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기업 회장이 핑크색 셔츠에 화려한 타이를 착용한다면? 최근 CEO의 언론 노출이 빈번해지면서 성공한 CEO의 슈트 패션과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타인에게 당당하면서도 성공하는 남자의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신사복의 트렌드 따라잡기도 더 이상 남 말이 아니다.

남자는 스타일로 승부한다.

갤럭시는 1983년 론칭한 제일모직 브랜드로 지난 25년간 국내 신사복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장 점유율만 해도 30%다. 신사복 시장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다. 

갤럭시는 국내 브랜드의 명품화와 신사복 시장 발전을 위해 ‘한국 명품’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이를 위해 계속 격차가 벌어지는 2위와의 차별화, 해외 명품과의 경쟁을 모토로 한다. 실제로 컨셉트에서도 비즈니스 정장 탈피, 고품격 클래식 정장으로의 포지셔닝을 위해 2005년 세계적인 모델 피어스 브로스넌을 영입했다.

반면 LG패션의 마에스트로는 1986년 론칭돼 신사복의 기술과 디자인 역량을 갖춘 브랜드다. 신사복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꿔놓는데 한몫한 마에스트로는 4년 동안 지속적인 연구 끝에 소재 중심에서 착용감과 실루엣 중심의 패턴으로 전환시켰다. 이후 타 브랜드와 달리 무분별한 세일 및 할인행사를 자제해 가격 신뢰도를 쌓아왔다.

마에스트로는 캐주얼화 경향 확대, 소비자들의 패션에 대한 다양한 니즈에 따라 슈트와 캐주얼 외에 언더웨어, 양말, 슈즈 등을 새롭게 선보여 남성 패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한 매장에서 패션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템의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 등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를 도모, 마에스트로 제품을 통한 토털 코디네이션을 가능하게 했다.

브랜드 간 양극화 현상 보여

상반기 신사정장 존은 전년 대비 보합 내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브랜드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보인다. 이는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예복 판매율이 크게 줄었고 캐주얼 시장의 확대로 젊은 고객은 물론 중장년층 고객들의 이탈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상반기 신사정장 매출은 ‘갤럭시’의 독주와 ‘마에스트로’의 부진으로 압축됐다. 갤럭시는 백화점 신사정장 존에서 여전히 매출 1위를 마크하는 등 브랜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007년과 올 4월까지 주요 백화점 신사정장 존의 매출 분석결과, 갤럭시는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월평균 3억3200만원을 기록하는 등 13개점에서 1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월평균 1억9500만원을 기록한 무역점 외 5개점, 올해 본점을 비롯한 6개점에서 1위에 올랐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해 7개점 중 월평균 1억3600만원을 기록한 본점을 비롯해 3개점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마에스트로의 행보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2억5600만원을 기록한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4개점에서 작년에 1위를 마크했지만 지난 3월 롯데,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에서 중위권으로 밀려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롯데백화점 매출집계에서 일산점, 부산점, 울산점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본점, 잠실점, 영등포점 등 주요 지점에서는 4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또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지난 3월 본점과 영등포점, 죽전점 등 주요 지점에서 중하위권으로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백화점 관계자는 “마에스트로가 매출이 하락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서울 및 경기도 핵심 상권에서 매출 하락세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실루엣을 강조한 7드롭으로 경쟁 

갤럭시와 마에스트로가 7드롭 신사복을 출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마에스트로의 ‘마스터피스’ 시리즈로 촉발됐던 신사복 시장의 실루엣 경쟁이 2라운드에 돌입, 패턴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드롭은 상의의 가슴폭과 허리폭의 차를 2로 나눈 값으로 허리 라인의 슬림한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7드롭 패턴은 가슴의 볼륨감을 살리고 슬림한 허리 실루엣을 강조해 하체가 짧은 한국인의 체형을 커버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패턴 경쟁은 갤럭시에서 7드롭 패턴을 도입한 비접착 라인 ‘리미티드 컬렉션(The Limited Collection)’을 출시하며 본격화됐다. ‘리미티드 컬렉션’은 작년 3월부터 이탈리아 제냐 출신의 패턴 전문가 알도 보넬리와 공동 개발한 제품으로 비접착 공법으로 만들어져 편안하면서도 슬림한 실루엣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핏팅감을 선보였다.

마에스트로는 ‘마스터피스’ 패턴 체계에 7드롭과 8드롭 패턴을 추가하며 실루엣을 더욱 강조한 제품을 선보여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마스터피스 763’과 ‘마스터피스 1.618’에 7드롭을 추가한 데 이어 편안함을 강조한 ‘마스터피스 제로’에는 8드롭을 적용, 젊은 패션 리더를 겨냥하고 있다.

갤럭시 관계자는 “7드롭은 무조건 허리 라인을 날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체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편안하면서도 슬림한 실루엣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사복 업체들은 웰빙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갤럭시는 죽섬유와 숯섬유를 사용한 제품을 일부 선보였다. 여름에 울 소재를 적용했을 때 변색될 것을 보완해 겉·안감에도 이 소재들을 사용한다. 향가공 등을 통해 쾌적함을 살린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마에스트로는 고가의 ‘카델’ 라인을 중심으로 피부 자극이 적은 자연 소재를 사용한다. 피로감을 덜어주는 아로마 등 향가공을 통해 기능성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