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경제 ’ 는 있어도 ‘ 네이버 경제 ’ 는 없다
‘인터넷 권불삼년(權不三年)’이란 말이 있다. 인터넷 업계 제왕 자리가 10년 새 세 차례나 바뀐 것에 빗댄 용어다. 실제 이 법칙은 국내 포털 업계에 그대로 적용돼 왔다. 초창기 포털의 ‘패권자’ 야후는 2001년 다음에 선두 자리를 빼앗 겼고 다음은 2004년 말 네이버에 밀려났다.
그렇다면 한국 포털의 제3대 챔피언 네이버 운명은 어떻게 될까. 네이버는 일단 ‘3년 천하’의 데드라인을 넘겼다. 오히려 2위와의 격차를 벌려가며 장기집권 채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73%(랭키닷컴 기준)에 이른다. 2위 다음(16%)과 비교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세계 1위 구글은 네이버라는 ‘벽’에 부딪혀 1.4% 점유 율로 ‘굴욕’ 수준이다.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의 자국 점유율 55%, ‘야후재팬’의 일본 점유율 53.9%와 비교해 볼 때 네이버는 한 ·중·일 3국 포털 게임에서도 ‘독점력’ 면에서 단연 선두다.
오프라인선 삼성, 온라인에선 ‘네이버 공화국’

이 때문에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은 오프라인에선 삼성 공화국, 온라인에선 네이버 공화국”으로 회자된다. 1년 매출액이 150조원에 이르고 ‘주식회사 한국’ 경제의 20%를 좌우한다는 재벌에 붙은 감투가 연 매출 1조원에 불과한 네이버에도 붙은 셈이다.
어떻게 매출액 서열 국내 333위(2006년 기준)인 NHN에게 공화국이란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걸까. 정답은 갈수록 커지는 인터넷 영향력과 네이버가 인터넷에서 쥐고 있는 헤게모니간의 함수관계를 따져보면 쉽게 나온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이금룡(57) 오픈옥션 회장은 네이버 파워를 이렇게 말한다.
“한국 포털은 ‘네이버 천하’다. 여타 포털과의 승부는 이미 끝났다. 점유율은 네이버 마음대로 조정이 가능하다. 이동통신 업계에서 차지하는 SK텔레콤의 지위 이상이다. 모든 콘텐츠 업계가 네이버를 ‘상전’처럼 모신다.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네이버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국 인터넷 생태계의 거대한 포식자다. ”
이 같은 인식은 국내 포털 1위로서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와 함께 네이버에 휘둘리고 있는 전체 인터넷 업계의 종속 심화라는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실제 온라인에 접속하는 관문이 포털이고 그 포털의 제왕이 네이버다.
하루 방문객은 1600만 명에 달하며 하루 평균 네이버를 치는 페이지뷰 건수는 10억 건이다. 한국인 두 명 중 한 명(52.7%)이 네이버를 시작페이지 놓고 있다는 통계도 잡힌다. 네이버를 통해 인터넷에 들어가고 뉴스를 보며 네이버와 함께 하루를 보내는 셈이다. 이쯤 되면 ‘네이버 중독’이란 말도 무리는 아니다.
방문자 한 명 한 명, 클릭 수 하나하나가 모두 네이버의 수익으로 직결된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9200억원. 이 가운데 3895억원이 영업이익이다.
1000원 어치를 팔면 420원을 이익으로 남긴다는 얘기다. 영업이익률 42%는 산업 평균인 7%의 6배에 이르는 효율성이다. 업계 2위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 261억 원(영업이익률 약 5%)과 대비된다.
“1000원 어치 팔면 420원씩 남겨”
올해도 NHN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 성장한 1조2700억원, 영업이익은 이익률 42%를 예상한 5334억원을 제시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NHN 자체 전망보다
더 높여 추정한다. 3월12일 내놓은 삼성증권의 NHN 분석 리포트를 보면 올해 매출액은 1조3000억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5748억원으로 늘려 잡고 있다.
실제 올 들어 1분기 성적표도 A급이다. LG투자증권 보고서(2월29일)에 따르면 “NHN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5%, 45.1% 증가한 2894억원과 1242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검색광고 매출액은 487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9202억원의 53%에 달한다. 황승택 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검색 광고의 시장 지배력이 NHN의 핵심 무기”라고 단언한다.
국내 온라인 광고 시장은 2007년 말 현재 전체 광고 시장의 약 16% 비중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19% 수준으로 증가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 관측이다. 이른바 4대 매체(TV, 라디오, 신문, 잡지) 광고 시장이 정체돼있고 TV는 지난해 3.5%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재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010년엔 온라인 광고 비중이 27.7%에 이를 것”이라며 구체적 숫자까지 거론한다. 매출액 절반 이상을 검색광고를 통해 기록 하는 NHN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키는 대목이다.
검색광고 시장 지배력과 함께 NHN은 지난해 게임에서 매출액 2429억원을 올렸다. 전체 매출액 대비 28% 비중이다. 이밖에 배너광고를 뜻하는 디스플레이광고에서 1214억원(13%), 전자상거래에서 574억원(6%)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NHN의 수익성은 검색과 게임이 조화를 이룬 절묘한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나온다”면서 “NHN 10년 역사를 보면 초기엔 게임이 돈을 벌고 중기엔 검색이 돈을 벌다가 지금은 둘 다 돈을 잘 버는 구조”라고 분석한다.
인터넷 생계태의 거대 포식자 논란
그러나 한국 포털의 절대강자 네이버를 보는 외부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삼성 공화국의 당사자 삼성이 최근 비자금 문제로 코너에 몰려있듯 네이버 또한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발간한 <네이버공화국>의 저자인 김태규씨(코리아 타임스 기자)는 “네이버가 현재 상황에 안주할 경우 1위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 고 경고한다.
분명한 점은 네이버의 시련은 경영실적 등 ‘숫자’에 따른 위기론이 아니란 사실 이다. 실적으로 말하면 네이버 독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데는 여의도 분석가들뿐 아니라 경쟁업체들인 포털 업계에서도 이견이 없다.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이유는 한국 인터넷의 최대 사업자로서 네이버의 ‘역할론’에 있다.
과연 네이버는 한국 1등 포털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또 업계 맏형 으로서 인터넷 생태계 조성에 도움을 주는 존재인가. 이에 대해 업계의 대답은 싸늘하다. 요는 ‘인터넷 생태계의 거대한 포식자’라는 반응 일색이다.
구글과 야후 등 다국적 포털 업체들의 공세를 물리치고 한국 검색 시장을 지켜낸 토종 포털로 칭송을 듣던 네이버를 보는 시각이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전문가 들은 “네이버를 위협할 복병은 구글도, 다음도 아닌 현재 78%(코리안클릭 2월말 데이터 기준)에 이르는 독점적 지배력”이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독점에 대한 거부감이다. 포털 수익성을 평가하는 잣대인 높은 시장 점유율이 아이러니컬하게도 네이버 발목을 잡을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셈이다.
최휘영 NHN 대표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네이버 1위는 말 그대로 국내 1위일 뿐이다. 해외에서 네이버는 말 그대로 신출내기다. 주변에서는 네이버가 떼돈을 벌고 있다고 아우성이고 인색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네이버가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불과 2, 3년 전부터다. 내년에 네이버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게다가 시가총액 150조원에 연간 매출이 15조원에 달하는 구글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물론 최 대표의 항변에 일리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네이버 점유율이 높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는 시각은 없다. 핵심은 네이버와 CP(콘텐츠 제공업체) 관계가 상생(윈-윈)관계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네이버가 인터넷 ‘관문’으로서 역할뿐 아니라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려는 전략에 인터넷 업계 전문가들은 의문부호를 다는 것이다.

제조업에 빗대면 대기업 발주업체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했다는 게 CP들의 하소연이다.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포털이 콘텐츠 업체들의 생존 기회를 박탈해선 안 된다”면서 “이용자들이 포털 내 블로그 등을 통해 콘텐츠를 보면서 클릭 수를 높이고 이를 통해 포털이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포털 전체를 향한 메시지이지만 사실상 시장 78%를 쥐고 있는 네이버에 대한 비판이다. 오죽했으면 “인터넷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영화의 스크린쿼터처럼 네이버의 광고수익을 일정비율로 제한하는 ‘광고 쿼터제’를 도입하라”(이정민 인터넷콘텐츠협회장)는 말까지 나올까.
‘칼’ 빼든 공정위, 제재 수위에 촉각
높은 시장 점유율은 우선 정부의 ‘규제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실제 ‘재계의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네이버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포털 전체가 조사 대상이지만 타깃은 네이버에 맞춰져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서초동 다음 본사는 자회사에 광고 물량을 밀어준 혐의가 포착됐음에도 ‘여유’가 있는 반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콘텐츠 공급업체와 거래 관계에서 부당한 조건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분당 NHN 본사는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이번 공정위 조사의 최대 관심사는 NHN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는가 여부다. 포털의 검색, 메일, 뉴스, 블로그 등 여러 서비스를 하나로 볼 것인지, 서비스별로 떼어내 시장범위를 줄일 것인지가 논란거리다.
현재로서는 공정위가 포괄적인 잣대로 NHN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 한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4월로 예정된 공정위 전원회의 결정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최종 확정되면 당장 네이버는 규제의 덫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거액의 과징금 부과는 3260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NHN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각종 서비스 약관에 대한 심사를 비롯, 당장 서비스 개발과 운영에 차질을 빚는 게 문제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국세청은 최초로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고 정보통신부(현 지식경 제부)는 이른바 ‘포털 규제 TFT’를 구성, 포털을 규제할 법적 근거 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구글의 ‘다음 인수’ 땐 판도 변화
NHN을 난처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 은 이른바 조직적인 ‘반 네이버 정서’가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1위 싸움에서 밀려난 포털 업계뿐 아니라 하청업체로 전락한 콘텐츠 업계, ‘포털 저널리즘’에 밀려 뉴스 CP로 전락한 언론사들도 네이버에 반감이 크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최근 ‘안티 네이버 연합 전선’이 형성된 근본 이유는 인터넷 선두업체로서 상생모델 구축의 실패와 함께 네이버의 ‘폐쇄성’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구글은 자사와 함께 주변 협력업체들이 함께 성장하는 ‘구글 이코노미’를 갖춘 반면, 네이버는 ‘네이버 이코노미’가 아예 없다는 얘기다.
UCC 업계의 한 CEO는 “솔직히 네이버는 콘텐츠 업계 등 중소업체들의 희생을 통해 배를 불리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검색과 게임, 쇼핑이 조화를 이룬 사업 포트폴리오가 증권가에서는 ‘환대’를 받지만 정작 네이버가 속한 업계에서는 비판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격이다.
폐쇄성 논란은 네이버의 기본 전략에 따른 결과다. 사실 네이버는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 성(城)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용자들에게는 성 안에서만 움직일 것을 강요하는 시스템이다. 네이버를 ‘벽이 쳐진 정원(Walled Garden)’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다음이 제공하는 동영상은 엠파스나 야후에서는 검색되지만, 네이버에서는 다음의 동영상을 찾아볼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관문’이라는 포털의 본래 기능보다는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이용자들로 하여금 블로그나 지식iN 등 자체 콘텐츠를 쌓게 함으로써 폐쇄된 성을 구축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닫힌 제국’으로서 네이버를 비판한 셈이다.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에 아웃링크제를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웹의 정신인 개방과 공유를 무시하고 콘텐츠를 개방하지 않는 ‘폐쇄정책’은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게 ‘반 네이버 전선’에 선 사람 들의 지적이다.
외견상 네이버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구글이다. 그러나 당장 구글이 네이버와의 검색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의뢰한 ‘네이버 대 구글의 최종 승자’에 대한 설문에서 분석가들은 100% 네이버의 압승을 점쳤다.
최찬석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아웃링크 철학은 다수의 DB와 사용자 친숙성의 무기를 가진 네이버의 ‘벽 쳐진 정원’ 전략 때문에 한국서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강록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구글이 지금처럼 직접 진출을 계속 시도할 경우 1위 업체인 네이버와 2위인 다음의 경쟁력에 밀려 3년 내 자연도태 될지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그럼에도 구글이 네이버의 위협 요인이라는 가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M&A(인수합병)설 때문이다. 여의도 증권가에는 KT와 함께 구글의 ‘다음 인수설’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다음 인수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라며 “이 경우 상황은 급변할 것”이라고 ‘구글 변수’를 언급했다.
네이버를 1등 포털로 만든 일등공신인 지식검색 이후 ‘간판 상품’이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최찬석 애널리스트는 “지식iN 이후 ‘킬러 서비스 ’ 부재는 경쟁업체의 도약을 허용할지 모르는 잠재적 위협 요소”라고 말한다.
실제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블로그 성장률은 다음(42%)이 네이버(15%)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문 블로그 서비스 ‘티스토리닷컴’ 인수를 통해 다음은 블로그 서비스 주도권을 놓고 네이버를 위협하는 양상이다. 검색 시장 점유율도 올 들어 소폭이지만 네이버는 정체 내지 하락, 다음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랭키닷 컴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연말 73.7% 점유율에서 올해 2월말 72.85%로 하락한 반면, 다음은 15.13%에서 16.29%로 상승 추세다.

네이버 측은 미세한 점유율 변화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NHN 관계자는 “네이버의 근본적인 리스크는 검색 트래픽이 줄거나 그 성장 추세가 꺾이는 것인데, 현재 매출과 트래픽 점유율 모두 증가세에 있다”며 낙관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 검색 시장 성공은 사운 건 도전”
내수 기업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건 네이버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글로벌 네이버’로의 변신은 인터넷 거대 포식자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유력한 해결책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달리 국내 검색 시장은 규모가 작아 ‘닫힌 검색’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는 게 네이버의 논리다. 해외 진출 성공 시 콘텐츠 업체, 전자상거래 업체, 인프라 ·서비스 업체와의 동반 진출을 통해 상생 모델로 바꿀 수 있다는 게 NHN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강록희 애널리스트는 “일본 게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네이버재팬 효과로 일본 검색 시장 진입도 일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반면 이왕상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산업은 문화적 장벽이 분명 존재한다”면서 “외국 검색 시장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최찬석 애널리스트는 “ 국내 인터넷 기업이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는 게임사 몇군데를 빼고는 없다”면서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실패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하면 네이버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1999년 6월 설립된 NHN은 창업 1년여 만인 2000년 9일 한게임 재팬 법인을 세웠다. 출발부터 세계 진출을 목표로 세워진 게 사실이다. 현재 NHN재팬이 운영하는 일본 한게임이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꼽힌다. 2월말 현재 2500만 회원 수와 13만7000명의 동시 접속자 수를 보유,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성적표는 90억엔 매출액에 영업이익은 7억엔 수준이다. 2004년 중국 해홍사와 공동 운영하고 있는 ‘렌종’은 중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게임 포털이라는 게 NHN 측 설명이다. 2005년 7월 설립한 NHN 미국 법인은 지난해 게임 포털 이지닷컴 서비스를 시작한 정도다.
NHN 측은 “올해 일본에서 120억엔과 중국에서 3억위안을 통해 총 1400억원 가량의 해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NHN의 세계 진출은 아직 까지 게임 위주다. 전문가들은 검색 시장의 성공 여부가 열쇠라고 말한다. NHN의 한 관계자는 “올해 일본 검색 시장 진출은 사운을 걸고 추진하는 과제”라며 “현재 검색 서비스에 필요한 검색엔진과 서비스를 구성한 기본 작업은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올해는 ‘글로벌 네이버’로 도약할 수 있는지 시금석이 갈리는 첫 해가 될 전망이다.
2008년은 ‘국민 포털’ 네이버로서는 ‘인터넷 권불삼년’을 극복한 첫 해다. 실적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지만 주위 견제가 만만찮다. ‘칼’을 뽑아든 공정위, 상생 구조를 갖추라는 인터넷 업계의 압박, ‘인터넷 1등 기업으로서 책임론’ 등 안팎의 협공에 시달리는 양상이다.
올 한 해 5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이는 ‘검색 황제’ 네이버를 ‘위기 상황’에 빠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방과 공유를 기본 정신으로 하는 웹 2.0 시대에 맞춰 네이버도 바뀌어야 한다는 전방위적 ‘압력’에 직면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터넷 권력과 덩치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시대 요구에 이해진 NHN 설립자(이사회 의장)와 최휘영 대표는 ‘네이버 이코노미’라는 한국적 인터넷 기업 상생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대응이 주목 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