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주식투자라 하면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의 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상장 주식 못지않게 부자들이 노리는 주식이 있다. 바로 비상장 주식이다. 비상장 주식은 따로 규격화된 시장이나 매매 방식이 있는 것이 아니고 글자그대로 각 투자자들의 마음대로 장외시장에서 매매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비상장 주식시장은 아파트 시장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팔고 싶은 가격과 수량이 사고자하는 사람과 맞으면 아무런 제한 없이 사적으로 매매가 이루어지는 시장이기 때문에 상·하한가가 없다.
이같은 장외시장은 특성상 기업 내용이나 가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만약 다른 투자자들보다 앞선 판단력이 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원랜드 3년 만에 6배 수익
장외시장의 대표적인 대박주가 강원랜드다. 강원랜드는 잘 알다시피 카지노 사업을 하는 회사로 1998년 최초 설립 시에도 일부 일반공모를 받아 자본금을 만든 회사로 사업 초기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이러다 보니 상장여부도 불투명했다. 하지만 강원랜드의 주주 구성에 주목한 투자자들이 있었다. 정부나 마찬가지인 강원도 유관단체가 주요 주주로 구성되어 있었고 일반공모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지라 일반적인 상장 요건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예외규정(대부분의 규정에는 맨 마지막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예외규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을 적용하여 조기 상장시킬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었다. 또한 무너진 폐광촌을 살린다는 대의명분도 있었다.
필자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당시 40대 초반의 P씨는 일반공모에도 참여했고(경쟁률이 약 10대 1이었다), 그 후 장외에서 주식을 조금씩 소문나지 않게 사 모으기 시작했다. 공모가가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1만8500원이었는데 공모 직후 2만5000원 내외에서 가격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장외시장은 몇몇 사람이 사 모은다는 소문이 나면 물량이 쑥 들어가고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문내지 않고 소량으로 꾸준히 사 모으는 전략이 특히 필요한 시장이다. P씨는 2000년 초까지 약 2년간 주당 4만원 미만에서 약 2만 주를 꾸준히 사모아 평균단가 3만원대 초반으로 만들어 놓았다. 총 들어간 투자금은 약 6~7억원 정도였다.
결국 강원랜드는 2001년 우여곡절 끝에 코스닥시장에 상장이 되었다. P씨는 상장 직후 약 20만원대에서 보유주식 전량을 처분해 세금 없이 약 40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약 3년의 투자 끝에 약 6배의 투자 성과를 올리게 되었다. P씨는 이 돈을 발판으로 부동산 투자와 주식투자 등을 하여 지금은 약 100억원 대의 갑부 대열에 들어가 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누구나 아는 내용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투자에 대한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린 것이 P씨의 성공 투자의 핵심이었다. 사실 강원랜드가 1998년 비상장인 상태에서 일반공모를 할 때는 IMF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시중 실세금리가 20% 내외를 웃돌 때라 언제 상장될지도 모르고 초기 적자가 예상되어 배당 지급도 불투명한 비상장 주식을 사 모은다는 것은 쉽게 결행할 수 있는 투자는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P씨는 유럽 등에서는 카지노 주식을 대를 이어 상속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름대로 주주 구성이나 전망 등을 감안, 당시로서는 큰 자금을 투자해 성공을 거두었다.
버블 편승 ‘묻지마’ 투자로 80% 손실
최근에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상장 주식 중에 대박을 터뜨린 주식이 꽤 있다. 약 3년 전 필자가 근무하던 지점과 법인자금 거래를 하던 A사의 L 회장이 필자를 보자고 하더니 장외에서 B생명보험 주식을 약 30억원 정도 구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B사 주식은 유통 주식이 많지 않고 가격이 20만원대여서 일반 투자자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주식이었다. L 회장은 B사가 그룹의 주요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고 실제 보유하고 있는 전국 각지의 부동산 가치를 생각하면 20만원이라는 가격은 너무 싸다고 하면서 정부에서도 생명보험사의 상장 방침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추진하고 있었고 다만 상장 차익 배분 문제 때문에 상장이 여의치 않는 상황이라 이럴 때 꼭 사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가 몇 만원 차이에 구애받지 말고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L 회장은 두세 달에 걸쳐 필요한 수량을 다 구할 수 있었고, B생명보험의 현재 장외시장 가격은 7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거꾸로 장외시장에 투자했다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필자의 친한 친구 중에 출판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카드사가 버블에 힘 있어 연간 순이익을 1조원씩 내던 2001년 초 C카드사 주식 8만5000원대에서 3억원을 투자하였다. 이 시기는 IT버블이 정점을 이루는 시기였고 카드사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묻지마’ 발급이 남발되고 있었고 심지어 카드를 발급받으면 현금을 주는 등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영업행태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어 신용버블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 친구도 그런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버블에 편승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고 마지막 수건만 잡지 않으면 본인은 단기차익을 챙기고 빠져나올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무리한 투자를 하였다. 아직도 그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는 상장되어 5만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그동안의 유상증자와 무상감자 등을 감안하면 7년 투자에 약 80%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기회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원금을 다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
장외시장에는 수많은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기업에 투자했다가는 잘못하면 원금을 다 날릴 수 있는 곳이지만 제대로 알고 투자한다면 장내시장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곳이 또한 장외시장이다.
위의 세 사례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정리해보면 성공한 사례는 먼저 기업에 대한 철저한 핵심 분석이 선행되었고 몇 년은 기다린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투자를 한 반면 실패한 경우는 무리하게 단기차익을 노리다 쪽박을찬 경우라 할 수 있다. 성공한 쪽이 일반인이 모르는 대단한 정보를 가지고 주식을 매입한 것은 아니다. 모두에게 공개된 정보와 뉴스를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과 느긋한 투자 마인드가 성공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강조되고 있는 창의적인 발상이 핵심인 것 같다.
투자로 부자가 되고 되지 않고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