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집·미래 어우러진 신 공간 창조
2007년 2월 삼성물산 브랜드팀에 중국 심양으로부터 한 장의 팩스가 날아들었다. ‘래미안’ 브랜드를 무단으로 도용한 중국 현지의 한 아파트 건설 업체에 대해 중국 당국이 1060만위안(약 12억원)의 벌금 등 처벌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조용하던 브랜드팀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수고했다”, “축하한다”는 격려의 말들과 박수소리로 한동안 떠들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조치를 위해 담당자들이 4년간 수차례 중국을 오가며 절치부심해 왔던 것이다.

외국에서 국내 아파트의 상표권을 보호받은 첫 사례로,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게다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컸다. 하지만 내심 기분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중국에 ‘짝퉁’이 생겨날 정도로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00년 1월 출시된 이후 8년간 국내 최초의 브랜드 아파트로, 대한민국 아파트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래미안. 그러한 성과 뒤에는 업계를 선도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온 숨은 노력이 있었다.
최초의 아파트 브랜드로 탄생
1997년 불어 닥친 외환위기의 여파로 국내 주요 건설 업체들의 부도와 부동산 가격 폭락, 대량 미분양 사태로 인해 국내 주택 시장은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됐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하 삼성건설)은 한국형 아파트와 사이버 아파트를 탄생시키며 국내 주택문화를 선도했으나 다른 주택 업체들의 ‘삼성 따라잡기’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절대 우위 확보 전략이 필요했다. 이에 삼성건설은 아파트에 소비자의 선호가 반영되는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기로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삼성건설은 2000년 초 사내외에서 브랜드명을 공모해 1200여 개의 응모작 가운데 ‘래미안(來美安)’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래미안의 기본 컨셉트는 미래(來), 아름다움(美) 편안함(安)이다. 이처럼 한자를 조합해 만든 브랜드명은 영어를 활용한 경쟁사의 브랜드명과 분명히 차별화됐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주거 성능 개선과 생활과학적인 디자인을 통해 실체를 드러냈다. 아파트의 품질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시공 품질 개선과 선진 기업의 공사 관리기법을 배우기 위해 현장소장 전원이 일본 등 해외 건설 현장에서 연수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삼성건설의 래미안 브랜드 선포는 국내 주택 시장에 브랜드 시대라는 새로운 장을 본격적으로 연 계기가 됐다. 실제로 위기감을 느낀 대형 건설사들이 래미안 론칭 이후 잇따라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선보였다. 현대건설의 ‘홈타운’,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롯데건설의 ‘캐슬’,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등이 그것이다.
삼성물산은 브랜드 출시와 함께 ‘마케팅실’을 업계 최초로 구성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 왔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 가운데 아직도 전문 마케팅 조직 없이 홍보팀 등에서 관련 업무를 분산 처리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비춰 볼 때 래미안의 행보는 미래를 내다본 것이었다.

삼성건설은 이후 일관된 마케팅 활동을 펼쳐왔다. 소비자의 성향과 사회적 트렌드에 따라 전술적인 측면은 변화시키지만 그것의 근간을 이루는 브랜드 철학과, 컨셉트는 확고히 지켜나가는 것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의 기본이라는 생각에서다.
래미안의 브랜드 철학은 바로 ‘자부심(Pride)’. 래미안은 차별화된 브랜딩 활동과 혁신적인 상품기획을 통해 고객들이 최고의 아파트에 사는 자부심을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광고 등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을 통해서도 래미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 남들 앞에서 느끼게 되는 자랑스러움과 래미안에 살지 않는 사람이 느끼는 ‘선망’을 표현해 왔다. 아파트를 포함해 상품 구매에 있어서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판단기준은 ‘가격’과 ‘성능’을 넘어 ‘가치’에 맞춰져 있고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자부심을 컨셉트로 한 광고 커뮤니케이션 활동 또한 소비자가 래미안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그리고자 하는지 면밀히 검토한 결과 탄생됐다.
‘자부심’ 캠페인은 금세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 가운데 래미안 로고가 적인 열쇠고리가 소품으로 사용된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래미안 입주민들에게서 광고에 등장하는 열쇠를 실제로 구입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쇄도했고, 삼성건설은 열쇠고리를 제작해 입주 선물로 배포하기도 했다.
래미안의 자부심은 시대의 니즈와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와 업계를 리드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최근 래미안의 브랜드 철학은 소유 또는 거주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에서 가족, 사회, 국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부심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은 펼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 R&D 활동 등에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래미안 스타일 발표회가 그 대표적인 예. 이 행사는 업계 유일의 정기 신상품 발표회로 래미안이 지향하는 주거환경의 컨셉트와 새로운 기술, 상품, 디자인 등을 선보이는 자리다. 삼성건설은 첫 해인 2004년 사람을 이롭게 하는 건강한 주택의 기준을 ‘주거성능주의’로 제시했고, 2005년에는 첨단 유비쿼터스 기술을 주택에 접목한 ‘래미안 U 플랜’을 발표해 미래 주택의 이상향을 선보였다.
2006년에는 집의 시스템과 디자인, 생태환경을 사람의 생활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융합한 ‘하우징 컨버전스(Housing Convergence)’를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사람, 집,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인 ‘하우징 스피어(Housing sphere)’를 발표했다. 래미안 스타일 발표회는 매년 새로운 아이템과 발전되고 확장된 개념의 주택을 선보여 주택 업계뿐만 아니라 관련 학회도 주목하는 행사가 됐다.
고유 디자인 개발 위해 다각적인 노력
래미안은 지난 2006년 업계 최초로 디자인실을 설치하고 디자인 철학 정립과 고유 디자인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고유 디자인 체계가 브랜드의 프리미엄 가치를 높인다는 판단에서다. 디자인 명품화 작업은 인테리어, 입면 디자인, 조경 등 3개 부문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이와 함께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일환으로 주부설계공모전, 래미안 건축상 학생공모전을 통합해 2004년부터 래미안 디자인 페어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고유 디자인 개발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래미안은 2006 대한민국디자인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지금까지 건설사의 디자인 영역은 건축과 실내인테리어 정도로 제한됐으나, 래미안은 디자인의 영역을 환경, 제품, 시간, 커뮤니케이션으로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2006 굿디자인상’에 건설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출품해 주택설비, 산업기계, 건축, 환경,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등 분야에서 36건이 굿디자인으로 선정됐으며 일본에서 최고의 디자인에만 수여되는 ‘G마크’를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2006년 한국 건설사 최초로 세계 3대 어워드인 독일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했다.
래미안은 미래 유비쿼터스 기술에 기반을 둔 주택 개발에 있어서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2006년 4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유비쿼터스 하우징 프레임워크(Ubiquitous Housing Framework)’ 개발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상설 공동 연구소 임파워먼트 랩(Empowerment Lab)을 마련했다. 2007년 래미안 스타일 발표회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1단계 성과가 적용된 미래의 집이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
삼성건설은 무선 홈네트워크나 홈오토메이션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최첨단 기술을 선보이면서 미래 주택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현관에 들어서면 안면인식을 통해 출입자를 인증한 다음 집안의 영상을 체크하고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주방에서는 인텔리전트 냉장고가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과 그 보존기한을 표시해 주며, 재료가 있는지 없는지 알려준다. 건강측정기에서 건강상태를 측정하면 지정병원으로 결과를 전송해 적합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래미안은 2002년부터 CRM 시스템을 도입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매스 마케팅에서 벗어나 세분화된 고객별로 가장 적합한 차등화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투-원(One-to-One) 마케팅 체제를 구축해 전략적 고객관리의 기반을 확보했다. 이러한 쌍방향적이고 입체적인 고객관리 시스템 도입도 아파트 업계 최초의 시도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밖에도 래미안에 적용될 신평면 개발과 각종 특허 획득에 박차를 가하는 등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전반적인 경영 여건 악화 속에서도 R&D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친환경 자재 개발 및 에너지 절감 건물 등의 노력이 로하스 인증으로 그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친환경과 웰빙 트렌드에 맞춰 2003년부터 기흥건설기술연구소 내에 건강환경시험실을 신설해 자재로 인한 유해물질과 실내 공기질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검증결과를 설계와 현장에 반영했다. 또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주거성능 실험동을 구축해 성능 향상을 위한 실험을 진행해오고 있다.
삼성건설은 이러한 결과를 종합 정리해 주거성능등급제를 발표하고 있다. 자동차 카탈로그를 통해 자동차의 엔진 힘, 배기량, 연비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처럼 아파트의 성능을 수치화해 소비자가 아파트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건설의 주거성능등급제는 이후 건설교통부가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취지하에 주택성능표시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입주 후 하자보수 서비스 업그레이드
래미안은 아파트를 벽, 공간, 설비 등으로 이뤄진 하드웨어(Hardware)와 사는 방법, 삶의 문화를 형성시키는 소프트웨어(Software)가 결합된 복합 제품의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렇게 발상을 전환하자 고객과 만나는 방식과 태도에도 변화가 왔다.
우선, 입주 후 하자보수에 불과하던 서비스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별도의 서비스 브랜드 ‘헤스티아(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가정을 지키는 ‘화로의 여신’의 이름)’를 출시했다. 래미안의 신규 입주 단지에 설치되는 헤스티아 라운지에서는 기존의 하자보수 차원의 단편적 서비스에서 벗어나 입주 고객들의 각종 불편 사항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생활문화 면에서도 래미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분양을 위해 축조와 철거를 반복하던 ‘모델하우스’가 아닌 상설 주택문화관을 설치해 주부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래미안의 생활문화를 경험하도록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과 면대면 의사소통을 하는 안테나샵의 기능을 하는 등 1석2조의 효과를 거뒀다.
지난 2005년 삼성건설은 ‘주택문화관’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의 ‘래미안 갤러리’를 오픈했다. 서울 강남(일원동), 강북(운니동)뿐 아니라 대구 등 3곳에 설치된 ‘래미안 갤러리’는 본격적인 문화공간으로 컨셉트를 새롭게 정립했다. 공연장과 전시회장, 세미나 시설을 갖추고 연중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 래미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문화의 향연에는 ‘래미안 페스티발’과 ‘위민스 콘서트(Women’s Concert)’가 있다. 래미안 가족들의 축제로 자리 잡은 ‘래미안 페스티발’은 단일행사로는 참여인원이 국내 최고 수준인 대규모 이벤트로 매년 3만 명 이상의 고객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형 문화행사다. 음악공연뿐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이벤트 공간이 펼쳐지고 온라인에서도 관련된 이벤트가 펼쳐지는 등 그야말로 ‘래미안에 사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래미안 고객에게 무료로 열리는 ‘위민스 콘서트’는 주부들의 여가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콘서트는 여가생활에 목마른 주부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평일 낮 시간에 브런치와 함께 뮤지컬이나 연극, 클래식 음악을 무료로 제공해 주부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올해는 이와는 별도로 미래 잠재 고객인 여대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여성 리더십 함양 및 알파걸 선발 프로그램인 ‘래미안 앨리스 캠프’를 진행했다. 서류전형과 미션(과제) 수행, 면접 등 3차에 걸쳐 20대1 이상의 경쟁을 뚫고 올라온 68명의 여대생들이 매주 한자리에 모여 리더십, 글로벌, 스타일, 커리어 관련 교육과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부여되는 미션 수행 결과와 교육성과를 평가해 11명에게 별도의 상금(총상금 1550만원)을 수여했고, 상위 3등에게는 두바이 견학의 기회까지 제공했다.
선발부터 수료식까지 총 3개월 동안 진행된 캠프를 통해서 래미안은 미래 고객들의 로열티를 선점하고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성공했다. 또 여성의 사회 진출을 격려하고 미래 여성 리더를 육성하는 뜻 깊은 사회공헌활동으로 평가받았다.
국가고객만족도 10연패
래미안이 국내 최고의 브랜드 아파트라는 평가는 객관적인 인증과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K-BPI(한국 산업의 브랜드 파워) 7년 연속 1위(2008년 기준), NCSI(국가고객만족도) 10년 연속 1위(2007년 기준), NBCI(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 브랜드 스타 등 가장 권위 있는 수상을 수년간 휩쓸고 있는 것이다.
리서치 전문기관과 부동산 전문매체의 조사에서도 래미안은 인지도와 선호도 면에서 부동의 1위로 기록되고 있다. 최근에는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한 대학생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도 1위를 기록하는 등 미래 고객인 젊은층에서도 브랜드 파워가 확인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한 브랜드가 수년간 절대적인 고객의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다면 이 브랜드는 그 제품군 내에서 분명한 1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브랜드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브랜드 스스로 진화와 혁신을 통해 자신이 차지한 1위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남들이 무시하는 고객의 소리를 들으며, 경쟁 브랜드의 ‘모방’까지도 선도자가 포용해야 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브랜드만이 진정한 최고라는 칭송을 들을만한 자격이 있다. 대한민국 아파트 시장에서는 ‘래미안’이 바로 그러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유일한 브랜드다.
Interview
“멈추지 않는 역동성이 래미안 신화의 비결”

박기성 주택 사업본부장(전무)은 1983년 12월 재개발영업팀 발족 당시부터 재개발 영업에 몸담았으며, 1995년 재개발영업팀과 재건축영업팀이 통합될 때 팀장을 맡아 줄곧 재개발, 재건축 영업이라는 한 우물을 파왔다. 2007년에는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아 주택 사업을 이끌고 있다.
국가고객만족도(NCSI)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할 정도로 삼성건설의 주택 사업은 업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래미안 론칭 이전의 주택 사업은 어떠했나.
2000년 이전, 그러니까 래미안이 출시되기 전까지 삼성건설의 주택 사업은 시장 점유율, 매출 등 외형적인 면에서 급성장했다. 서울 지역에서 재개발, 재건축을 집중적으로 수주한 것에 힘입은 바가 컸다.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한국형 아파트나 사이버 아파트를 출시한 것이 효과를 보았다.
이러한 노력의 핵심은 차별화 전략이었다. 마포아파트를 재건축한 마포 삼성아파트의 조경과 마감공사에 50억원의 실행 수익금을 재투자했던 것도 그 일환이었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경영진의 결단력과 안목이 주효했던 것이다.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과 창조적인 마인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힘이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노마드정신이 바로 우리의 강점이다.
2000년에 주택 브랜드인 래미안을 론칭하고 주택 사업의 일대도약을 꾀할 수 있었다. 래미안 론칭은 꽤나 모험이었지 않았나.
1999년 브랜드 네이밍에 착수해 사내외 공모 등을 통해 최종 선정된 예비 브랜드는 5개 정도였다. 최종 선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선 삼성이라는 좋은 브랜드가 있는데 굳이 별도의 브랜드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브랜드 무용론이 만만치 않았다. 또 세대별, 연령별로 선호도가 달라 5개 가운데 하나를 선정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이상대 사장이 젊은층이 선호한 래미안을 밀어붙이면서 일단락됐다. 솔직히 그땐 나도 래미안을 탐탁치 않게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래미안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2007년에 국가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0연패라는 전대미문의 위업을 달성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고객이 만족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일과 이를 반영해 주거문화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실행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한국형 아파트, 사이버 아파트에 이어 친환경 아파트, 유비쿼터스 아파트 등 래미안은 주거기능 향상을 뛰어넘어 주거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개념만을 한발 앞서 발표하는 것이 아니다. 곧바로 디자인, 기술, 설계에 반영해 언제나 기업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에 맨 먼저 발을 내딛는 것이 얼마나 큰 도전과 실행력이 필요한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줄로 안다.
향후 우리나라 주거문화를 선도하려는 래미안의 전략은 무엇인가.
제품의 컨셉트는 제품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주택 사업의 차별화를 결정짓는 것은 설계와 디자인인데, 래미안의 경우 특히 3가지 지향점에 따라 설계와 디자인을 변화시키고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이다. 래미안은 사람이 살기에 편리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과 실험을 경주하고 있다. 래미안의 유비쿼터스 아파트가 지향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주택 회사가 IT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다. 자연친화적인 환경은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후손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소중하다.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설계와 디자인, 단지 배치나 조경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세 번째는 바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다.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자연을 활용하고 자연이 순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래미안은 에너지 활용에 관심이 많다. 지열이나 태양열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환경 훼손을 줄이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tip
래미안의 현재와 미래
살기 좋은 아파트 성남 금광 래미안
2007년 살기 좋은 아파트 최우수상을 획득한 성남 ‘금광 래미안’은 지난 4월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주관한 세계조경가대회 조경디자인 분야에서 '어워드 오브 엑셀런스‘를 수상했다. 성남 금광 래미안은 경사면인 아파트 부지를 활용하는 등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한 자연친화적 조경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아파트는 남한산성 자락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을 활용해 아름다운 숲과 폭포, 정자를 설치하고 200년이 넘는 느티나무 연리목과 담벼락을 벽이끼로 단장해 입주민의 호평을 받고 있다.
30년 노하우 결집한 래미안 동천
지난해 8월 분양한 ‘래미안 동천’은 삼성건설의 30년 핵심 역량이 결집된 라이프 타운 프로젝트다. 삼성 측은 최고의 주거공간으로 내놓은 래미안의 결정체라고 말한다. 래미안 동천은 근본적으로 접근방식부터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2004년 말부터 수차례의 국제 현상 설계전을 통해 국내외 최고

수준의 설계안을 토대로 밑그림을 완성했고, 래미안 스타일 발표회를 통해 그 일부를 공개하는 과정을 밟았다. 동천 프로젝트에는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쟝미셀 빌모트, 국내 미술계의 거장 임옥상 화백, 전시형 교수 등이 합류해 실체를 완성했다. 래미안 동천은 ‘사람·집·미래’의 융합에 생태·자연·에너지 등의 개념을 결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9㎡에서 338㎡까지 다양한 세대형에 총 2393세대가 들어설 래미안 동천은 획기적인 단지 설계로 주목받고 있다. 4개의 블록 안에 들어설 48개 동은 타워형, 판상형, 빌라형 등 개성을 살린 구조가 한데 어우러져 리듬감 있는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조망을 최적화했다. 외관 디자인과 높이 평면 구성의 다양성을 최대한 살려 기존 아파트의 반복성과 획일성을 완전히 탈피했다는 평가다.
2개 동의 출입 로비를 한 곳으로 통합해 동과 동을 하나로 연결하는 ‘허브형 로비’는 무인택배 시스템, 각종 생활 정보검색이 가능한 키오스크 등의 편의시설을 늘려 이웃이 자연스레 모이는 장소로 설계했다. 4개 블록을 휘감듯 연결하는 105km의 순환형 산책로를 두어 2300여 세대의 대단지가 하나의 마을이 되도록 설계했다.
래미안 동천에서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생태환경이 보존되는 상생의 정신이 실천된다. 태양광을 이용해 커뮤니티 시설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옥외 조명을 밝힌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지열을 공동시설의 냉난방에 이용할 예정이다. 빗물은 저장해 두었다가 조경과 수경시설의 용수로 활용하는 등 자연 그대로의 순환을 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