 먼저 타이거가 두 살때 높은 의자에 앉혀놓고 골프 치는 모습을 보게 했다. 즉 타이거는 아버지 얼이 차고에 그물을 쳐 놓고 골프공을 때리는 것을 보행기에 앉아 쳐다보면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타이거는 두 살 때 골프채를 잡기 시작했다. 아버지도 모르는 사이 타이거는 아빠의 골프 스윙을 흉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얼은 “부모는 자녀들이 보이는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그대로 발산하도록 부추겨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이거에게는 어린 시절에 매일같이 하나의 ‘의식’처럼 벌어진 일이 있다. 그것은 오후가 되면 골프 연습장에 가기 전에 언제나 아버지 직장에 전화를 걸어 연습장에 같이 갈 수 있느냐고 묻는 일이었다. “아빠, 오늘 아빠랑 연습할래”라고 졸랐다.
그때마다 아버지 얼은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잠시 주저하며 뜸을 들여 어린 마음을 애타게 했다. 조바심이 나도록 뜸을 들인 뒤 못이기는 척 그러자고 동의하곤 했다는 것이다. “좋아 함께 연습하러 가자.” 이는 고도의 심리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의 대답은 언제나 “OK” 였다. 아버지는 언제나 우즈를 연습장에 데리고 갔다. 여기에 엄마는 차를 태워 타이거를 연습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타이거는 골프장에 갈 때마다 신명이 났다. 엄마가 차를 태워주고 아버지가 직장일을 마다하고 함께 연습을 하러왔으니 힘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가 뜸을 들인 것은 아들이 먼저 골프를 치자는 제의를 하도록 이끌기 위해서였다. 골프를 하라고 아버지가 강요하면 반항심이 생기고 또 수동적으로 되기 십상이다. 공부도 그렇다. 아버지는 결코 골프를 하라고 우즈에게 강요하는 법이 없었다. 연습을 하든 놀든 어디까지나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아들이 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날 때까지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밀어주고 이끌어 주는 역할에 머물렀던 것이다.
얼은 자녀에게 ‘실패’라는 말은 아예 어떤 경우에도 꺼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언제나 긍정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스윙이 어쩌면 그렇게 힘찰까. 머지않아 무지무지한 장타를 날리겠는걸….” 얼은 아들이 공을 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렇게 한마디씩 던지곤 했다. 타이거 우즈가 장타를 날리는 비결에는 아버지의 ‘덕담’이 있었던 것이다.
부자간에 열정을 공유하라
얼 우즈와 타이거 우즈의 부자지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열정’이다. 아버지의 열정으로 자녀를 이끌고, 여기에 자녀의 인생 목표를 서로 공유하고 아버지가 이끌 때 최고의 성적표를 낼 수 있다. 뚜렷한 목표와 그 목표를 이루려는 열정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스스로 찾게 한다. 또한 열정은 목표를 이루기까지 부딪치는 온갖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의지를 불러일으켜준다. 열정이 있는 목표는 아들의 성향이 아버지와 같고 아버지의 영향이 발휘될 경우에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얼 우즈는 열광적인 야구팬이었다. 석공이었던 우즈의 할아버지(마일스 우즈)는 메이저 리그에서 뛰는 모든 선수의 이름과 타율, 투수의 기록을 훤히 꿰뚫고 있을 정도였다. 마일스가 좋아하는 야구팀이 출전하는 날에는 아들 얼까지 덩달아 흥분했다고 한다. 얼은 자연스럽게 야구에 빠졌다. 아버지의 열정이 아들에게 전염된 것 이다. 얼은 이미 13살 때 리틀 리그에서 우수상을 여러번 수상할 정도의 야구선수가 돼 있었다. 아메리칸 리그에 진출한 첫해에 얼은 주전 포수가 되었고 캔자스주 첫 흑인 선수로 각광을 받았다.
얼은 선수로서 명성은 날리지 못하고 직업군인이 됐다. “흑인은 역사를 쓰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오직 백인만이 역사를 창조할 뿐이다”는 암울한 현실에서 그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직업군인뿐이었다. 이때가 학군단(ROTC) 출신인 얼이 장교로 제대한지 7년이 지난 때였다. 군인은 인종차별의 사각지대였기에 얼은 35세의 나이에 공수부대(그린베레)에 들어가 직업군인의 길을 걸었다. 얼은 “그린베레에서는 피부색이 희든 검든 상관없이 그저 장교일 뿐이다.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고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한다.
얼은 자신이 못다 이룬 운동선수의 꿈을 아들 타이거가 이뤄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자신이

야구선수로 겪었던 열등감을 가지고 성장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얼은 아들을 “미국에서 성장한 최초의 흑인 골퍼선수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야구는 팀워크로 해야 하지만 골프는 혼자 할 수 있기 때문에 수모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얼은 자신이 받은 군대식 교육 훈련, 즉 단순화와 표준화된 훈련 방법을 통해 아들을 강인한 정신과 체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이끌었다. 얼은 정신적으로 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심리적 위협을 가하는 훈련을 접하게 했다. 큰소리로 말하면서 산만한 주위 환경에 적응하게 했는데 이는 부드럽게 타구하는 데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6살 때에는 정신훈련용 테이프를 듣게 했다. 이때 ‘나의 의지는 산도 움직인다’와 ‘나는 그것에 나의 모든 것을 집중한다’는 문구를 벽에다 붙여놓기도 했다. 타이거는 다음과 같이 아버지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가 치밀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인생의 앞길에 가로놓일 도전을 헤쳐 나가려면 준비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었죠. 준비를 함으로써 어떠한 역경도 두려움 없이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골프를 통해 인내심, 원만한 성격 그리고 겸손과 정직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얼은 자신이 흑인선수로 받은 수모를 아들만은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면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서는 최고가 돼야 했다. 최고의 골프선수가 된다면 그 누구도 차별을 할 수 없을 것이 라고 생각했다. 그 꿈은 역할 모델을 정해주는 데서 시작했다.
역할 모델을 만들어줘라
얼은 타이거에게 자연스럽게 역할 모델에 접촉하게 이끌었다. 골프계의 영웅인 잭 니클라우스의 기록 리스트를 아들 방 침대 위에다 붙여 꿈을 키울 수 있게 했다. 그는 골프 연습장에 아들과 함께 가 옆에 아들을 세워놓고 다른 사람과 잭 니클라우스에 대해 큰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는 의도된 대화였다. 아들은 어릴 때 이미 잭 니클라우스라는 이름을 듣고 그가 유명 선수라는 것을 알았다. 잭 니클라우스도 아버지의 골프가방을 메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존경했던 바비 존스(1930년대 전설적인 골퍼)를 역할 모델로 정하면서 세기적인 골프선수가 된 인물이다.
미국에서 타이거 우즈를 인종차별할 경우 가차 없는 질타가 뒤따른다. 우즈가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을 당시 프랭크 어반 죌러(1979년 마스터스 우승자)가 오거스타 클럽하우스에서 흑인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등장할 것이라는 조크를 던졌다가 언론으로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무차별 폭격을 받기도 했다. 이제 우즈는 가는 곳마다 ‘황제’로 환대받는다. 자신의 아들만큼은 인종차별의 수모를 받지 않게 하겠다던 아버지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오늘날의 타이거 우즈는 아버지 얼 우즈가 만들어낸‘인간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은 퇴역 군인으로서 결코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었지만 아들을 위해 일류 과외교사를 고용했다. 또 10살 때 스포츠심리학자 제이 브론지를, 스윙코치로 그레그 노먼을 지도한 버치하먼을 영입했다. 아버지의 철저한 지도와 부단한 연습으로 ‘준비된 골프 황제’인 타이거는 아버지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최효찬 소장은 연세대(정치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비교문학 박사)을 나와 경향신문에서 17년 동안 신문기자로 지냈다.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지식콘텐츠전문 1인 기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5백년 명문가의 자녀 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 교육>,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