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의 확산과 공익법인의 설립

서울에 거주하는 김우성씨(가명·75)는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대로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만들고자 한다. 두 명의 자녀가 있지만 나름대로 잘 살고 있고 김씨 본인이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너무 고생해서 좋은 유치원을 설립해 가난하거나 부모가 없는 어린아이들을 돕겠다는 생각이다. 김씨는 간단히 대학에 장학기금으로 기부하는 일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고자 한다. 세제 혜택도 있어 잘 활용하면 좋은 일을 한다는 보람과 절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 

해마다 세계 최고 부자에 이름을 올리는 빌 게이츠는 부인과 함께 기부단체인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을 설립해 매년 2조원 이상의 엄청난 액수를 기부한다. 이 재단은 아프리카 에이즈 치료 사업이나 공공 도서관, 인구문제, 교육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와 사람들이 의료 해택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에이즈와 같은 불치병을 연구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고, 공공도서관을 확충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문학자,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평생 모은 재산을 배우자나 자녀에게 상속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부의 축적이 많이 이루어짐에 따라 재산을 가족에게만 물려주기보다는 사회에 환원해 좋은 일에 쓰도록 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몇몇 부자의 경우 아무런 계획 없이 자녀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오히려 자녀의 앞길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도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의 복지단체나 학교 등 장학재단에 기부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지만 새로운 재단법인을 설립해 자신의 가치관과 계획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사람도 많이 늘고 있다.

출연 재산 3년 안에 본래 취지대로 쓰여야

민법상 ‘재단법인’은 학술, 종교, 자선, 사교, 기타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재단법인으로서 사회 일반의 이익에 공여하기 위해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중 공익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법인을 ‘공익법인’이라 한다. 재단법인은 주무관청의 설립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무관청은 재단법인에 있어서 출연 재산의 수입(기본재산)으로 목적 사업을 원활히 달성할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설립허가를 한다. 주무 관청은 목적 사업이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출연 재산의 수입 등으로 조성하는 재원의 수입으로 목적사업을 원활히 달성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목적 사업이 적극적으로 공익을 유지·증진하는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설립을 허가한다.

김씨와 같이 재산을 공익 목적으로 출연해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세제 혜택도 있어서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다. 본인이 생전에 직접 재산을 출연해도 되고, 사후에 재산이 단순 상속되기 보다는 장학재단 등을 설립해 운영하도록 유언으로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익법인에 출연하도록 해도 된다. 이 경우 상속세는 상속세 및 증여 세법 제16조에서 “피상속인 또는 상속인이 종교, 자선, 학술, 기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자(공익법인 등)에게 출연한 재산에 대하여는 상속세 신고 기한내에 출연한 경우에 한하여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상속세가 없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유지를 받들어 공익법인 등에 재산을 출연하고자 한다면 상속세 신고 기한인 상속 개시일로부터 6월 내(상속받은 재산을 출연하여 공익법인 등을 설립하는 경우로써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종료된 날부터 6월)에 출연하면 된다. 다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출연 받은 재산을 출연 받은 날부터 3년 내에 출연 목적에 전부 사용해야 하며, 출연 받은 재산을 출연자나 그 친족에게 사용·수익하게 함으로써 출연 목적 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한편, 정부에서는 공익법인에 대한 조세 지원이 탈세 수단이나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공익사업이 본래의 목적대로 충실히 수행되고 있는지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상속인이 출연 받은 공익법인 등의 이사가 되거나 이사의 선임 기타 사업 운영에 관한 중요 사항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 공익법인을 출연자가 지배해 출연재산 및 운영자금을 가공경비(가공공사비) 등으로 계상하고 사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부의 증식·

세습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무분별한 계열기업 확장으로 지주회사화하는 경우 그리고 내부 통제 미비에 따른 출연금 횡령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여 세금을 추징하거나 관련법에 의해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상속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원래의 취지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김씨는 본인의 희망대로 1년 전 유치원을 운영할 목적으로 재단법인 형태의 장학회를 설립했으며, 재산 대부분인 20억원을 출연했다. 출연된 재산은 유치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건물과 부지 등 부동산 구입비용과 운영비로 사용했다.

설립 초기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유치원 운영도 힘들기 때문에 김씨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본인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유치원을 직접 운영할 것이며, 사후에는 설립 취지를 잘 반영하여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좋은 교육 혜택을 받도록 전문가에게 맡길 예정이다. 두 자녀도 아버지의 깊은 뜻을 이해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