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항공 전체 시장 20% 차지 … 기존 항공사들 서비스 업그레이드로 맞대응
저가 비즈니스클래스 항공사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황금 노선인 뉴욕-런던 구간에서 저가 비즈니스클래스 3개 항공사의 시장 점유율이 20%에 육박하고 있어 새로운 항공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저가 비즈니스 항공사의 삼총사는 이오스항공사, 맥스제트항공사, 실버제트항공사. 이들은 비즈니스클래스만 운용한다. 거의 기존 항공사의 1등석 수준이다. 가격도 50% 정도 저렴한 편이다. 실버제트항공사의 로렌스 헌트 회장은 “비즈니스클래스 여행객들은 편안하게 자고 싶어 한다”면서 “고객들은 주로 여객기 출발 직전에 탑승해서 좋은 서비스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뉴욕-런던 구간 여행객은 연간 450만 명 정도. 이 가운데 3분의 1이 비즈니스클래스나 1등석을 탄다. 항공사들에게는 비즈니스클래스가 매력적이다. 비즈니스클래스나 1등석 고객들이 이윤 창출에 가장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일반 항공사인 버진항공사의 경우 1등석 고객은 전체 탑승객의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이코노미클래스 승객들은 현상 유지만 시켜줄 뿐이라는 것이다.

항공사 컨설팅 회사인 ‘에어라인·에어크래프트 프로젝트’의 크레그 젠크스 사장은 “신규 저가 비즈니스클래스 항공사들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대형 항공사들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뉴욕 퍼체이스에 본사를 둔 이오스항공사는 지난 2005년 10월 첫 비행기를 띄웠다. 당시에는 하루에 두편이 전부였다. 200여 명이 탑승할 수 있는 보잉 757기를 개조, 48석만 갖췄다. 좌석은 완전히 눕는 침대다. 승객 1인당 0.6평 정도의 공간이 주어진다. 이 구간을 운항하는 항공사 가운데 승객이 차지하는 공간이 가장 넓다.
뉴욕과 런던을 오가는 승객들이 “개인 전용기에 탑승한기분”이라고 말할 정도다. 덕분에 이오스항공은 <비즈니스트래블 월드>지(誌)로부터 ‘올해의 항공사’로 선정됐다. 뉴욕-런던 구간을 하루 세 편, 주 32회 운항한다. 이오스항공사의 개념은 ‘한산하다’는 것이다.
런던에 본사를 둔 실버제트항공사는 하루에 보잉 767기 한 편씩 띄우던 것을 이제는 세 편으로 늘렸다. 보잉 767기에는 승객 100여 명이 탑승할 수 있다. 실버제트항공사는 중고 보잉 767-200 5대를 구입해 100석으로 개조한 뒤 운항 중이다.
역시 런던에 본사를 둔 맥스제트항공사도 편당 102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2005년 11월 첫 비행기를 띄웠다. 조만간 런던과 미국 서부 구간도 운항할 계획이다.
비즈니스클래스 표를 당일 구입할 경우 항공료는 대개 왕복 1만달러(한화 920만원) 정도 한다. 여행하기 3주 전에 예약하면 브리티시항공사는 7000달러, 아메리칸항공사는 3500달러에 판매한다. 뉴욕-런던 구간의 평균 가격은 5500달러 정도. 영국 출장이 잦은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 직원들은 대개 3000달러를 항공료로 쓰고 있다. 하지만 업무의 속성상 갑작스럽게 출발해야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6000달러를 내야 한다.
그러나 실버제트항공사는 평균 19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성수기에 당일 표를 끊어도 최고 4000달러가 고작이다. 이오스항공사는 당일에 표를 끊을 경우 왕복 7500달러이며, 최저 항공료는 2950달러. 맥스제트항공사는 일반 항공사의 비즈니스클래스보다는 서비스 수준이 낮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왕복에 1750~3750달러 정도 한다.
실버제트항공사의 로렌스 헌트 사장은 “일반 항공사의 비즈니스클래스 요금이 이코노미클래스 요금보다 무려 10배나 많기 때문에 일반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바가지요금을 물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때문에 저가 비즈니스클래스 수요가 높다는 것이다.
기존 항공사, 비즈니스 고객들에 무료 1등석 업그레이드
이들 3개사가 성공하고 있다는 징표는 기존 대형 항공사들이 비즈니스클래스 고객들에게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
최근 들어 아메리칸항공사은 비즈니스클래스 고객들에게 무료로 1등석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내 전 구간 왕복 항공권도 제공하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사 측은 “이들 저가 항공사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라고 시인했다.

버진아틀란틱항공사도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선보였다. 가죽시트에다 앞뒤 공간을 더 넓혔고, 메뉴도 업그레이드시켰다. 하지만 일반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사는 좌석이 침대처럼 평면으로 펴지지 않고, 브리티시항공사는 좌석 공간이 상당히 좁다.
뉴욕-런던 구간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브리티시항공사는 하루에 10편을 운항한다. 전체 비즈니스클래스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브리티시항공사는 저가 비즈니스클래스 항공사에 대항하기 위해 1억7000만달러를 투입, 좌석을 넓히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는 등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브리티시항공사의 로빈 헤이스 부사장은 “가장 저렴한 비즈니스클래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최고의 비즈니스클래스를 제공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뒤질세라 브리티시항공사의 최대 라이벌인 버진아틀란틱항공사도 뉴욕-런던 구간을 하루 5편 운항하면서, 고객들에게 마일리지 서비스뿐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라운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15% 수준.
약점은 한정된 구간, 빈약한 마일리지
하지만 신규 항공사들에게 취약점도 있다. 이들 세 개항공사는 뉴욕-런던 구간만 운항한다. 운항 구간이 다양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약점이다. 전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게는 뉴욕-런던 구간에서 항공사를 바꿔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이다. 이들 저가 비즈니스클래스 항공사들은 또 영국의 관문인 런던 히드로공항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런던에서 45분 정도 떨어진 소규모 공항을 사용한다. 이오스항공사와 맥스제트항공사는 스탠스테드공항을 이용하고 있고, 실버제트항공사는 루톤공항을 이용한다. 이들 항공사들은 복잡한 히드로공항보다 스탠스테드공항이나 루톤공항이 훨씬 한산하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인지도가 낮은 게 흠이다. 또 이들 항공사의 마일리지 서비스는 대형 항공사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가 비즈니스클래스 항공사들의 전망은 밝은편이다. 이오스항공사의 잭윌리엄스 사장은 “이오스항공사 를 처음 이용한 고객의 40%가 3개월 내에 또다시 이오스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2년 안에 흑자를 낼수 있다”고 말했다.
실버제트항공사는 2007년 3월 탑승률이 59%에 달했다. 영업 시작 두 달 만에 이룬 업적이다. 이들 항공사들은 7시간에 불과한 뉴욕-런던 구간에 왕복 8800달러를 주고 비즈니스클래스를 탈 여행객들이 많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업체 사장, 전문직 종사자, 신흥 부자들은 그만한 요금을 내고 럭셔리하게 여행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또 맥스제트항공사 등 저가 비즈니스클래스 항공사들은 월가나 런던의 대형 투자은행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판단한다. 연간 1000만달러 이상을 여행 경비로 쓰는 금융기업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저가 비즈니스클래스 항공사를 찾는다는 것이다.
저가 비즈니스클래스 항공사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오스항공사는 완전히 눕는 침대를 제공하고 있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내고 있다. 반면, 실버제트항공사는 공항과 호텔간 자동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탑승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고 선전한다. 또 공항에 최고급 라운지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들은 또 기업체에 항공권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에게 대폭 할인된 가격에 뉴욕-런던 구간을 미리 판매하기도 한다. 이밖에 승객이 뉴욕 JFK공항 이외의 지역에서 탑승할 경우, 항공편이 원활하게 연계되도록 기타 항공사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플로리다에 있는 고객이 독일 함부르크까지 갈 경우, 플로리다에서 뉴욕 JFK공항까지는 제트블루항공사를 이용하고, JFK공항에서 런던까지는 이들 저가 비즈니스클래스 항공사를 이용한 다음, 독일 함부르크까지 로컬 항공사인 라이언에어를 이용하는 식이다. 실버제트항공사의 헌트 사장은 “예약의 상당 부분은 여행사를 통한 매표” 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