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겐세일에 파리가 들썩… 쇼핑 특수에 호텔 할인까지
파리는 세일 중이다. 지난 1월8일부터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이 6주간의 겨울 바겐세일 행사에 들어 갔다. 매장 곳곳에는 ‘솔드(SOLDES: 프랑스 고유의 대형 할인판매 행사)' ‘30%, 50%, 70%’라고 써 붙인 세일판촉물이 붙어있다. 프랑스의 바겐세일은 여름과 겨울,두 차례 실시된다. 한 번에 최대 6주까지 가능하다. 지역별로 날짜가 정해진다.
파리는 바겐세일을 시작하면 시내 전체가 북새통이다. 백화점만 바겐세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옷·신발·가구·스포츠용품 등 파리 시내 매장이 한 달 넘게 ‘할인상태’다. 전날까지 정가로 팔던 정상 품목을 세일이 시작되면 30~50% 싸게 팔기 때문에 평소 사려던 물건을 점찍어 두었다가 이 기간에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글로 ‘특별할인’ 표지판도…
바겐세일이 시작될 때마다 진풍경도 벌어진다. 첫날은 평소보다 2시간 일찍 문 연다. 오전 8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곳이 많다. 극성 쇼핑족들은 미리 점찍어둔 물건을 동나기 전에 사려고, 아침 일찍부터 달려 나온다. 명품 브랜드 중에 할인 폭이 꽤 큰 구치 등의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줄을 서서 6~7시간씩 매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극성 쇼핑족도 있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은 바겐세일 첫날에도 평소대로 문 열고 세일 품목도 일부로 제한 한다. 아예 ‘세일’이라는 표시를 붙여 놓지 않은 곳도 많다.
프랑스 사람들도 손꼽아 기다리는 바겐세일이지만, 이제 파리의 바겐세일은 프랑스 사람만의 행사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특히 명품 좋아하는 아시아 쇼핑객들이 군침 흘리는 행사가 됐다.
루이뷔통 등 프랑스 명품을 특히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아예 파리의 바겐세일에 맞춘 기획 여행상품들도 있다. 샤를 드골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백화점이나 파리 외곽 아울렛으로 직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국인들도 파리의 ‘쇼핑 큰손’ 대열에 들었다. 명품 좋아하는 한국인들도 빼놓을 수 없다.
바겐세일 기간에는 시내 갤러리 라파이예트백화점, 프렝탕백화점 등에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들로 바글거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어, 일본어는 말할 것도 없고 한글로 ‘특별 할인’이라고 써놓은 매장도 있다. 한국인이 그만큼 많이 온다는 얘기다.
파리관광청에 따르면, 중국인을 비롯, 아시아 사람들은 갤러리 라파이예트나 프렝탕 등 백화점에서 쇼핑하기를 좋아한다. 오일달러가 넘쳐나는 러시아의 신흥 부자들은 명품 브랜드가 밀집한 몽테뉴거리나 포부르 생토노레거리를 좋아한다.
호텔들도 세일 맞춰 할인 행사
관광객이 줄어드는 겨울철 비수기이지만 파리는 올해부터 바겐세일을 이용, 각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쇼핑 관광’을 기획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관광객들을 위해 파리관광청은 5개의 쇼핑 루트를 개발했다. 2000개의 부티크, 매장과 손잡고 파리 호텔들도 1월 세일에 맞춰 방값 할인 행사를 벌인다.
하지만 파리가 ‘쇼핑 천국’의 명성을 유지해 나가는데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달러 약세, 유로 강세가 최대 걸림돌이다. 관광객 편의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일요일에는 야박하게 문 닫아 버리는 일요 영업 규제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살려면 사고 말려면 말라”던 식으로 콧대 높게 장사하던 프랑스도 바뀌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Sarkozy) 대통령 취임 이후 프랑스의 저(低)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적극적인 소비 진작책이 검토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일요 영업이 허용되는 추세이고, 연중 바겐 세일을 제한하는 규제도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 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경부 장관은 “1년에 두 번, 1월과 7월에 세일을 시작해 6주간 기한이 정해지는 세일 규제 관련법도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