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야심에 찬 프로젝트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 그러나 경제 효과, 환경 등 굵직한 문제에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당선인을 비롯한 대운하 프로젝트의 핵심 관계자들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검토해나가겠다”고 자세를 낮추고 있다. 자신이 없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 같은 분위기를 즐기는 눈치다. 네거티브 홍보도 홍보 전략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의 속마음을 떠보면 일부러 억누르고 있는 ‘대단한’ 자신감이 슬슬 묻어나오다 못해 넘쳐날 지경이다. 이들의 이 같은 자신감은 대운하 프로젝트에 참여한 환경, 토목, 경제 등 다방면에 서 내로라하는 전문가 140명이 불어넣어 준 것이다. <이코노미플러스>는 처음으로 대운하 프로젝트에 참여한 140명의 전문가 명단 공개와 함께 집단 면면을 통해 한반도 대운하가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 됐고 짜여 진 것인지 알아봤다.

환경 토목 지역경제 관광 등 국내 엘리트 전문가 140명 총출동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현대건설 회장 재직시절 독일 출장 때 라인강운하를 접한 뒤 한반도의 대운하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구상했다. 무엇이든 속전속결로 처리하던 그는 바로 회사 관계자들에게 한강과 낙동강운하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시 킨 후 ‘기술적으로 문제없다’는 결론까지 얻어냈다. 1990년대 초반 정치권으로 인생의 항로를 튼 이 당인은 1996년 7월 국회대정부 질의에서 대운하 건설을 공식적으로 처음 끄집어냈다. 이 당선인은 당시 국회의원 신분(신한국당)으로 “교통 체증으로 연간 13조원이 넘는 경제 손실이 발생하고, 매년 2조원씩 늘어난다.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물류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운하는 관광·레저 산업에도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운하 및 국토개발 전문가 유우익 교수

90년대 중반 이 당선인에게 운하의 가능성 심어줘

당시 이 당선인은 유우익(58)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를 통해 대 운하 건설 논리를 세웠다고 한다. 유 교수는 서울대 문리대(지리학)를 거쳐 독일 킬대학에서박사학위를 받아 1980년부터 서울대 교수를 역임해오고 있었다. 유 교수는 독일에서 운하를 전공했다. 유 교수는 이후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재직 때 시장 자문단으로 참여하고, 2004년 ‘수도이전반대 국민연합’을 주도하면서 이 당선인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2006년에는 이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원(GSI) 원장을 맡아오고 있다.

이런 인연으로 유 교수는 이 당선인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당선인의 한반도 대운하 핵심 공약은 유 교수의 아이디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는 토목공사 이미지가 강한 한반도 대운하를 ‘물길 잇기’로 설명하고, “물길이 통하면 마음이 통한다”는 카피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이 당선인이 한강에서 낙동강까지를 현지 답사할 때도 그의 곁을 지키면서 국내외 곳곳을 누볐다.

이와 함께, 유 교수는 이 당선인의 재산 헌납 문제를 마지막까지 상의하고 발표문을 썼고, 최근에는 대통령 취임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지리학연합회장이기도 한 유 교수의 꿈은 한반도 전체를 항구로 만드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너른 바다인 태평양을 앞바다로 삼고, 가장 큰 대륙인 유라시아 대륙을 배후지로 삼아 세계 문물이 드나드는 항구 같은 곳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이 반도라는 지리적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항구도시를 수도로 삼아 부를 축적해 왔다며 우리나라도 내륙 중심적인 국토 구조를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마르세이유 등 세계 유수의 도시는 항구도시이며 큰 항구일수록 수로로 연결된 광활한 배후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 물적 기반인 물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 교수는 우리나라 국토개발이 통일을 비전제로 진행되어 온데다, 지자체로 인한 무분별한 개발 남발, 현실성 없는 법 및 제도 등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음을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터여서 향후 전반적인 국토개발정책에도 깊이 관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토목 전문가 장석효 한반도대운하TF팀장

한반도대운하연구회와 함께 MB 운하 구상 구체화

유 교수가 이 당선인에게 대운하의 확신을 심어줬다면, 장석효(61)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 대운하TF팀장은 대운하의 세세한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서울시 건설·도로국장, 행정부시장 출신인 장 팀장은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청계천복원위원장을 맡아 임무를 완수 함으로써 이 당선인으로부터 큰 신임을 얻었다. 장 팀장은 서울시 부시장에서 퇴임한 이후 이 당선인의대운하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평소 대운하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전문가를 모아 2006년 9월 한반도대운하연구회를 발족하고, 장 팀장이 회장을 맡은 것이다. 장 팀장은 대운하 건설과 관련된 예컨대 환경, 생태계, 토목, 지역경제, 관광, 문화 등 각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들을 연구회에 불러 모았다.

이후 장 팀장은 연구회를 통해 적게는 7명에서 많게는 20여 명으로 구성된 7개 분과에서 운하와 관련된 각종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했다. 2006년 11월 첫 심포지엄을 개최한 이후 가진 분과별 모임이 100회를 넘을 정도다. 분과별 참여자들은 이미 대운하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상당부분 연구를 해왔거나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대운하 프로젝트를 구체화시켜가는 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장 팀장은 이어 지난해 5월 해외 기술자들과 함께 경부운하를 직접 탐사했고, 중국의 경항운하와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러시아등 유럽 운하를 다녀오기도 했다.

장 팀장이 이끄는 연구회가 활발하게 움직이자 지난해 9월께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이 당선인의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여부를 조사받기도 했다.

마케팅 전문가 추부길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

“ 8개월 동안 운하만 정신없이 팠다”

대선 기간 중 대운하를 국민에게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한 추부길(50)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 원래 운하 전문가가 아니라 마케팅 전문가다. 추 팀장은 오리콤, 동방기획을 거쳐 한길마케팅서비스를 창업했고, 모스트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정치 마케팅 전문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추 팀장은 1990년대 초부터 정치 마케팅을 해오면서, 1987년에는 김대중 민주당 후보의 홍보팀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6년부터는 한나라당 중앙홍보위원을 맡았다.

추 팀장을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 불러들인 것은 이 당선인이다. 대운하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 못지않게 이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 이 당선인이 지난해 3월 추 팀장에게 대운하 홍보 중책을 맡겼기 때문이다.

추 팀장은 운하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광고인으로서 프로의식이 발동됐다고 한다. 광고인들 특징 가운데 하나가 맡으면 끝을 본다는 것. 광고주에게 광고를 팔기 위해서는 광고주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코카콜라 광고를 담당할 땐 하루에 캔 콜라를 20개 이상 먹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어느 포도당의 원료(당시제조사 4곳)를 사용해 콜라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한반도 대운하도 미친 듯이 공부했다. 때로는 이 당선인으로부터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도 아직도 모르는게 있느냐”는 구박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마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 그러자 운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운하전문가로 탈바꿈했다. 8개월 동안 운하만 정신없이 파다보니 어느 날 오피스텔 한쪽에 운하 관련 책과 보고서가 쌓였는데 그 양을 정리해보니 가장 큰 서류박스로 20개나 됐다고 한다.

환경 및 생태계 전문가 박석순 교수

반대하러 갔다가 적극 찬성파로 나서

운하의 환경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 검토한 박석순(51)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001년 이 당선인이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아·태환경NGO 한국본부’에서 이사를 맡으면서 이 당선인과 연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박 교수는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자연분과 위원장을 맡아 생태계와 수질관리에 대한 자문을 했다. 청계천 복원 공사시 청계천 물을 강변 여과수로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2006년 한반도대운하연구회로부터 참여 요청이 왔을 때 “한번 들어나 보자”며 참석했다고 한다. 지금도 한반도대운하연구회의 후신인 정책자문단 단장을 맡고 있는 박 교수는 처음에는 대운하가 크게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박 교수는 한반도대운하연구회 발기인 모임에서 “운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니 환경 선진국을 향한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국토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명칭을 ‘한반도국토선진화연구회’로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처음 대운하 얘기 나왔을 때 실제 건설이 가능할까 의아스러웠죠. 또 기술적인 문제만 고민하고, 환경 문제는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내가 (운하 건설은) 중대한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납득시킬 계획이었습니다.”

따라서 박 교수가 대운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는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술적으로 어려워 보이기도 했고, 환경 파괴와 물길 연결로 인한 생태계 교란도 우려됐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를 만나고, 자료를 검토하면서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1년 반 동안 연구를 거듭했다. 각국 환경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고, 지난해 4월에는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유럽 현지를 방문해 직접 확인했다. 6월에는 낙동강부터 잠실까지 현지답사도 실시했다.

특히 박 교수는 선진국의 실제 사례를 보고 나서 운하가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미래형 산업 동맥임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박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운하만큼 친환경적인 물류수송 수단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함께 환경적인 측면에서 운하가 오히려 생태계를 복원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때문에 운하에 부정적이었던 박 교수는 운하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 벗고 홍보에 나서게 된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환경 분야 시뮬레이션 전문가로 통한다. 박 교수는 20여 년 동안 정부 및 기관으로부터 4대강 권역별 수질보전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한강수계 오염총량제 시행에 따른 문제, 팔당호 수질문제 등 환경 문제를 집중적으로 용역 받아 연구해왔다.

운하 도시 전문가 조병완 교수

운하 미래 모습 담은 ‘U-Eco City’ 보고서 전달

운하 도시의 미래 모습을 그린 조병완(51) 한양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 당선인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지난해 4월부터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조 교수의 대학원 강의를 듣던 이 당선인의 지인이 추천했다고 한다.

“50년, 100년 후를 내다보고 건설해야죠. 지금하고 있는 대운하 찬반 논쟁은 향후 20년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것입니다. 작은 것만 보고 큰 것은 보지 못하는 꼴입니다. 다들 물류와 토목, 환경을 따로 얘기하지 않습니까.”

조 교수는 국내 최고의 유비쿼터스 전문가로 불린다. 특히 토목공학 분야에서는 유일하다. 그는 국내외에서 각종 ‘U(유비쿼터스).시티’ 기본 계획을 수립했으며, 실제 프로젝트도 수행한 경험이 있다.

“20년 후 지금 운하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예상하는대로 물류 수송이 이뤄질까요. 물동량만 예상했지, 기술발전 속도로 보면 실제 모습은 미지수입니다. 물과 물을 잇는다는 것보다 문화와 문화를 이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조 교수는 한반도대운하연구회에 참여했지만, 이와 별도로 연구해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운하의 미래 모습을 담은 ‘U-Eco City’ 보고서가 그것. 조 교수는 이 보고서를 최근 한반도대운하TF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수직·수평적인 물 순환 시스템을 통해 방재 인프라를 구축하고, IT 기반의 친환경 첨단 도시를 건설함과 동시에 운하가 젖줄이 돼 전 국토의 물이 순환되면 자연은 저절로 복원된다는 것이다.

환경경제 전공 곽승준 교수 경제 효과 계산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주축의 각 방면 전문가 참여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 인수위원인 곽승준(48)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반도대운하연구회에 참여해 운하의 경제적 효과를 계산해냈다.

곽 교수는 대운하 건설에 운하 건설, 토지 보상, 환경비용을 합쳐 16조2000억원의 비용이 드는 반면, 산업 파급효과 11조7000억원, 물류 편익 4조9000억원, 대기질 개선편익 7조3000억원, 골재 채취 편익 8조8000억원, 운하변 공간 개선 편익 1조6000억원, 홍수 방지 및 용수 공급 편익 1조6000억원, 환경 개선 편익 1조4000억원 등 총 37조5000억원의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당선인의 고려대 후배이기도 한 곽 교수는 2002년 이 당선인의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대운하연구회의 정책총괄업무를 맡은 최병윤(49·그린기술산업 회장) 정책단장은 네덜란드 운하설계 컨설팅사인 DHV사와 국내 환경공학자 등과 함께 기술토론회를 개최하고, ‘한반도 대운하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물길이다’라는 정책 종합보고서를 내는 데 한몫 했다.

최 단장은 “충분한 준비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신중한 접근과 절차가 중요하다”며 “세계적으로 공인된 환경 영향 평가기관과 운하 전문 컨설팅사를 참여시켜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홍수 시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재해방지책을 내놨고, 정동양 한국교원대 교수는 유럽 운하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운하 조감도를 만들었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배후단지 설계를 통해 운하가 내륙지역 개발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권상장 계명대 교수는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대운하 건설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연구했다.

이외에도 김종복 항공대교수(물류 부문), 안경모 경희대 교수·전택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관광 부문),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생태환경 부문) 등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연구했다. 송재우 홍익대 교수, 김귀곤 서울대 교수, 김형근 목포해양대 교수, 김휴종 추계예술대 교수, 배기형·이상호 세종대 교수 등도 일조했다.

지난해 9월 한반도대운하연구회의 별도 조직으로 만들어진 물길연구소는 이시진 경기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박철휘 서울시립대 교수, 강성현 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 MB 대선 공약 전 운하를 주장했던 사람들

박정희 대통령, 정명식 전 포스코 사장, 주명건 세종연구원장

한반도 대운하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6년에도 제기 됐었다. 당시 정부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착수하면서 운하 건설 계획을 세워 한강 유역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한국 정부와 미국 내무성 개척국 지질연구소가 조사한 ‘인천-서울-영월’을 잇는 내륙운하는 잠재성은 있으나,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면서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운하에 대한 박 대통령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는 1975년 ‘남한강-안성천-아산만’ 운하를 다시 검토하게 된다. 건설부는 미국 육군 공병단에 의뢰해 1978년 9~12월 현지답사와 함께 예비조사를 실시했다. 4개월간의 사전조사에서 운하의 타당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건설부와 미 공병단은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1979년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면서 박 대통령은 끝내 운하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 1980년 미 공병단으로부터 제출된 ‘남한강 주운 계획 예비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는 남한강 주운이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건설부와 산업기지개발공사(현 수자원공사), 미 공병단은 모래, 자갈, 시멘트 단 3개 품목의 화물 수송 편익만으로도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건설부와 수자원공사가 운하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하던 1990년대 초에는 일부 기업에서도 경부운하에 대한 조사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코는 1991년 당시 정명식 사장이 운하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6년 정부가 경인운하에 착수할 무렵 그동안 구상단계에 머물렀던 5대강을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하자고 제안한 곳은 세종대학교 부설 세종연구원이었다. 세종연구원은 1996년 6월 ‘물류혁명과 국토개조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충주호에서 월악산 등을 관통하는 20.5km의 터널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잇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1993년부터 시작된 세종연구원의 ‘물류혁명과 국토개조전략’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는 당시 주명건 세종대 이사장(현 세종연구원장)이었다.

주 원장은 1960년대 말 미국 유학 중 이리(Erie)호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이리운하를 보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817년 클린턴 뉴욕 주지사가 이리운하 건설을 강행하자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마저도 ‘바보짓’이라며 비웃었지만 이리운하가 8년 만에 완공되자마자 운임은 20분의 1로 줄었고, 물동량은 15년 만에 300배로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이리운하는 작은 항구였던 뉴욕을 미국 경제 중심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이런 운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것은 기술이나 경제면에서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대운하는 상상에만 머물렀죠.”

1993년 주 원장은 세종대 교수 10여 명과 함께 연구에 돌입했다. 정확한 지도가 없어 군사지도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1996년에는 네덜란드 운하 전문 기업인 DHV를 초청해 현지답사도 했다.

세종연구원은 1996년 첫 연구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지금까지 운하와 관련된 30여 개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에 투입된 교수는 모두 30여 명.

주 원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경부운하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경부운하와 함께 수도권운하를 건설하고, 이를 연안 해운과 연계할 경우 수도권이나 부산은 초대형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는 재원을 자체 조달해(Self-financed) 세계 최대 항만해운(Marine)과 항공운송(Air) 및 내륙수운(River Transport)을 건설해 한국을 동북아의 물류 및 금융 거점으로 만드는 ‘현명한 국가개조전략(SMART Deal)’입니다. 스마트 딜은 대공황 이후 미국 경제를 살린 뉴딜정책의 한국판이 될 겁니다.”

● 재계에서 뛰는 사람들 - 빅5 건설사 운하 TF팀장들

차기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100%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이제 공은 건설 업계로 넘어갔다. 일단 사업비가 최대 20조원가량 소요되는 대운하 사업에 국내 건설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해외 펀드까지 투자의향서를 보내왔다는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발표가 나오자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다.

대선 후 장석효 대통령 인수위 한반도 대운하 TF팀장이 상위 5개 건설사사장들과 만나 대운하에 대해 협의를 한 이후 건설 업계 행보가 빨라졌다. 지난 1월15일 국내 ‘빅 5’ 건설사는 경부운하 추진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사업성 검토 등 본격 업무에 돌입했다. 컨소시엄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 부문, GS건설, 대림산업 등 5개사로 구성됐다.

이들 업체는 각 사별로 대운하 관련 TF팀장을 선임하고 관련 실무를 전담할 인원을 구성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청계천 복원 사업에 참여했던 손문영 토목사업본부 전무가 TF팀장을 맡았다. 대우건설 정기환 토목개발 사업팀 부장, 대림산업 석재덕 토목사업본부 상무, GS건설 이세영 SOC사업담당 상무, 삼성물산 건설 부문 한병하 개발사업 상무 등이 각사 팀장으로 선임됐다. 각사의 TF팀장은 일주일에 1∼2회 만나 관련 사항을 협의하기로 했다.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합동 사무실도 마련했다. 합동 사무실에서는 경부운하 프로젝트의 투자성과 경제성 등을 검토하고 사업의 전체적인 골격을 갖추게 될 기본계획 마련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한반도 대운하는 민자사업 방식 중 BTO 방식으로 추진된다. BTO는 공공시설을 지은 후 소유권을 정부에 이전하고 일정기간 운영 수익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민간 사업자가 공공시설을 짓고 정부가 이를 임대하는 방식인 BTL과 운영 주체에서 차이가 난다. BTO는 수요가 적을 경우 수익성이 하락할 위험성이 있다. 당연히 사업자로서는 사업성 검토가 최우선 과제다. 컨소시엄 측은 이미 기본적인 조사를 통해 내부적으로 대운하 사업이 경제성을 갖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비는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해외 자본 유치도 검토하고 있다. 컨소시엄 주간사인 현대건설의 순문영 전무는 “건설사 모두 해볼 만한 사업이라는 분위기로, 기술적인 어려움도 거의 없는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빠르면 3∼4개월 안에 민자사업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업제안서에는 운하 건설 방법과 주변 개발 및 운영 방향을 바탕으로 골재 채취, 물동량, 하역료, 운하 관련 부대사업을 통해 얻어지는 예상 수입과 공사비, 사업 수익이 담길 예정이다. 대운하 인근 지역 개발과 터미널 부지 활용 방안, 관광·레저 사업에 대한 외부 용역 평가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제안서는 새 정부의 관련 공청회 등과는 상관없이 최종안이 마련되는 즉시 제출할 계획이다.

제출된 사업제안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후 민간투자사업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이후 컨소시엄측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5개 대형사가 중심이 된 특수목적회사(SPC)가 설립된다.

컨소시엄 측은 SPC 설립을 전후로 추가 시공 업체가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참여 업체는 경부운하가 통과하는 지역 내 지방 업체를 비롯해 10개 이상 건설사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융권 등 재무적 투자자와 설계 관련 기업 등이 총망라된다.

손 전무는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사업을 개시하는 데까지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며 적어도 이번 정부 임기 안에 공사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