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 차원에서 투자하라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공도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원 syoom@miraeasset.com

새해 들어 브릭스(BRICs) 펀드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지난해 말 중국 펀드 쪽으로 몰렸던 자금이 브릭스 펀드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9일까지 브릭스 펀드와 이머징 펀드로 순유입된 규모는 각각 3600억원, 590억원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최근 두드러진 주가 상승을 보이고 있는 인도펀드에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반면 중국 펀드를 비롯해 유럽, 일본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중국 주가의 상승으로 중국펀드에 자금이 집중적으로 몰렸다. 11월 들어 홍콩H지수가 하락세로 전환되고 글로벌 주가가 요동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브릭스 펀드로 옮겨갔다.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자 특정 국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주요 이머징 시장인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에 고루 나눠 투자하는 브릭스 펀드의 인기가 높아졌다. 그동안 특정 업종이나 국가에 집중됐던 투자가 브릭스 펀드와 같은 지역형 펀드로 확대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또 다른 유행으로서 펀드 ‘갈아타기’ 차원에서 브릭스 펀드에 접근하는 것은 올바른 투자가 아니다.

성장잠재력 무궁무진한 브릭스

우선 브릭스 펀드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브릭스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브릭스란 21세기 들어 고도의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2003년 10월 발표한 ‘브릭스와 함께 꿈을: 2050년으로 가는 길(Dreaming with BRICs: The Part to 2050)’ 이란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경제학자 윌슨에 따르면 ‘브릭스 4개국의 높은 경제성장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경향적이고 구조적인 것이며 2050년까지 현 미국과 일본,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G6 국가 가운데 미국과 일본만이 남고 그 빈자리를 브릭스의 4국이 차지한다’고 예측했다.

브릭스 국가의 경제성장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 막대한 천연자원과 소득 증가에 따른 사회적·정치적 안정, 국제 자본의 지속적 유입으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천연자원 중 석탄 매장량은 중국이 30%(1위), 인도 7%(4위), 러시아 5%(6위)이며 석유는 러시아 11%(2위), 중국 5%(5위)이다. 브릭스 4개국은 세계 철광석의 56%, 알루미늄의 35%, 마그네슘의 67%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산림 면적의 42%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4개국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 거대한 인구를 들 수 있는데 모두 세계 10위권이며 세계 총인구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풍부한 노동력의 공급과 방대한 국내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 제일의 잠재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브릭스 펀드가 양호한 성과를 올리면서 자금이 더욱 몰리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중국 펀드와 국내 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인 것과 달리 브릭스 펀드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브릭스 펀드들이 지난해 중순 이후 설정돼 1년 이상 운용된 펀드의 수가 적어 섣불리 수익률 평가를 내릴 수는 없지만, 제로인이 설정액 100억원 이상의 펀드를 대상으로 1년 수익률을 평가한 결과 평균 수익률이 51.66%를 기록했으며 6개월 수익률 역시 19.1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마다 지역별 투자 비중과 투자 대상이 달라 같은 브릭스 펀드라 해도 운용 방식과 수익률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브릭스 지역 중 중국의 비중이 30% 이상으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하락하자 중국의 비중을 줄이고 대신 인도나 브라질에 대해 투자 비중을 늘리는 펀드가 많아졌다. 또 올 들어서는 미국의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자 중국에 이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브라질의 비중을 줄이고 대신 인도나 러시아의 비중을 높이는 펀드가 늘고 있다.

국내 브릭스 펀드, 최근 인도·러시아 투자 비중 늘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의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펀드는 ‘슈로더브릭스주식형자(A)’로 중국의 투자 비중이 35.1%를 차지했다. 반면 인도의 투자 비중은 12%로 상대적으로 다른 브릭스 펀드들과 비교해 투자 비중이 낮았다. 한편 ‘신한브릭스주식재간접1’은 중국,인도, 브라질, 러시아의 비중을 각각 27.1%, 25.5%, 22.6%, 24.7%로 고르게 유지했다.

특히 올해는 신흥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브릭스 펀드 내투자 지역별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설정된 펀드들 중에서는 4개(브릭스) 지역의 전체 투자 비중을 60~70%로 줄이고, 브릭스 지역 외, 글로벌 투자 자산의 비중을 늘린 펀드들이 비교적 많이 눈에 띈다. 지난해 말 ‘도이치브릭스플러스재간접1’의 지역별 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브릭스 4개 지역의 투자 비중은 약 67%, 기타 지역의 투자 비중이 33.9%에 달했다.

한편, 최근 3개월 수익률 4.51%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맵스E-오션브릭스인덱스주식형자A-e’는 미국의 투자 비중이 가장 높아 45.98%를 차지, 다음은 브라질 36.01%, 인디아 4.99%, 러시아 1.33%, 중국 0.57% 순을 기록했다.

이처럼 같은 포장지에 쌓인 브릭스 펀드라 해도 그 내용물은 제각각인 만큼 그 속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처음 가입했던 마음과 달라 실망할 수 있다. 판매되고 있는 브릭스 펀드는 운용사의 운용 전략에 따라 지역별 투자 비중도 크게 차이를 보이지만 펀드 구조 자체도 브릭스 지역의 대표기업이나 지역과 관련된 기업에 직접투자 하는 펀드, 브릭스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오브펀드)펀드, 브릭스 지역 관련 특정 지수(인덱스)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 등 다양한 펀드가 있어 상품 구조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인 재간접펀드로 ‘신한브릭스주식재간접1’이 대표적이다. 여러 차례의 분선단계를 거쳐 선정된 HSBC 인베스트먼트 브라질 주식, 이스트 캐피탈 러시아 펀드, JP모건 인디아 펀드, 베어링홍콩차이나펀드, 아틀란티스차이나포춘펀드 등 10여 개의 펀드에 투자한다. ‘도이치브릭스플러스재간접U-1’과 ‘하나UBS파워엔진브릭스해외재간접1’, ‘골드&와이즈브릭스 해외재간접K-1’ 역시 브릭스 관련 대표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반면, ‘미래에셋맵스E-오션브릭스인덱스주식형자 A-e’는 ‘미래에셋맵스브릭스인덱스주식형펀드’의 자펀드로, ‘미래에셋맵스브릭스인덱스주식형펀드’는 더뱅크 오브뉴욕 브릭스 셀렉트 에이디알 인덱스(The Bank of New York BRIC Select ADR Index; 미국의 NYSE, AMEX, NASDAQ 등에 상장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홍콩 포함)의 초우량 종목으로 구성)지수의 수익률을 따른다.

다만 올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브릭스 펀드가 주목받고 있지만, 수익률에 대한 기대는 낮추는 것이 좋다. 하나대투증권 펀드분석팀의 조사에 따르면 벤치마크 지수로 삼는 MSCI브릭스인덱스와 브릭스 펀드의 장기 수익률을 비교해 본 결과, 펀드의 수익률이 인덱스의 수익률보다 낮았다고 평가했다. 고수익을 기대하며 브릭스 펀드를 선택하기 보다는 분산투자의 효과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식 투자는 금물

브릭스 펀드는 중국이나 인도 등 특정 국가에 집중 투자하는 것보다 경제구조가 다른 여러 국가에 분산투자 함으로써 특정 국가의 주가가 급락하는데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데이터스트림의 자료에 따르면 브릭스 지역과 한국과의 상관관계(두 나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정도)가 최근 3년간 가장 낮아 대안투자의 효과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브릭스 펀드는 각 개별 국가의 지수 변화의 전망에 따라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국가별 편입 비중을 시기별로 조정하는 만큼, 자산 비중 조절이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분산투자 측면에서 좋은 상품이 될 수 있다.

다만 브릭스 펀드가 인기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비록 그동안 국가간의 주가 흐름이 서로 다르게 움직여 분산투자 효과가 높다고는 하지만 경제 구조상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칫 중국을 중심으로 경제가 불안해질 경우 제 아무리 브릭스 펀드라고 해도 수익률이 얼마든지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인기를 좇아서 투자하기 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해 일본 펀드나 중국 펀드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큰 손실을 입었던 투자자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은 꾸준히 안정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펀드를 바라지만 세상에는 그런 펀드가 없다. 브릭스 펀드 역시 꾸준히 안정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장하는 펀드가 결코 아니다. 꾸준한 성과는 시장의 흐름과 상관없이 여러 스타일이 다른 펀드에 나눠 투자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사실 브릭스 펀드가 최선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투자 목표에 따라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펀드 등에 각각 투자 비중을 정해 투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만약 브릭스 펀드가 ‘기성복’이라면 자신에게 맞게 각각의 국가 펀드에 비중을 정해 투자하는 것은 ‘맞춤복’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