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요인은 우세…
정부 개입·글로벌 달러화 약세로 상승 압력은 제약
좀 더 구체적으로 환율의 변화를 살펴보면, 2008년 초반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 및 이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상승세가 지속되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1월22일과 30일 각각 75bp와 50bp의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 출회에 따른 부담감 등으로 인해 환율은 소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관련 신용경색,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확산 및 글로벌 증시 약세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대두되면서 환율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1월에만 90억7000만 달러의 대규모 순매도를 보인 것도 환율 상승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1월23일 954.3원(기준환율 기준)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2007년의 고점인 950.0원을 돌파한 수준이다. 2월초 다소 하락했던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신용경색 우려 지속 및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세로 인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 폭은 다소 제한적이었다. 3월 들어 미국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 확산으로 인한 달러 매수세의 확산과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배당금 및 주식 매각대금의 송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환율은 3월17일 1029.2(종가 기준)원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가 이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및 국제 금융시장 불안 완화로 미국 달러화 차익 매물이 출회하면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3월에 이어 4월초에도 환율은 비자카드 관련 달러 매도물량 및 수출업체의 네고물량 출회, 외국인의 주식 매수 관련 달러 매도세 유입 등의 영향으로 하락했으나 5월 들어 국제 유가의 사상최고치 경신에 따른 정유사의 결제 수요 및 배당금 관련 송금 수요의 증가, 역외세력의 미국 달러화 매수세 확대로 인한 수급 불균형 등에 기인해 큰 폭으로 상승하며 5월8일 1049.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수출업체의 네고물량 출회 및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에 따른 환전 수요, 정부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외환시장 개입 등의 영향으로 제한적으로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1분기 16조9947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4월에도 1조25억원을 순매도했으나 5월에는 9216억원 순매수해 11개월 만에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여타 아시아 통화들과 비교해 볼 때 두드러지게 급격한 상승을 보였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통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미국 달러화에 대해 대부분 절상됐다. 일본 엔화의 경우 약 11.5% 절상됐으며 대만 달러화, 필리핀 페소화, 싱가포르 달러화 그리고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모두 10% 내외의 절상률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인 2007년 8월부터 현재까지 오히려 약 11.2% 절하된 상태다. 태국 바트화와 인도 루피화 역시 동 기간 절하됐으나 절하율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8.8%와 5.3%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양상은 2008년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원화 환율과 태국 바트화는 9~10% 절하된 반면 여타 아시아 통화들은 6% 내외의 절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원화의 절하는 최근에 일어난 현상인데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 2002년 이후를 기준으로 보면 원화는 약 20% 절상됐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나라 원화가 유독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외국인의 증시 자금 이탈과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첫 번째인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자금 이탈 부분을 살펴보자. 우선 규모를 보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2006년 117억달러, 2007년 267억달러를 순매도한 데 이어 2008년 들어 4월 말까지 175억달러를 순매도했다. 이와 같은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 규모는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인 규모뿐 아니라 절대적인 규모 모두 큰 수준이다. 우선 2006년과 2007년 모두 순매도를 기록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인 2007년 8월 이후를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2008년 4월까지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한 규모는 무려 416억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대만의 약 5배(78억달러), 태국의 약 16배(26억달러)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순매도 규모는 시가총액 대비 순매도 비중으로 상대적인 비교를 해봐도 마찬가지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2008년 2월까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순매도한 비중은 시가총액 대비 약 2.9%에 달하는데 이는 태국의 1.3%, 필리핀의 0.9%, 대만의 0.5%보다 훨씬 큰 규모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 내에서 우리나라는 절대적인 규모로 보나 상대적인 규모로 보나 단연 외국인들의 매도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출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만의 경우에도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에는 순매도를 보였으나 2008년 들어서는 순매도 폭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렇듯 여타 아시아 국가들보다 막대한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의 환율 상승이 나타난 주된 이유일 뿐 아니라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었던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시 자금 이탈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요인들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심화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신흥국가 주식시장부터 포지션을 순매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의 위험 회피도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수인 VIX의 급격한 증가로 확연히 드러났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의 원인
다음으로는 최근 우리나라의 주가 상승 폭이 아시아 주요국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에 그동안의 투자에 대한 차익 실현의 일환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중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2006년에는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되었지만 2007년에 다시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2005~2007년 사이 한국의 높은 주가 상승률과 원화의 지속적인 절상으로 인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도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아졌다. 2006년의 경우에는 외국인의 우리나라 주식 보유 비중은 40%에 달했는데 이는 대만(31%), 태국(30%), 인도네시아(22%) 등을 큰 폭 상회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현상은 2007년 상반기까지 지속되다가 하반기 들어 외국인의 순매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여타 국가들과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게 됐다. 따라서 최근의 외국인 주식 매도세는 지난 2~3년 동안 우리나라의 높은 주가 상승률과 원화 절상으로 인해 높은 수익을 얻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와 차익을 실현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유동성 확보가 용이한 우리나라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의 특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아시아 신흥국가들 중에서 유동성이 풍부해 최근 신용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주요 외국계 금융기관들에게는 유동성을 확보하기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및 주식시장은 경제 규모에 비해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풍부해 이러한 풍부한 유동성이 외국인들로 하여금 주식을 우선적으로 매도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경우 시가총액 대비 거래 규모는 1조달러를 상회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규모도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이며 외환 거래 규모에 비해서도 거래 규모가 크다. 외환시장의 일평균 거래 규모는 330억달러로 인도와 비슷한 수준이며 경제 규모 대비 외환 거래 규모도 대만 다음으로 큰 수준이다.
마지막으로는 국가 위험도의 상승을 들 수 있다. 지난해 8월 대비 아시아 주요국의 CDS 프리미엄은 대부분 급격하게 상승했는데 특히 우리나라, 중국, 말레이시아의 상승률은 두드러지게 높았다.―지난해 8월 대비 현재 우리나라,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의 CDS 프리미엄 상승률은 각각 244%, 240%, 203%, 15%, 97%, 16%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을 제외한 국가의 채무 불이행 위험이 급격하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국가 신인도에 관한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가산금리(Spread)를 보더라도 유사한 추이를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의 국가 위험도가 전반적으로 증대됐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앞서 제기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 이유 외에도 최근 환율 상승의 또 다른 중대한 요인은 최근 들어 제기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무역수지가 5개월째 적자를 보이고 있으며 경상수지 적자도 5개월째 누적돼 76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갑작스런 적자로의 반전은 최근 들어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거의 유일한 사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여타 아시아 국가들도 2007년 12월 이후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으나 대부분 여전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중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경쟁국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한 적자 폭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경상수지 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
IMF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요 경쟁국인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2008년 중 GDP 대비 경상수지가 7.1%, 9.5%, 25.4%로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나 우리나라는 -0.4%로 전망돼 아시아 경쟁국 중 드물게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망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과 어느 정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의 GDP 대비 원유 의존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6.4%로 인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아시아 주요국의 원유 의존도는 한국과 인도 6.4%, 말레이시아 5.1%, 홍콩 3.2%, 중국 2.3%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원유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원유 가격의 상승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 폭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최근 원유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80%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는 물량 증가보다는 도입단가 상승에 기인하는 측면이 훨씬 크며 이와 같은 수입단가의 상승이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는 주된 요인이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 급등은 불과 5개월 만에 100원이 오르는 등 분명히 지나치게 급등한 측면이 있다. 향후 환율을 전망하면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등으로 향방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그동안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압력에도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환율정책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함으로써 외환시장에서 하방경직적인 환율 움직임에 일조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의 환율 움직임은 한국의 경상수지나 일시적인 수급상의 문제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의 동향 등 대외여건 및 이에 따른 시장 분위기에 의해서도 크게 움직이고 있는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불확실성이 단기간 내에 사라지지 않는 한 현재의 급등락세도 쉽게 진정되기는 힘든 상황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신용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아직 잔존하고 있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이에 따른 원화의 추가적인 약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단기적인 전망은 옵션 가격에도 반영되는데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격 차이(콜옵션-풋옵션)를 나타내는 Risk Reversal의 경우 원/달러(3M)는 5월말 2.65로 양수(+)를 보이고 있어 환율 상승 기대심리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환율은 적어도 단기적으로 상승 요인들이 많은 상황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된다면 이와 같은 상승 압력이 단기간에 소멸될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이 잠재하는 가운데 현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나 정부의 환율 안정화 의지, 글로벌 달러화 약세 분위기의 잔존 등으로 인해 상승 압력은 제약될 전망이다.