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지원사격 ‘보약’ 충전 ··· 신규 사업서 성패
지난 2월19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서 가진 기업 이미지(CI), 브랜드 이미지(B1) 선포식은 변신의 신호탄. 이 자리에서 프로스펙스는 국제상사라는 간판을 떼고 ‘LS네트웍스’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걸었다. LS네트웍스 한 관계자는 “새 사명은 LS네트웍스가 LS그룹 내 산업재와 소비재 사업을 연결해주는 ‘가교’의 임무를 띤 이름”이라고 의미를 단다.
LS네트웍스로 사명 변경 후 ‘공격’ 선언
대내외에 LS그룹 일원이 됐다는 사실을 알린 이날 행사에서는 새로운 사명, CI, BI 발표와 함께 중장기 비전도 제시됐다. LS네트웍스를 이끌 선장으로 1년전 영입된 이대훈(56) 사장은 “LS네트웍스를 2010년 5000억원, 2015년 1조원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선포한 것. 특히 구자열 LS그룹 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이 사장에게 출범기를 전달하는 등 LS네트웍스의 새 출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도 연출됐다.
2007년 1월 인수해 지난해를 준비 기간으로 썼다면 2008년은 사실상 제2의 창업 원년으로 삼겠다는게 LS네트웍스의 시간표다.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새로운 CEO 영입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내부 전열’에 힘을 쏟았다면 올해는 모터사이클 사업 등 신규 사업 개발과 같은 ‘공격’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과연 450여 명의 LS네트웍스 임직원들은 부활의 노래를 합창할 수 있을까. 일단 여의도 애널리스트들은 긍정적으로 본다. LS그룹의 ‘우산’을 쓴 것 자체가 ‘날개’를 단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LS그룹 부회장은 LS네트웍스의 이사회 의장이자 LS네트웍스 회장이란 직함도 달고 있다. 여기에 구 부회장의 동생인 구자용(53) E1 사장은 LS네트웍스의 부회장이기도 하다. 특히 구 부회장은 이번 CI 선포식뿐 아니라 지난해 10월 프로스펙스의 ‘퓨처스토어’ 1호점 개점 등 틈날 때마다 LS네트웍스 행사에 참석하는 공을 들이고 있다.
한마디로 LS네트웍스는 구씨 일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지배구조인 셈이다. 이는 ‘실탄’이 풍부한 오너의 자금 지원 여력을 키웠다는 평가를 듣는다. 실제 LS네트웍스로 공식 출범한 2월19일 당일 주가는 12.64% 급등하기도 했다.
용산 개발로 ‘자산가치’ 상승 호재
주익찬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2월 E1 보고서를 통해 “국제상사(현 LS네트웍스) 소유의 국제빌딩은 용산 국제업무단지 조성과 주변 도시 개발로 향후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남옥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 국제상사 주가가 급등한 시점에서도 “국제상사의 적정가치 밴드를 최소 1조910억원에서 최대 1조4910억원으로 상향조정한다” 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향후 3년 내 매각 가능성이 높은 김해공장 가치를 높이 산 데다 E1으로 인수된 후 국제상사의 영업이익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한 전망치다.
LS그룹 내부에서도 국제상사 인수는 ‘복덩이’를 잡은 것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용산 역세권 국제 업무 지구 개발 사업이 확정되면서 용산에 본사를 둔 기업들의 가치가치가 급증한 데 따른 결과다.
사실상 LS네트웍스의 93.52% 지분을 보유한 E1은 ‘표정관리’가 필요한 상황. 장부가 757억원(토지 504억원+건물 253억원)인 이 빌딩은 최근 용산 개발로 인해 최소 6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자산가치가 늘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S그룹으로 인수된 지난해 성적표만 놓고 봤을 때 LS네트웍스의 재도약은 ‘장밋빛’만이 아니란 사실이 확인된다. LS그룹이 인수한 첫해인 2007년 결산 실적을 보면 오히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이 적자에서 흑자(193억원)로 돌아선 점을 빼면 부정적 사인이 오히려 더 많다. 매출 총 이익은 841억원에서 796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영업이익률도 16.7%에서 10.2%로 떨어졌다.
최근 4년간 국제상사 손익계산서를 봐도 LS네트웍스의 급격한 재도약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매출액은 2133억원으로 4년 전인 2003년 2089억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 국제상사의 전성기 때인 1980년 당시 매출액 4704억원에 비하면 덩치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영업이익은 4년 새 424억원에서 218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순익도 215억원에서 193억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2000년대 들어 LS네트웍스는 외형은 제자리 걸음인데 내실은 오그라드는 모양새를 보여 온 셈이다.
여기에 LS그룹 내 위상도 아직은 ‘변방’일 뿐이다. LS그룹 홈페이지에는 주력 6개사(LS전선, LS산전, LS니꼬동제련, 가온전선, E1, 예스코) 명단만 나와 있다. LS그룹 고위 관계자는 “LS네트웍스는 B2B(기업간 거래) 위주로 편성된 LS그룹에 B2C(기업-소비자 거래) 진출의 가교 회사로서 의미는 있지만 아직은 덩치나 중요성 면에서 큰 비중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4년 새 영입이익 ‘반 토막’ 극복 과제
실제 LS네트웍스는 LS그룹 주력 계열사 6개사 가운데 매출액 기준 서열 3위인 E1(2조997억원 ·2006년 기준)의 자회사일 뿐이다. LS네트웍스의 2133억원 매출액은 LS그룹 전체 매출액 15조원의 1.42%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대훈 사장의 고민이 숨어있다. 당장 매출 증대를 통한 외연 확대와 함께 안정적 성장구조를 갖춘 그룹 내 유일한 소비재 회사로서 LS그룹 주요 계열사로 편입되는 것이 과제다.
최근 프로스펙스 신발 국내 생산 중단을 밝힌 것도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다. 신발 매출액은 LS네트웍스의 매출액 가운데 50%에 이르는 핵심 사업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따른 조치다. 향후 프로스펙스 신발 생산은 국내 또는 중국 등 해외 OEM 제품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LS네트웍스가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함께 3만3000평에 이르는 김해공장 부지에 대한 재투자 계획을 세울 것”으로 전망한다.
이 사장은 이와 함께 2015년 매출 1조원 돌파를 위해 ▷해외 진출을 통한 프로스펙스의 글로벌화 추진 ▷해외 유명 스포츠, 캐주얼, 아웃도어 브랜드 도입 ▷신수종 사업 개발 등의 방법론을 제시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지난 2월29일 서울 역삼 동에 문을 연 BMW 모터사이클 매장 ‘모터라드 강남’을 주목하고 있다. 신규 사업 개발을 외쳐온 LS네트 웍스의 첫 작품이란 상징성 때문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외관만 봐도 LS네트웍스가 이 사업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증권사의 한 분석가는 “LS네트웍스가 주력 브랜드인 프로스펙스 외에 새로운 시장 진출의 첫 시도라는 점에서 BMW 모터사이클 사업이 성공하면 향후 제2, 제3의 신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말로 이 사업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글로벌 프로스펙스 실현을 위해서는 중국과 베트남을 최우선 타깃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에는 내년에 프로스펙스 브랜드를 리뉴얼한 고급 브랜드로 나이키, 아디다스에 도전장을 던질 계획으로 알려졌다.
해양스포츠 분야도 LS네트웍스의 새 사업으로 편입될 전망이다. 올 1월1일 한국수중협회가 백두산 천지에서 개최한 수중다이빙 행사를 후원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밖에 LS네트웍스는 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본사와 현재 활발한 접촉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보유 부동산을 활용해 자산가치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11월부터 400억~500억원을 투입한 LS용산타워 리모델링 사업은 2010년 완료할 예정. 이밖에 LS 네트웍스는 김해공장과 인천원목장(3만7309㎡), 성남물류·냉동창고(1만6063㎡) 등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스펙스라는 알짜 브랜드 외에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로 ‘명가 재건’을 꿈꾸고 있는 LS네트웍스가 사업 성공을 통해 LS그룹 내 ‘효자’로 재탄생할지, 아니면 사업 실패에 따라 ‘서자’로서 설움을 당할 것인지, 2008년은 그 판단의 시금석이 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국제상사의 영욕사
국제상사는 1949년 국제화학고무주식회사로 창립, 지난 59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신발 기업이란 역사를 갖고 있다. 왕자표 신발을 선보이며 1960년대와 1970년대 우리나라 신발 업계를 주도해왔다.
성장의 변곡점에는 1981년에 내놓은 독자 브랜드 ‘프로스펙스’가 이끌었다. 프로스펙스는 국내 기업에 의한 자체 신발 브랜드 시대를 알린 전주곡이었다. 이어 프로스펙스는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공식 스포츠화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의 성장에 속도를 더했다.
1975년 종합무역상사로 지정된 국제상사는 1980년대 초반 10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해 갔다. 특히 국제상사는 당시 23개 계열사를 보유한 국제그룹의 대표 회사로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당시 국제그룹은 재계 서열 7위의 대기업이었다.
그러나 국제그룹 해체와 IMF(국제통화기금) 쇼크 여파로 국제상사는 부도 후 법정관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회사 정리 절차를 밟는 동안 2002년부터 2006년 말까지 4여년간 이랜드와 법정공방을 거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LS그룹 계열인 E1이 국제상사를 인수, 법정관리에서 졸업하며 올해 2월 LS네트웍스란 이름으로 사명을 바꿔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