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과 더불어 근대 조각의 쌍벽을 이루는 부르델(Bourdell; 1861 1929). 1889년 살롱전에 출품한 그의 작품이 당시 조각계의 거장인 로댕의 눈에 띄어 오랜 시간(1893 1908년) 동안 사제의 인연을 맺게 된다.
스승과 제자 사이지만 이들의 조각 세계는 사뭇 다르다. 로댕이 조각에 새로운 생명과 감정을 불어 넣고 자율성을 부여했다면, 부르델은 건축적인 구성과 양식을 통해 고전으로의 복귀를 추구한 것이 차이다. 파리 출신인 로댕의 작품에는 세련됨이, 프랑스 남쪽 몽토방 출신인 부르델의 작품에는 건강한 힘과 투박한 기질이 넘친다. 절제된 조형미 속에서 금세라도 근육이 꿈틀댈것처럼 느껴지는 부르델 조각의 힘과 역동성은 단연 청출어람 이다.
부르델 전시 본부 큐레이터 조희승씨는 조각은 보는 각도와 시선에 따라 감상의 폭이 다양해 회화보다 더 매력적 이라며 회화 위주의 국내 블록버스터 전시 풍토에서 드물게 열리는 대형 조각전인 만큼 입체 조각으로 미술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대표작 <활 쏘는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영웅을 소재로 한 조각상으로 세계 조각사에 부르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다. 절제된 힘의 균형과 근육의 생동감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번 전시에는 높이 248cm, 길이 240cm에 무게 540kg에 달하는 대형 작품과 크기가 다른 습작 등 3점이 선보인다.
<활 쏘는 헤라클레스>를 필두로 2m가 넘는 대형 작품과 <베토벤 두상> 시리즈, <빈사의 켄타우로스>, <알베아르 장군 기념비> 까지 대표작들이 총망라돼 부르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생생히 보여준다. 특히 주요 작품의 경우, 아이디어 단계의 데생이나 수채화 및 습작으로 만든 조각까지 함께 전시돼 거장의 작업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6월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
활 쏘는 헤라클레스(제1버전) | 1909
브론즈 248×240×120cm
절대적인 미를 추구한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고전적인 양식과 활기찬 구조, 평면성이 돋보인다. 전설의 <스팀팔리온> 새를 겨누고 활을 당기는 긴장된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넓게 벌린 양 다리와 활을 당기는 쭉 뻗은 팔의 움직임에서 강조된 근육의 긴장감을, 허공으로 향하는 활과 머리의 방향은 강렬한 입체감과 확장된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과일 | 1906 브론즈 60×29.5×16cm
펑퍼짐한 머리 장식과 받침대 위에 과일 송이가 있는 역사적 최종 완성작. 평론계에서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은 특히 날씬한 몸매에 유연하게 몸을 구부린 여인의 섬세한 표현에 후한 점수를 준다. 고대 예술에 뿌리를 두고 있는이 현대판 이브는유일한단 하나의전통이 아니라 다양한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 지극히 구조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