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리모델링 명문 골프장 반열에 들어서다

지난 3월29일 경기 샹그릴라 컨트리클럽(이하 샹그릴라CC)도 겨우내 단장을 마치고 봄바람과 함께 문을 활짝 열었다. 클럽하우스와 골프코스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신규 골프장 못지않은 최신시설로 탈바꿈했다.
경기관광개발이 운영·관리하는 이 골프장은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오향리에 있다. 중부고속도로 곤지암IC에서 불과 10여 분 거리다. 서울 도심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접근성도 좋다.
골프장 입구 오향리 마을에는 ‘아름다운 오향리 우리의 자산입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지역사회와 공존하겠다는 샹그릴라CC의 약속이다. 이후에 알았지만 이러한 약속은 말로만 끝난게 아니었다. 샹그릴라CC 전 직원들은 지난 3월28일 오향천 2km 구간을 청소했다고 한다. 주운 쓰레기가 50리터 종량제 봉투 22장에 가득 찼을정도. 이를 지켜보던 오향리 주민들은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시했고, 골프장 직원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고.
골프장 입구에서 클럽하우스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새롭게 조경한 듯 작은 느티나무와 벚꽃 나무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다. 경계석 공사가 아직 진행 중인곳도 보인다. 클럽하우스도 새로 지어진 게 한눈에 느껴졌다. 오리엔탈 클래식풍의 클럽하우스 내부는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다. 전면 유리로 이뤄진 대식당과 스타트하우스의 탁 트인 전망은 자연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단체 내방객을 위한 룸은 특이했다. 모로코 룸, 블루 차이나, 잉글리시 티, 소나무 등 영국, 중국, 한국 등 동서양을 대표하는 국가를 컨셉트화했다. 회원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지난해 7월부터 클럽하우스 리뉴얼 공사가 진행 중일 때는 그늘 집에서 김밥이나 육개장, 우동 등을 공짜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길환 사장은 전체적인 코스 분위기에 대해 “해발 460m에 위치해 쾌적함을 주기에 손색이 없다”며 “자연과 절묘하게 맞물려 있지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파인힐 코스는 약간의 내리막으로 이뤄져 무난하다. 전체적으로 섬세하며 여성적인 느낌이다. 페어웨이는 비교적 좁지만, 그린의 난이도는 쉬운 편. 클럽하우스 우측에 위치한 1번 홀에서는 200여 그루의 장송을 감상할 수 있다. 티 그라운드에서 폭포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비워야 제대로 드라이브샷을 날릴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조언.
6번 홀은 새로운 명문 홀로 기대되는 코스다. 지난 겨울 파4 홀을 파3 홀로 리모델링했다. 중간에 커다란 연못을 만든 게 특징.
이 골프장에서 가장 긴 코스인 9번 홀은 웅장한 풍경을 자랑한다. 페어웨이가 넓어 중앙 공략이 유리하며, 그린 앞 벙커가 좌우로 형성돼 있어 정확한 세컨드샷이 중요하다.
파인힐 코스가 여성적인 반면, 오크힐코스는 남성적이다. 오크힐 코스는 페어웨이는 넓지만 그린이 까다롭다. 평평한 지형의 오르막으로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거리도 있어 호쾌한 장타와 함께 정확성이 요구되는 코스다.

이 코스의 도전적인 홀은 5번 홀. 티 그라운드가 5개로 신선하다. 파4로 리뉴얼한 전략적인 홀이다. 그린 100m 지점에서 급격히 오른쪽 도그 렉 홀이어서 겸손하지 않으면 더블보기를 당하기 십상이다. 7번홀은 산 정상에 위치한 숏 홀로 멀리 굽이 굽이 산등성이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며 샷을 구사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평가받는 8번 홀은 골프장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왼쪽에는 호수가, 그린 뒤편에는 기암절벽이 있어 수려한 풍경을 자랑한다. 샹그릴라 CC의 상징적인 홀이다. 플레이어의 선택 사항으로 파4나 파5로 즐길 수 있다.
이 사장이 코스를 소개하기 위해 홀과 홀 사이를 이동하는 동안 라운딩 중이던 회원 골퍼들이 먼저 그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한다. 가만히 들어보니 리노베이션에 대한 찬사와 수고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샹그릴라CC는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분쟁 골프장’이라는 이미지를 ‘명문 골프장’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 리뉴얼과 클럽하우스 리모델링, 전문적인 직원 서비스 교육을 통해 명문 골프클럽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회원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는 명문 골프클럽을 만들기 위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인프라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오고 싶은 골프장’, ‘회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골프장’이 명문 골프장이 아닐까. 명문 골프장의 정의가 이렇다면 샹그릴라CC가 명문 골프클럽의 반열에 오를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이길환 경기샹그릴라CC 사장
“회원, 주주, 직원 모두 행복해지는 게 목표”
“회원도 주 주도 모두 행복해지는 ‘올 해피(All happy)’가 경영 목표입니다. 회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플레이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지요.”
이길환 사장은 단순히 개·보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명문’으로 탈바꿈시켜 회원이나 주주들이 만족하는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 리모델링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9홀을 증설하는 중이고, 18홀 중 5홀의 코스를 개·보수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새로 지었습니다. 클럽하우스 주변에 있던 골프공을 막아주는 푸른 그물은 낙락장송 200여 그루로 바꿨습니다.”
이 사장이 골프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78년. 벽산그룹 자금담당총괄 시절 유성CC를 인수하면서부터다. 2000년에는 신안 리베라 그린힐 등을 보유하고 있는 신안그룹에 들어갔고, 이듬해 리베라CC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골프장 경영에 나섰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리베라CC 사장을 지내면서 36홀 코스 리노베이션을 진두지휘했으며, 경영 안정화를 이루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골프장 전문경영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이 사장이 샹그릴라CC에 합류한 것은 2006년 3월. 샹그릴라CC는 정식 개장이 되기 전인 1992년 부도를 맞으면서 십수 년간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그가 CEO를 맡기 3~4년 전 대표이사만 10여 차례나 바뀌었을 정도.
취임 이후 대주주 책임 경영을 표방한 백정기 회장과 함께 각종 편의시설의 리모델링과 코스 리노베이션에 착수했다. 그동안 분쟁 골프장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명문 골프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 마련의 준비 작업이었다.
특히 그는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회원들이 골프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나가기까지 만나는 직원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요즘도 6시에 출근해 골퍼가 지나는 길을 따라 각종 서비스를 점검한다.
“직원들이 스스로의 중요성을 느끼게끔 했습니다. 골프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안내원 한 사람, 청소부 한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시킨 것이죠. 직원이 명문이 돼야 골프장도 명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장은 프로급 골프실력을 갖춘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0년 전국 아마추어대회인 ‘설록차배’ 본선에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이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은 본선 18홀 최소타 기록으로 남아 있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80야드에 달한다. 한때 미국 시니어 PGA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였던 때도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