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일본카메라영상기기공업협회(CIPA)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DSLR카메라 출하량은 약 74만 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1.9% 성장했다. 이 협회는 올해 시장 규모를 913만 대로 추정했다. 1000만 대에 육박하는 수치다.
국내 DSLR카메라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6년 15만 대에 그쳤던 국내 DSLR카메라 판매량은 2007년 약 25만 대로 급증했다. 60% 이상의 성장률이었다. 올해 시장 규모는 30만 대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니콘. 니콘은 지난해 초 출시된 캐논의 ‘EOS 1D Mark III’가 연사 시 초점 문제로 고생하고 있을 때 대대적인 공격에 나섰다. 공격 선봉은 35㎜필름에 준하는 36㎜×23.9㎜1210만 화소 CMOS 이미지 센서를 내장한 ‘D3’와 1200만 화소의 DSLR카메라 ‘D300’ 등이 맡았다. 니콘은 그동안 전문가용 35㎜필름(36.0×24.0mm) 사이즈 이미지 센서를 내장한 제품이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D3를 통해 캐논 독주체제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반격은 만만치 않다. 캐논의 EOS 1D 시절 빼앗긴 시장인 신문사 등을 공략해 점유율을 높인 것이다.
야마구치 노리야키 니콘이미징코리아 대표는 “이번 신제품은 고화질, 고속촬영, 조작성 향상이라는 세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며 “특히 뛰어난 기기적 완성도와 첨단 기능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D3는 초당 9장을 연속촬영하는 초고속 연사촬영 기능을 지원해 스포츠 사진이나 보도 사진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니콘은 D3에 채택된 이미지 센서를 ‘니콘 FX 포맷’으로 명명하고 전문가용 DSLR카메라 부문을 적극 공략했다.
전문가용과 보급형 시장에서 접전 펼쳐
니콘의 공세에 캐논이 재빠른 대응에 나섰다. 캐논은 지난해 8월20일, 35㎜풀사이즈 CMOS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2110만 화소 DSLR카메라 ‘EOS 1Ds Mark III’를 비롯한 DSLR카메라 2종을 전 세계 동시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29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캐논이 세계 최고를 자신하며 선보인 EOS 1Ds Mark III는 캐논의 고속 영상처리 기술인 디직 III(DIGIC III) 이미지 프로세싱 엔진이 듀얼로 장착됐다. 초당 5장을 연속촬영할 수 있으며 JPEG 파일은 45장, RAW 파일은 15장의 연속촬영이 가능하다. 준 전문가용 DSLR카메라 ‘EOS 40D’는 1010만 화소, 저노이즈 COMS를 채택했으며 초당 6.5장 연속촬영이 가능하다.
전문가용 DSLR카메라 시장에서의 대결은 한치의 양보 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상 최고 카메라는 무엇인가’라는 자존심이 걸려있기도 하지만 가장 진보된 카메라를 만들어야 중저가 카메라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차 대전은 전문가용 모델에 이어 보급형 DSLR카메라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상위 모델이 기술력과 브랜드를 상징하는 것이라면, 보급형은 매출을 판가름하는 모델이다. 각 업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보급형 모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급형 시장은 카메라 업체들의 사활이 걸린 최대 격전지다. 캐논과 니콘은 올해 보급형 신모델들로 시장 패권 장악을 위한 진검승부를 펼친다.
캐논은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던 ‘EOS 400D’ 후속 모델인 ‘EOS 450D’를 내놓았다. 국내에서는 3월경 발매된다. 화소는 동급 최고로 1220만 화소. 초당 3.5연사, 라이브뷰 등이 강점. 또 컴팩트형 디지털카메라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SD카드를 채택했다.
니콘은 ‘D60’으로 대응한다. 국내 시장 점유율 상승에 큰 몫을 한 효자 모델 ‘D40’의 후속 작이다. 1020만 화소에 무게 495g로 초경량. 공기의 흐름으로 촬영 소자에 유입되는 먼지를 감소시켜주는 ‘에어플로우 컨트롤 시스템’이 강점이다.
니콘과 캐논의 대결은 일본 카메라의 역사이기도 하며, 최근에는 디지털카메라의 역사로 통한다. 니콘의 역사는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니콘은 독일의 광학 기술을 흡수해 성장하기 시작했다. 캐논은 1933년 등장했다. 캐논 역시 니콘과 마찬가지로 독일 기술에 의존했다. 따라서 초기 두 회사의 카메라가 독일제와 거의 같은 외형과 기능을 갖춘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캐논은 니콘의 맞수가 되지 못했다. 후발 주자로서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카메라가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59년 니콘F의 등장부터다. 니콘의 첫 SLR 기종인 니콘F는 에베레스트 등정 때 혹한의 추위를 견뎌내면서 그 실력을 입증 받게 됐다. 이것은 ‘신뢰의 니콘’이란 신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후 니콘은 승승장구하면서 세계 카메라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사진기자와 사진작가의 신뢰받는 기종으로 30년 이상 최고 위치를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 필름카메라 시장의 왕으로 군림하던 니콘은 디지털카메라 환경에서 캐논에게 그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것은 현재 전 세계 SLR카메라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캐논 ‘EOS’로부터 시작된다.
캐논 ‘EOS’ 카메라의 역사는 1987년부터다. 니콘이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는 사이 만년 2등이었던 캐논은 절치 부심 역전 기회만을 노렸다. 캐논은 새로운 첨단기술과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고,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이오스(EOS) 시리즈다.
캐논은 1987년 창사 50주년을 맞아 캐논의 명성에 걸맞은 고성능 AF 기능을 탑재한 SLR카메라를 개발, 시장에 내놓았다. 새로운 SLR카메라 개발 프로젝트는 ‘Electro Optical System(전자광학시스템)’의 머리글자를 따 ‘
‘EO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 이름이기도 하다. ‘혁신적 광학기술의 여명을 연다’는 캐논의 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가 ‘EOS’라는 이름에 그대로 담겨 있다.
1987년 3월, 캐논은 ‘EOS 650 AF’를 발표하며 ‘EOS’로 대변되는 새로운 SLR카메라 시대를 열었다. 1989년 ‘EOS-1’이라는 전문가용 라인을 발표했으며, 1992년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초점을 선택할 수 있는 AF 기능을 세계 최초로 카메라에 내장한 ‘EOS 5’를 시장에 선보였다. 1993년에는 사용하기 쉽고 가벼운 보급형 라인인 ‘EOS Kiss’ 모델을 생산하면서 전 라인업에 걸쳐 EOS의 명성을 이어갔다.
캐논은 2000년 CMOS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EOS D30’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DSLR카메라 시장에 진출했다. 2001년 출시된 최상위 기종 ‘EOS 1D’가 전문가들에게 극찬을 받으면서 DSLR카메라 시장에서 캐논의 시대가 시작됐고, 2002년 당시 500만 화소급에 머물던 시장에, 1000만 화소를 넘어선 ‘EOS 1Ds’ 시리즈를 시장에 선보이면서 디지털카메라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된것이다.
DSLR카메라 시대에 접어들며 캐논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1997년 캐논은 ‘EOS’ 발매 10주년을 맞이해 1000만 대의 ‘EOS’ 시리즈 누적 생산량을 기록 했고, 2003년 2000만 대를 기록했다. 캐논의 창사 70주년이면서 EOS 20주년이었던 2007년에는 ‘EOS’ 시리즈의 누적 생산량이 3000만 대를 돌파했다.
캐논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게 된것은 디지털카메라 시대의 흐름에 일찍이 기술력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사진을 구현하는 기술력은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필름’은 ‘이미지 센서’로 대체되고 이미지 센서에 맺힌 상이 ‘이미징 엔진’에 의해 디지털로 전환되는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의 핵심 기술 요소 중의 하나는 대형·고감도의 이미지 센서다. 캐논은 저해상도와 노이즈가 많아 경쟁사들이 외면했던 CMOS 이미지 센서 문제를 디지털 이미징 기술로 극복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CMOS이미지 센서가 EOS 시리즈 진화의 추진력이 된 것이다.
2000년 출시된 캐논 최초의 DSLR카메라인 EOS D30은 당시로서는 최고 사양인 325만 픽셀의 화질을 자랑했다. 2007년에는 2110만 화소를 내놓기에 이르며 ‘캐논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오직 캐논뿐’이라는 말을 입증하기도 했다.
최종 승부는 아직 진행 중이며, 결과는 알 수 없다. 한때 캐논의 앞선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던 니콘이 어느새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촬영용 카메라로 캐논을 쓰던 10여 개의 언론사가 니콘으로 갈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캐논이 독주하던 전문가용 시장이 니콘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30%에 머물던 니콘의 점유율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지난 연말에는 40%를 넘겨 캐논과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 영원한 승자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글의 법칙은 계속되고 있다. 2등이 1등이 되는 역전의 신화는 누구에게나 적용되고 있다.
전문가 사용기
화려한 색감의 EOS-1DS MK3, 빠른 연사 갖춘 D3
홍승모 기자 smphoto@chosun.com
1주일간의 사용으로 캐논과 니콘의 최고 플래그십 카메라인 캐논 EOS-1Ds Mark Ⅲ(이하 1DSMK3)와 니콘 D3(이하 D3)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하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두 제품 모두 ‘정말 최고’였다.
둘 다 전통적인 최상위 모델의 디자인과 성능을 그대로 계승하고 여기에 하위 모델들의 편리한 기능들을 추가해 사용자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했다. 일단 두 제품의 가장 큰 차이는 화소 수다. D3가 1210만 유효화소인 반면 1DSMK3는 2110만 유효화소로 현존 최고 화소 수를 자랑한다.
사실 화소 수로 두 모델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래서 최상위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비교했다. 먼저 D3는 1210만 화소 임에도 FX포맷에서 9프레임, DX포맷에서는 무려 11프레임을 실현해 1DSMK3의 5프레임과 비교해 월등히 앞선다. 물론 2110만 화소 5프레임도 훌륭하다.
또 D3는 ISO25600이라는 놀라운 초고감도를 실현해 어두운 실내에서도 대낮같이 나온다. 과장하면 플래시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고감도에서의 노이즈가 걱정됐지만 타기종의 절반 이하 수준. 이 부분만 가지고도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니콘의 손을 들어 주지 않을까 싶다. 이 정도면 실내 스포츠 경기나 공연, 그리고 그 밖의 조명을 사용할 수 없을 때 고속촬영을 가능하게 해 보다 좋은 순간포착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또 고감도에서 생기는 노이즈로 인해 사용자들은 이제껏 저속셔터를 이용해 노이즈를 최소화 했지만 흔들림 때문에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플래시를 사용하면배경과 피사체와의 과다한 노출 차이로 생기는일명 ‘달걀귀신사진’으로 인해 많은 초보자들이 야경이나 실내 플래시 촬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D3는 초고감도를 실현해 셔터 속도를 확보함으로써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
색감에 있어서는 다소 주관적이기는 하지만1DSMK3의 색감이 더 화사한 느낌이다. ‘캐논= 인물용’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물론 D3도 색감이 나쁘지는 않다. 다만 기존의 ‘니콘스러운’ 차가운 색감이 남아있는 게 단점이다. 두제품 모두 화이트밸런스를 AUTO로 설정한 후 촬영했음에도 원본의 색감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1DSMK3는 피부색은 물론 화려한 원색을 표현해 역시 캐논다웠다. D3 역시 기존 모델에서의 단점을 보완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두 제품 모두 노출의 정확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어떠한 상황에서 촬영해도 모두 정확한 노출을 보여줬다. D3는 감도 자동제어 기능으로 어두워지거나 밝아질 때 감도가 자동으로 상황에 맞게 변한다. 초보자들은 실내에서 고감도로 촬영하다가 실외로 나와 감도 재설정을 잊은 채 급하게 촬영하다가 과다 노출로 중요한 사진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D3는 이러한 실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했다.
이번 두 기종의 특징 중 명암이 엇갈린 부분이라면 ‘라이브 뷰’ 기능이다. 라이브 뷰 기능 이란 보급형 디지털카메라들이 파인더를 통해 초점을 맞추지 않고 후면 LCD를 통해 노출과 초점을 맞추는 기능을 말한다. 최상위급 바디에는 적용되지 않다가 최근 적용됐다. 낮은 앵글을 필요로 하는 동·식물 접사촬영이나 복잡한 행사나 시위 현장에서 머리 위로 들고 찍는 ‘노 파인더’ 촬영 때 용이하다. 캐논은 이전 모델인 1DMK3 제품에서 AF 기능이 빠진 라이브 뷰 기능을 선보였는데, 아쉽게도 이번 1DSMK3에서도 반영되지 않아 ‘반쪽짜리’라고 볼 수 있다. D3는 AF를 지원함으로써 이부분에서 캐논보다 우위에 섰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양사의 제품은 최고다. 가격대와 필요한 기능을 따져 카메라를 골라야 한다. 높은 화소와 화려한 색감을 원한다면 1DSMK3를 추천하고, 빠른 연사 와 갖가지 편의성을 원한다면 D3가 좋을 것같다. 두 제품 모두 카메라의 라이벌답게 정말 훌륭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