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일까요. 어딜 가나 ‘경제’라는 화두에 빠져든 이들을 쉽게 접하게 됩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행위 하나하나가 경제활동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마치 모든 국민이 한 목소리로 ‘경제’를 걱정하는 애국자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뒤끝이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걱정하는 ‘경제’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들의 걱정을 대충 요약하면 이런 줄거리입니다.

“경제가 어려워 큰일이야.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좀 나아지겠지? 사업 잘되면 내가 크게 한잔 쏠께!”

우리가 사용하는 ‘경제’라는 용어는 영어 ‘economy’와 한자 ‘經濟’의 우리말 표기로, 그 어원을 따라가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두 개의 커다란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economy’의 어원은 그리스어 ‘oikonomia’입니다. 집을 의미하는 ‘oikos’와 경영 혹은 관리를 의미하는 ‘nomia’를 합성한 것입니다. 반면 ‘經濟’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입니다.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전자가 ‘집안’을 경영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국가’를 경영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양의 개인주의 성향과 동양의 공동체 의식이 담겨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흐르면서 우리 국민의 의식이 개인적 삶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제일기획이 지난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의 13∼59세 3600명을 대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조사한 뒤 1998년과 2003년 조사와 각각 비교한 결과가 그것입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의식은 남북문제, 교통, 국내 정치, 경제, 범죄, 물가 등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반면 주식, 사회복지, 유행, 부동산, 교육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또 문화 예술, 패션 미용, 취미 여가, 재산 증식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자신을 가꾸고 가족과 여가 등 개인적인 삶을 중시하는 가치관으로의 변화가 뚜렷해졌다는 게 제일기획의 분석입니다.

<신약성서>에 맘몬(mammon)이라는 재물신이 등장합니다. “You cannot serve God and mammon(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한다)”이라는 마태복음 구절입니다. 맘몬은 부의 신 마모-나스의 이름으로 일반적으론 소득 혹은 부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원래는 인간의 종이었지만 인간의 주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경제’는 ‘Oikonomia’입니까? 아니면 ‘經世濟民’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