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의 거리가 좁아지면서,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외국으로 인력을 파견한다. 단순히 일시적인 상거래를 위한 출장에서부터 장기 업무를 위한 주재 그리고 이제는 현지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의 목적으로도 파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의 인력이 외국 땅을 밟는 만큼 많은 외국 인력들이 한국 시장을 겨냥해 입국하기도 한다. 이들 파견 인력은 짧게는 며칠에서부터 길게는 수년 이상을 현지에 체류하게 된다. 장기 체류자들은 특히 단기 출장에서는 겪지 못할 각종 심리적 정신적 압박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을 문화 충격(culture shock)이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문화 충격을 개인적인 경험 정도로 치부해 사전 교육에 중점을 두지 않으나 결국 매월 많은 체류 경비를 지불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현지 파견 인력이 조기에 적응하고 정착하는 것이 수익성 제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극단적인 경우로 많은 공을 들여 파견한 인력이 현지에 부적응해 역귀국해버린다면 이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대부분 현지 적응에 3~6개월 걸려

 영국 기업의 경우 7명 중 1명이 해외 적응에 실패하며, 미국 기업의 경우 이보다 많은 2~3 명 선이다(Breaking through Culture Shock, Elisabeth Mark 2000). 한국은 통계가 없으나, 한국인들의 언어 수준과 문화적인 유연성·호환성 부족으로 미국보다 좋으리란 가정을 할 수 없다. 문화 충격은 개인 차가 커서 적응력이 좋은 카멜레온 같은 인력은 통상 5~10주 안에 현지에 완전히 적응하나 대부분의 경우 3~6개월 정도 혹은 그 이상의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 하다.

‘낯선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기까지의 심리적인 충격’으로 정의되는 문화 충격은 순차적으로 네 단계를 거치며 진행·발전된다(Oberg, 1960). 첫 번째는 ‘허니문 단계’로 누구나 새로운 문화에 처음 접했을 때의 생소함과 이상함(Foreignness)이 기쁨과 환희로 전달되는 상태다.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문화-문화재 및 현지인들의 행동 양식, 옷차림, 언어 등-에 대해 감탄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며 킥킥대기도 한다. 여행을 하는 정도의 가벼운 심리적 상태를 반영한다. 이어 현지 생활에 조금 익숙해지면서 피곤하고 괴롭고 부담스러운 일들이 발생한다. 초기의 즐거움이 스트레스로 변한다.

 드디어 두 번째 ‘스트레스 단계’로 발전한다. 현지인들이 모두 자신에게 호의적일 거라고 생각한 것이 ‘착각’이라고 확신하면서부터 스트레스는 가속을 받는다. 주유소를 갔다가 말이 통하지 않아 직원에게 당황함을 당했다든지, 본인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교통순경한테 적발돼 일방적으로 범칙금을 부여받았다든지, 저녁 늦게 피아노 치다가 이웃에게 고발당했다든지 등, 본국과의 문화·사회·환경적인 불일치로인해 피해를 입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의 정도는 심각해진다. 누적된 스트레스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소되거나 발산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되면서 스트레스는 정신적인 불안과 혼란을 야기시키는 충격(Shock) 상태로 비화된다. 충격의 상태에 도달하면 시야가 축소되고 급기야 ‘To be or not to be(죽느냐 사느냐)’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일상생활의 균형을 잃고 하루하루 무의미한 삶의 연속이 된다. 우울증이 생기고 알코올 중독이 되기도 하며 극단적인 경우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혹은 자신의 극복 의지로 이러한 상태를 지나 네 번째 마지막‘적응(Adaptation) 단계’로 들어간다. 충격의 경험을 통해 문화적 내성이 생기고 마음의 평온을 찾게 된다. 난장판이 된 집안을 정리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며 이전에 미루었던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하나 둘씩 계획을 세우게 된다. 나아가 자신에게 적합한 일정관리 기술 역시 터득하게 되며 결국 이곳에 잘 왔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이 ‘허니문’과 ‘스트레스’ 그리고 ‘충격’ 과 ‘적응’에 이르기까지 네 단계를 거치면서 생소함에 대한 적응력도 생기고 당황함에 대한 대처 능력이 생기게 된다.

문화 충격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두려움(Anxiety)과 불확실성(Uncertainty)에 있다. 두려움은 심정적인 것이고 불확실성은 지식적인 것이다. 이 두 가지에 대해 사전 예방과 대처 능력을 기른다면 충격의 정도와 기간을 완화 시킬 수 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는 장기간의 훈련과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불확실성은 정보 습득과 공부로 단기간에 극복이 가능하다.

 대부분 한국의 대기업이 외국에 파견하는 주재 예정자에게 하루나 이틀 혹은 사나흘의 짧은 사전 교육 기간을 할애하는 것은 파견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의도다. 이런 경우 그들이 경험하게 될 심정적인 두려움은 예방되지 않는다. 아무리 현지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많아도 두려움에 대처하는 훈련에 익숙하지 않으면 섣부른 지식과 정보가 현지 문화에 대한 우월감과 고정 관념 그리고 잘못된 태도로 와전될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현지에 대한 지식과 두려움에 대처하는 훈련이 적절히 조화될 때만이 파견과 체류 그리고 이주의 목적을 예정대로 달성할 수 있다.

  문화 충격을 예방하기 위한 10가지 조언 

하나, 문화 충격에 대해 넋 잃고 있다가 당하지 하라. 외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문화 충격에 대한 증상과 그 여파 그리고 파견국의 각종 정보에 대해 지식적으로 무장하라.

둘, 현지의 커뮤니케이션 체계에 대해 공부하라. 현지어를 익혀라. 언어 및 비언어적인 행동들에 대해서도 공부 할 필요가 있다. 의사소통에는 말보다 몸이 더 우선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셋, 문화 충격은 장소에 불문하고 찾아온다는 것을 잊지마라. 집 떠나면 충격은 온다.

넷, 외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에서 구축 가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라. 학교나 교회 그리고 도서관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서슴없이 찾아가 인간관계를 형성하라.

다섯, 어떠한 스트레스 상황이 닥치더라도 피하지 마라. 술에 의존한다든지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한다든지 하는 감정적 대응은 도리어 충격을 부채질한다.

여섯, 가족의 중요성을 잊지 마라. 해외 체류의 성패는 가족관계에 있다. 한국에서는 직장이 우선이나 외국에서는 가족이 우선이다.

일곱, 문화 충격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라. 문화 충격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력과 회복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이왕 받을 충격이면 즐겁게 받자.

여덟,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마라. 자신을 과대평가한 다든지 역으로 상대방을 과소평가한다든지 혹은 현지의 문화를 얕잡아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아홉, 유머를 키워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최선의 대책은 상황을 반전시키는 유머다. 웃음은 우리를 물리적으로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심정적으로 자신감도 심어준다.

열, 만약 한국에 다시 돌아온다면 똑같은 증상이 당신을 반긴다는 것을 인식하라. 역문화 충격 역시 정상적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 고독과 좌절감을 느낀다.

● 신경이 예민해지고 극도로 피곤해진다.

● 심한 향수병에 걸린다.

● 아주 사소한 자극에도 심하게 화를 낸다.

● 불편하다는 이유로 체류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 적대감을 느낀다.

● 현지의 교회나 이웃 그리고 직장 내의 같은 나라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

● 이곳에 온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가에 대해 깊은 의구심에 빠진다.

● 현지어를 사용하고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