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브랜드) 예뻐야 글로벌 시대에 잘 통하죠”
서울 장교동에 본사를 둔 한화그룹은 요즘 ‘브랜드 경영’이 한창이다. 올 초, 새로운 CI ‘한화 트라이 서클’ 선포식을 가졌는가 하면, 브랜드 경영의 헤드쿼터인 브랜드관리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이를 통해 전 임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만여 명을 ‘브랜드 전도사’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10월 창립 55주년 기념사에서 김승연 회장이 ‘초일류 글로벌 브랜드 도약’을 강조한 것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심혈을 쏟고 있는 한화그룹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왜 ‘브랜드 경영’인가
한화그룹은 왜 브랜드 경영을 들고나섰을까 . 여기에는 한화그룹의 고민이 녹아있다. 지난 2002년 말 인수한 대한생명을 필두로 한 그룹 내 금융 사업이 전체 매출의 64%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여전히 ‘화약, 화학 회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화그룹은 중화학공업, B2B 사업, 장치산업 위주로 성장해왔다. 그룹 모태도 1952년 김종희 창업주가 세운 ‘한국화약’이었다. 그러나 대한생명 인수는 한화그룹 위상 변화의 서곡이었다.
대한생명 인수 후 한화그룹은 소비자 접점 산업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중화학·생산재 기업’이 금융, 유통·레저 산업을 비롯한 ‘소비자 접점 기업’으로 위상이 탈바꿈한 셈이다. 이런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기업 이미지가 절실했던 것. 그 결과물이 올 1월3일 그룹 뉴 CI ‘한화 트라이서클’ 선포식 이었다.
기존의 ‘한화’ 브랜드는 제조 등 국가 기간 산업 이미지가 강한 반면, 새로운 ‘한화’ 브랜드는 달라진 한화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반영 했다는 게 자체 평가다. 특히 이번 CI 교체는 로고 하나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그룹의 글로벌 비전과 혁신의 의지가 담겨있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이는 “CI 선포식을 계기로 의식부터 경영 체질까지다 바꾸자”고 강조한 그룹 오너의 뜻과 닿아있다. 장일형 그룹 경영기획실 부사장은 “한화맨들의 의식구조 개혁과 경영 철학 이해, 브랜드 경영 실천을 높이기 위해 개별 회사 차원이 아닌 그룹 차원으로 브랜드 경영을 진행 중”이라며 “이를 통해 한화를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취지”라고 의미를 밝혔다. 한마디로 내수 기업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포석으로 CI 교체 카드를 내민 셈이다.
트라이서클에 담긴 뜻
한화그룹의 뉴 CI는 ‘한화 트라이서클(TRIcircle)’이다. 이트라이서클이라는 이름 속에는 한화그룹의 핵심 가치와 미래비전이 표현돼 있다.
트라이서클은 Trust(신뢰) , Respect(존경), Innovation(혁신) 을 뜻한다. 그룹 측은 “이 세 개의 원(Circle)이 창조적으로 만나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특히 트라이서클을 구성하는 세개의 원은 각각 한화그룹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먼저, Trust(신뢰)는 ‘고객’을 향한 철학이다. 창업 때부터 그룹 정신이었다는 신용과 의리를 중시하는 단어다.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무한 신뢰를 받겠다는 것이다.
둘째, Respect(존경)는 ‘인류와 사회’를 향한 기업 철학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그룹으로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1952년 국가 기간산업의 빠른 복구를 위해 화약산업의 육성을 강조한 창업주의 철학이 오버랩 되는 대목이다.
셋째, Innovation(혁신)은 ‘임직원’들을 향한 철학이다. ‘의식부터 체질까지 다 바꾸자’고 강조한 김승연 회장의 말처럼 임직원 전체가 변화와 혁신의 기업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말이다.
세 가지 경영 철학이 합쳐진 ‘한화 트라이서클’은 그룹의 핵심 3대 사업 부문을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금융, 제조·건설, 유통·레저 등 3개 부문이 세계 수준의 기업으로 발전한다는 그룹 비전을 담고 있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이번 뉴 CI 개발자는 현재 뉴욕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47·이집트 카이로 생)다. 그는 세계 14개 미술관에서 약 70여 작품이 영구 전시 중에 있는 유명 디자이너로 프라다와 다도프, 에스티로더 패키지 등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국내 작품으로는 현대 블랙카드가 대표적이다.
강호균 부장은 “전문 CI 디자인 업체를 선택하지 않고 상품 디자이너를 CI 개발자로 선정한 의사결정 자체가 한화그룹의 변화와 혁신 의지를 잘 보여준 것”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