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名品). 이름 그대로 ‘이름난 제품’이다. 특히 명품은 일개 제품의 상표에서 종합 브랜드화 되면서 다양한 영역의 제품들과 결합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명품과 IT 제품의 만남이 시도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휴대전화는 이러한 명품과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휴대전화 업체들은 새로운 디자인 영감을 얻는 동시에 자사 브랜드의 고급화를 꾀하고, 명품 업계는 혁신적인 IT 기술을 통해 보다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명 브랜드 명품폰들의 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출시한 대표적 명품폰과 해외 명품폰의 세계를 알아본다.

“핸드폰은 어떻게 됐어?”“금빛으로 번쩍이는 1만달러짜리요?”“그래, 삼성이 만든 명품 핸드폰.”“그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지금 예약해도 9월까지 품절이래요.”

 얼마 전 개봉된 영화 <오션스13>에서의 한 장면은 삼성전자 애니콜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 속에 등장한 휴대전화는 컨셉트폰이지만 그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대표적인 명품폰 생산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까지 내놓은 명품폰만 가장 최근 선보인 세레나타까지 7종에 달한다.

삼성, 가장 많은 7종 선보여

 삼성이 처음 명품폰을 선보인 것은 지난 2004년 말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디자이너 다이앤본 포스텐버그와 손잡고 ‘DVF폰'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이 제품은 휴대전화를 패션 액세서리 수준으로 격상했다는 평을 받으며 미국 시장에서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았다. 삼성은 이듬해 ‘안나수이폰'을 선보였다. 휴대전화 외관에 나비와 장미 문양을 비롯한 안나수이 특유의 디자인 컨셉트에다 캠코더 기능을 가진 VGA 5배 디지털줌 카메라를 결합해 미국 시장에서 적잖은 인기를 모았다. 외관뿐 아니라 휴대전화 바탕화면과 수신화면도 안나수이가 직접 디자인했다. 가격은 대당 250달러 수준으로 그다지 높지 않았다.

 삼성은 같은 해, 역시 미국 출신인 벳시존슨이 디자인한 벳시존슨폰을 출시하며 세계 정상급 패션디자이너와의 공동 작업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안나수이와 비슷하게 외관에 장미와 핑크빛 특유의 디자인을 가미한 이 제품은 명품폰이라기 보다는 패션디자이너가 외양을 맡은 대중폰의 성격이 강했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명품폰 시장에 뛰어든 것은 덴마크의 세계적 오디오 업체인 뱅앤올룹슨(B&O)과 공조한 뮤직폰인 세린(Serene) 개발 이후다. 2005년 10월 출시된 세린은 디자인과 기능에서 기존 휴대전화에서 찾아 볼수 없는 파격을 단행했다. LCD화면을 폴더하단에 배치했고 복고풍의 환형 키패드를 상단에 배치하며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의 부활이라는 평을 얻었다. 세린은 ‘고요한’, ‘잔잔한’, ‘고귀한’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당시삼성 휴대전화 사상 최고가인 1000유로(130만원)에 판매 되기도 했다. 삼성은 세린 출시 2년 전부터 뱅앤올룹슨과 공조하며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까지 협력해왔다.

 루이비통 매장에는 세린을 담은 루이비통의 휴대전화 케이스가 진열되며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기도 했다.

 삼성은 뱅앤올룹슨과 협력관계를 이어가며 최근에는 세린의 후속작인 세레나타폰을 출시하기도 했다. 전작 세린에 이어 뱅앤올룹슨이 디자인과 음향 기술을 맡고 첨단 휴대전화 기능은 삼성전자가 구현하는 형태의 합작폰이다. 세레나타폰 역시 LCD를 하단에 배치했고 키패드는 감히 생략했다. 대신 슬라이드 상단에 휠키를 부착했고 LCD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해 UI(User Interface)의 편의성을 높였다. 음악 감상 시나 휴대전화 이용 시에는 색상이 자동으로 변화해 사용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리미엄 뮤직폰답게 하이파이 스테레오 스피커와 뱅앤올룹슨 독자기술인 ICE파워 앰프를 내장했다. 루이비통 전용 케이스에다 뱅앤올룹슨의 최고급 이어폰도 제공해 품격을 높였다. 세린과 세레나타는 유럽과 중동, 아시아 지역에 잇따라 출시되며 인기를 모았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귀족들과 석유 재벌들 사이에서 유행폰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삼성은 유럽의 세계적 디자이너들과의 협력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2006년 이태리 베르사체와 공조한 베르수스폰은 비너스의 탄생을 모티브로 한 프리미엄 패션폰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월 아르마니와 손잡고 개발한 아르마니폰은 럭셔리 브랜드와 최첨단 기능을 결합한 제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월24일 이태리 밀라노 패션쇼에서 발표됐을 때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0.5㎜의 카드폰 형태에 2.6인치 전면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아르마니 특유의 세련된 스타일을 살렸다는 평이다. 카드폰임에도 300만 화소 카메라와 풀브라우징 인터넷, 블루투스 2.0 등 첨단 기능을 두루 탑재했다.

본격적인 대중 명품폰 시대 연 LG전자 프라다폰

 하지만 이들 제품은 모두 국내에서 출시되지 않았고 글로벌 히트작으로 꼽히는 단말기는 눈에 띄지 않는다. 국내외에서 본격적인 명품폰 열풍을 몰고 온 것은 LG전자와 이태리 프라다가 공조한 ‘프라다폰’이 시초다. 

 프라다폰은 세계 최고 명품 브랜드가 참여하며 처음으로 럭셔리폰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동시에 LG전자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일조했다. LG전자가 프라다와 손잡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지난 2005년 12월 LG전자 해외마케팅 담당 마창민 상무는 3시간을 기다려 프라다의 임원을 만났다. 앞서 이미 내노라하는 세계적 휴대전화 업체들의 제안을 잇달아 거절했던 프라다는 이례적으로 LG전자가 제안한 3인치 크기의 대형 LCD화면과 터치스크린 방식 휴대전화 개발 계획에 흥미를 보였다.

 LG전자와 프라다 간 협력은 여러 측면에서 기존 명품폰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휴대전화 업체들이 완성된 휴대전화를 가지고 겉모양만 디자인해달라고 요청하던 것과는 달리, LG전자는 프라다에게 컨셉트만 제시하고 대등한 관계에서 기획과 설계를 진행한 것이다.

 터치스크린 방식 설계는 프라다의 디자인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기술적 뒷받침은 LG전자가 맡았다. LG전자의 밀라노 디자인센터와 한국 설계팀, 프라다의 디자인실이 3각 공조체계를 구성했다. 프라다는 LG전자가 놀랄만한 흑백 테마와 아이콘, 폰트 외에도 음향전문가들이 참여해 프라다 특유의 벨소리 등을 만들어내며 프라다만의 아이덴티티를 선보였고, LG전자는 진동 터치스크린에 블루투스, 스트일러스 펜 등 혁신적 기술로 회답했다.

 프라다와 LG전자는 가격 책정과 유통망 선정에 한때 이견을 보이기도 했지만 ‘혁신적 IT 명품’ 이미지를 유지 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각국 이동통신사들을 설득해 명품 마케팅에 동참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철저한 프리미엄 전략에 따라 TV광고를 지양하고 신문과 잡지 등 인쇄매체에만 절제되고 품위 있는 광고를 내보내며 브랜드 가치를 제고했다. 이 같은 전략은 그대로 적중, 지난 1월 출시되자마자 명품폰 신드롬을 일으키며 휴대전화의 진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프라다폰은 유럽 600유로, 아시아 지역 780달러, 국내 88만원의 고가에도 불구 누적판매량 50만 대를 돌파했다. 출시 직전 유럽의 한 여성은 3배 값을 주고 구입하기도 했으며 국내에서도 30~40만원의 웃돈이 붙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외 기업들도 다양한 명품폰 개발

하지만 명품에도 격이 있다. 진짜 럭셔리 명품폰과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대중적 명품폰은 구별된다. 프라다나 아르마니폰은 대중적 명품폰이다. 후자가 소비자들의 명품 선호 의식과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욕구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대중적 판매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전자는 사치의 요소가 강하고, 귀금속으로 치장된 그야말로 럭셔리폰이다. 가격도 1억원 이상은 예사다. 노키아와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들은 자사 제품군 확대 차원에서 이 같은 럭셔리폰을 생산하고 있다.

 영국의 모바일 기기 전문 소식지인 <다이얼 폰>이 조사한 가장 럭셔리한 휴대전화의 순위에서도 이 같은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들의 관심이 드러난다.

 세계 최고가폰은 스위스 휴대전화 업체인 골드비시(GOLDVISH)사가 선보인 르밀리언(Lemillion). 휴대전화 겉면에 120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장식돼 기네스북에 올랐다. 우리 돈으로 9억2000만원이다. 다음은 노키아의 고가폰 브랜드인 베르투(Vertu)가 출시한 ‘시그네처 코브라’로, 2억9000만원이다. 1개의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루비로 장식돼 있다. 루비가 없는 1억원짜리 저가(?)’ 모델도 있다. 베르투는 손잡이 부분이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다이아몬드폰’을 내놓기도 했다.

 소니에릭슨이 5대 한정판으로 선보인 ‘블랙다이아몬드’는 본체에 다이아몬드를 박은 제품으로 2억8000만원이다. 모토로라 역시 18캐럿 다이아몬드 1200여 개를 박은 v220스페샬 에디션을 내놓으며 스포츠맨과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외 휴대전화 업체들도 명품 업체와 손을 잡기도 한다. 노키아가 최근 이탈리아 스포츠카 전문업체인 페라리와 손잡고 무려 1만8000유로(2300만원)에 달하는 ‘페라리폰’을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휴대전화 한 대가 자동차 한 대 값이지만 억대를 가뿐히 넘는 휴대전화에 비할 바는 아니다. 페라리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베르투가 페라리와 공동 기획한 제품으로 전 세계 60대 한정판이다. 실제 페라리의 스포츠카 612에 들어가는 나사와 가죽이 사용됐으며 페라리의 상징인 질주하는 말의 형상도 새겨 넣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본연의 기능은 다소 평범하다.

 모토로라 역시 돌체앤가바나와 손잡고 세계적 히트 모델인 레이저의 ‘금장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일반 휴대전화에 각종 보석을 더해 명품폰으로 개조해주는 사업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국의 아모수(AMOSU)사는 고객 주문을 받아 케이스에 순금을 입히거나 다이아몬드를 박아준다. LG전자 프라다폰을 금장한 제품을 우리 돈 130만원에 판매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