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체격이다. 샤프한 인상보다는 외모에서 우직함 과 든든함이 느껴진다. 나이와 신장 그리고 몸무게 등을 묻는 질문에 균형을 갖춘 정상 체격은 아니라는 말로 끝까지 함구한다. 40대 후반에 180cm의 키 그리고 몸무게는 90kg 전후쯤 되지 않을까. 앉아서 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몸이 불고 몸무게도 늘었다고 한다.
건강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CEO보다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가능하게 했다. 당연히 건강관리를 위한 자신만의 다양한 비법도 기대할 만했다. 그러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스스로 정상 이상이라고 표현한 김동양 한국엘러간 대표는 제약회사 CEO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건강에 무감각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했다. 아니 제약회사 CEO가 아니라도 정상이 아니라면 건강관리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김 대표가 간직한 노하우는 하나씩 껍질을 벗었다. 단순하지만 지켜내기 힘든, 어쩌면 일반인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습관인지도 모른다.

아침 4km 걷기가 운동의 전부
“일은 절대 집으로 가져가지 않습니다. 또 저녁 7시 이후에는 회사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절대 만나지 않습니다. 일찍 귀가해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흔히 이런 직장인들을 ‘공무원 스타일’이라고 불렀던가. 그러나 CEO가 공무원 스타일이라면 그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놀랍게도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공무원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 CEO로 일을 하고 있듯이 직원들도 회사와 가정을 완전히 분리시켜 주고 싶다는 것이다.
“너무 회식을 하지 않아 저녁식사를 한번 하려 했는데 그냥 점심식사로 대신했습니다. 가능하면 업무 이후의 시간에는 자기계발이나 가정생활에 충실하도록 (시간을) 빼앗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다고 한국엘러간 임직원들에게 야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에도 김 대표를 비롯한 담당 직원들이 새벽 5시까지 날밤을 새기도 했다. 다만 습관처럼 야근을 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규정에 따른 업무시간만으로 경쟁이 가능할까. 그것도 한국 비즈니스 현실에서…. 이 같은 질문에 김 대표는 알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남들이 하는 밤 문화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저희들은 밤보다는 낮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업무 스타일은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 회사에서 일을 했던 영향을 받고 있다. 얀센, 코닝, 존슨앤존스, GE 계열의 유니버셜 픽처스 등 윤리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이들 회사의 문화가 지금의 업무 스타일을 만든 것이다. 저녁에 할 일이 남았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일찍 퇴근하고, 한국 대부분의 직장인들과는 달리 업무에의한 스트레스까지 집으로 끌고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름은 ‘동양’이지만 스타일은 ‘서양’인 셈이다.
그래도 매일 헬스를 하고, 주말에는 골프라도 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조깅을 했는데 지금은 매일 아침 4km 정도 걷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무릎을 생각한것입니다. 그러나 걷는다고 몸무게가 줄어드는 등의 다이어트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올해 부터는 고객사 방문도 걸어서 많이 할 생각입니다.”
김 대표의 건강관리는 이것이 전부다. 가는 회사마다 골프 금지령이 내려와 골프장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그 흔한 종합비타민제조차 김 대표는 가까이 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시간이 흐를수록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안과 질환, 즉 눈 관련 질병 이야기가 결국 인터뷰의 중심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중년 60%, 젊은층도 30~40%가 안구건조증 증상
“눈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는 장기입니다. 시력 교정외에는 무관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심한 고통을 느끼는 등 질병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안과를 찾고 치료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질병에 걸렸는데도 이를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경향까지 있습니다.”
실제 나이가 들면서 가장 쉽게 찾아오는 눈 관련 질병은 안구건조증이지만 이를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드물다. 김 대표 자신도 15년여 전 안구건조증이 왔지만 ‘왜 이렇게 눈이 뻑뻑하지? 운동 부족인가? 피곤한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정도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약국에서 쉽게 안약을 구입해 사용하게 되는데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눈에는 치명적이라고 김 대표는 지적한다. 의사의 처방 없이 안약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질병을 유발하는 역효과를 불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눈이 따갑고 피곤하면 몸에도 이상증세가 오는데 사실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건지 눈이 피곤해서 그런 건지 모릅니다. 좀 심해지면 마치 몸이 피곤하기 때문인 것 같거든요. 졸음이 오는 건지 눈이 아픈 건지도 모릅니다. 이게 안구건조증입니다. 안구건조증은 피로함과 같이 오거든요. 눈이 아프면 몸이 아프고 졸리고 자지러지는 것 같고 그러잖아요.”
일반적으로 안구건조증은 눈물샘 기능 이상으로 나타나는 안과 질환으로, 눈물이 부족해 눈이 뻑뻑한 증상으로부터 심하면 검은 눈동자가 헐게 되는 등 여러 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 눈물은 ‘기본적인 눈물’과 ‘반사적인 눈물’의 두 종류가 있는데 ‘기본적인 눈물’은 평상시 지속적으로 생성돼 안구 표면을 적셔주고 부드럽게 해주는 ‘기능적 눈물’을 말한다. 반면 ‘반사적인 눈물’은 통증, 먼지, 연기, 매운 맛, 슬픈 감정 등으로 인한 반응에 의해 일시적으로 분비되는 ‘무기능적 눈물’이다.
우리가 평상시 눈을 부드럽게 떴다 감았다 할 수 있는 것은 안구 표면을 덮고 있는 ‘기본적인 눈물’이 눈물막(tear film)을 형성해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기본적인 눈물’은 이물질을 씻어내고 세균을 죽이며, 눈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안구건조증(‘건성안’이라고도 함)은 ‘기본적인 눈물’의 생성량이 부족하거나 눈물막의 구조가 불안정해 증발이 많아 눈이 건조한 증상을 말한다.

통상 눈물이 부족한 것을 안구건조증이라 말하지만, 반대로 찬바람이 불거나 추운 곳에 나갔을 때 갑자기 눈물이 흐르는 증상도 안구건조증이다.
“나이가 들어 고령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인데 각막이 정상이면 눈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중년에서는 60% 정도, 젊은 사람들도 30~40% 정도가 안구건조증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구건조증은 최근 들어 공해와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건조한 실내에서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안구건조증은 단순한 눈물 부족 현상이 아니라 만성적인 자극으로 인해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눈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안구 표면이 손상돼 염증 반응이 야기된다. 염증이 감지되면, 우리 몸에서는 면역체계가 가동돼면역세포인 T세포에서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사이토카인은 안구 표면에서 염증 반응을 더욱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염증이 심해지고 눈물샘의 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눈물의 양과 질이 떨어지면서 안구건조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1분에 6~7회 정도 눈 깜박여줘야
“저도 컴퓨터를 사용한 지가 오래됐는데 횟수로는 19년 입니다. 제가 안구건조증 진단을 받은 것도 컴퓨터를 사용 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눈은 1분에 6~7번의 깜박임을 통해 항상 눈에 윤활유와 눈물액을 보충해줌으로써 정상적인 건강한 눈을 유지할 수 있는데 컴퓨터로 작업을 하다보면 한 곳에 집중하여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눈 안에 염증이 발생하고 안구건조증도 발생하게 됩니다.”
김 대표는 그래서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컴퓨터 작업을 한다 하더라도 눈이 피로하거나 하면 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1분에 6~7회 정도 눈을 깜박이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컴퓨터 사용 외에도 짙은 눈 화장과 아이라인 문신을 한 경우 색소 입자가 눈에 들어가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 머리 염색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난방과 헤어드라이기 사용, 자주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더러운 손으로 눈을 만지면 각막상피가 손상될 수 있어 증상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각막염, 결막염 등이 생길 수도 있다. 때문에 먼지가 많은 곳에서는 특히 눈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자주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
평소 눈이 뻑뻑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생리식염수를 수시로 투여하면 눈을 잠시 적셔주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눈을 보호하는 주요 성분을 씻어내므로 오히려 좋지 않다. 안구건조증은 증상의 유무에 따라 본인이 간단히 알아 볼 수 있다. ▲항상 빛에 민감한 편이다. ▲늘 모래가 들어간 느낌이 든다. ▲항상 통증이 있거나 따끔거린다. ▲시야가 흐린 적이 많다. ▲독서를 하는데 지장이 있다. ▲TV 시청을 하는데 지장이 있다. ▲바람이 불면 불편함을 느낀다. ▲건조한 곳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8개 항목 중 1~2개에 해당하면 경증 안구건조증, 3~4개가 있는 경우 중등 정도, 5개 이상인 경우 중증의 안구건조증으로 판단한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안과를 방문해 눈물 분비에 대한 검사와 눈물 표면 형태에 대한 자세한 관찰을 하는 것이 좋다. 필요에 따라서는 눈물 량과 눈물 성분에 대한 정밀검사도 요한다.
김 대표는 눈과 관련한 건강검진은 흔히 시력과 안압검사 정도에 그치는데 보다 정확한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망막에 얼마나 많은 데미지가 있는지 1년에 한 번 정도의 망막 검사를 권한다. 망막 검사를 통해 녹내장 여부도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눈이 침침하다거나 하면 질환을 의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안구건조증의 경우는 눈에 자갈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따갑고 시린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갑자기 시력이 떨어진다거나 희미하게 보인다거나 밤에 물체가 반사돼 그림자가 보인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바로 녹내장을 의심해야 합니다.”
‘눈 속의 고혈압’, ‘소리 없이 찾아오는 실명의 원인’이라 불리는 녹내장은 높은 안압으로 인해 시신경이 파괴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가 결국은 실명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우리 눈에는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각막과 수정체에 영향을 공급하는 물, 즉 방수가 계속 생성되는데 이 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안압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되며 녹내장이 발생하게 된다. 방수는 방수유출로란 통로를 따라 빠져 나가게 돼 있는데 방수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안압이 정상보다 상승하게 되고 상승된 압력으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돼 실명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2200만 명의 녹내장 환자 가운데 25%인 약 500만 명이 실명함으로써 전 세계 실명 원인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전체 인구의 약 2%가량인 90~100만 명 정도가 녹내장 환자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약 20~30만 명 정도로, 아직도 자신이 녹내장 환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녹내장은 일종의 기능 퇴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고령에서만 녹내장이 나타난다고 알고 있었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6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40대 이후 특히 녹내장이 흔한 여성의 경우에는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망막 검사가 필수적이라는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김 대표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엘러간은 이 같은 안구건조증과 녹내장 등 안과용 의약품 및 보톡스 제조업체인 미국 엘러간의 한국 현지 법인으로 지난 1995년 설립됐다.
국내 안과용의약품 시장의 8.7%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난 6년 동안 매년 50%의 성장을 이루며 점유율을 높여오고 있다. 현재 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2~3년 내에 13~15%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DVD만 1500여 장 보유한 영화 마니아
인터뷰 말미에 오후 7시 퇴근 후 집에서의 김 대표 생활에 대해 물었다. 의외의 답이 나왔다.
“저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항상 영화를 봅니다. 주말에는 하루 3~4편까지 봅니다.”
그는 영화가 좋아서 한국 유니버셜 픽처스 사장으로까지 근무할 만큼 영화 마니아다. 보유하고 있는 영화 DVD만도 1500여 장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영화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영화는 김 대표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란다. 어느 영화나 좋은 점이 있기 때문에 특정 영화를 지칭해서 이 영화는 좋다, 이 영화는 아니다는 식의 평가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별한 건강관리가 아니더라도 여유를 갖고, 회사와 가정을 분리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이 김 대표만의 건강 노하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