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금융기관들은 사업 규모와 범위의 특성상 간소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유지해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운영이 비대해지고 비효율성이 확대되며, 이로 인해 매출, 수익, 주주 수익률 등에 타격을 입게 된다. 다음은 우리가 수많은 금융기관을 관찰한 결과 발견한 증상들이다.
○ 통제 범위가 매우 좁으며(몇몇 직접 보고라인에 국한), 직함과 임기에만 의존한 채 실제로 관장하는 사항은 별로 없는 관리자의 수가 너무 많다.
○ CEO와 FTE 직급 사이의 조직계층 수가 두 자리 수이다.
○ 고객으로부터 2, 3단계 동떨어진 역할을 담당하는 직원이 너무 많으며, 이들은 높은 비용을 발생하는 장소에서 근무하고 있기도 있다.
○ 사업단위(BU)별로 일련의 직무기능-예: 재무, HR, IT, 법무-을 자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업무 중복이나 업무 영역 충돌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 내외부 벤치마킹 대상과 비교할 때-고객 관리, 영업, 콜센터 등에서-직원생산성이 떨어진다. 라인 매니저들은 이러한 비교는 유효하지 않다며 종종 이러한 사실을 부정한다.
○ 일부 업무활동은 ‘업무를 위한(invented) 업무’로 직원들은 바쁘게 일하지만 고객이 지불 의향을 지니는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증상들은 간접비 절감을 위한 경비 감축 방안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 사용되어야 할까? 기본적 계층 감축(delayering)에 기반을 둔 방법을 써야 할까? 외주(outsorcing)나 역외외주(offshoring)를 해야 할까? 아니면 업무 재설계(process reengineering)가 필요 할까?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계층 감축 개념에 기반을 두고 전통적 방법의 요소들을 접목한 비용 절감 방식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전통적 방법들에 비해 더 범위가 넓고, 도식화되어 있으며, 다소 더 공격적이다. 이 방법의 핵심은 인력 감축을 검증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원칙 확립을 포함한 4단계 프로세스다. 이 방식을 원칙 중심의 비용 절감이라 부른다.
많은 금융기관들은 인력 감축으로 인해 결국 고객에게 피해가 갈까 우려한다. 그러나 많은 고객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반적으로 FTE 비용의 3분의 1 이상이 고객 비접점 직원들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비용의 3분의 1은 매출이나 고객 경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6개월 내에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종 결과는 ‘3분의 1의 3분의1’, 즉 총 FTE 비용의 9~10%를 감축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수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절감 이후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비용 재발생(creep-back)의 위험 없이 최대 20%의 FTE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 논의에 있어 ‘원칙’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여기에서 원칙이란 조직의 측정 가능한 측면, 예를 들면 CEO와 최하위 직급 간의 조직계층의 수, 벤치마킹 대상과 비교한 영업팀의 생산성 등에 한도를 두거나 목표를 정하는 규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원칙을 수립하고 구체화함으로써 다른 비용 절감 방법을 통해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방식으로 복잡한 조직 내부를 해부해 볼 수 있다.
원칙 중심의 비용 절감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CEO나 프로젝트 스폰서가 선발한 고위 관리자로 구성된 소그룹인 ‘신중한 내부자(discreet insider)’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 내부자들은 시작 단계부터 비용 절감 이니셔티브에 대해 알고 있으며 원활한 시행을 돕는다. 이 그룹은 프로세스가 진행됨에 따라 매우 절제된 방식으로 확장돼 나가면서 조직 내 핵심 프로젝트팀의 역할을 한다. 감축 시행 직전까지 전체 조직이 이에 대해 미리 알도록 해서는 안 된다.
1단계. 1단계의 첫 번째 조치로 총비용, 조직구조, FTE 등에 대해 회사가 제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외부의 관점에서 조직에 대한 총체적 진단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예상 가능한 비용 절감과 FTE 감축 가능 부분 등에 대해 사전 계획을 세워볼 수 있다.
그 다음 조직에 적용할 구체적 원칙을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 뒤따르는데, 우리는 해당 기업의 프로젝트 팀과의 밀접한 협력하에 이 과정을 진행한다. 대부분 금융기관의 경우 동일한 부분들이 타깃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해당 기업의 규모, 지리적 사업 영역, 고유의 특성(DNA) 등에 따라 원칙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든 당사자들이 앞으로 적용될 구체적인 원칙들에 대해 프로세스 초기에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함께 일한 한 기업에서 관리직의 통제 범위는 4명으로 줄어들었으며, 조직 계층은 12계층으로 증가했다. 전 임직원의 40% 이상이 고객 접점으로부터 두세 단계 떨어진 직무에 종사하고 있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여러 직무의 생산성이 낮다는 점과 가치 창출과는 무관한 불필요한 업무가 많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부분에서 구체적인 한도와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우리가 이 기업과 수립한 원칙은 PBCR의 전형적 예다.(표1 참조).
이러한 원칙을 수립하는 프로세스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사실 프로젝트 팀의 멤버 한두 명이 “PBCR은 우리에게 필요한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우리 부문 직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자신의 업무 부문 이외에 다른 부문에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 경험상 이런 식의 주장은 대개 진정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사실 다른 일부 비용 절감 방식과는 달리 PBCR의 경우 고위 임원들이 불공평하게 ‘내 사람을 지키기’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일단 원칙이 수립되고 나면, 원칙에서 이탈할 경우 이것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2단계. 초기에 이루어진 비용 진단과 새롭게 수립된 원칙을 이용하여 조직 내 프로젝트팀과 함께 실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정말 성취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수준에 대한 직관을 바탕으로 인원 감축 및 비용 절감 목표를 검토하고 가다듬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매우 정확한 비용 및 FTE 인원 수 목표를 설정하는 ‘목표 패키지(commitment package)’를 수립할 수 있다.
3단계. 이 목표 패키지는 이후 각각의 사업 및 직무 단위 리더들에게 직접적 당면과제로서 전달된다. 이 시점까지 PBCR 이니셔티브에 대해 모르고 있던 리더들에게 자신의 권한 범위 내에서 목표를 달성 혹은 초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몇 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종종 리더들은 한두 명의 동료를 협력자로 선택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 단계가 끝나면 리더들은 자신의 전략을 전체 프로젝트팀에 보고하고 이에 대해 승인을 받는다.
4단계. 승인된 계획의 시행에 대한 설계가 이루어진다. FTE 면직과 퇴직수당 지급에 대한 세부 계획 마련, 새로운 조직도 구성 등이 이 단계에 해당된다. 이러한 시행 계획이 준비되기 전까지는 어떠한 전사적 발표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PBCR 시행을 통해 어떠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위의 예와 같은 경우, 시행 결과는 예상한 바와 다르지 않았으며, 다음과 같았다.
평균 통제 범위가 4명에서 7명으로 증가했다. 조직계층이 12계층에서 6계층으로 줄어들었다. 불필요한 활동이 제거됐으며, 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는 활동과 상품에 이용되는 자원이 상당히 감소했다. 일부 업무는 보상 수준이 더 낮은 직급에서 담당하도록 이동했다.
결국 전체 관리직 인원이 약 25% 감소했으며, PBCR 시행을 통한 연간 절감액은 직원 보상에서 2억달러, 복리후생에서 1억달러로 총 3억달러에 이르렀다(표2 참조). 이는 해당 기업 총 FTE 비용의 약 15%에 달하는 수치다.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IT 부문에서 20%의 FTE 비용이 절감되고, 운영 부문에서 16%가 절감된 경우도 있었다. 위의 예와 마찬가지로 모두 6개월 이내에 시행된 내용이다.
지속적 관리를 통한 장기 효과 달성
물론 PBCR 시행에는 위험도 뒤따른다. 일례로 신중한 내부자의 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말이 새어나가서 비용 절감 이니셔티브를 시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 사업단위 및 직무담당 리더들이 장벽을 세우고 시스템을 변경하거나 속임수를 쓰려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리더들은 FTE 수를 부풀려 보고해서 목표 인원 감축을 달성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 사실 10%만 감축하고도 20%를 감축했다고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PBCR 시행에 따른 혜택을 지속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비용 절감으로 인한 혜택은 일시적인 데 그칠 수도 있다. 사실 체중 감량 후에 다시 살이 찌기 쉬운 것처럼 방심하는 사이에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기업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니셔티브 시행 후 몇 개월(혹은 몇 년)간에 걸쳐 정기적인 체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PBCR에는 상당한 비용 절감과 더욱 효율적이고 간소화된 조직 구성 이외에도 또 다른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더 적은 수의 관리자가 더 확대된 통제 범위를 가지게 되면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더 원활히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고위 임원들은 실제 시행에 더욱 가까워지고, 의사결정은 해당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더 빈번하게, 더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책임성이 확대되며 업무 영역 충돌도 줄어들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속도와 신뢰도가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관리자들이 세세한 일에까지 신경 쓰는 일이 적어지면서 직원들은 권한의 확대를 느끼게 되며 이는 사기 진작으로 이어진다.
결국 PBCR의 주요 이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축적되었으나 실제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자원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PBCR은 핵심적 계층 감축 방식에 기반을 두어 매출 이탈 혹은 고객 경험상의 피해 위험 없이도 금융기관들이 FTE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도록 해주며, 이를 통해 조직 유연성과 민첩성을 향상시켜준다. 또한 PBCR는 핵심 프로세스나 제품을 타깃으로 하여 장시간이 소요되는 다른 비용 절감 이니셔티브와는 달리 일반적으로 이러한 목표를 매우 단시간에 성취할 수 있게 해준다.
금융기관들은 먼저 사전 진단을 수행하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짐으로써 PBCR에 착수할 수 있다.
○ 고위 임원과 고위 및 중간 관리자들에 대한 직접 보고라인(direct reports) 수가 평균적으로 얼마나 되는가?
○ CEO와 최하위 FTE 직급 사이에 얼마나 많은 조직계층이 있는가?
○ 자사 인력의 몇 퍼센트가 고객 비접점에 위치하는가? 일부 장소에서 직원 업무를 축소할 수 있는가? 외주가 가능한가? 비용이 적게 드는 곳으로 역외외주가 가능한가?
○ 여러 사업단위에서 중복되는 직무 역할은 없는가?
○ 다양한 직원 계층별 생산성은 벤치마킹 대상과 비교할 때 최고 수준인가?
○ 고객에게 최종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직원은 없는가?
만약 이런 질문들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된다면 자신의 기업의 전체 비용 구조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신의 경쟁사도 아마 지금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 중일 것이다. 이것은 결국 원칙의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