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경씨(가명·43)는 올해 5월 상가에 투자했다. 당장은 월세 수입을 얻을 목적이지만 퇴직 후에는 아내의 취미를 살려 자그마한 애견 미용실을 운영할 생각에서다. 대상은 서울 성북구 보문시장에 위치한 14.21㎡(4.3평) 규모의 점포. 보증금을 제외하고 1억2600만원의 자금이 들었다. 보문시장은 재래시장 정비사업 대상지이어서 향후 지하 4층, 지상 15층의 주상복합건물로 거듭 날 예정이다. 정씨는 이번 투자로 재개발을 통한 추가 이익도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틈새투자처로 재래시장을 눈여겨 볼만하다고 조언한다. 뛰어난 입지에 조합원 수가 적은것이 보통이어서 재개발이 진행될 경우 투자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재래시장은 시장의 특성상 대규모 주거타운과 인접한 경우가 많아 입지가 뛰어나다. 또 시장 상인들 중에는 지분을 갖지 않은 채 영업만 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지분을 소유한 조합원 수가 적어 개발 이익이 많다”고 전한다.
재래시장 정비사업이란
현재 재래시장 수는 전국적으로 1660여 개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 재래시장은 1996년 유통시장 개방,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영업 확대,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의 급성장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노후화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신식 상가 건물 또는 주상복합건물로 탈바꿈시켜 도시 미관을 정비하고 이용자들의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한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그것. 이 특별법에 기반을 두어 현재 ‘재래시장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단순히 재래시장 내 노후·불량 상가 건물 등을 보수·정비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예 재개발 혹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 특별법에 의해 2002년 이후 약 80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고, 지금까지 570여개의 재래시장이 시설 현대화와 정비사업에 나섰다. 황호익 서울시 균형발전추진본부 뉴타운사업 3반 주임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현재 추진 예정인 곳까지 합하면 75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재래시장 정비사업, 용적률 등 특혜
재래시장 정비사업은 주택 재개발·재건축에 비해혜택이 많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건폐율, 건축물 높이 제한 등이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도시계획조례에 따라 사업시행구역내 재래시장의 용적률은 일반주거지역과 준공업지역 400% 이하, 준주거지역 450% 이하를 적용받는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칠 경우 최고 500%까지 받을 수 있다. 또한 올해부터 영세 상인이 주축인 재래시장이 정비사업을 시행할 경우 주상복합건물의 채광 방향 일조 기준을 건축물 높이의 1/2 이상에서 1/4 이상으로 완화했다. 그만큼 수익성이 높다는 의미다.
세제 혜택도 있다. 사업 시행자가 시장 정비사업에 직접 사용하기 위해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취득·등록·재산세 및 종합토지세를 감면시켜준다.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서울시의 경우 재산세는 50%까지, 취득·등록세는 100%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한편 조합원 자격은 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같다. 해당 시장 내에 땅이나 상가건물, 점포 등을 가진 사람들이 조합원이 돼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이때 사업을 통해 주상복합건물로 탈바꿈할 경우 상가와 주상복합건물의 우선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가 소유자에게는 상가를, 주택 소유자에게는 주상복합 건물의 우선 분양권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