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엄마들은 아기를 두고 일터에 나갈때 자신이 방금 벗은 옷가지 하나를 아기가 자고 있는 요람 속에 남겨 놓는다. 아이가 깨어났을때 엄마의 체취를 맡게함으로써 안심시키려는 의도다. 실제로 아기가 깨어났을때 단 한 번의 울음도 터뜨리지 않는다.
다른 한 필리핀 시골에서는 할머니들이 손자를 만나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아이들의 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것이다. 필리핀의 할머니들은 손자의 건강과 위생 상태를 냄새로 확인한다. 필리핀의 젊은 남녀는 사랑의 표시로 자신의 옷가지 중의 일부를 교환하기도 한다.
브라질의 보로로족(Bororo)과 세네갈의 뉴트족(Ndut)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냄새로 구분한다. 보로로족은 몸의 체취는 그 사람의 생활력과 입 냄새는 영혼과 관련돼 있다고 믿는다. 뉴트족의 관점에서 각 개인은 다른 두 개의 냄새(물리적인 냄새와 영혼의 냄새)에 의해 살아있게 된다고 믿는다. 물리적인 냄새는 몸과 입 냄새를 말하며, 영혼의 냄새는 개인이 죽을 때 다음 후손에게 전달돼 환생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뉴트족은 태어난 아이의 냄새와 죽은 자의 냄새를 인식함으로써 그 아이가 누구의 환생인 지를 분별한다.
인도에서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서구식으로 포옹을 하고 키스를 하거나 손을 잡는 대신 상대방 머리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고대 인도의 문헌에서는 이런 행위를 가장 위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말하고 있다. 발리, 미얀마, 사모아, 몽고인들은 인사할 때 상대방의 체취를 깊이 들이 마신다.
냄새에 인색한 미국·유럽
아랍의 문화권에서도 비슷한 관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말할 때 상대방의 체취를 맡는 것은 우정과 안녕을 의미한다. 하지만 입 냄새를 잘못 풍기면 상대방을 거절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것이 단순히 생물학적인 반응만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다분히 사회문화적인 행동으로까지 발전하는 것이 냄새 맡기다. 그럼에도 냄새 맡기는 언어중심의 표현문화가 발달한 서구에서 가장 별 볼일 없는 의사소통의 한 수단으로 평가 절하돼 왔다. 18~19세기 서구의 철학자나 지식인들은 시각과 청각이 모든 감각에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일차원적이고 원시적인 감각인 냄새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논리와 이성에 반하는 것으로 치부됐던 것이다.
냄새에 관한 이들의 관점은 언어에서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코를 뜻하는 ‘nose’의 속어적인(colloquial) 표현은 전부 경멸의 의미를 내포한다. 눈에 드러날 정도로 큰 코는 추함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아무튼 자연 향(natural smell)에 대해 가장 말 많은 족속이 서구 사람들이다. 이들은 몸에서 나는 냄새를 가장 불쾌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몸에서 나는 체취나 실내의 냄새가 다른 사람에서 전달되는 것을 혐오해 냄새를 희석시키기 위한 방취제나 방향제 그리고 향수를 사용한다.
일전 미국의 한 학회에 참가하고자 미국인 친구와 같이 여행을 했다. 그 친구는 나에게 해가 되지 않기 위해 주야로 겨드랑이에 데오드란트(deodorant)라는 방취제를 뿌렸다.
한번은 이란 부부가 미국 비행기를 탔다가 쫓겨난 적도 있다. 단지 냄새가 많이 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미국인들보다 방취제나 향수의 사용에 있어 한 술 더 뜨는 족속 들이 있다. 자신들의 몸 냄새를 향수로 대체하는 서구인들의 향수 취향은 지독하고도 집요하다. 상대방의 몸에서 나는 자연 체취에 대해서는 인색한 이들이 동·식물을 죽여 만든 인공 향에 대해서는 지극히 관대하다.
향수는 원래 고대 이집트의 제사의식에서 사용됐던 식물성 향료(per-fume; 라틴어로 ‘연기를 통해서’라는 뜻)가 지역의 경계선을 넘고 세대와 세대를 거치면서 본래의 뜻에서 이탈, 중세에는 신분과 계급을 구분 짓는 데 사용되기도 했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개인의 개성을 대변하는 사치성 화장품으로까지 승격됐다. 체취를 싫어하는 서구인들에게 향수는 이제 기호품이 아닌 필수품이 돼 버렸다.
하지만 지독히 냄새 혐오증에 사로잡힌 서구 외의 다른 나라에서는 도리어 냄새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된다. 극히 자연스러운 냄새에 관한 한 둘째가라 하면 서러운 족속이 인도와 태국 사이 인도양에 위치한 안다만 섬(Andaman Islands)의 옹게족(Onge)이다. 옹게족은 모든 것을 냄새로 구분한다. 그들의 달력은 매월 만발하는 꽃의 향(odor)에 기초해서 만들어진다. 각 계절 역시 특별한 힘을 지닌 천연 향(aroma-force)에 따라 이름 붙여진다.
각 개인의 정체성 역시 냄새로 구분 짓는데 이들은 자기 자신을 밝힐 때 말보다는 자신들의 코끝에 손을 살짝 대는 것으로 대신한다. 자신과 자신의 냄새를 의미하는 손짓이다. 서로 인사할 때도 이들은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지 않고 대신 ‘코는 잘 있나요(코뉴네 오노랑게-탕카 Konyne onorange-tanka)’라고 말한다.
코로 냄새 맡는 이들의 인사에도 에티켓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너무 많은 냄새를 풍기면 자신은 상대방의 냄새를 깊게 들이마셔 상대방의 냄새를 줄여주고, 반대로 상대방의 냄새가 부족하면 자신의 냄새를 상대방에게 불어넣어준다.
이처럼 냄새를 자신들의 중요한 가치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부족들에게도 냄새가 섞이는 것(odor-mixing)에 관한 엄격한 규율이 있다. 아마존의 대사나(Desana)족은 전부 비슷한 냄새를 공유한다. 결혼은 반드시 다른 냄새를 가진 부족하고만 가능하다. 선물을 교환할 때에도 한쪽 에서 고기를 주면 다른 쪽은 생선을 줌으로써 다른 냄새를 교환한다. 어떤 의식에서는 다른 냄새의 개미를 교환하기도 한다.
타문화 냄새 존중해야
지금은 냄새로 사람을 고치고(aromatherapy) 냄새로
의사소통하는 시대다. 예전에 외국에 좀 나갈라치면 된장 냄새 없애라고, 마늘 냄새 없애라고, 김치냄새 없애라고 난리쳤는데 이제는 서구의 사람들이 양약에조차 마늘을 사용하고, 음식에조차 된장을 가미하며, 김치를 맛보기 위해 한국음식점을 찾곤 한다. 예전처럼 외국 사람을 집에 초대할 때 냄새날까봐 두려워 이곳저곳에 커피가루 뿌려놓고, 된장 대신 일본식 비발효 식품인 미소시루로 대접하라는 말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