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5가지 원칙
“필자는 얼마 전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감기몸살이 심하게 걸려서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의사의 진찰 후에 주사를 맞기 위해서 주사실에 들어가서 준비를 하다가 문뜩 벽에 붙여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투약의 5가지 원칙(5R): 정확한 약물을(Right drug), 정확한 용량으로(Right done), 정확한 대상자에게(Right patient), 정확한 경로를 통해(Right route), 정확한 시간에(Right time)’ 환자에게 주사를 놓기 위해서 간호사들이 지켜야 하는 원칙이거나 업무 방법을 인쇄해서 붙여 놓은 듯한 문구인데 참 피부에 와 닿았다. 언제나 혼돈의 시대이고 언제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투자의 세계에서도 주사실에 붙여있는 ‘투약의 5가지 원칙’을 지킨다면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투약의 5가지 원칙’을 ‘투자의 5가지 원칙’으로 접목시켜서 2008년을 준비하는 마음 가짐으로 삼았으면 한다.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첫 번째는 ‘정확한 투자 재원’이라고 명명하고 싶다.‘빚내서 주식 10조… 현 정부서 19배로’ 얼마 전 모 신문에 나왔던 기사의 메인 제목이다. 증권사가 주식 이나 채권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빌려 주는 ‘신용공여’규모가 10조원에 이른다는 기사로 이는 현 정부 출범 초기의 약 19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어서 증시 상황이 악화될 경우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질 것이라는 지적으로 마무리 지은 기사였다. 올해 들어 신용공여가 급증한 것은 주가가 상승하자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투자하려는 개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투자를 할 때 매입 주식을 담보로 투자금을 빌리는 신용융자 금액은 9월 말 현재 4조3000억원으로 2003년 3월 말의 27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여서 ‘레버리지 효과’라는 허울 좋은 구실을 빌미로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에 투자하거나 토지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어났다. 대출 이자율보다 수익률이 높으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고 투자를 하지만 실제로 심리적으로 다가오는 부담감과 금리의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속을 태우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한다. 이는 ‘정확한 투자 재원’의 투자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투자는 적어도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는 기본 중의 기본을 강조하고 싶다.
두 번째는 ‘정확한 용량(금액)으로’라고 명명하자. 모든 투자의 기본 중의 기본은 효율적인 분산 투자 에서부터 시작한다. 얼마나 분산 투자를 잘 하느냐가 언제 투자하느냐와 어떤 수단에 투자하느냐를 앞서는 것이다.
재테크의 3요소는 수익성, 유동성, 안정성이라고 하며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실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투자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권의 금융 상품과 제2 금융권의 예탁금, 펀드 상품, 실물자산 등에 적당히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세우고 투자를 하자. 여기에 나만의 목표 수익률을 정하여 그 구간 안에서 투자 종목을 선택하는 전략도 좋을 것이다. 남들이 수십 %의 수익률을 올린다고 내가 지금 투자하면 그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큰 돈을 벌었다고 나까지 마치 큰 돈을 당장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너무 자기 주관적인 상상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예상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
부자는 세무사를 부려도 세금공부한다.
세 번째는 ‘정확한 대상자(판매 회사)’라고 하자. 펀드 상품을 투자자들이 은행이나 증권회사(판매 회사라고 칭함)에서 가입하면 은행이나 증권회사는 운용사에게 운용을 일임한다. 운용사의 운용 결과에 따라서 판매 회사는 운용보수나 수수료를 제하고 자신들의 판매 보수나 수수료를 제한 다음 남는 수익률을 가입자에게 전달한다. 즉, 우리의 소중한 돈을 직접 운용하고 관리하는 것은 운용 회사이지 판매 회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가까우니까….' 아는 직원이 있으니까…, 하는 편한 방법으로 판매 회사를 방문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제는 이러한 투자습관은 버려야 한다.
펀드 평가 사이트(www.funddoctor.co.kr, www.fundzone.co.kr, www.Morningstar.co.kr)에 방문해서 최근에 펀드의 유형별 수익률에 대한 자료를 검토해보고 가입할만한 상품을 정한 뒤 그 상품의 최근 몇 년, 몇 개월 사이의 수익률과 환매 조건, 수수료와 보수, 주로 투자되는 종목 등에 대한 정보를 살펴본후 판매 회사를 확인하고 해당되는 판매 회사를 방문 해야 한다. 사전에 어느 정도 상품 파악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판매 회사를 방문해야지 원활한 대화를 통한 상담이 진행되는 것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간다면 일방적인 주입식 설명만 듣다가 사인하고 상품에 가입하고 오는 경우가 되는 것이다.
부자들은 세무사를 부려도 세금 공부를 열심히 한다. 내가 그 사람보다 더 알아야지 사람을 부린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언제까지 묵묵부답으로 설명만 듣다가 금융상품에 가입할 것인가? 나와 궁합이 맞는 판매 회사와 PB나 자산 관리사를 정해서 일방이 아닌 양방향의 상담을 통해서 상품에 가입하는 사전 준비를 하도록 하자.
네 번째는 ‘정확한 경로’라고 명명하고 싶다.
위에서 언급한 정확한 대상자(판매 회사)와 비슷한 원칙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엄밀히 따져서 나만의 경로를 만들고 정하자는 큰 목표는 다르다. 즉, 주변의 수익률에 대한 시샘과 부러움으로 펀드 등의 금융 상품에 가입하거나 신문의 기사나 뉴스에 혹해서 이것저것 알아보지도 않고 가입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여기서‘정확한 경로’라고 함은 펀드 평가 사이트나 신문기사를 보면서 가입할만한 펀드상품을 정한 뒤 그 상품의 여러 가지 특징 이나 장점, 위험 요소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가입하되 가입 후에도 수익률의 변화, 운용 방법의 변화, 관련 시장의 흐름 등에 대한 정보를 놓치지 말고 항상 내 것으로 만들고 있어야 하며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나만의 경로 즉, 길을 가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하자.
길게 보고 투자하라
다섯 번째는 ‘정확한 시간’이다.
같은 펀드라도 언제 가입하고 언제 환매하느냐에 따라서 수익률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종합주가지수가 대세 상승으로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일정 기간마다의 등락과 조정은 있기 마련이고 이러한 등락과 조정을 잘 파악해서 적기에 가입하고 재투자해서 또 적기에 수익을 실현하는 타이밍을 찾을 수만 있다면 재테크의 고수, 투자의 달인이 될 수가 있을 것이다.
단타 매매처럼 단기 운용에만 치중하라는 의미보다는 장기적으로 투자하더라도 평생 해야 할 재테크나 투자라면 길게 보면서 투자의 시기와 수익 실현의 시기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펀드의 수익률을 가만히 살펴보면 1분기에는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1’이 수익률 8.43%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 기간에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1.62%로 평균보다 5배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던 것이다. 2분기에는 ‘미래에셋3억만들기 중소형주식1’이 2분기에만 4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3분기가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어서 그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그룹주·대형주 펀드들이 수익률 상위권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서 3개월마다 펀드별 수익률의 순위가 달라지고 변하는 것을 보면 그때그때 철새처럼 단기로 펀드를 갈아타기보다는 적어도 3년이라는 한 주기(Cycle)를 감안해서 투자의 다섯 번째 원칙인 ‘정확한 시간’을 정하는 것이 효과적인 투자 실천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이론적인 것을 아무리 떠들어도 몰라서 투자를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절세 상품을 활용해야 하고, 인터넷 뱅킹에 가입해서 활용해야 하고, 주거래 은행을 정해서 집중해서 거래해야 하고, 친한 은행원을 만들어서 거래할 때 도움을 받는 것 등의 기본적인 금융 거래에 대한 전략과 원칙을 한번씩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굳이 다시 강조하는 이유는 이러한 식상한 내용들조차도 과연 우리가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반성해 보자는 의미다.
투자의 다섯 가지 원칙도 마찬가지다. 안다고 하찮게 생각하고 등한시하기 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가 최소한의 실천 사항에 대해서 신경 쓰고 지켜나가다 보면 남들보다 덜 위험한 투자, 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