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병 수발을 도맡아 해온 딸이 상속 재산에 대해 다른 형제들보다 많은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수동씨(가명)는 1963년 5월20일 김영란씨(가명) 와 혼인해 그 사이에 딸 이혜란씨(가명)와 3명의 아들 을 두었다. 1984년 6월14일 이수동씨는 아내와 협의 이혼을 하게 됐다. 그러자 혼인해 따로 살고 있던 딸 이혜란씨가 아버지의 집에 들어가 그 때부터 집안 살림을 전담하면서 헌신적으로 아버지를 봉양하고 남동생들을 뒷바라지 했다. 이수동씨가 1992년경 발병하자 이혜란씨는 자기 남편과 함께 아버지가 사망할 때까지 병 수발을 도맡았다.
1997년 5월30일, 이수동씨가 사망하자 3명의 남동생들은 이혜란씨에게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법정상속분에 따라 4등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혜란씨는 균등하게 나눈 지분 말고도 기여분을 인정받고 싶었지만 남동생의 반대로 협의가 되지 않았다. 이혜란씨는 남동생을 상대로 가정법원에 상속 재산에 대한 기여분을 인정해 상속 재산을 분할해줄 것을 청구하게 됐다.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 중에서 병간호 등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해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경우 이를 상속분의 산정에 고려해주는 제도다. 즉, 피상속인이 상속 개시 당시에 가지고 있던 재산의 가액에서 공동상속인의 협의로 정한 기여상속인의 기여분을 공제한 것을 상속 재산으로 보고 법정상속분을 산정해, 이 산정된 상속분에다 기여분을 합친 금액을 기여상속인의 상속분으로 하는것이다(민법 제1008조의 2).
기여분 결정은 공동상속인 전원의 협의에 의해 결정 된다. 기여분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기여자의 청구에 의해 기여분을 정한다. 기여분은 단순하게 가액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피상속인의 직업, 기능, 가족 구성, 건강 상태, 연령, 학력, 자산 상태 등에 따라 다양한 요소들을 감안해 산정한다.
위의 사례에서 만약 이혜란씨의 기여분이 3000만원 인정되고, 아버지의 재산이 1억9000만원이라면 상속 재산은 1억6000만원이 된다. 이를 법정상속지분으로 나누면 이혜란씨와 3명의 남동생들은 각각 4000만원씩 상속하게 되는데, 결국 기여분이 있는 이혜란씨의 상속분은 7000만원이 되는 것이다.
기여분, 상속인 지위로서 통상 기대 범위 이상이어야 인정
이러한 기여분제도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첫째, 기여분 권리자는 공동 상속인 중에서 상당한 기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 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해 특별히 기여한 자가 해당 된다. 기여분 권리자는 공동상속인만 해당된다. 따라서 공동상속인이 아닌 사실혼의 배우자나 포괄적 수증자 등은 상속인이 아니므로 기여한 사실이 있더라도 기여분 권리자가 될 수 없다. 또한 상속 결격자나 상속포기를 한자는 기여분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이러한 자들은 이미 상속인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상당한 기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해야 하는데, 그 정도와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판례는 성년인 자녀가 장기간 부모와 동거하면서 생계유지의 수준을 넘는 부양자 자신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한 경우 특별히 부양한 자로 보고 있다. 특별한 부양의 경우에는 부양을 통하여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나 증가에 기여할 필요는 없다.
인천에 사는 김영심씨(43세·가명)는 결혼 전에는 물론 이후에도 계속 부모를 모시고 지냈으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홀로된 어머니와 미성년자인 두 동생과 함께 생활했다. 특히 어머니가 환갑을 넘어 육체적으로 노약해지자 자신의 주택에서 모시고 살았고, 어머니의 재산인 임대주택을 수리하는 등 관리를 계속했다. 동생들이 장성해 모두 혼인해 분가한 이후에도 어머니를 계속 부양하며 가사를 맡아왔고 아버지의 제사를 계속 모셔왔다. 어머니가 80세가 넘자 병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거나 집에서 요양하게 되었는데 그 동안 치료비를 부담하고 간호를 계속해왔다. 대법원이 김영심씨에게 특별한 부양을 인정함으로써 기여분을 인정한 이유는 이랬다. 장기간의 부양,동거 부양, 동등한 생활수준의 부양 등 그 부양의 기간, 방법, 정도가 다른 출가한 자녀와 차별된 특징을 갖는 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출가한 자녀와 친모 사이에 통상 예상되는 부양 의무 이행의 범위를 넘는 특별한 부양이며 상속 재산의 유지 증가에도 특별히 기여했다고 본 것이다.
셋째,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해 특별히 기여한 경우는 상속인의 기여가 상속 재산의 유지나 증가로 이어져야 하며, 기여의 정도는 통상의 정도가 아니라, 특별한 기여가 되어야 한다. 특별한 기여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이 상속 재산을 본래의 상속분에 따라 분할하는 것이 명백히 기여자에게 불공평하다고 인식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예를 들어, 큰 아들이 급여를 받지 않고 피상속인인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하여 아버지의 재산 증가에 기여한 경우 또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사업을 위해서 막내딸이 아버지에게 자산을 제공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부채를 변제했고, 그 결과 토지나 건물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가지 않게 되어 아버지의 재산이 유지된 경우는 특별한 기여를 인정받을 수 있다.
반면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특별히 기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면 기여분은 인정되지 않는다. 즉,기여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인 상대방과의 공평을 위해 상속분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청구인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다거나 피상속인의 상속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일례로 아버지와 같이 건물을 신축하면서 그 비용의 일부를 대고 그 이후에 건물의 유지 보수를 위한 일부 비용을 지출하고 건물에서 아버지와 함께 거주한 자녀가 기여분을 신청한 경우 법원이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비용은 건물의 공유자로서 자신의 재산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라는 것이다. 나아가 본래 피상속인 소유로 볼 수 있는 상당한 가치의 건물 중 1/2 지분을 이미 취득했기 때문에 위와 같은사정만으로 기여분을 인정해 주는 것은 오히려 공동상속인인 상대방과의 공평을 해하는 것이 되어 기여분제도의 취지에도 매우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앞선 사례인 이혜란씨의 경우, 이씨가 13년 동안 아버지와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하여 상속 재산의 유지 및 감소 방지에 기여했고, 아버지가 투병생활을 할 때에도 수년간 지속적으로 간병함으로써 통상 기대되는 수준 이상의 특별한 부양, 간호를 하였으므로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