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하다. 본격적인 봄나들이에 내비게이션의 필요성을 느끼는 때다. 모처럼의 나들이가 꽉 막힌 도로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내비게이션을 활용해보자. 길안내 기능뿐만 아니라 DMB 시청, 음악 ·영화감상, 노래방 기능이 탑재돼 있어 ‘따분한 운전’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최근에는 ‘티펙(TPEG: Transport Protocol Expert Group)’ 기능이 내장된 내비게이션이 지·정체 구간을 피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준다.

국내는 아이나비, 해외는 엑스로드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시장은 2004년 약 20만 대, 2005년 약 80만 대, 2006년 약 120만 대, 2007년 150만 대로 급성장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차량등록 대수가 1600만 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5년 동안 내비게이션 시장이 1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양사가 시장 40% 장악

국내 내비게이션 회사는 90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3.4개 업체가 시장을 상당 부분 장악하고 있다. 맞수는 팅크웨어와 지오텔이다. 현재 두 회사의 내비게이션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지난해 팔린 150만 대의 내비게이션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3000억~3500억원 정도다.

팅크웨어의 지난해 매출액은 1622 억원 . 여기에는 전자지도 및 SK 텔레콤에 공급한 콘텐츠 ( 친구 찾기 ) 매출액도 포함돼 있다 . 순수 내비게이션 매출액은 1000억원 ( 수출 포함 ) 을 약간 상회한다 . 지오텔의 매출액은 지난 2006 년 772 억원보다 150 억원 증가한 926 억원 . 이 가운데 국내 매출은 700 억원 정도다 .

국내 시장에서는 팅크웨어가 앞서가는 형국이다 . 하지만 해외 시장은 지오텔이 앞선다 . 지오텔은 현재 32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 내비게이션 수출 1 위다 . 

지오텔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내비게이션 기획 단계부터 ‘ 글로벌 스탠더드 ’ 를 기준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 단지 제품을 개발 , 생산해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될 나라에 직접 가서 ‘ 필드 테스트 ’ 를 거친 후 수출한다 . 이 회사는 호주 ,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 , 브라질 , 그리스 등에서 휴대용 내비게이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 특히 작년에는 IT 강국인 일본에 자가 브랜드인 ‘ 엑스로드 ’ 로 내비게이션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 지오텔은 올해 미국 , 유럽 , 일본을 타깃으로 수출 비중을 80% 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

반면 팅크웨어는 유럽을 자사 브랜드 세계화의 시발점으로 삼고 있다 . 지난해에는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에 200 억원어치를 수출했다 .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을 처음 연 것은 팅크웨어다 . 김진범 사장이 직장 ( 대우통신 ) 을 그만두고 회사를 창업한 것은 1997 년 . 김 사장은 2000 년 국내 최초로 PDA 기반의 내비게이션 ‘ 아이나비 320’ 을 내놨다 .

이후 2004 년 내비게이션 전용단말 제품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 2004 년 매출 205 억원 , 영업이익 13억원의 실적에서 2007 년 매출 1622억원 , 영업이익 219 억원으로 급성장했다 . 불과 4 년 만에 매출은 8 배 , 영업이 익은 9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

팅크웨어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독자적인 전자지도 개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아이나비 맵은 국내 최고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전국 디지털 항법 지도다.

지오텔은 2000년 텔레매틱스 전문기업으로 설립됐다. 이봉형 사장은 텔레매틱스 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2004년 국내 최초로 탈부착이 가능한 ‘포터블 내비게이션’을 선보였다. 시장의 관심은 뜨거 웠다. 당시 내비게이션은 차 오디오 부분에 설치돼 있거나, 차량 대시보드 위에 접착식으로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를 경쟁업체들이 모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탈부착이 가능한 내비게이션이 대세를 이루게 된 것이다. 특히 지오텔은 내비게이션 ‘트렌드 세터’로 유명하다. 2006년 독일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에 ‘DMB’ 기능이 있는 내비게이션 ‘엑스로드 Z’ 시리즈를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해 그 해 가장 많이 팔린 내비게이션이 됐다.

2007년 10월에 하드웨어 전문기업인 카포인트와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지오텔이 합병하면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카포인트는 하드웨어 기술과 해외 네트 워크가 강한 회사이고, 지오텔은 무선 솔루션의 강자여서 향후 무선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단말기를 출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오텔 관계자는 “GPS 모듈을 자체 개발했으며, 북미 전자지도를 출시해 미국 시장 진입 준비를 마쳤다”며 “향후 유럽, 아시아, 남미 등의 전자지도를 추가로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석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팅크웨어 ‘G센서’로 차별화

양사의 내비게이션은 기술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지오텔이 맵앤소프트의 전자지도인 맵피 유나이티드를 사용하는 반면, 팅크웨어는 자체적으로 만든 전자지도인 ‘아이나비 맵’을 탑재했다. 팅크웨어는 자체 지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리얼 3D 전자지도인 ‘아이나비 3D’를 공개했다. 이 지도는 운전자가 도로 주변 정보를 정확하고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주행 중인 도로와 차량 주변 환경을 현실감 넘치는 3차원 입체영상으로 보여준다.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시야로 전방도로 환경을 보여주는 ‘드라이브뷰’를 통해 실제와 같은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지도를 자체 보유한 팅크웨어는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맞추고 있다. 지도 위에 들어가는 콘텐츠에 광고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 졌다. 지도에 광고주의 영업점 위치를 표시하고, 상세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회사는 이를 통해 지도 콘텐츠는 물론 안정적인 수익 사업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팅크웨어가 보유한 ‘G센서’도 차별화 요인이다. 위성 신호를 받아 위치를 파악 하는 GPS(위성항법장치) 기술을 이용한 내비게이션의 최대 약점은 위성 수신이 되지 않는 지역(음영 지역)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터널이나 지하 차도, 고가도로 아래 지역 등에서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G센서라는 칩을 내장하면 터널 등 음영 지역에서도 길 안내를 해준다.

팅크웨어는 지난 2월 ‘아이나비 ES200’을 선보였다. 보급형 7인치 DMB 내비게이션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다. DMB, MP3 플레이어, 노래방, 차계부, 게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이 내장돼 있으며, 후방 카메라와 외장 하드등 다른 멀티미디어 기기와 연결이 가능하다. 2기가가 39만9000원, 4기가가 44만9000원이다. 회사 측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2008년 최신 보급형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리얼 3D 전자지도가 적용된 프리미엄급 신제품 출시와 G센서가 내장된 고급형 및 보급형 제품의 라인업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지오텔 방향 지시 램프 독특

지오텔은 ‘엑스로드’ 후속 시리즈로 대응에 나선다. 지오텔이 출시한 ‘울트라 나비’는 최고 사양의 CPU와 LCD를 채택했으며, 삼성전자의 30G 하드웨어를 내장 할 수 있다. 여기에다 2~3시간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배터리를 채택하면 야외에서도 영화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비밀번호 기능이 있어 사용자를 제한할 수도 있다. 후방 카메라 자동 전환 기능은 후진과 주차할 때 매우 편리하다.

회사 관계자는 “울트라 나비는 듀얼 DMB 모드가 있어 DMB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TPEG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내비게이션 좌우에는 방향 지시 램프가 있다. 이동 방향에 따라 좌우의 램프가 깜박거리면서 회전 방향을 미리 알려준다. 지오텔만의 특허기술이다. 가격은 4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