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모든 기업들이 비용절감에 관심을 갖게 마련입니다. 3층 이하는 엘리베이터 타지 않고 걸어가기, 드레스셔츠 맨 위 단추 풀기, 냉방온도 적절하게 유지하기, 이면지 쓰기 등등 동일한 레퍼토리가 되풀이됩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진정, 의미 있게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요? 위에서 나오는 비용 줄이기 방법은 실상 효과가 크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많습니다. 더욱이 너무 자주 사용하다보면 오히려 직원들이 비용 줄이는 방법에 둔감하게 됩니다.
손익계산서 활용·프로세스 개선해 비용관리
사실 비용을 줄이는 방법 가운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손익계산서를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영학에서는 여러 가지 원가절감이론이 나옵니다만 제 경험상으로, 또 다른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더라도 손익계산서의 비용 항목을 차근차근 뜯어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는 듯합니다. 사실 손익계산서는 수백 년 동안 사용해온 비용관리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손익계산서의 비용 항목을 놓고 분류를 합니다. 그러고 난 뒤 자사에서 직접 제어가 가능한 비용, 협력업체와의 관계개선이나 협력을 통해 줄일 수 있는 비용, 그리고 경쟁환경 등 큰 틀을 바꿔서 줄일 수 있는 비용 등으로 비용 감축의 범위를 분류합니다.
직접 제어가 가능한 비용은 통신비 줄이기, 냉난방비 줄이기 등 작은 것에서부터 제품의 디자인을 바꾸는 방법까지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껌 한 통에 들어가는 껌의 개수를 7개에서 6개로 줄인다든지, 빵의 무게를 약간씩 줄이는 방법입니다. 이런 경우 소비자의 저항만 없다면 원재료비 절감을 통해 적지 않은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내부적으로 일하는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방식으로도 비용을 절감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내부 프로세스 개선작업을 할 때는 그 작업을 장기간 해온 사람에게 개선을 요구하면 통상 큰 성과가 나오지 않는 예가 많습니다. 작은 부분을 개선해서 2~3% 정도의 성과만 나오기 때문입니다. 20~30%의 큰 프로세스 개선은 결국 기존의 시각, 기존의 일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 개선은 어렵지만 30% 개선은 쉽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다른 업체와 협력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에는 고도의 협상력과 관리력이 필요합니다. 혼자 결심을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을(乙)의 반란이라고 할 만큼 납품업체들이 반기를 드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레미콘 업체의 생산 중단 시위, 아스콘 업체의 납품 중단 등은 물론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부품업체의 납품 중단 등이 그런 예입니다.
통상 아웃소싱 업체나 납품업체들의 관계는 납품을 받는 회사들이 납품업체나 아웃소싱 업체에 적정하거나 만족할만한 이윤을 보장해주면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양자의 관계도 원만하지요. 그러나 아웃소싱 비용이나 원재료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상황을 맞게 되면 결국 본격적인 협상을 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고, 파국을 피하면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갑과 을의 관계에 있어 갑은 대부분의 부담을 을에게 떠넘기고 을은 이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줄여야 했습니다. 그러다 극한상황에 몰리면 단체행동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사정은 물론 협력업체에 재료를 대는 시장 상황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또 협력업체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 놓을 수 있는 기업이 있으면 그런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협력업체들에 무리한 납품 가격 인하는 요구하지 않되 이들 협력업체가 적정한 이윤을 남기면서 서로 고통을 분담하자고 설득할 수 있는 겁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 통해 비용절감
한편 내부적인 프로세스 개선과 협력업체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능력을 몸에 익힌 기업은 확실히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JIT(Just in time)으로 유명한 일본 기업 도요타입니다. 회사 내부에 원자재 재고를 거의 쌓아 놓지 않다보니 물류를 위한 창고비용, 원자재의 진부화로 인한 손실 등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부품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알아 낼 수 있는 철저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협력업체와의 상생에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은 협력업체와의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부품 재고를 갖고 있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도요타가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인 것은 바로 협력업체와의 상생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경쟁환경을 바꿔서 비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얼마 전 국내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디지털 케이블TV 셋톱박스 100만 대를 벌크로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20만원쯤 하던 가격이 1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가격을 낮춰 셋톱박스를 구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쟁관계인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제휴를 통해 공동구매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사례를 통해 비용을 크게 줄인 것이지요. 이런 경우는 기업 최고 경영진들의 전략적 판단 능력이 필요합니다.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경영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수건을 쥐어짜는 데도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은 나오지 않고 손만 아픈 그런 결과는 피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