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E·BMW5 ‘임자 만났네 ’

외제 수입차가 장악하고 있는 럭셔리 세단 시장에 현대자동차가 첫 모델을 내놓았다. 2007 뉴욕모터쇼에 컨셉트카로 공개했던 프로젝트명 BH의 상용모델인 제네시스(Genesis)가 그 주인공이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 자동차의 이미지를 벗고, 도요타와 혼다 그리고 닛산과 같이 별도의 럭셔리 브랜드 전략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있었다. 진입을 목전에 둔 글로벌 TOP5 자동차 메이커의 위상에 걸맞은 대표 브랜드는 물론 고급 자동차 메이커라는 이미지 구축을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지난 4년간 프로젝트명 BH란 이름을 내걸고 약 5000억원을 투입해 첫 번째 뒷바퀴굴림(후륜구동) 방식 모델인 제네시스를 탄생시켰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에 제네시스를 첫 번째 주자로 내세운 것이다.

 지난 2007년 12월5일 경기도 화성의 현대·기아자동차남양기술연구소 주행 시험장에서는 사전 마케팅의 일환으로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를 알리는 쇼케이스(Showcase:사전 공개) 행사가 개최됐다. 일반적으로 ‘쇼케이스’는 새 음반이나 영화, 뮤지컬, 뮤지션 등을 알리기 위한 특별공연을 지칭한다. 현대자동차도 세계 유수의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제네시스의 품격과 성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사전 공개 행사를 개최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제네시스의 외관, 주요 제원, 탑재된 신기술 등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또 경쟁 차종들과의 비교 시승도 실시됐다.

고성능 세단 아이덴티티 표현

 세계적인 프리미엄카로 평가받는 벤츠 E350, BMW 530i와 나란히 주행 시험장으로 들어선 제네시스와의 첫대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블랙 컬러의 오각형 방패 안에 영문 차명을 새기고 좌우로 실버 컬러의 날개형상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엠블럼이었다.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파워풀한 성능을 갖춘 제네시스의 힘차게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함으로써 럭셔리 세단의 새로운 기원을 펼쳐 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디자인에서는 품격과 역동성의 조화가 느껴졌다. 전면부 는 강한 볼륨과 세련된 라인으로 공격적인 자신감이 표현 돼 있다. 특히 후드의 강인한 캐릭터 라인과 조화를 이룬 강렬한 헤드램프와 대형 라이에이터 그릴은 고성능 세단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있다.

 후륜구동의 특성이 잘 드러난 측면부는 롱 휠베이스와 숏 오버행(overhang: 범퍼 끝에서 앞 타이어 중간까지 길이)의 구현으로 럭셔리 스포츠 세단에서 느낄 수 있는 다이내믹한 이미지가 강렬하다. 또 중후감과 다이내믹함이 조화를 이룬 후면부는 루프에서 트렁크로 연결되는 캐릭터라인과 리어 휠아치의 볼륨감이 눈에 띈다. 특히 고성능 럭셔리 세단의 디자인을 완성하는 리어 범퍼와 듀얼 머플러로 제네시스의 뒷모습을 완성시키고 있다.

 전체적인 조형미에서 제네시스는 동급 모델에서의 최고가치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게 쇼케이스 행사에 참가한 이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뉴욕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발표했던 스타일에 비하면 오히려 차분해진 느낌이 강하다는 말도 이어졌다. 프론트와 리어 오버행이 짧아 주행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과 사이드 캐릭터 라인의 중간 부분이 미세하지만 약간 위로 올라가 역시 역동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는 등 자동차 전문가들의 다양한 평가도 귀에 들어왔다.

 

내부로 눈을 돌려 운전석에 앉았다. 부드러운 색상의 가죽 재질이 실내공간을 압도한다. 가죽이 입혀진 스티어링휠 또한 그립감을 부드럽게 한다. 가죽 트림이 운전석 도어 안쪽에서부터 동승석 도어 안쪽까지 이어져 일체감을 준다.

 운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치는 하나의 모니터에 담겨진 운전자 통합정보 시스템(DIS: Driver Information System)이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AV, DVD 등 멀티미디어 기능과 차량 내 공조 정보 및 차량 운행 정보, 텔레매틱스 등을 멀티미디어 AV모니터에 통합해 표시하는 첨단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BMW와 벤츠 등 럭셔리 차량에 적용된 기술로 통합 조작키를 이용해 차량 정보검색 및 조작 편의성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특히 제네시스의 통합정보 시스템은 음성인식 기능을 적용해 운전자가 익숙해진다면 굳이 화면을 보지 않더라도 목소리만으로도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17개의 스피커가 쏟아내는 풍부한 고음질의 사운드는 제네시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최고급 자동차 롤스로이스에만 장착된 하만베커사의 렉시콘(Lexicon) 사운드 시스템은 제네시스 실내를 콘서트장으로 뒤바꿔 놓기에 충분하다.

 이외에도 제네시스에는 국내 최초 적용되는 신기술 10가지 등 모두 20여 가지에 이르는 각종 신기술이 적용돼 있다. 대표적으로 베라크루즈에 이어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며 유럽 명차를 뛰어넘는 주행 성능 및 승차감 확보를 위해 전후에 고성능 서스펜션인 멀티링크(5링크) 서스펜션을 채택했다. 또 차체 구조용 접착제 및 고강성 바디구조 설계를 적용해 비틀림 강성을 15% 증대시키고 고강성 차체를 확보해 차량 성능 강화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역동성보다는 쾌적성에 비중

 국내 자동차로서는 최초로 적용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Smart Cruise Control·차간거리제어 시스템)은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앞에 가는 차량과의 거리 및 상대속도를 측정, 차량 간 적정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게 한다. 또 어댑티브 헤드램프(가변조정 전조등)는 헤드램프에 별도로 장착된 전동모터를 통해 차량 속도와 조향핸들의 속도·방향에 따라 헤드램프의 위치를 차량 진행 방향으로 제어해준다. 이는 야간 주행 시 곡선로 등을 주행할 경우 조기에 운전 시계를 확보해 안전성을 높이는 최첨단 능동형 조명 시스템이다. 럭셔리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다소 부족하다 하더라도 제네시스의 실내 편의장치는 아직 국내 자동차 모델에서는 단 한 번도 접할 수 없는 것들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의 기능은 역시 주행이다. 쇼케이스 행사장에서는 제네시스의 주행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동급인 벤츠 E350과 BMW 530i가 함께 제공돼 비교 시승이 가능 했다.

 제네시스의 주행 특징은 부드러움과 정숙성으로 압축해 표현할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함께 매끄럽고 안정된 출발이 기분을 가볍게 했다. 벤츠 E350과 BMW 530i에서 느껴졌던 힘은 다소 떨어졌지만 미끄러지듯이 구르는 안정성은 한층 뛰어났다. 급가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도달 시간이 7초대로 국내 차량 가운데 가장 빠르다는 설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속 200km의 고속주행에서는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가 낮아졌다. 특히 옆 사람과의 대화중에도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을 만큼 소음을 최대한 제거한 정숙성은 지금까지의 국내 승용차들과는 분명한 차별화였다. 동승한 테스트 드라이버는 “베라크루즈와 함께 제네시스도 소음 하나는 확실하게 잡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가인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적극적인 역동성을 추구한다기보다는 후륜구동 방식의 장점을 살리면서 렉서스가 그렇듯이 쾌적성 쪽에 비중을 둔 차“라고 평가했다. 채 국장은 이에 대해 벤츠 E350과 BMW 530i보다는 운전자가 다루기쉽게 세팅됐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현대자동차는 쇼케이스 행사를 개최하며 기술력과 성능 등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진보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음도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성능과 편의장치는 UP, 가격은 DOWN

 제네시스는 2008년 1월8일 신차 발표회를 통해 출시된다.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3.3리터, 3.8리터 람다엔진의 국내 시판을 시작으로, 북미와 중국 등 해외 모델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새롭게 개발한 V8 4.6리터 타우엔진 탑재 모델이 추가돼 2008년 하반기부터는 세계 최고의 럭셔리 모델들과 경쟁하게 된다. 제네시스의 경쟁 모델은 국내에서는 벤츠 E350과 BMW 530i, 북미 시장에서는 렉서스 ES350과 크라이슬러 300C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들 경쟁 모델에 비해 제네시스는 성능과 편의장치 등 모든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편의장치만을 따지고 볼 때 제네시스의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입을 모은다. 가격 경쟁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벤츠 E350과 BMW 530i의 국내 판매 가격은 9000~1억원대에 달하지만 제네시스는 절반 가격인 4000~5000만원대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