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압축되는 이명박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로드맵이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출총제 폐지로 상징되는 기업 규제 완화, 올해 6% ‘고성장’ 목표, 부처 통폐합을 통한 ‘작지만 강한 정부’ 등이다. 한마디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그 과실을 국민과 함께 나눠 선진 경제로 골인하겠다는 것이 ‘MB노믹스’의 최종 지향점이다. 과연 새 정부는 747(연 7% 성장, 4만달러 국민소득, 7대 선진 강국 실현)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을까. 김주형(53) LG경제연구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MB노믹스 실현을 위한 훈수’를 문답형식으로 정리했다.

“올해 5.5% 이상 성장하면 성공작”

이명박 당선인은 747 비전을 말해왔는데, 올해 경제성장률을 어느 정도 달성하면 성공작으로 볼 수 있을까요.

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 환경은 악화될 것입니다. 신정부 효과를 감안하지 않은 상황에서 LG경제연구원이 예측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4.9%였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물가나 국제수지에 부담을 주지 않는 가운데 5%, 최대 5.5%보다 높은 수준이 된다면 경제 운용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성장률 숫자보다는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한 문제 아닐까요.

사실 ‘경제성장률이 얼마 이상이면 성공이고, 얼마 이하이면 실패다’라는 식은 위험한 접근법입니다. 보통 자본과 노동, 기술 등 가용 자원과 주어진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 수준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GDP 수준이 있는데, 이를 ‘잠재 GDP’라고 하죠. 잠재 GDP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성장 정책의 기본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성장잠재력의 확충’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단기적으로 실제 GDP는 잠재 GDP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GDP 수준을 잠재 GDP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바로 총수요정책이고 경기 정책이라고 부르죠. 그러나 총수요 진작을 통해 잠재 GDP 수준보다 높은 GDP를 달성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가능하기는 하나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그 경우 악성 인플레이션이 초래되고 국제수지 적자가 커지는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단기에 성장률을 높인다고 무조건 잘 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는 셈이죠. 물가나 국제수지 등에 대한 부담 없이 가능한 최고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을 총수요 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겁니다.

현재 경기 진단을 한다면, 우리 경제가 어느 사이클에 와 있다고 보시나요.

세계 경제 흐름을 통해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세계 경제는 지난해 말 이미 꺾인 상태입니다. 최근 4~5년간 세계 경기는 참 좋았죠.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저가 생산물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금리는 떨어졌고 유동성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개도국에 대한 활발한 투자와 함께 ‘돈’이 풍부해진 것이죠.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가 연 평균 4.8~4.9%씩 고성장을 이룬 배경입니다. 그러다 작년 초 터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환점이 됐죠. 경기 전망은 향후 1~2년 단기조정이냐, 본격적인 불황의 시작이냐로 양분돼있는데, 현재로선 단기조정 쪽에 무게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올 한 해는 세계적 경기 하락의 첫해가 될 것이고 수출 의존형 한국 경제 구조상 우리도 피해갈 순 없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경기 위축은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 실적에 반영될 것이고 실물 경제까지 감안하면 올 연말까지 충격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씨티그룹은 지난해 4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관련, 창사 이래 최대인 98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메릴린치도 지난 4분기 98억3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무역수지가 57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요. 올해 수출과 내수 경기 전망을 한다면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출 여건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반면 내수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요. 그 결과로 국제수지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특히 12월에는 유가 급등이 무역수지 악화에 주범으로 작용했습니다. 올해도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주력 수출 상품들은 소득 탄력성이 높은 제품들이 많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경기 둔화에 따른 선진국 소비자들의 소득 불안은 우리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셈이죠. 그나마 내수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회복 탄력이 아직 살아있고 조금 더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연초부터 물가가 들썩거리고 있어 우려 섞인 시각도 많습니다. 이명박 당선인은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물가를 3~3.5%로 묶어놓겠다고 밝혔는데요.

통상 인플레이션은 생산비 상승을 통해 수출 상품들의 대외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제수지를 악화시키죠.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정책금리 상승을 초래, 분배구조를 왜곡시켜 결과적으로 내수를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물가 상승은 총수요 과잉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입니다. 당선인도 밝혔듯 4% 이상까지 물가 상승이 진행되지 않는한 이번 물가 상승은 어느 정도 감내해내야 할 몫입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 폐지,세무조사 축소 등 기업 규제 완화 카드를 꺼냈는데요.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해야할 규제 완화책이 있다면요.

규제 완화라는 말보다는 규제 개혁이라는 표현이 옳을 겁니다. 가령 독점거래를 방지하는 문제 등 필요한 규제도 많이 있으니까요. 출총제는 당연히 폐지돼야죠. 과거 개발경제시대의 잔재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기업의무분별한 투자와 문어발식 확장에 따라 부실이 발생했을때 금융 ‘기관’들이 부채 감면 등의 형태로 손실을 떠맡고 정부가 자금을 투입하는 등 무리를 해서 회생시켜주는 관행이 있었죠.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 한도를 ‘순자산의 몇 %’로 정해놓는 것이 정부로서는 당연한 규제일 수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죠. 금융 ‘회사’가 채무 변제 불이행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철저한 대출적격심사와 신용평가를 통해 대출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고, 대출을 해주고 난 뒤에도 철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업이 부실해지면 다른 기업에 피인수시키든지,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파산시키는 절차가 마련된 요즘 금융시장 인프라에선 기업 투자와 관련한 총량 규제의 필요성도 거의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세무조사 완화도 언급했는데, 사실 세무조사 문제는 기업을 ‘봐주고 말고’ 식으로 접근하는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세금 포탈 혐의가 뚜렷한 기업은 당연히 조사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기업 길들이기 목적의 세무조사는 있어서는 안 되며 만약 남아있다면 당연히 없애야 합니다.

출총제가 상징적 의미가 있어 크게 회자돼서 그렇지 사실 출총제에 묶여있는 기업들이 그리 많은 건 아니잖아요. 현 노무현 정부도 나름대로 기업 규제를 많이 없앤다고 없앴지만 문제는 기업인들이 느끼는 ‘체감 규제 수준’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죠.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중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요.

노무현 정부는 전 사회적으로 권위와 허상을 깨는 데 기여했지요. 특히 정치자금을 투명화해서 ‘돈 안 드는 정치’ 풍토를 조성한 점은 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남북경제협력을 유연하게 이끌어왔고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FTA를 적극 밀어붙인 점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할 점이라고 봅니다.

최근엔 금산분리 완화 가능성도 점쳐지는데요.

저는 최소한 새 정부가 산업자본의 금융시장의 완전지배, 그러니까 은행을 특정 자본의 ‘사금고화’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처럼 특정 산업자본이 은행에 4% 이상 투자하지 못하게 하던 것을 어느 정도 풀어주는 수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산업자본 여유자금을 금융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로 은행 민영화를 쉽게 해줄 목적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투자 방식도 펀드나 PEF(사모펀드)를 통한 것이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기업 규제 완화책들도 결국 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라고 봅니다. 기업 금고에 쌓여있는 자금들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고 또 새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당선인이 일전에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기업 회장님들이 투자를 많이 하겠다고 하는데, 나도 잘 안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상황에 따라 못할 때가 있고 상황이 바뀌어 계획에 없던 투자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꼭 귀담아 주셨으면 하는 점은 ‘투자를 하는 게 낫겠다’고 느낄만한 환경을 내가 조성해보이겠다는 것이다.” 1월9일 전경련이 이명박 당선인을 만난 자리에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19% 늘어난 9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사실 이 당선인의 말은 서로 잘 아는 ‘선수’끼리 ‘립서비스’는 하지말자는 뜻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투자야말로 일자리 창출에 꼭 필요한 재원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원론적으로 보면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일자리 창출에 직결되겠지만, 요즘엔 고부가 산업이면서 노동집약적인 업종들, 가령 의료나 컨설팅·금융·통신 서비스등 고부가 서비스 산업 분야에 투자가 많이 늘어나야 할 것으로 봅니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수출을 내수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저성장 기조가 굳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바꿔놓으려면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저성장으로 기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시장에선 연간 4~5%만 성장해도 잘했다는 식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당선인이 “왜 우리가 싱가포르나 아일랜드보다 못하냐”면서 “연간 7%씩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 대목을 저는 굉장히 희망적으로 봅니다. 패배주의적 시각을 벗어나 ‘다시 뛰자’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이죠. 과거 미국과 독일, 일본이 세계 경제를 재패했던 교훈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남들보다 앞선 ‘뭔가’가 있었습니다. 가령 1910년대 독일은 화학 산업에 먼저 뛰어들었고 1930년대 미국은 테일러 시스템을, 1970년대 일본은 전자 산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렸고 그 힘이 세계 경제를 움직인 배경이 됐습니다. 한국은 IT 기술에서 현재 세계 표준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동기유발이 된다면 못할 것도 없죠. 그러기 위해선 당장의 문제, 그러니까 저성장 기조를 빨리 깨는 일부터 시작해야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우선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합니다. 규제를 개선하고 법과 질서를 바로 세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사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류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많이 배출해야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FTA와 개방을 지속 추진해 우리 기업들의 시장 영역을 넓혀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의 종합 실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죠.

올해 한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몇 가지 복병을 꼽는다면요.

크게 세 가지인데요. 우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동성 위축 속도가 빨라질 경우 선진국 경제가 단기 하강이 아니라 더 깊은 침체에 빠져들 위험성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유가와 농산물 가격 등 1차 상품 가격의 급등 역시 우려할 수준입니다. 이는 우리 경제의 교역 조건 악화를 낳아 국제수지를 악화시키고 내수 위축의 부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는 그동안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구조를 보완해왔던 중국, 인도 등 개도국 경제들 이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세계 경기 둔화의 기폭제 역할을 했는데요. 우리나라도 과거 몇 년간 무분별한 부동산 대출이 급증했는데, 한국에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불안은 없을까요. 가계 부채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은데요.

아직은 ‘괜찮다’고 봅니다. 2002년 카드 대란 이후 최소한 2006년 초까지는 쓰는 것보다 버는 것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초부터 가계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 같은 소비 확대는 지난해 하반기 내수 확대에 도움을 준 측면이 있습니다. 이제 금융 감독 당국에서 소비흐름을 면밀히 관측할 필요가 있을테지만, 아직까지는 ‘적신호’가 켜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가 늘면서 내수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서민들이 느끼는 ‘아랫목’ 경기까지 훈훈해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민생경제가 좋아지기 위해 새 정부가 해야할 최우선 선결 과제를 제안한다면요.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돼야 합니다. 주거비와 교육비를 포함한 생활물가 안정도 중요하고요. 새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그동안 제시한 경제철학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고 컨센서스(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일각에선 의욕에 넘쳐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령 서민 경제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휴대전화 요금을 20% 낮추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인데요.

새 정부는 우선 조급성을 버려야 합니다. 보통 정권을 잡으면 변화에 대한 열망과 의욕이 강한 나머지 국민들 동의 없이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는데요. 이런 유혹을 물리치고 멀리 내다보면서 정책을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신년 회견에서 당선인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부양책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꼭 지켜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부동산 정책도 관심권입니다. 인수위에서는 “집값 안정이 최우선”이고 세금 완화 정책을 빼면 ‘시장에 맡긴다’고 밝혔는데요. 과연 어떤 것이 성공적인 부동산 정책이라고 보는지요.

단기적으로는 수요 억제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듯 보입니다. 공급이 당장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죠. 장기적으로는 공급 측면에서 집값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현재 1주택자들의 양도세 완화 방침이나 취·등록세 부담을 낮춰준다는 방침은 옳은 방향입니다. 수요 조절을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는 투기적 수요 문제이고 공급 측면으로 접근할 문제는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입니다. 상황에 따라 둘 다 필요한 것이죠. 이것 아니면 저것식의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풀기 어렵습니다.

대운하 건설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대운하 건설에 들어갈 금전적·비금전적 비용과 그로 인해 얻게 될 국가 경제 전체의 편익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데 근거가 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자료가 아직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엘든(두바이 국제금융센터기구 회장)을 국가경쟁력 공동위원장으로 위촉했는데, ‘두바이 모델’의 개방성과 투자 유치가 한국서도 통할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리고 최근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조언을 하신다면.

그는 영국 최대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HSBC의 회장을 역임했던 사람입니다. 글로벌 투자 논리와 흐름을 꿰뚫고있을 것으로 봅니다. 두바이와 한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한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대처할 것으로 믿습니다. 최근 FDI(외국인 직접 투자) 유입이 줄어들었다고 걱정이 많은데, 글로벌 트렌드를 감안해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FDI의 트렌드는 첫째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투자하는 일방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경우가 증가하는 등 상당히 다양한 투자의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 둘째 성격상으로 보면 자원 개발 투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 셋째 그린필드(공장설립)형 투자보다는 M&A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외국 자본이 들어와 국내에서 고용을 많이 창출해주는 방식의 FDI가 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 인도 등 개도국들 보다 사회적 안정성이 높고 인프라가 잘 정비돼 있는 데다,잘 교육받은 고급 인재들도 풍부한 편입니다. 게다가 성장 탄력도 아직은 남아 있고요. 기업하는 환경이 좋아진다면 이러한 이점들을 활용하기 위한 FDI가 다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해뿐만 아니라 새 정부 기간 내 장기적인 ‘한국 경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면?

국가 경쟁력의 가장 큰 부분이 기업 경쟁력입니다. 기업 경쟁력은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강화됩니다. 공정한 게임을 제약하는 장애물이나 규제는 정부가 걷어 줘야죠. 국내의 기업 경쟁 룰이 글로벌 경쟁 룰과 비슷해져야 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도 결국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김주형 원장은 누구

증권 리서치센터장 거친 실무형 학자

김주형(53) LG경제연구원장은 남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대부분 경제연구소 대표들이 줄곧 학계나 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은 ‘학구파’라면 그는 ‘실무형’ 학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1977년 국제경제연구원(현 산업연구원)을 거쳐 1988년 말 럭키경제연구소(현 LG경제연구원)에 입사했다. 유학(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경제학박사)을 막 끝내고 이윤호 현 전경련 부회장을 만나려고 연구소에 들렀을 때 우연히 만난 차동세 당시 럭키경제연구소장이 LG그룹으로 이끌어준 인연이 있다. 차동세 박사와는 국제경제연구원 선후배 사이다.

1999년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상무)을 거친 그는 2000년 LG투자증권 (현 우리투자증권)의 리서치센터장을 2년간 지냈다. 재임 때 26개 분야 중 15개 분야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둔 후 2002년에는 1년간 법인 영업을 뛴 경험도 있다.

2003년 5월 연구원으로 돌아온 후 2005년에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경영관리 전자부분 부사장을 지낸 경력도 있다. 2006년 말 다시 LG경제연구원으로 컴백, 2007년 1월부터 LG경제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번이 취임 후 첫 공식인터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