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상태서 1년 만에 600만원 모아
“콩나 물 값 깎아서 종자돈을 모으다니요. 어려운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그렇게 해서 얼마나 벌겠어요? 경매 투자를 결심했다면 종자돈은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불편함과 당장의 자존심만 버린다면요.”
파산 상태에서 부동산 경매 투자로 3년 만에 6억원의 재산을 모은 박수진씨(33). 그는 의지만 있다면 종자돈을 생각 외로 쉽게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역시 1년간 모은 600만원으로 경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투자를 하기 위한 종자돈은 1000만원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무일푼이라면 1년간 고생하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이면 되고, 전세를 산다면 더 싼 집으로 옮기면 되고, 자기 집이 있다면 규모를 줄이면 되니 행운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을 이어갑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불평만 하고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이 말이죠.” 자살까지 생각할 만큼 밑바닥까지 떨어져봤던 그였기에 이 말에 더욱 힘이 실린다.
박씨가 부동산 경매를 시작하게 된 건 2005년 1월이었다. 당시 학원 강사에 각종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던 그는 어느 날 문득 허무함을 느꼈다. 몸은 부서질 듯 힘든데, 그에 비해 돈은 맥없이 빠져나가기만 하는 날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몇 달 동안 돈과 관련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 경매에 어느 정도 눈을 뜨면서 투자를 감행했다고 한다.

그가 경매 투자를 시작하게 된 종자돈 600만원을 모았던 과정을 보면 눈물겹다. 2004년 파산 상태로, 살던 집에서 쫓겨난 그는 외국인 남편과 함께 경북예천 고향집으로 내려갔다. 당시 들고 있던 돈은 달랑 80만원이 전부였다. 영문을 모르던 부모님은 그들을 반갑게 맞아줬지만 한두 달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라고 호통을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 부부가 일도 안하고 계속 집에만 있었으니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했다. 다시 서울로 쫓기듯 올라오기 직전 그는 부모님께 사실을 고백하고 200만원을 겨우 빌릴 수 있었다. 서울로 올라온 후 보증금이 없는 원룸으로 살 집을 구했고, 그때부터 일을 구해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학원 강사에 과외는 물론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시체 닦는 일까지 찾아봤겠습니까.” 한 푼도 없이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하다보니 힘든 날의 연속이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고 그나마 잘 다니던 학원 강사 일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을 때 박씨는 죽음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죽을 결심을 하고 나선 못할 것 같은 일은 없었다고 한다. 죽기 직전 죽음을 알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시체 닦는 아르바이트라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버는 돈이 꽤 많다고 해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그일을 했던 사람들의 경험담을 듣다보니 정말 끔찍하더군요.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죽어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을 바로 잡았습니다.”
이후 박씨는 하루에 두세 시간 잠시 눈만 붙이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일만 했다. 당시 일상을 보면 가히 초인적이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수업준비를 하고 7시 반부터 강의를 나갔고, 하루에 두세 건씩 과외수업도 병행했다. 짬나는 대로 다른 아르바이트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밤 10시를 훌쩍 넘기는 게 대부분이었다. 과외가 많은 날은 새벽에 들어오는 일도 많았다.
“몸은 힘들었는데 돈 모이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것 같더군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틈틈이 돈과 관련된 책을 읽었습니다. 부동산, 주식, 경제 서적, 자기계발 서적 등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독서량이었습니다.”
당시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지만 월수입 500만원까지 기록한 달도 있었으니 적지 않은 돈이었다. 하지만 워낙 없는 살림이라 부모님께 빌린 돈, 집 보증금, 집세에 키우던 애완동물 병원비까지 다달이 들어가는 돈은 줄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난 2005년에야 비로소 600만원이란 돈을 손에 쥐게 됐다. 책으로만 봐왔던 부동산 경매를 시작할 밑천이 마련된 것이다.

“처음 경매에 입찰한 물건은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 였습니다. 대출액이 전체 집값의 80%까지였기 때문에 600만원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반지하의 경우 50%밖에 안 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게 된 거에요. 동생과 지인들에게 돈을 꿔서 겨우 잔금을 넣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봉천동 빌라를 사게 될 때까지 그는 다세대 주택이나 연립 등만을 경매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작은 규모지만 교통이 편리해 독신가구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물건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특히 지하철역과는 5분 이내 거리에 있어 바로 전세나 월세로 빠질 수 있는 물건만을 골라 입찰했다고 한다.
책 속에 다 있다
현재 그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자신의 명의로 된집 2채를 비롯해 총 여덟 채다. 이중 전세를 준 곳은 4곳으로 전세금이 3억원 가량이며, 나머지는 월세를 받고 있다. 이 재산들을 다 합치면 그간 시세변동을 감안하지 않았을 때 6억원 정도라고 그는 밝힌다. 여기다 최근 강연, 새로 시작한 영어 콘텐츠 사업 등으로 벌어들이고 있는 수입이 월 3000만원에 달한다. 3년 전에 비하면 생활이 많이 달라졌을 법도 하지만 크게 변한 건 없다고 말한다. 최근까지도 버려진 가구를 가져다 사용할 정도다. 그나마 조금 나아진 건 얼마 전 한 외국인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다고 해서 얻은 가구로 교체해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몇 가지 사치를 부린다면 소주를 복분자주로 바꿨다거나 가끔 떠나고 싶을때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연세대로 부동산 경매 강의를 나갔는데 메일이 왔어요. 돈을 벌었으면 미용실이라도 좀 다녀오지 그랬냐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쇼핑을 가거나 미용실에 갈 시간이 없는 거예요. 경매 물건을 직접 보기 위해 많이 돌아다녀야 하지만 차도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책 읽는 게 습관이돼 운전하는 시간이 아깝더군요.”
책을 읽고 공부를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돈의 흐름이 저절로 보인다고 귀띔한다.
나름대로 경매 투자로 성공을 했다는 게 차츰 알려지자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그는 소액으로 어떻게 투자를 시작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부터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종자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한다는 건 핑계일 것 같아요. 오히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투자할 엄두를 못 낸다거나 용기가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것뿐이죠. 지식이 쌓이면 적은 돈으로 몇 배의 가치를 가진 물건을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관련 서적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쉬운 책부터 꾸준히 읽다보면 어느 새 어려운 법률 서적까지 술술 읽혀졌다는 것이다.

지금이 부동산 투자 마지막 황금기
지금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막차를 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는 꼭 그렇지도 않다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지금이 부동산 투자의 마지막 황금기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동산을 사야 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처럼 수도권의 대형 아파트를 사야만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당연히 기회가 보이지 않겠죠. 독신가구가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에 99㎡이하의 소형 주택은 계속 수요가 늘어날 것입니다. 또 50대 이상의 고연령대 가구도 자녀를 독립시키면 규모를 줄여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99~132㎡의 중형 주택의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부동산 경매를 처음 시작 하는 초보자라면 우선 마인드를 바꾸라는 말부터 꺼낸다.
돈이 적어도, 환경이 안 좋아도 기회는 늘 옆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수많은 실패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것들에 대해 준비가 부족할 뿐이라는 것이다.
“경매라는 기본 툴만 익혔던 초보 시절 무조건 싸다는 이유로 부천 소사동에 있는 물건을 보러간 적이 있었습니다. 감정가 2000만원, 최저가는 절반으로 떨어져 있었던 연립의 지하였어요. 대지지분이 33㎡가 약간 넘었는데 막상 현장조사를 하러 가보니 건물이 곧 무너질 것만 같더라고요. 경매로 나온 지하방은 오랫동안 비어 있는 상태였고 세입자를 전혀 받을 수 없을것 같아 입찰하지 않기로 했는데 두 명이 입찰해 한 명이 1200만원 정도에 낙찰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재개발된 거예요. 3.3㎡당 1000만원이 훨씬 넘게 매매되는 걸 보고 땅을 치면서 후회했습니다. 그 물건을 낙찰 받은 사람은 1년도 안 돼 8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본거죠.”
그때 그는 경매의 기본 툴과 법률만 열심히 공부하는건 한계가 있고, 부동산의 흐름과 정보, 나아가서는 전체적인 경제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박씨는 더 폭넓은 분야로 공부의 범위를 넓혀갔다.
“3년 동안 내 인생을 180도 바꿔준 모든 노하우는 ‘책’ 속에 다 있습니다. 다만 그 지식을 활용해야겠다는 마인드가 갖춰졌는지가 관건이겠죠. 제대로 공부를 하세요. 그리고 알만큼 알았다면 용기를 내세요. 다들 먼 데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