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블루칼라=빈곤층’, ‘화이트칼라=중산층’이란 공식이 성립해왔다. 그러나 요즘 이 등식이 깨지고 있다. 소득(Income)의 증가폭보다 부채(Debt)의 증가폭이 더 가파르게 늘어나는 화이트칼라가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특징은 아니다. 자본주의 최고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경우는 더하다. 미국 자산관리 상담가들은 “월스트리트에 근무하는 연봉 1억원 이상 30·40대 가운데 약 70% 이상은 해고 시 석 달을 못 버틴다”고 말할정도다. 한국도 점차 이런 ‘신(新) 고소득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 평균 연봉 5000만원이 넘는 A사 직원들 13%가 월급날 금융기관으로부터 월급 일부를 차압당하고 있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이코노미플러스>는 월급날이면 주택 구입 차입비, 신용카드 빚과 생활비 등으로 월급액 70~80%가 하루에 빠져나가고 월급 일주일 전부터는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연명해가는 이른바 ‘신 화이트칼라 빈곤층’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의 원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Part1 : case study - 신 화이트칼라 빈곤층이란?

Part2 : ‘고소득 빚쟁이’ 출현 5가지 이유

Part3 : 대안은? - 실전 부채 관리 노하우

part1 : case study

겉모습은 중산층…

뜯어보면 ‘고소득 빚쟁이’

  2월 초판 돼 현재 16쇄를 찍은 <아버지의 가계부>는 마흔을 앞 둔 네 명의 친구들 얘기다. 재무 전문가 제윤경씨가 쓴 이 책에는 화이트칼라 네 부부가 등장, 교외에서의 2박3일 부부동반 MT를 통해 효율적인 자산관리 방법을 찾아간다는 스토리다. 증권회사 과장 박광수(39)·병원장 김은정(37) 부부, 대기업 과장 서문식(39)·전업주부 이영란(36) 부부, 무역회사 사장 김재벌(39)·초등교사 양은진(39) 부부, 건설사 감독 김하늘(39)·은행 비정규직원 김경숙(35) 부부가 주인공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전형적인 화이트칼라들이란 공통점을 빼면 네 집의 대차대조표는 천차만별이다. 놀라운 점은 직업상 벌이가 가장 나을 법한 박광수 부부는 ‘고소득 빚쟁이’였고 제일 떨어질 듯한 김하늘 부부는 월수입 360만원에 매달 200만원씩 저축하는 ‘알부자’라는 사실. 저축액은 맞벌이를 하면서 월 30만원이 고작인 김재벌 부부를 빼면 대기업 과장인 서문식 부부와 월 평균 1300 만원을 버는 박광수 부부는 ‘제로’였다.

 남들이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네 화이트칼라 가정 가운데 50%가 매달 ‘먹고 쓰는’ 데 소득을 ‘탕진’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박광수의 아내인 의사 김은정이 “누가 알겠어요. 우리가 매달 원금은커녕 이자만 갚고 있는 빚쟁이라는 걸요. 우린 고소득 빚쟁이예요”라고 털어놓은 대목은 시사점이 크다. 소득의 절대 액수보다 자산관리 여하에 따라 인생의 대차대조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급날 급여 70~80% 빠져나가

 이런 현상이 ‘소설’ 속 얘기만은 아니다. <아버지의 가계부>가 경제·경영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바로 내문제’라고 공감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한국 사회에서 요즘 ‘더 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상당수 화이트 칼라층이 매달 ‘적자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윤병철(70) 한국FP협회 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고임금 회사인 A사 직원 중 13%가 월급날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압을 당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오죽 심하면 최근 신용불량자가 금융사 임원으로 재직하다 이런 사실이 밝혀져 뒤늦게 해임되기까지 했을까.

 실제 모 기업 경리과장은 “월급날 열흘 전후에 재직증명서나 원천징수영수증 등 은행 대출용 서류를 요청하는 직원들이 매달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월급날까지 버틸 수 없어 신용카드 빚이나 은행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려는 수요들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적자 인생의 주범으로 ‘부채 불감증’을 꼽는다. 소득 대비 부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IMF 쇼크 이후 지난해까지 몰아친 ‘부동산 광풍’도 한 원인이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빌려 쓴 차입금이 때마침 불어 닥친 금리 인상 탓에 ‘이자 폭탄’이란 무기가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신 화이트칼라 빈곤층이란, 소득은 평균 이상인데 과도한 부채 탓에 삶의 질이 하층처럼 떨어져 또 다른 부채로 연명해야하는 계층을 말한다. 그러나 IMF 이후 등장한 ‘신빈곤층’과는 개념이 다르다. 신 빈곤층이 고용 불안과 산업구조 재편 등으로 중산층에서 이미 빈곤층으로 떨어진 계층이라면, 신 화이트칼라 빈곤층이란 현재 평균 이상 소득을 올리고 있어 겉보기에는 ‘중산층’의 모습을 유지하는 계층이란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만일 구조조정이라도 당하면 당장 하층민으로 떨어질 수 있는 ‘잠재적 신 빈곤층’인 셈이다. 이들 중에는 외관상 대기업 간부, 증권사 직장인, 회계사 등 그럴듯한‘직함’을 가진 화이트칼라가 많다.

고소득 고부채 악순환 빠져

 이 같은 ‘잠재적 신 빈곤층’의 양산은 부채 불감증에 따른 개인 사유도 많지만 높은 사교육비와 주거비로 대표되는 고비용 구조 탓이란 지적도 많다. 실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월평균 자녀 양육비는 158만5000원으로 소득의 절반 수준(46.4%)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소득 화이트칼라층일수록 전시 효과(비슷한 계층에 맞춰 소비하려는 심리)에 따라 소비 규모가 커지고 톱니 효과(한 번 소비가 늘면 쉽게 줄어들지않는 습관)에 의해 갑작스레 소비를 줄이기 힘든 성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만일 빈곤층으로 추락할 경우 한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작용도 많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빈곤층이 1% 늘면 국내총생산(GDP)이 0.22% 하락한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1996년 55.54%에 달했던 중간층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48.27%로 감소한후, 지난해 상반기에 43.68%로 줄었다고 밝힌 부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내 가계 부채 총액은 올 연말이면 6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빚내서 집을 사고 주식에 투자했던 ‘신용 과소비’가 자칫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국내 10대 기업에 재직 중인 K차장(41)은 월급날이 두렵다. 매달 25일이면 평균 월급여 400만원 중 입금과 동시에 80%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빚과 대출 원리금, 통신비 등 각종 공과금 등이 통장을 일시에 ‘펑크’내 버린다.

 월급 다음날 남는 돈은 평균 100만원이 안 된다. 이 돈으로 한 달을 버티기에는 무리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 과외와 5세 딸의 유치원비 등 사교육비만 100만원이 넘는다. 나머지 생활비와 용돈, 긴급 자금 등은 신용카드로 해결하고 있다. K씨 지갑에서 3장의 카드를 빼낼 수 없는 이유다.

 K씨가 이런 빈곤의 악순환에 빠진 건 결혼 10년 만인 지난해 ‘내 집 마련’에 성공(?)하면서부터다. 99㎡(30평) 빌라 전세금 8000만원에 은행 빚 1억2000만원을 빌려 시세보다 싸게 나온 강북 아파트 82㎡(25평)를 매입한 것.

현재 집값이 2억원에서 4000만원이 올랐다는 게 위안이다. 그러나 집값이 올랐다는 심리적 위안은 그의 생활을 적자 인생으로 돌려놓았다.

 K씨의 은행 차입금은 아파트 담보대출 1억2000만원이 전부가 아니다. 4년 전 받아둔 4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은 아직도 원금 그대로다. 여기에 지난 7월 신용한도가 안나와 연 12%란 고금리로 다른 은행에서 빌린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까지 합하면 총 1억7000만원이 부채다. 이 때문에 원금 상환은 엄두도 못 내고 한 달 대출 이자만 100만원이 훌쩍 넘고 있다.

 K씨는 “나이 사십이 넘으면 편안한 중산층의 모습을 꿈꿔왔는데,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갔다”면서 “요즘은 하루하루가 철인 3종 경기를 치르는 기분”이라고 마음의 부담을 표현했다.

 월급이 400만원인 K씨는 매달 평균 최소한 75만원씩 적자를 보이고 있다. 집안 행사라도 있으면 적자폭은 세자릿수로 껑충 뛰어오른다. 결국 K씨는 빚테크하다 빚잔치만 벌인 셈이다.

 월급쟁이 내과의사인 L씨(39)는 학원 강사인 부인과의 부부 합산 소득이 월10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L씨도 알고 보면 고소득 빚쟁이다. 특히 지출이 1200만원으로 매달 200만원 이상씩 가계 수지가 마이너스 상태다.

 양쪽 집 장남 장녀인 이들 부부의 매월 평균 생활비는 500만원. 매달 200만원씩 저축성 소비(연금저축 150만원+보험료 50만원)도 하지만 대출 상환액이 500만원으로 월소득의 50%에 달하는 게 문제다. 생활비 가운데서는 사교육비 200만원 과 외식비를 포함한 식비가 150만원으로 상당액을 차지한다.

지난 2005년 말 평수를 키워 강남 지역 138㎡(42평형) 아파트로 옮기면서 2억3000만원을 6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으로 대출받아 월 440만원을 상환하고 비상용 마이너스 통장 대출 7000만원의 대출 이자로 월6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금을 포함한 이자 지출로 월소득의 30%를 넘기면 ‘빨간불’이 켜진 셈”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L씨 부부가 전형적 케이스인 셈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뜨면서 지난 10월초 연 8%로 추가로 대출받은 3000만원까지 감안하면 다음달 부터는 적자폭이 더 늘어난다. L씨는 “2년 전 구입한 아파트를 지난여름 내놨지만 시세보다 헐값에 사려는 사람만 있다”면서 최근 매물을 거둬들였다. 대신 사교육비와 외식비를 줄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내의 교육열과 맞벌이 부부로서 가족의 행복까지 거둬들이는 것 같아 매달 200만원씩 적자 생

활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part2 : ‘고소득 빚쟁이’ 출현 5가지 이유

씀씀이 안 줄이는 ‘톱니 효과’의 함정

 그렇다면 왜 ‘고소득 빚쟁이’들은 갈수록 늘어나는걸까.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높은 사교육비와 주거비로 대표되는 한국식 고비용 구조에다, 톱니 효과에 따라 한번 늘어난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가계에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게 문제다. 세금과 사회 부담금 등 비소비성 지출이 소득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보면 더욱 그렇다. 올해 2분기 기준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09만2000원. 4년 전인 2003년 2분기 256만7000원에 비해 명목상 20.4% 증가했다. 그러나 월평균 비소비 지출은 같은 기간 28만6000원에서 39만8000원으로 38.9%나 늘어났다.

 쉽게 말해 월소득에서 가계가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이 비용이 조세나 국민연금 등 ‘사회적’ 비용으로 빠져나가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이 더 줄어든 셈이다. 실제 가구 소득에서 가처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2분기 88.9%에서 2004년 87.8%, 2005년 87.6%, 2006년 87.4%로 매년 줄어들면서 올해 2분기에는 87.1%까지 떨어졌다.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었다면 부채를 줄여 부담을 낮춰야 하는데, 상황은 정반대다. 부채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소득보다 부채가 더 빨리 늘고 있는 게 두 번째 문제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금융 부채의 비율은 2006년 말기준 142.3%까지 늘어났다. 5년 전인 2001년 96.3%에서 46%포인트나 증가한 셈이다. 이는 2001년까지만 해도 소득이 빚보다 많았는데, 이젠 빚이 소득을 크게 앞질렀다는 얘기다. 지난해만 봐도 개인 가처분소득 증가율(5.6%)이 금융 부채 증가율(11.6%)의 절반에 그쳤다.

 국제적으로 봐도 한국 가계의 부채 비율은 결코 낮지않다. 지난해 기준 호주(183%)와 영국(156%)보다는 낮지만 일본(138%)과 미국(132%) 등 대다수 경제협력개발 기구(OECD) 국가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금융 부채 비율이 2006년 79.1%로 영국 (104%), 미국(96%)보다는 낮지만 독일(70%)과 프랑스(57%)보다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 1인당 대학까지 양육비 2억30000만원

 세 번째는 교육열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상승이다. 이는 특히 빈곤층보다는 화이트칼라층을 포함한 고소득 가정이 심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2006년 자녀 양육비 실태’에 따르면 ‘99만원 이하’ 저소득 가구의 자녀 1인의 월평균 양육비는 54만원인 반면, ‘500만원 이상’고소득 가구는 151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 1명당 대학교육까지 시키는데 드는 총 양육비는 2억3200만원으로 추산됐다. 2003년 1억9871만원에 비해 3년 새 16.8%나 증가한 수치다. 결국 두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대학교육까지 약 5억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셈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사교육비의 원인 중 하나는 지나친 경쟁의식이다. 특히 아파트 밀집 지역일수록 심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목동과 대치동 일대를 중심으로 “집을 팔고 다른 동네로 이사 가고 싶다”고 말하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들의 전언이다.

 가처분소득은 줄고 가계 부채를 포함,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 만큼 개인의 저축률은 최악으로 떨어지고 있다. 개인 순저축률이 지난해 3.5%로 전년의 4.2%에 비해 0.7%포인트 떨어졌다. IMF 쇼크 이전인 1995년 개인 순저축률이 16.4%에 달했으나 2000년 9.9%로 떨어진 뒤 2004년 5.7% 등으로 수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카드 빚으로 대량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2002년에는 2.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개인 순저축률이란 개인이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소비하고 남은 부분을 비율로 나타낸 수치를 말한다. 이 비율이 계속 떨어진다는 말은 결국 우리나라 국민 개개인이 소득 대부분을 소비에 쓰고 없앤다는 얘기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률이 높아지려면 기업 투자가 살아나 고용 확대와 소득 증대가 이뤄져야 하고 국민들도 소득 수준에 맞는 소비 행태와 절약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반면 한국의 국민총저축률은 지난해 31.6%로 세계적으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1995년 36.3%, 2000년 33.7% 등에 비해서는 소폭 하락했지만 대만의 26.9%(2006년), 2005년을 기준으로 일본의 26%, 독일의 21.4%, 미국 13.0%, 영국 14.0%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국민총저축률이란 기업과 가계, 정부 등 경제 주체가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하고 남긴 비율이다. 따라서 개인 저축률은 낮은데 국민총저축률이 높다는 얘기는 ‘개인은 가난한데 기업에는 돈이 많이 쏠려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지표다.

 여기에 최근 상승세인 금리가‘고소득 빚쟁이’양산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구입 시 대부분 은행 빚을 끼는 한국적 관행에 비춰 대출 금리 인상은‘이자 폭탄’이란 말을 실감하게 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말 현재 민간주택 대출 잔액은 279조2000억원에 이른다.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2조 6000억원 증가하며 차주당 연간 64만원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통계다. 실제 시중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 연말 5%대에서 올해 10월 현재 6.07%에서 7.74%로 최대 2%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풀이하자면 가구당 연평균 100만원 안팎의 부담이 늘었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는데, 이 대출의 원금 상환 유예기간이 대부분 2009년으로 끝나면서 2010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17조원으로 올해 13조7000억원보다 24%나 늘어나게 된다. 향후 3년내 ‘부동산 대출발 이자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가처분소득 상승 둔화, 부채 비율 증가, 사교육비 지출 상승, 저축률 급감, 대출 금리 인상 등이 가계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변명식 장안대 교수는 “고소득 고부채층들은 풍요를 경험해 본 이들로 빈곤에 대한 내성과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며“IMF 때 나라가 파산해 기업들이 연쇄부도에 빠진 것처럼 향후 중산층의 급격한 붕괴로 이어진다면 사회 문제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part3: 대안은? - 실전 부채 관리 노하우

월소득 중 이자 비율 30% 넘으면 ‘빨간불’

 신 화이트칼라 빈곤층은 쉽게 말해‘고소득 고부채’상황에 빠진 사람들이다. 그들의 함정은 부채에 있다. 따라서 부채 관리가 이들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는 첫 걸음이 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부채 비율은 105.3%로 일본 기업들의 부채비율 232.7%의 절반 수준이다. 제조업만 놓고 봐도 한국 기업 98% 대 일본 기업 134.2%로 국내 기업이 더 안정적이다. IMF 쇼크 이후‘혹독한’ 체질 개선을 통한 10년 만의 상전벽해다.

 반면 가계 부채 비율은 정반대다. 국내 전체 가계 부채는 올해 2분기 현재 596조4407억원에 이른다. 가구당 부채는 3683만원에 이른다는 게 한국은행의 통계다. 국내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 부채 비율은 지난해 1.42배로 일본의 1.18배(2005년)를 넘어섰다. 최근 국민은행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가구당 평균 금융 부채(4588만원)로 계산하면 일본 가계의 금융 부채 비율을 크게 앞지른 셈이다. 이제 가계 부채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지금까지는 저금리 구조가 자산 가격 상승을 불러와 이른바‘빚테크’로 불리는 레버리지 효과가‘정(正)’의 효과였다”면서 “그러나 금리 상승에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최근에는 레버리지 효과가‘부(不)’의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더 이상 빚내서 아파트 사고 주식 투자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경고다.

부채 관리, 재무 설계 첫 걸음

 특히 고소득 고부채 현상에 시달리는 가계일수록 부채 관리가 자산관리의 일 순위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내 소득에 맞는 적정 부채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김형태 신한은행 파이낸스PB 팀장은 “CFP 교과서를 보면 원리금을 포함한 월 이자 비용이 자기 소득의 30%를 넘기면 위험 수위”라고 말한다. 300만원 월급 생활자가 원리금 이자 부담이 100만원을 넘어서면 벌써 가계에‘빨간 불’이 켜졌다는 얘기다.

 잘 얻은 빚은 재산이라는 긍정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효과적 재무 설계를 위해서는 매월 부채 상환액이 월순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다. 카드 할부금과 자동차 할부금, 신용대출 등 ‘소비성 대출’은 20% 이내가 바람직하다. 또 주택담보대출, 재산세, 보유세 등 주택 관련 대출은 35% 이내로 유지하라는 게 일반적이다.

 권대홍 AIG생명 CFP는 “주택 관련 부채가 있는 경우 소비성 부채를 포함해 총부채 비율이 40%를 넘으면 원리금 상환 압박에 시달린다”면서 “50%를 초과하면 당장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돼 자산 처분 등 비상 대책에 나서야한다”고 귀띔했다.

 개인 재무 컨설팅 업체인 포도에셋이 최근 진행한 부채 클리닉 상담 사례를 통해 부채 관리 노하우에 힌트를 얻어 보면 어떨까.

 광주에 사는 맞벌이 주부 정현주씨(36·교사)는 결혼 후 5년 만에 1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은 억척 주부다. 평소 빚을 지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성격은 남편 박성수씨(39·직장인)도 같았다. 그러나 아파트 분양가가 자꾸 뛰는 걸 확인한 정씨는 마음이 급했다. 주위에서도 ‘내 집 장만 안하냐’는 독촉이 잇따랐다.

‘지금 모아둔 자금 한도 내에서 사야할까, 아니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큰 집을 사야할까.’

 고민에 빠진 정씨는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대출 얘기를 꺼냈지만“1억이 애들 장난인 줄 아냐”는 핀잔만 들어야했다. 결국 그녀는 지난해 1억원을 대출받아 43평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고(?)를 쳤다. 부부 합산 소득이 593만원으로 비교적 고소득이라 지금처럼 살면 쉽게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씨 생각과 실상은 엇박자였다. 뭐가 잘못됐는지 대출통장이 하나 둘 늘어갔다. 집을 산 후로 매달 64만원씩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김환일 포도에셋 광주지점 팀장은 “현재 가계의 수입과 지출을 체크한 후 최적의 대출 상환 방법을 찾는 것에서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김 팀장이 진단한 정씨 부부의 가장 큰 문제는 부채로 의한 매달 과도한 상환금으로 초과 지출이었다. 더구나 정확한 목적 없이 월 50만원이 단기저축으로 불입되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2년 전 지인을 통해 들어 둔 보험은 사망보험금 위주의 저축성 성격이 강했다. 보장 내역이 작고 기간도 짧은데다, 질병 위험에는 무방비상태였다. 이를 보장성 위주로 리모델링이 필요해 보였다.

 7살, 5살 된 두 자녀에 대한 교육비도 생활수준이 비슷한 다른 가정에 비해 과도했고 주거생활비도 평균 이상이라 조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김 팀장은 “수입 과 지출을 면밀히 챙기다보면 보다 효율적인 자산관리 대안이 나온다”고 말한다.

소득·지출 일일이 체크하라

 두 번째 단계는 최적의 대출 상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정씨의 대출액은 총 9200만원으로 이 중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는 교원공제회 대출이 2200만원, 중도상환 시 수수료 1%가 붙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7000만원이었다. 정씨 부부의 금융 자산 중 은행권에 여기저기 목적 없이 흩어져있는 저축금을 모으니 1200만원이 됐다. 예금 금리는 연 3~4%대에 불과하지만 대출 금리는 6~7%대다. 따라서 예금을 해지해 대출을 갚는 게 유리했다. 결국 중 도상환 수수료가 없는 교원공제회 대출부터 갚는 게 순서다. 나머지 1000만원은 월 19만원씩 5년간 불입하면 완납된다.

 진단이 섰으면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1200만원 저축액으로 공제회 대출을 갚았더니 대출 상환액이 월 65만 7000원에서 19만5000원으로 46만2000원이 줄어들었다. 은행권 5년 원리금 균등상환방식은 그대로 유지했다.

 보험은 사망보험금 위주로 설계된 것을 보장성을 강화해 기존 보험료를 월 43만원에서 37만원으로 6만원을 줄였다. 자녀 교육비에서 월 24만원, 주거생활비에서 10만원을 줄였다. 이상을 통해 월저축액 50만원+공제회 대출이자 감소액 46만2000원+보험료 6만원+교육비 24만원+생활비 10만원을 줄여 총 136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따라서 주택 구입 후 매달 발생한 64만원 적자에서 72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를 단기 유동성 자금 마련용으로 상호저축은행에 20만원, 적립식 펀드에 20만원, 노후 자금용으로 변액유니버셜에 30만원을 불입해 30대 중후반의 정씨 부부는 내집 마련에도 성공하고 효과적인 부채 관리를 통해 짜임새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지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