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학교법인 중앙대학교를 둘러싸고 폭발성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든든한 돈줄 두산그룹의 출연으로 명문대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수면 위의 여론은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대척점을 이룬다. 민감하기 그지없는 서울캠퍼스 이전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서울캠퍼스 흑석동 부지에 의과대, 법과대(로스쿨), 경영대 등 일부 단과대학만 남기고 나머지는 안성캠퍼스와 제3캠퍼스가 조성될 하남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대신 흑석동의 남는 부지는 개발된다는 게 그 내용이다.

흑석동 부지 개발 소문 요동

공교롭게도 두산 측이 중앙대를 접수한 시점을 전후에 이전설이 요동치는 양상이다. 중앙대는 두산그룹이 재단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심각한 재정난의 실상이 드러났다. 대학부속병원과 로스쿨 유치를 위한 첨단건물 신축 등으로 짊어진 부채 규모가 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앙대 법인 관계자는 지난 6월11일 “누가 그런 얘기를 (언론에) 흘렸는지 모르겠다”며 오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2007년 회계연도 기준에 근거, 중앙대 부채는 331억7697만5000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타 사립대학 부채 규모와 비교해 결코 많지 않고 부담이 가능한 액수라고 했다. 즉, 상당한 부채가 학교 매각의 주된 요인이라는 식의 해석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700억원과 331억원은 큰 차이가 난다.

단국대는 서울 한남동 시대 끝내고 용인 죽전 옮겨

중앙대는 전날 새 이사장을 맞이했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실질적 리더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6월10일 중앙대 이사회에서 제9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박 이사장 이외에도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등이 이사를 맡고 있다.

재벌그룹의 운영 참여로 기대감이 높아진 중앙대에 청천벽력 같은 서울캠퍼스 지방 이전설의 배경은 단국대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학교법인 단국대학교는 In Seoul Premium을 버리고,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 죽전으로 완전히 내려갔다. 한강변 남산자락에 위치한 단국대 전 서울캠퍼스 부지는 대규모 고급빌라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국대는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상아탑 본교 캠퍼스를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긴 사례로 기록됐다. 그러나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무려 계획 수립 14년, 죽전캠퍼스 공사착공 11년 만에 이전 사업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서울 한남동 부지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단국대가 캠퍼스를 죽전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계획을 수립한 것은 1993년. 대학 측은 1970년대 중반에도 같은 이유로 서울 내곡동으로 캠퍼스 이전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1993년 죽전캠퍼스 이전 계획을 수립한 대학 측은 이듬해인 1994년 3월 죽전캠퍼스 부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2년이 넘도록 농성이 계속되며 캠퍼스 이전에 대한 재학생 및 동문들의 지독한 반발을 샀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단국대는 서울을 떠났다.

서울캠퍼스가 포화상태인 중앙대의 이전설이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전설을 무조건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앙대 역시 전임 김희수 이사장 취임과 함께-종국에는 백지화가 됐지만-지방 이전을 추진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중앙대는 1982년 예술대학의 안성 제2캠퍼스 이전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재단의 반발 무릎 쓴 강력한 의지 있다면 이전 가능

따라서 단국대 사례에서 보듯, 대학 재단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이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물론 단기간에 가능할 것이라는 논리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단국대는 이전이 확정된 이후 입학사정에서 알렸다. 당시 입학안내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서울캠퍼스에 입학한 자는 신캠퍼스(경기 용인시 죽전)가 건설돼 교육환경이 마련되는 대로 신캠퍼스에서 수업을 받게 됨.”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대학교가 이전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면 단국대를 예로 보더라도 10년은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캠퍼스 이전은 재단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부지 개발이 재단 의사에 의해서만 가능하지 않다는 게 부동산 및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학교 부지 개발은 산 넘고 또 산을 넘어야 하는 첩첩산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복잡한 절차뿐 아니라 관계기관의 허가 없이는 절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부동산 개발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 단국대 한남동 부지 역시 용도변경 특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단국대 본교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성공적으로 이전했고, 부지는 명품 주거단지로 개발될 예정이기 때문에 요동치는 중앙대 이전설에 한층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복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앙대 이전설의 배경은 땅값만 해도 상당할 흑석동 서울캠퍼스 부지 개발과 밀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흑석동 상권은 내년 상반기 황금노선으로 불리는 지하철 9호선 개통과 함께 흑석 뉴타운 개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등 3가지 호재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한강 이남의 동서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강서구에서 강남까지 연결되는 골드라인이다. 지하철 9호선 개통 호재로 가장 유망한 상권은 흑석동 상권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흑석 뉴타운은 한강이 바라보이는 데다 강남권과 가깝고 내년 개통 예정인 지하철 9호선 역세권에 자리 잡고 있어 강남 대체 주거지역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앙대 법인 관계자는 “지하철, 뉴타운 때문인지 몰라도 (중앙대 소유)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동작구청의 토지이용계획(안)에 따르면 중앙대 정문을 기준으로 오른쪽 일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즉, 정문 쪽 일부를 제외하고 중앙대는 아파트에 둘러싸이게 된다. 정문 쪽은 존치관리구역으로 개발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

한편 중앙대 신임 이사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은 학교 상황을 알아가는 단계”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중앙대를 어느 대학 못지않은 대학으로 키우겠다”고 강한 의욕을 불태웠다. 삼성그룹의 성균관대학을 의식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박 신임 이사장은 “두산그룹을 구조조정하는 데도 10년이 걸렸다. 중앙대를 발전시키는 데도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개혁의 밑그림을 던졌다. “투자만 한다고 학교가 발전하는 게 아니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있는 바람직한 투자 방안을 찾겠다. 중앙대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는 “중앙대 구성원들부터 변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용성 이사장 “중앙대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

두산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중앙대 재단 기금 출연은 순수한 사회공헌활동 차원이고 이전설 관련된 내용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글로벌 기업에 맞는 사회공헌활동 추진을 통한 국가사회 발전 기여라는 두산의 의지를 살리기 위해 중앙대학교 학교법인 참여를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대 서울캠퍼스 이전설과 관련,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말도 안 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일 추진이 되더라도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앙대 출신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쉽지는 않겠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이전설을 일축할 수 없는 개연성이 있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이전설이 단순 소문이기를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